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스나이더컷을 위한 배대슈 복습 - 확장판을 봐도 여전한 의문점들(느금마사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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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2-22 04:02:39
(스포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스포도 포함돼있어요)
우선 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무척 싫어합니다. 영화관에서 배대슈 1회 감상, 그리고 확장판 1회 감상한 뒤 더는 볼일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전까지는 배대슈가 DCEU 최악의 작품. 그럼에도 복습을 하게 된 이유는 제목에도 썼지만 물론 다가오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를 최대한 재밌게 보고 싶어서예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하차 이후 조스 위든이 소방수로 급하게 투입되면서 배대슈의 몇몇 미래 떡밥들은 문자 그대로 '뇌절'이 돼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잊고 있었는데 스나이더컷이 정말로 나오게 되었고 아무래도 잭 스나이더의 원래 기획대로라면 해당 떡밥들이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이어질테죠. 그래서 최대한 평정심을 갖고 배대슈를 다시 한번 감상했어요. 보고 나니 역시 확장판이 극장판보다 낫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애초에 극장판 편집이 워낙 개판이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확장판에 여전히 치명적인 결점이 많이 보여서 안타까웠네요. 느금마사 얘기는 차치하더라도요. 이건 너무 유명해서 제가 굳이 덧붙일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리뷰에 앞서 '이 영화는 잭 스나이더의 영화고 그의 팬들을 위한 영화다, 싫으면 보지 마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안 읽으셔도 된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싶어요. 잭 스나이더의 팬이 아니라 배트맨 또는 슈퍼맨의 팬이라서 보는 분들도 있고, 그냥 액션영화니까 혹은 그냥 영화가 좋으니까 보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한 동안 잠잠했는데 요새 스나이더컷 이슈 때문에 또 게시판이 점차 과열되는 분위기라서 미리 양해 구합니다. 그의 팬이라는 이유로 일체의 비판을 못 견뎌 무작정 부정하다 끝내 메신저를 인신공격하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은 피하고 싶네요. 물론 건전한 반박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먼저 확장판에서 더 좋아진 점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우선 30분 러닝타임이 추가된만큼 여러 주조연 캐릭터들의 분량이 늘어나면서 구멍나있던 이야기에 개연성이 붙었어요. 또한 작중 슈퍼맨 관련 논란에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핀치 상원의원의 비중이 커졌죠. 이과 맞물려 슈퍼맨의 고뇌가 보다 입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초중반까지는 오도방정 떠는 빌런 렉스 루터의 일반인 상대 역으로 핀치 역의 홀리 헌터가 중심을 잘 잡아서 극의 흐름이 매끄러워졌어요. 극장판에서는 거의 단역 수준이라 그냥 소모품 같았는데 말이죠. 민폐캐릭터였던 로이스 레인도 확장판에서는 나름의 역할이 자잘하게 추가돼서 마냥 민폐만 끼치진 않고요. 다시 말해 슈퍼맨 쪽 스토리는 몰입이 잘 되게끔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배트맨이죠.
지금부터는 확장판으로도 만회가 안된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1. 배트맨이 살인을 한다? 그렇다 쳐, 근데 나중에 책임은 어떻게 질 거? 완벽한 캐릭터 붕괴.
'나의 배트맨은 이렇지 않아. 배트맨은 무조건 불살이지'를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물론 배트맨 캐릭터가 다른 슈퍼히어로와 비교해 특별한 점은 '한 인간이 법 테두리를 넘어 악당을 때려잡지만 자기 나름의 원칙을 지킨다'는 거죠.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슈퍼맨 사태로 인해 배트맨이 크나큰 두려움과 상실감, 분노에 빠졌고 그로 인해 전보다 더 과격해졌음을 초반부터 어필합니다. 그 상징이 바로 박쥐 모양 낙인 찍기고요. 그러니까 이건 이해를 해요. 우리에게 익숙한 배트맨은 전혀 아니지만 뭔가 큰일을 새로 겪은 배트맨이니까요. 진짜 문제는, 그렇게 바뀐 배트맨이 살인을 '아주 쉽게' 저질러버린다는 겁니다.
악당에게 박쥐 낙인을 찍어 감방 동료들로 하여금 살해하게끔 만든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지만 따지고 보면 배트맨의 의도는 아니었으니, 그냥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칠 수 있어요. 창고에서 마사 구할 때 대놓고 저지른 살인? 이것도 워낙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통크게 넘어간다 치죠. 비록 배트윙 조준사격으로 사람과 차를 날려버리고 두꺼운 나무박스를 사람 머리에 던져 뚝배기 깨버리는 등 정도가 매우 지나치긴 했지만요.
