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상호차단은 원래 없어야 할 기능이죠
평결에서 중요한 부분은 맥락입니다. 왜 그 사람이 그 시점에서 그런 말을 했나를 알아야 정확한 평결이 가능합니다. A와 B의 대화 속에서 B의 발언이 신고를 당했다면 이전 A의 발언이 어떠하였는 지를 파악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입니다. A의 발언을 확인하지 못하는 사람이 B의 발언을 판단할 자격은 없습니다.
상호차단은 대상의 모든 발화를 거부하겠다는 선언입니다. A의 글을 읽지 않겠다면 그의 글에서 이어지는 논쟁에 참여할 자격은 자연히 사라지는 겁니다. 나는 A를 차단하지 않았는데 A가 나를 차단했으니 억울하다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정신 좀 차리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상호차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차단에는 상호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만들어질 당시부터 그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이 구체화 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일방적 소통 거부의 권한을 휘두르고 다니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시스템의 헛점이 눈에 들어오시나요.
프차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보면 우습습니다. 매번 비슷비슷한 분들끼리 내 맘에 들지 않는 상대방을 억압할 도구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요구는 보통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매번 본인들이 그 도구로 진압당하는 거에요. 그럼 또 불만을 품고 새로운 도구를 내려달라고 빕니다. 그 흐름이 반복됩니다. 디피라는 그리 크지 않은 사이트의 프차라는 소규모 게시판에 걸린 제약은 이미 대형 커뮤니티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상대방이 나를 차단하면 나는 그 사람을 간단히 차단할 수 없습니다. 내가 부러 로그아웃을 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상호 차단이 완성됩니다. 원래 그런 반쪽짜리 기능이에요. 그 반쪽짜리 기능을 좋다고 쓰셨으면 이제 와 우는 소리는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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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이 만들어 달라고 난리를 치고 차단하니 속이 편하니 어쩌니 온갖 비아냥은 있는데로 다하고 이제와서는 또 시스템 탓 그 정도 요구 다 들어줬는데도 마음대로 안되면 자기들이 이상한건 아닌지 생각을 해볼 법도 한데 항상 잘못은 남들에게만 있다는 사고 방식이니 무한 루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