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정치]  타 커뮤니티에서 보고 훅! 느껴지는 글

 
16
  1755
Updated at 2021-04-08 00:26:23


이 글을 보고(여성시대에 올라온 글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와 저의 정치대립을 생각해보면 참 격세지감의 감정이 듭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강준만씨의 [김대중 죽이기]란 책을 보고 그때 당시만 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분투하던 민주당 계열 정치세력을 응원하게 되었죠. 그런데 아버지는 YS를 흠모하며 월간조선을 매달 서점에서 사오셔서 탐독하시는 성향이셨고요. 한창 생각이 확장되던 학생 시절의 저와 그런 아들의 삐딱선을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정말 자주 다퉈서 제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가급적 집에서 자유로운 정치 토론은 하지 않는 것이 집룰이었습니다.

싸웠다고는 하나...'다름'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셨던 용암같은 아버지의 불같은 화를 저는 언변으로 결코 꺾지 못했습니다. 좌우대립이 아주 극렬했던 MB 시절, 저는 한나라당 계열을 매우 증오하였고 민주당 계열이 좀 못나도 항상 표를 줬으며 그들에게 표를 줬노라고 아버지에게 떳떳이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뭐... 저 주인공의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저에게 심한 말을 하셨었죠. 엄마도 씩씩대는 저에게 "그냥 1번 찍었다고 거짓말이라도 좀 하지 그랬어."라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셨고요.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선거가 끝나면 아버지와 거의 삼일은 말을 안 섞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기성세대인 친 민주당 성향 아버지가 '다른' 선택을 한 딸에게 몹시 심한 말을 하는 세상이 되었네요. 이 아버지도 왜 딸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결코 이해를 못했을 테죠.

저는 너무나 이해가 잘 됩니다. 국민의 힘이 뭐하나 뛰어나서 뽑았다기보단 그냥 지금 '집권세력'이 하는 꼴이 말이 아닌 거예요. 저에게도 '남성 페미니스트'니 뭐니 하는 기성세대 정치 셀럽들은 믿을 수 없고 음험한 모사꾼들이라고 인이 박혀 있는데 2,30대 남성은 오죽하겠어요.

젊은 세대는 저번 지선에서 분명 더 잘할 거라 생각하고 민주당에 180석을 만들어 줬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좋은 기회를 가지고도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그 얼치기들한테 꺼지라고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한 것이죠. 그게 불과 재작년과 올해의 일. 그들이 급격히 좌경화됐다가 이번에는 우경화된 것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은 부동산을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욕심부린 것도 아니고 독재 친일 세력의 부활을 열망한 것도 아니고 그냥 꼴보기 싫은 짓거리에 찬물을 부은 거예요.

투표권이 생긴 이후부터 여태까지 더 진보적인 당을 찍었던 저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친박연대 침팬지들과 다를바 없는)머저리가 공천을 받았을 때는 상대편의 좀더 상식적인 사람한테 사상 처음으로 표를 던졌습니다. 국민들이 180석을 만들어준 지난 총선의 결과, 멀지않은 지역구에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되는 광대가 뽑혔을 때 심히 유감이었습니다. 아, 진짜 얘네들은 나를, 내가 사는 곳을 아주 엿으로 아네? 그럼 나도 내 지역을 대표해서 엿을 먹여 줘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치라는 것에 대한 강력한 증오심이 생깁니다.

오늘이 기점이 되어 민주당이 짜부러들 수 있습니다. 배가 짱짱할 때 더 멍청하고 오만한데다가 게을렀던 만큼, 쫄릴 때를 맞아 더 똑똑해지고 겸손한 당이 되길 바랍니다. 다시는 2,30대 유권자 탓을 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렇게 띄엄띄엄 보던 젊은 남성들이 조직된 힘을 보여준 것을 보고 어떻게 그들의 분노를 식힐 수 있는지 참회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민주당이 갖길 바랍니다.


님의 서명
_
promise, devotion, destiny...
11
Comments
WR
2021-04-08 00:05:24

아, 그때 월간조선 조갑제가 MB시절 총선이었나...를 앞두고 이렇게 글을 썼던 기억이 나요. "자녀들의 투표권을 제한해라. 한나라당 안 찍겠다고 하면 용돈을 끊어라. 경제력으로 독립 못한 자녀들을 이런 식으로라도 자유민쥬쥬의자들에게 투표하게끔 해라."