그런데 중반에 렉스 루터의 크립토나이트를 탈취하겠다고 벌인 추격전은? 곰곰이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 갑니다. 등장하자마자 배트모빌로 승용차 한대 들이받아 날리면서 시작, 이동 중인 차였고 헤드라이트도 켜져있었으니 최소 1킬. 그리고 그렇게 날린 (당연히 시체가 들어있을) 차에 로프를 매달아 끌고 다니다가 다른 악당의 승용차에 꽂아버리면서 추가로 최소 세명 킬 추가. 그 다음 SUV 차량을 탄 악당이 개틀링 기관총을 갈기자 바로 배트모빌에 달린 총(...)으로 대응사격해서 SUV 폭파시키기;;; 또 최소 2킬. 이 시퀀스에서 배트맨이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것만 최소 6명이에요. 과격한 정도를 보면 그 두배 이상 사상자가 나왔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고요. 그렇다고 상황이 무척 긴박했나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배트맨 쪽에서 먼저 선제공격을 해서 사람을 죽여버리죠. 이 모습을 보면 얜 히어로도, 안티히어로도 아닌, '가해자가 된 피해자'일 뿐입니다. 영화가 영화니만큼 그냥 가해자도 아니고 슈퍼빌런이겠죠.
더 이상한 건 영화 내내 슈퍼맨의 살인 누명을 가지고 반대 여론이 들끓는데 배트맨의 이러한 막무가내 살인 행각은 아무도 지적할 생각을 안 해요. 배트맨 본인은 물론 심지어 감독 잭 스나이더도 이점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어요. 그의 해명을 보면 '내 배트맨은 X나 심각해. 니들이 아는 걔가 아니라고!' 이 말 뿐...
그런데 엔딩 장면에서 배트맨은 렉스 루터를 찾아가 협박하지만 낙인을 찍지는 않습니다. 이건 슈퍼맨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차린 배트맨이 본인의 과격함에 다시 제어를 걸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즉, 우리가 아는 배트맨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거. 그렇다면 이제 배트맨은 본인이 저지르고 다녔던 살인에 대한 책임을 질까요? 최소한 죄책감이라도 가질까요? 아니면 누군가라도 나서서 배트맨을 비판할까요? 작중 인물 중 누구에게도 그런 기색이 안 느껴져서 전 당황스럽습니다. 매우 개성이 넘치는 배트맨을 만들었다? 이해해줄 수 있어요. 그런데 왜 뒷수습 없이 책임 안 지고 대충 원래대로 넘어가는 건지;;; 그냥 잭 스나이더에겐 배트맨 캐릭터 재해석(붕괴)를 감당할 역량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봅니다.
2. 렉스 루터에겐 동기도 서사도 없다
렉스 루터의 행적을 보면 사실 능력 자체는 출중합니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포함한 저스티스 리그 맴버들의 신상을 본편 시점 이전에 미리(...) 파악해뒀고, 배트맨에겐 몇가지 밑밥을 던져 슈퍼맨을 향한 분노를 증폭시켰으며, 그 강력한 슈퍼맨을 협박할 카드도 확실하게 생각해뒀죠.
그런데 대체 왜 슈퍼맨을 노리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상당히 맥빠집니다. '아빠가 어린 나를 때릴 때 신은 아무 것도 안했어, 그러니까 신이란 건 없어, 그래서 넌 신이 아니고 난 능력만 우월한 네가 싫어' ??? 역대 최고의 히어로 투톱 배트맨과 슈퍼맨의 역사적인 첫 실사 대결이 이루어진 이유는 이 두 양대산맥이 오랜 세월 쌓아온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의 대립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렉스 루터가 이간질해서 한쪽은 열받았고 다른 한쪽은 협박받아서예요. 대체 왜? 아빠 루터가 어릴 때 아들을 학대해서.
물론 꼭 거창한 구실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같은 히어로끼리의 대결을 다룬 [시빌 워]에서도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 역시 이간질 때문에 서로 죽이지만 않을뿐 살벌하게 싸웠죠. 다만 배대슈와의 차이점이라면 이쪽 이간질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서 관객들이 봐도 쉽게 납득이 된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 양측의 입장이 서로 확연하게 갈렸지만 각자 지키려고 한 가치가 모두 의미있기 때문에 쉽사리 한쪽 편을 들기 어렵고요. 아이언맨은 자신이 몰랐던 부모 사망의 진실을 막 접해 원래 있던 트라우마가 터졌고, 캡아는 버키가 고의로 살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를 지키는 한편 아이언맨이 순간의 분노로 선을 넘어버리는 일이 없게끔 말려야 했죠. 다만 아이언맨의 스펙이 빡세서 온힘을 다해 맞섰을뿐.
