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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치]  20대가 뭘 어쨌다고 때만되면 그러는겁니까?에 대하여

바람62
101
  3035
2020-04-13 11:26:57

84년 봄, 그 날도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지요.

연탄을 때는 자취방에서 꼬박 밤을 새웠습니다.  

전날 밤 선배에게서 받은 "광주항쟁백서"라는 백서는 타이핑한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낡아 있었던 것은 아마도 수십번의 복사로 인한 흔적이었고 남몰래 전해진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것이 진실인지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과연 나는 이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답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두려웠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식당에서 설겆이 일을 하며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를 외면할 용기가 없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택은 단 하나였습니다.

80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귀던 여자 친구는 "니가 뭔데 세상을 구하려느냐?"고 울며 떠났고 친척들은 오히려 어머니를 손가락질 했습니다.

그 선택은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평생을 거는 일이었고 어쩌면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교도소 독방에서  보낸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새벽 기차를 타오 오시는 어머니의 면회로 오히려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지금 20대라면 다시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구요.

솔직하게 자신은 없습니다.

 젊은 날,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했고 몸 하나 뉘울 공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삶이었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라는 말 앞에 시민단체를 거쳐, 공장으로, 그리고 택시운전과 농산물 시장을 거쳐야 했던 시간들을 다시 가는 것은 대공분실의 음침한 독방에서 받던 폭력보다도 친척들의 조롱보다도 더 견디기 힘든, 살아남기 위한 삶 그 자체였으니까 말입니다.

님께서 물으셨지요.

왜 20대를 향해 그러느냐구요.

저는 이제 내년이면 이순이 됩니다. 어쩌면 님의 그 물음은 저에게 큰 비수가 되어 날아듭니다.

어쩌면 저는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20대를 설득하기 보다는 우리는 그랬는데 너희는 왜 그러냐고 탓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가끔 철없는 아이들이라고 스스로 꼰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도 당연히 지금 20대가 지닌 삶의 고통은 앞선 세대의 몫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젊은 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지도 못했고 때로는 엉망진창이 되어 스스로를 부정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 앞에 다시 자신을 돌아다보게 됩니다.

세상에 대한 헌신 같은 거창한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젊은 날의 그 뜨거웠던 신념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다짐같은 것 말입니다.

제 주변에는 이미 삶을 마감한 친구도 있고, 전태일 평전을 읽고 대학을 떠났던 후배는 아직도 미싱을 밟으며 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고등학교의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세상에 어찌 윤리를 가르칠 수 있냐며 교단을 떠나 아직도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선배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삶이 지금 20대의 삶에게 모범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선택은 자신의 몫이니까요. 그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자신이 지는 것이기도 하구요.

저는 아직도 우리는 누군가의 설득에 의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세대 간의 진영논리가 갈등과 반목을 일으킨다면 그것을 해소하는 것 또한 갈등 세대의 몫이 되겠지요.

스물 다섯의 나이에 읽었던 칼 맑스의 전기는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17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성찰"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썼지요.

' 한 젊은이가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다수가 원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그것이 인류를 위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올바른 것이다'라구요.

20대의 선택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그것의 정당한 평가도 오롯이 그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한다면 너무도 무책임한 말이겠지요.

그렇지만 보다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이겠지요.

두서없는 긴 글 이해를 구합니다.

 

 

  

 

바람62 님의 서명
철학자는 세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칼 맑스
39
댓글
Che!
20
2020-04-13 02:32:17

선배님, (지연, 학연, 아무것도 접점이 없을 것 같지만 꼭, 선배님 이라 부르고 싶어서요...) 좋은 글 추천드립니다.

WR
바람62
2
2020-04-13 02:32:57

고맙고 부끄럽습니다.

내가슴속에우는바람
13
Updated at 2020-04-13 06:02:50

묵묵히 바람62 님의 젊음에 경배를!

WR
바람62
2
2020-04-13 02:35:37

고맙습니다. 

커넥트
2
2020-04-13 02:35:37

감사합니다.

yarryoo
11
2020-04-13 02:39:16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신 바람62님....  정말 감사합니다..

WR
바람62
1
2020-04-13 02:43:13

아이고 선생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삶입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쪽빛아람
6
2020-04-13 02:46:04

지금은 그 때만큼 직접적인 정국이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시절 제가 그 자리에 서있었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WR
바람62
2020-04-13 03:58:58

어쩌면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요. 고맙습니다.

에이미
3
2020-04-13 02:48:17

헉 펌글이 아니었군요 존경합니다

WR
바람62
2020-04-13 03:59:10

고맙습니다.

외노자
8
2020-04-13 02:48:21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WR
바람62
2020-04-13 03:59:23

고맙습니다.

오버마인드
7
2020-04-13 02:49:11

어느 세대든 짐을 짊어지지 아니한 세대는 없다고 생각해요.

청년 세대는 청년 세대의 짐이, 장년 세대는 장년 세대의 짐이, 중년 세대는 중년 세대의 짐이, 노년 세대는 노년 세대의 짐이 있죠.

서로 "우리 세대가 힘들어!" / "어린 놈들이! 우리 세대가 너희 세대만할 때는 말이야...!" 이렇게 손가락질하면 끝도 없도 답도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머릿속의 정지 버튼을 누르고 한 발자국 물러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알아보려고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면 좋을텐데요.

