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전 복 받은 세대입니다.
제가 4년 전 쯤 친구와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복 받은 세대라고 했습니다.
아날로그 문화의 전성기와 쇠락기, 디지털 문화의 시작을 모두 경험한 아주 유니크한 세대라구요.
저는 허수아비와 돈까스, 사방치기, 오징어, 두껍아 두껍아, 탈출, 구슬치기, 땅따먹기, 짬뽕, 와리가리, 주먹야구 같은 아날로그 놀이를 경험한 세대입니다.
디지털 쪽으로도 지금은 사라진 전자 오락실의 역사를 갤러그부터 펌프까지 그대로 경험한 산 증인입니다.
그리고, 가정용 게임기인 패밀리 컴퓨터부터 스위치까지, 쌍안경처럼 생긴 3D 게임기부터 오큘러스 같은 VR 게임기까지 경험한 세대죠.
화가가 그린 많이 어색한 포스터가 걸린 동시상영 극장부터 멀티플렉스 극장를 경험하고, 흑백 TV와 칼라 TV로 마징가Z를 봤고, 프로야구의 출범을 보았으며, 우리나라에서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려서는 똘이 장군 같은 만화를 보며 북한에는 돼지와 늑대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커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방문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며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김치국도 좀 마셨습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대여해서 보다가 넷플릭스까지 경험했고, 팝송과 트롯트 위주였던 대중가요에서 통기타와 락 밴드, 발라드와 댄스, 랩, 아이돌, 힙합을 거쳐 BTS가 빌보드를 점령하는 것까지 경험했습니다.
띠디디 띠룽띠룽 모뎀소리에 부모님이 깰까봐 조마조마하면서 즐기던 피씨통신이 초고속 인터넷이 되고, 도토리로 각종 악세사리를 사던 싸이월드가 페이스북이 되는 경험을 하고, 둔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무겁고 커다랗지만 전화통화만 할 수 있던(메세지도 못보내던) 핸드폰이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업무까지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이 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이것 말고도 정말 많은 것들(토큰부터 교통카드, 스카이씽씽에서 전동 킥보드까지 등등)이 있지만, 다 적으려면 너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 복 많이 받은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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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운데 낀 70년대 끝자락 태생 입장에서
하신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이런 하이브리드 세대 또 없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