다시 말해 거창한 구실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양쪽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건데, 배대슈에선 렉스 루터의 어린 시절 한토막 썰이 갈등 연결고리의 끝입니다. 그런 단순한 이유로 둘 다 바보 같이 제3자에게 휘둘릴 뿐인데 관객이 누구 편을 드는 것도 좀 웃기죠. 둘 모두 당위성 결핍이니까요. 이처럼 느금마사를 빼고 봐도 이런 루터의 없느니만 못한 동기 때문에 문제가 많아요.
게다가 이 영화에선 슈퍼맨의 아치에너미 중 하나인 렉스 루터에게 걸맞는 캐릭터 빌드업도 따로 없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비뚤어졌는지, 왜 슈퍼히어로를 증오하게 되었는지, 왜 메타휴먼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는지... 저 의문에 대한 답은 간단명료하게 본인이 말로 설명하고 스치듯 지나가요. 태생부터 기원을 알 수 없는 조커와는 전혀 다릅니다. 루터 얜 사연이 있는데 그냥 서사를 거세당한 거.
슈퍼맨 이야기를 이제 막 시작한 참에 곧바로 배트맨을 끼워넣고, 거기에 저스리스리그를 예고하면서 원더우먼까지 넣으려니, 당연히 빌런을 빌딩할 틈이 있을 리 없죠. 마블을 무리하게 의식해 쫓아가려다 벌어진 게 뻔히 보여서 도무지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힘듭니다. DCEU 렉스 루터에겐 동기도 서사도 없어요. 댕댕댕.
3. 여전히 설명이 부족한 미래 떡밥
앞에도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확장판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점은 초중반까지의 주요 서사가 매끄럽다는 거예요.특히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맨의 이야기는 좋았고 위에서 지적했던 배트맨의 경우에도 크립토나이트 탈취를 위한 살인 릴레이 전까지는 꽤 몰입이 잘 됩니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미래 시퀀스와 악몽씬, 미래에서 온 플래시 장면들은 여전히 너무 뜬금없습니다. 누가 어떻게 왜 배트맨에게 그런 꿈을 보여줬는지 전혀 설명이 없어요. 당사자인 배트맨조차도 그런 장면을 보고나서 아무런 리액션을 보이지 않고 알프레드와 상의를 하지도 않아요. 심지어 해당 씬들을 전부 다 잘라내도 본편 이야기에서 말그대로 1도 달라질 게 없죠. 하다못해 슈퍼맨과 싸울때 '어쩌다 미래를 봤는데 넌 정말 나쁜놈이다'는 말 한마디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마지막 뜬금 대사 '저스트 어 필링'이 그나마 연결점이랄까;;;
다만 이 장면들의 퀄리티를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자연스럽게 들어가서 그렇지 미래 시퀀스 자체는 흥미로웠어요. 제가 근래 가장 재밌게 본 액션영화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일단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스나이더컷에서 제대로 설명해주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나중에라도 제대로 된 해명이 붙는다면 시리즈의 특성상 전편의 단점이 상쇄될 수 있겠죠.
대충 이 정도가 제 배대슈 복습 후기입니다. 여기에 워낙 유명한 느금마사와 둠스데이 캐릭터 소모 등도 당연히 맘에 안 들고, 소소한 불만 중에는 뜬금 지미 올슨 등장&사망이나 들쭉날쭉한 액션씬 퀄리티 등도 있네요.
이 때문에 저스티스리그 스나이더컷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아요. 다만 희망적인 부분은 잭 스나이더가 4시간의 러닝타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그 다음 속편을 염두해두고 또다른 떡밥 투척이 있을 순 있지만 그래도 부자연스러웠던 이전 미래 떡밥들을 회수할 거라는 기대, 그리고 중간에 대타로 들어와서 이것저것 바꿔야 했던 조스 위든의 버전에 비해서 최소한 전편과의 일관성은 더 있을 거라는 점 등입니다. 그밖에 평가가 가장 나빴던 스테판울프와 슈퍼맨과의 파워밸런스 붕괴 등도 조정되었으면 좋겠네요.
님의 서명
혐오는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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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이라 하셔서 미회수 떡밥같은걸 기대했는데 아쉬운점이라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