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탑건 국내 정식 발매 4K UltraHD Blu-ray, 자막 고찰
6월 4일에 국내 정식 발매된 '탑건' 4K UltraHD Blu-ray (이하 UBD)를 수령하여, 디스크 리뷰... 를 하기 전에 가볍게 그 수록 자막에 대해 고찰해 보았습니다. 이번 UBD 및 UBD 패키지에 동봉된 (신판)BD, 그리고 같은 날 동시 발매된 신판 BD (1 Disc 구성)의 자막은 모두 파라마운트 측에서 새로운 번역 작업사에게 맡겨 나온 수정 자막(하단 링크의 유통사 공지 참조)이라길래 흥미가 동해서.
그래서 살펴본 바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악명 높았던 구판 BD와 확실히 다른 자막
과거 발매되었던 구판 탑건 BD의 한국어 자막은, 그 상태가 상당히 안 좋기로 유명했습니다. 원래 DVD SE 버전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BD가 정식 발매된다길래, DVD 본편 디스크는 남 줘 버리고 그 디스크 홀더에다 정발 BD를 끼워서 장식해 놓을 생각에 밤잠을 설치던 저는... 아, 매버릭처럼 다시 그날의 트라우마가!
그에 비해 이번 UBD/ 신판 BD(이하 '신판')의 수록 자막은 확실히 구판과 다른 자막입니다. 예를 들면 구판 BD에서 가장 욕 먹은 1시간 26분 47초 - 55초 부분은 아래와 같이 달라졌습니다.
구판 BD:
매버릭, 돌아오면 복교시키겠네
싫으면 전화해
내가 같이 갈게
UBD/ BD 신판:
매버릭, 모함에 가면 부조종사가 있을 것이다
없으면... 전화해
내가 가지
(굳이 깐깐하게 따지면)이 부분의 '부조종사'에 해당하는 원문은 RIO = F-14에 주 조종사와 동승하는 레이더 요격 관제사를 말하는 것이지만, 저렇게 다 풀어 쓰면 자막 길이 문제도 있고 하니 부조종사로 옮기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덧붙이면 신판의 이 부분 자막은 과거 발매된 탑건 DVD SE 버전의 자막과 거의 동일하게 옮겨졌지만, 그 외 달라진 표현이나 수정된 번역이 많은 것으로 미루어 확실히 새로 번역한 자막이 맞습니다. 다만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탑건의 수정 자막과 동일한지 여부는, 제가 넷플릭스를 최근에 끊은 상태라 확인하지 못했네요. 이 부분은 넷플릭스를 구독중인 분들께서, 아래 서술하는 몇몇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판단하거나 조언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제 개선점, 미비점을 주요 포인트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음성과 자막 씽크 건
이번 탑건 신판(UBD/ 신판 BD 공통 지칭. 이하 설명 생략)은 음성과 그에 대응하는 자막의 씽크가 잘 맞는 편입니다. 속어 표현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밀리터리 용어들을 나름 요령 있게 생략하거나 전환하면서도, 자막의 타임 코드를 특별히 거슬리지 않게 잘 맞춰 놓았습니다.
2. 말투와 어미의 교정
구판 BD에선 계급이나 교관-학생 등 인간 관계에 따른 말투 및 어미 처리가 중구난방 난잡했는데, 신판에선 관계에 맞게 자연스럽게 교정되었고 일관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1시간 24분 1초 - 20초 사이의 대사 자막은 아래와 같이 바뀌었습니다.
구판 BD:
자, 너에게 달콤한 말만 할 수 없다
훌륭한 조종사는 늘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것을 적용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임무니까
자네가 선택하게
UBD/ 신판 BD:
달콤한 말만 해줄 수는 없네
훌륭한 조종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평가하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적용하지
우린 한계를 극복해야 해
그게 우리의 임무지
자네가 선택하게, 대위
3. 오탈자
일단 확실한 오탈자는 전체 한국어 자막 1297행 중에 아래 세 건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46분 16초: '사인이 최대 수수께끼에요'는 '수수께끼예요'여야 맞습니다.
- 1시간 25분 43초: '몹시 힘들고 하고 있겠지'는 '몹시 힘들어 하고 있겠지'가 맞습니다.
- 1시간 31분 26초: '조정 불능'은 '조종 불능'이 맞습니다. (I can't control it.)
다만 문법상으로나 내용상 꼭 틀린 건 아니지만, 일종의 아쉬운 부분들은 좀 더 있습니다. 예를 들어
- 17분 34초: '제군들은 F-14기로 그동안 날아보진 못한 빠른 속도로 날게 된다'는 '날아보지 못한'이 더 적합합니다.
