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20대가 뭘 어쨌다고 때만되면 그러는겁니까?에 대하여
84년 봄, 그 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지요.
연탄을 때는 자취방에서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전날 밤 선배에게서 받은 "광주항쟁백서"라는 백서는 타이핑한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낡아 있었던 것은 아마도 수십번의 복사로 인한 흔적이었고 남몰래 전해진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것이 진실인지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과연 나는 이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두려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식당에서 설겆이 일을 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를 외면할 용기가 없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택은 단 하나였습니다.
80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귀던 여자 친구는 "니가 뭔데 세상을 구하려느냐?"고 울며 떠났고 친척들은 오히려 어머니를 손가락질 했습니다.
그 선택은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평생을 거는 일이었고 어쩌면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교도소 독방에서 보낸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새벽 기차를 타오 오시는 어머니의 면회로 오히려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20대라면 다시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구요.
솔직하게 자신은 없습니다.
젊은 날,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했고 몸 하나 뉘울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삶이었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라는 말 앞에 시민단체를 거쳐, 공장으로, 그리고 택시운전과 농산물 시장을 거쳐야 했던 시간들을 다시 가는 것은 대공분실의 음침한 독방에서 받던 폭력보다도 친척들의 조롱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살아남기 위한 삶 그 자체였으니까 말입니다.
님께서 물으셨지요.
왜 20대를 향해 그러느냐구요.
저는 이제 내년이면 이순이 됩니다. 어쩌면 님의 그 물음은 저에게 큰 비수가 되어 날아듭니다.
어쩌면 저는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20대를 설득하기 보다는 우리는 그랬는데 너희는 왜 그러냐고 탓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철없는 아이들이라고 스스로 꼰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당연히 지금 20대가 지닌 삶의 고통은 앞선 세대의 몫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지도 못했고 때로는 엉망진창이 되어 스스로를 부정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 앞에 다시 자신을 돌아다보게 됩니다.
세상에 대한 헌신 같은 거창한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젊은 날의 그 뜨거웠던 신념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다짐같은 것 말입니다.
제 주변에는 이미 삶을 마감한 친구도 있고, 전태일 평전을 읽고 대학을 떠났던 후배는 아직도 미싱을 밟으며 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고등학교의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세상에 어찌 윤리를 가르칠 수 있냐며 교단을 떠나 아직도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선배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삶이 지금 20대의 삶에게 모범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선택은 자신의 몫이니까요.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지는 것이기도 하구요.
저는 아직도 우리는 누군가의 설득에 의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진영논리가 갈등과 반목을 일으킨다면 그것을 해소하는 것 또한 갈등 세대의 몫이 되겠지요.
스물 다섯의 나이에 읽었던 칼 맑스의 전기는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17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성찰"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썼지요.
' 한 젊은이가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다수가 원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그것이 인류를 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올바른 것이다'라구요.
20대의 선택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그것의 정당한 평가도 오롯이 그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한다면 너무도 무책임한 말이겠지요.
그렇지만 보다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이겠지요.
두서없는 긴 글 이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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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지연, 학연, 아무것도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꼭, 선배님 이라 부르고 싶어서요...) 좋은 글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