[영화리뷰] 블랙 팬서- 그는 와칸다산 우뢰매인가?(스포)
요즘은 넷플릭스가 있어서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을 쏠쏠히 감상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넷플에서 본 영화만 해도 [아이리시맨]-[본] 시리즈 3부작-[컨택트]... 아주 만족스러운 작품들이었습니다.
반면 [블랙 팬서]는 역대급 흥행성적과 일각에서의 호평이 무색하게 여러모로 밍밍하고 유치했어요.
MCU 페이즈3의 막을 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윈터솔저와 바론 지모를 추격하는 트찰라 왕자 a.k.a 블랙 팬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출연빈도에도 불구하고 극에 긴장감을 부여해준 멋진 캐릭터였는데요.
이에 더하여, 마블 세계관의 여러 인물·물건들과 큰 연관을 가진 비브라늄 광석의 주 생산국인 하이 테크놀로지 국가 와칸다가 처음으로 선보여지는 만큼, [블랙 팬서]는 어쩌면 꽤 매력적인 오리지널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물은 전혀 그러지 못했지만요.
이 영화의 구성을 간단히 보면
와칸다의 왕으로 막 즉위한 트찰라가 국적(國賊) 율리시스 클로를 추적하는 1막,
사촌동생 킬몽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몰락하는 2막,
킬몽거와 대적하여 이기고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영화의 모든 순간마다 주인공인 트찰라의 빛이 쌔하게 바랩니다. 각본가가 블랙 팬서 자체를 혐오하는게 아닌가 싶을만큼 대우가 너무하죠.
1막에서는 그를 둘러싼 여성 캐릭터들이 "봐봐요. 완전 얼어붙었구만."(오코예), "아놔 님땜에 내 임무 다 망쳤잖아요~"(나키아), (트찰라에게 하는 모든 행동들)(슈리) 트찰라가 주인공으로서의 권위를 오롯하게 쌓아올려야 하는 지점마다 족족 일침을 놓는 바람에 미미하던 매력도 다 흩어져버립니다. 차라리 그런 개그라도 재밌으면 모르겠는데 거의 옛날옛적 심형래 영화 발굴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물론 지나치게 유치한 개그 신들은 [토르: 라그나로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앤트맨과 와스프] 등 [어벤져스]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아닌 대부분의 MCU 페이즈 3 영화에서 나오는 문제점이긴 하지만요.
2막에서는 와칸다 지켜야 해, 아무튼 지켜야 해(대체 누구로부터? 대사로써 대충 열강들이 비브라늄을 탐낸다는 설명은 나오지만 영화 자체에서는 아무런 위협적 실체가 없죠) 하다가 킬몽거한테 완패.
3막에서는 그나마 장엄했어야 할 킬몽거와의 마지막 전투가... 흡사 모바일게임 예고편 보는 듯하더군요.
게다가, 실제역사의 희생양이 되어 온 아프리칸들의 울분은 주인공이 아닌 반동 킬몽거가 부르짖고, 주인공은 그 반동을 (인류애의 이름을 보태어)진압하는 형국이니 제3자가 보는 흑인영화의 쾌감도 상당부분 반감됩니다. 이 영화에서 그런 쾌감은, 클로와 에버렛 로스 요원을 제외한 모든 액션배우들이 흑인이라는 점에서밖에 발견되지 않네요. 아니 오히려 제도권 안의 흑인들을 옹호하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이지요.
와칸다는 어떤가요, 제가 기억하기로 와칸다의 시그니처인 흑표범 조형물은 영화의 반 이상이 지난 후에야 나옵니다. 민속촌을 방불케 하는 위장 빈민촌을 제외하고는 뭔가 '이것이 와칸다다!'랄만한 디테일들이 없어요. 슈리의 연구소는 지나치게 화이트/블루 톤이라 MCU 세계관 내 다른 하이테크놀로지 시설들과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고요. 와칸다의 마천루는 자기들 말로는 엄청나고 훌륭하고 그렇지만, 그곳에 사람이 사는 것 같지가 않아요. 왜냐면 그런 묘사가 없으니까요. 새삼 팀 버튼의 [배트맨] 연작과 [배트맨 비긴즈]에서의 고담이 얼마나 섬세하게 묘사됐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차라리 마지막 시퀀스는 눈에 띠게 CG 떡칠한 자기부상열차 철도가 아닌, 석양이 지는 대초원에서 이루어졌다면 뭔가 더 [블랙 팬서]스러웠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장면도 인상깊은 게 없네요. 액션 시퀀스에 지나치게 CG를 남발한 탓에 주인공이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예컨대 부산 클럽(...)에서 2층으로 쉽게 점프하는 것이나 초고속 다리걸기를 하는 장면들에서요. 우뢰매도 할리우드의 자본력으로 만들면 이 정도 수준으로는 찍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 밍밍하게 본 [원더우먼]의 액션 시퀀스들도(노맨스 랜드, 아레스와의 최종전)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래도 시계탑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만은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이 돼있거든요.
적고 보니 와칸다의 오버, 오버 하이 테크놀로지(그 정도 천재이면서 슈리는 왜 왕위찬탈 이후 걸어서 도망친 걸까요? 비루하게.)도 영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이지만 여기까지만 적어야겠습니다.
차라리 15세나 19세이상이었다면 메시지라도 좀 그럴듯(하고 과격)하게 만들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주제는 주제대로, 묘사는 묘사대로 실패한 보통 이하의 작품이었네요.
남은 MCU 영화 중에서는 그나마 샘 레이미 감독이 맡을 [닥터 스트레인지 2] 정도만 기대되네요. 아, 우리 호퍼 서장(-_-)bb이 나오는 [블랙 위도우]도요.
promise, devotion,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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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MCU 개별 히어로 영화로
봤을때 제일 재미없는 영화가
블랙팬서인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행동의 당위성도 떨어지고
매력도 별로 못느끼겠구요.
(캡아 시빌워에서는 곁다리지만 훨씬
몰입감있고, 쿨펀섹캐릭이었습니다)
전투도 별로 흥미없구요.
영화속 한국 무대의 등장 재미,
마이클 B.조던의 발견
이 2가지 정도외에는 제겐 MCU
라서 소장한거라 캡마랑 비슷한
소장 이유(MCU)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