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타 커뮤니티에서 보고 훅! 느껴지는 글
이 글을 보고(여성시대에 올라온 글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와 저의 정치대립을 생각해보면 참 격세지감의 감정이 듭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강준만씨의 [김대중 죽이기]란 책을 보고 그때 당시만 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분투하던 민주당 계열 정치세력을 응원하게 되었죠. 그런데 아버지는 YS를 흠모하며 월간조선을 매달 서점에서 사오셔서 탐독하시는 성향이셨고요. 한창 생각이 확장되던 학생 시절의 저와 그런 아들의 삐딱선을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정말 자주 다퉈서 제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가급적 집에서 자유로운 정치 토론은 하지 않는 것이 집룰이었습니다.
싸웠다고는 하나...'다름'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셨던 용암같은 아버지의 불같은 화를 저는 언변으로 결코 꺾지 못했습니다. 좌우대립이 아주 극렬했던 MB 시절, 저는 한나라당 계열을 매우 증오하였고 민주당 계열이 좀 못나도 항상 표를 줬으며 그들에게 표를 줬노라고 아버지에게 떳떳이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뭐... 저 주인공의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저에게 심한 말을 하셨었죠. 엄마도 씩씩대는 저에게 "그냥 1번 찍었다고 거짓말이라도 좀 하지 그랬어."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고요.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선거가 끝나면 아버지와 거의 삼일은 말을 안 섞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기성세대인 친 민주당 성향 아버지가 '다른' 선택을 한 딸에게 몹시 심한 말을 하는 세상이 되었네요. 이 아버지도 왜 딸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결코 이해를 못했을 테죠.
저는 너무나 이해가 잘 됩니다. 국민의 힘이 뭐하나 뛰어나서 뽑았다기보단 그냥 지금 '집권세력'이 하는 꼴이 말이 아닌 거예요. 저에게도 '남성 페미니스트'니 뭐니 하는 기성세대 정치 셀럽들은 믿을 수 없고 음험한 모사꾼들이라고 인이 박혀 있는데 2,30대 남성은 오죽하겠어요.
젊은 세대는 저번 지선에서 분명 더 잘할 거라 생각하고 민주당에 180석을 만들어 줬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좋은 기회를 가지고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그 얼치기들한테 꺼지라고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한 것이죠. 그게 불과 재작년과 올해의 일. 그들이 급격히 좌경화됐다가 이번에는 우경화된 것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은 부동산을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욕심부린 것도 아니고 독재 친일 세력의 부활을 열망한 것도 아니고 그냥 꼴보기 싫은 짓거리에 찬물을 부은 거예요.
투표권이 생긴 이후부터 여태까지 더 진보적인 당을 찍었던 저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친박연대 침팬지들과 다를바 없는)머저리가 공천을 받았을 때는 상대편의 좀더 상식적인 사람한테 사상 처음으로 표를 던졌습니다. 국민들이 180석을 만들어준 지난 총선의 결과, 멀지않은 지역구에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되는 광대가 뽑혔을 때 심히 유감이었습니다. 아, 진짜 얘네들은 나를, 내가 사는 곳을 아주 엿으로 아네? 그럼 나도 내 지역을 대표해서 엿을 먹여 줘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증오심이 생깁니다.
오늘이 기점이 되어 민주당이 짜부러들 수 있습니다. 배가 짱짱할 때 더 멍청하고 오만한데다가 게을렀던 만큼, 쫄릴 때를 맞아 더 똑똑해지고 겸손한 당이 되길 바랍니다. 다시는 2,30대 유권자 탓을 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렇게 띄엄띄엄 보던 젊은 남성들이 조직된 힘을 보여준 것을 보고 어떻게 그들의 분노를 식힐 수 있는지 참회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민주당이 갖길 바랍니다.
promise, devotion,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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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때 월간조선 조갑제가 MB시절 총선이었나...를 앞두고 이렇게 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자녀들의 투표권을 제한해라. 한나라당 안 찍겠다고 하면 용돈을 끊어라. 경제력으로 독립 못한 자녀들을 이런 식으로라도 자유민쥬쥬의자들에게 투표하게끔 해라."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이런 멍청한 언행을 하는 부모가 없도록 하는 마음에 서두를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