- 44분 22초: It's the MiG 라는 찰리의 대사에 대한 자막 '미그기 말이어요'는,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굳이 자막에서 이런 말투를 의도했다기보단 '말이에요'의 오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 59분 31초: 바이퍼 교관의 대사 '인제 그만, 제군들'도 '이제 그만'이어야 더 적합할 것입니다.
4. 다소 아쉬운 표현들
번역이 틀린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다소 아쉽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몇몇 꼽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15분 22초: ('또다시 까불면' 다음 이어지는 대사)'홍콩 가는 화물 수송기를 몰게 될 거야'
= 자막 길이를 줄이는 거야 좋지만, 여긴 '개똥이나 가득 채운 수송기'라는 원문 표현을 생략해 버린 게 좀 아쉽긴 합니다. 상관이 좀 유머 섞어서 잘 하라고 격려 겸 다그치는 대사인데,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져서. 물론 전투기 조종사에게 화물 수송기 조종사나 시킨다 카면 보통은 '쫓겨났다'로 이해할 수도 있으니 최소한의 의미 전달은 되지만, 밀리터리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유머라도 살려 두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16분 23초: 한국전 당시 우리 해군의 전투력은 12 대 1이었다
= 여기 나오는 원문 표현 kill ratio 는 '살상 비율' 혹은 '교환비' 정도로 옮겨야 정확한데, 이걸 '전투력'으로 옮기니 12 대 1이란 말과 영 매칭이 안 됩니다. 그나마 바로 다음 대사에 '적기 12대 격추에 아군기 한 대라는 말이다'로 보충 설명하니까 용어 번역이 이래도 의미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군 교관이 잘못된 용어를 쓰는 것이니 깐깐하게 말하면 오역이라고 해야겠지요.
39분 42초: '마땅해요'
= 여긴 매버릭과 찰리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당신은 누구라는 걸 말하지 않았죠'라고 매버릭이 항의(?)하자 '말할 기회를 안 줬으니까요'라고 찰리가 되받아친 바로 다음에 덧붙인 말입니다. 이 부분의 원문은 'You deserved it.'인데, 개인적으론 '그럴 수밖에 없죠' 정도로 번역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싶네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마땅해요'라 해버리니 상당히 어색해서.
그 외에 또 꼽는다면... 자막 번역 시에 주로 (번역가가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은 듯한)밀리터리 용어가 생략되는 경향이 있는데, 탑건은 소위 '남자들의 로망'을 이것저것 체현해 놓은 일종의 청춘물이라서 > 애초에 밀리터리에 관심있는 사람들만을 위해 자막을 만들어선 안 되니까 그런 기조가 이해는 갑니다. 사실 너무 자세히 풀어 쓰다보면, 실제 대사에선 빠르게 지나가는 부분을 자막에선 길게 옮기면서 > 글자 수 제한에도 걸리고 타임 코드 배분도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만발하기도 하고.
다만 Bogy/ Bogey의 번역은 그럭저럭 꼭 필요한 곳엔 '적기'라는 표현으로라도 자막에 넣어주니 그렇다치고, 나름 중요 키워드인 Wingman의 자막은 59분 51초엔 '엄호기'로 나오다가 > 1시간 31분 39초엔 번역을 하지 않고 앞선 대사 자막('할리우드를 잃었다')을 그냥 반복해서 때워 버리고 > 1시간 41분 6초엔 단어 발음 그대로 '윙맨'으로 옮겨서... 이 단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좀 불친절한 편입니다. 특히 1시간 41분 6초에 나오는 'Wingman'은 그 의미를 잘 모르면 막판 씩 웃어야 하는 부분에서 '?'만 떠올릴 수도 있어서.
(위 자막은 신판 BD의 그것)이래저래 말이 좀 길어졌는데, 총평하면 UBD/ 신판 BD의 수록 자막은 전체적으로 볼 때 적어도 구판 BD보다 정확하게 옮기면서 이해도도 더 높은 건 맞습니다. 상술했듯이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구판 BD가 워낙 엉망이었다보니 반대급부로 이번 UBD/ 신판 BD가 선취점을 깔고 들어가서... 말하자면 이만큼이라도 고쳐진 게 어디냐 싶은 심정? 그것도 (한국어 등 영어 외 자막 수정에 굉장히 인색한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중 하나인)파라마운트가 말이지요.
다만 구매자 개개인의 판단은 또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니까, 제 개인 판단은 여기까지만 적습니다. 그럼 저는 날이 밝으면 작성해 볼까 하는 탑건 UBD 리뷰를 위해 이만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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