WR
바람62
2
2020-04-13 04:00:47

저 역시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가 싸웠던 시간이 소중한만큼 지금 20대의 고민도 소중하지요. 다만 그 고민의 끝이 어딘인가 그 고민의 시작점을 이전 세대가 잘못 보여준 것은 아닌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파
9
2020-04-13 02:50:15

 바람62님에 의하여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었기에, 

저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R
바람62
2020-04-13 04:01:56

그렇지는 않습니다. 젊은 날의 신념을 지금껏 지키지도 못했고 저는 그저 신념을 먹고 사는 것에 팔아버린 사람에 불과합니다. 아직도 여전히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선배나, 후배, 동료들에게 부끄러울 뿐입니다.

아지쌍수
7
2020-04-13 02:51:20

저는 왜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하는걸까 반성과 부러움과 존경을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세대의 변을 제대로 해주신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WR
바람62
2020-04-13 04:02:10

고맙습니다.

LAZENCA
5
2020-04-13 02:53:09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WR
바람62
2020-04-13 04:02:44

아이구 아닙니다. 그런 고민과 일갈을 보내주신 것만으로도 제게 반성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재궁
12
2020-04-13 03:00:43

내년에 30을 앞둔 20대 입니다. 진보와 보수, 세대갈등, 성갈등 등 복잡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민주사회의 기본을 지키는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공짜로 내게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당신께서 세워주신 그 기본을 지켜가는 것이 지금 20대가 해야할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WR
바람62
2
2020-04-13 04:05:33

세상이 변한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더 선하게라는 말을 단 한번도 잊은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삶에 지치고 힘들 때, 그런 믿음이 잠깐 흔들릴 때도 있었지요. 지금은 겨우 자신을 돌아다 볼 나이가 되니 그 흔들린 시간조차 감사한 마음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타협이나 변명이 아니길 바라고 지금의 세대간 갈등이 저와 같은 세대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닌가 싶어 부끄럽기도 한 시간입니다.

Pink Floyd
3
Updated at 2020-04-13 03:03:00

저는 '회사를 위해, 조직을 위해'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위해. 내 가족과 자식을 위해'라는 말이 훨씬 솔직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기적'인것은 무조건 나쁜것이라고 교육받은 세대에선 건방지고 걸끄럽게 들리겠죠.

지금의 20대는 솔직한 세대입니다.  그리고 그 솔직함이 장기적으론 민주주의를 이루리라 봅니다.

WR
바람62
2
2020-04-13 04:07:04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지요. 하지만 그 이기심을 또한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님처럼 20대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고맙습니다.

비롬
7
2020-04-13 03:04:07

84년. 아무생각없이 그저 여학생 꽁무니만 쫄쫄 따라다니며 철없던 대학생활을 거치고, 어느정도 배부르고 등따시는 40줄이 되어서 노무현의 진심을 알게되었고,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분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0중반이 되면서 토착왜구 도당들에 대한 투쟁심이 더 끓어오르는게 세월이 자꾸 꺼꾸로 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퇴직도 생각하며 자중하면서 살아야되는데요..

WR
바람62
3
2020-04-13 04:09:20

저 역시 아직까지도 분노에 몸을 떨 때가 많습니다. 특히 함께 민주화 운동이란 걸 했다는 인간들이 변절을 넘어 치욕적인 삶을 자랑스레 떠드는 것을 볼 때 살의를 느낍니다. 

적어도 비루한 삶은 살지 않겠다고 늘 다짐하곤 합니다. 님의 건강함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업둥이
3
2020-04-13 03:07:18

문재인 같은 어른이 있지만 황교안 같은 쓰레기도 있는 거겠죠. 한 세대 한 나이대를 통털어 싸잡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일 겁니다. 건강한 20대가 있는 반면 일베충 40대도 드글드글한 거니까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WR
바람62
1
2020-04-13 04:10:31

네 다양한 군상들이 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앞에 20대의 고민을 토로하신 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지요. 고맙습니다.

세피롱
2
2020-04-13 03:27:53

좋은 말씀 하시는건 알겠는데 그때 20대랑 지금 20대는 다릅니다. 표본 샘플이 다른데 백날 비교실험해봤자 결과가 다를수밖에요.

WR
바람62
3
2020-04-13 04:12:46

어차피 결혼이란 것도 그런 것이지요.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만나지만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철학이 다를 때 서로에게서 어긋남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사랑했던 그 순간을 잊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과 그 때의 20대가 다르다고 다름만을 강조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과라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지켜주려는 노력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란도리
2
2020-04-13 03:38:10

바람님.좋은글 잘읽었습니다.

WR
바람62
2020-04-13 04:13:19

부족한 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까치의 꿈
1
2020-04-13 04:11:56

WR
바람62
2020-04-13 04:13:33

고맙습니다.

새벽노래
2
Updated at 2020-04-13 04:55:46

 글 잘 읽었습니다. 

뭔가 한편의 인생에 대한 소회를 보는 것 같아 아련한 느낌이 드네요. 

지금의 20대와 그 때의 20대도 치열하게 살고 있고 또 살았었지만 치열함의 방향이 많이 다른 

점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이겠죠. 

마지막 멘트이신 "그렇지만 보다 분명한 것은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이겠지요" 에 

많이 공감 합니다만 약간만 덧붙이면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더라도 정도에서 어긋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살지 못했던 사람의 후회를 덧붙여서요. 

WR
바람62
2020-04-13 05:46:20

네 그렇지요. 정도에서 어긋나지 않은 선택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고맙습니다.

Redpill*
1
2020-04-13 11:52:56

가슴아픈 대한민국현대사의 중심에서 젊음을 바치고 많은 것들을 희생하셨던 바람62님의 나머지 삶이 평안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제가 살아온 삶이 참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모험왕
2020-04-13 13:29:31

리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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