적어도 우리 세대에는 이런 멍청한 언행을 하는 부모가 없도록 하는 마음에 서두를 적었습니다.

Updated at 2021-04-08 00:37:10

여기 디피도 가끔 20대 남자는 일베에 물들었다 식의 얘기를 하는 분도 계시지만 대체적으로 20대 애들 취직도 잘 안되고 참 불쌍하다, 편가르기에 낚이지말고 서로 대화하고 이해해야한다 라는 분들도 많은데 클리앙같은데 보면 진짜 20대를 무슨 계도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훈계식으로 뭐라하는거 보면 진짜 깝깝하더군요.
아마 1년 사이에 페미당으로 낙인찍혀버린걸 얼마나 탈피할수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극렬지지자들이야 2030들에게 헛소리 꼰대소리해도 최소한 정부나 민주당은 정말 고민 많이 해봐야할꺼 같습니다.
불과 4년전 정권 탈환의 견인차가 됐던 그때의 2030과 지금의 2030은 어쩌면 그대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을 대하는 기성세대들과 정부 여당의 시선과 일처리가 달랐을수도 있지않을까 싶기도합니다.

WR
2021-04-08 00:16:44

클리앙은 솔직히 들어가고 싶지 않은 커뮤니티입니다.(오랫동안 몸담은 디피가 쾌적성도 월등하지요) 디피는 뭐 양극단에 비해서면야 그래도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MC후니님의, 항상 젊은층의 시각에서(그야 물론 젊으시니까!!ㅎㅎ) 사회를 온건하게 진단하려는 태도에 잔잔한 감동을 받곤 합니다.

2021-04-08 00:39:20

뭐 저같은 한낱 일개회원의 멘트에 감동까지 받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ㅎㅎ 저도 극과 극이 맹렬히 평행선을 긋는 이 게시판에서 RIGHTNOW님의 식견에 많이 공감하곤 합니다. 비단 시정게가 아닌 프차에서도요.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1-04-08 00:08:19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당 지지세는 대개 30%를 왔다갔다 합니다.

중도표 합하면 대권과 의회 과반수까지 노릴수 있고, 또 집권 경험도 많죠.

 

이건 실체입니다.

저 정당은 나쁘니까 지지하는 자들도 제정신이 아니다. 말도 섞으면 안된다...

이렇게 하면 안됩니다.

 

국힘 지지자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 누구도 정치색 때문에 모욕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그 사람들도 다 땀흘려 일해서 세금 내고, 인생을 살면서 나름의

아픔을 겪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특정한 계기를 통해서 선거참여를 하고 있

는 것입니다. 

 

뭘 얼마나 더 희생을 하고, 뭘 얼마나 더 국가에 수익을 올려주고, 뭘 얼마나

더 애국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대방 지지자를 싸잡아 면박을 주고 모욕

하는 것을 일삼는 것은 옳은 행동이 못됩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제 혀 하나 통제 못해서 막말이나 하고 온통 갈라치기에

남탓, 온갖 민폐, 게시판 피로도나 높이면서 충실하게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

정치 성향이 어떻네 하고 마음대로 매도하면 안된다는 이야깁니다.

 

정치도 좋지만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WR
2021-04-08 00:18:54

중혼후님도 정치적으로 과몰입하는 것을 항상 경계하시죠. 저는 그런 태도가 멋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치고 나가는 회원분이 있다면 이렇게 중혼후님처럼 커뮤니티의 중심을 잘 잡아주시는 회원분들이 있기에 디피가 잔잔바리하게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21-04-08 00:23:11

저도 RIGHTNOW님의 차분한 의견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4-08 00:09:04

이렇게 70년 전 빨갱이 드립 치는 태극기부대와 같이 50년 전 유신 운운 40년 전 광주 운운하는 민주당판 태극기부대가 탄생하는 거죠.

2021-04-08 00:14:50

유행어 만드세요?? 민주당판 태극기 ..

2021-04-08 00:16:14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요즘같이 몸에 와닫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WR
2021-04-08 00:19:56

발전은 더디더라도 밸런스는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양극단을 배제하는 문화가 정치계에서도, 커뮤니티 내에서도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