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내 이름은 ] 감상기 (스포)
염혜란 배우의 주연작이라고 해서
그리고 포스터를 보면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라 기재가 돼있어서
어떤 작품이지 조금의 정보도 외면한 채 관람하기로 했는데
관람 바로 전날 방송에서 4.3.항쟁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는 설명이 들리는 바람에
나름 예상이라는 걸 하게 됐죠.
개봉날에 봤는데 이제서야 몇 줄 끼적이게 되네요.
![[ 내 이름은 ] 감상기 (스포)](https://cdn.mania.kr/dvdprime/file/2604/movie_4218908_20260418001835_08120fefa9211750.jpg)
다 보고난 다음 드는 생각이 참 후련하지가 않다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건들어 놓고서는 두리뭉실 정리하는 건 기껏 이름 하나가 다 입니다.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고 왜 이렇게 말 하다 만 느낌일까...
이건 후반부에 다시 나열해 보렵니다.
본 작품은 우리나라 역사 중 크게 세 부분을 건드리고 지나갑니다.
제주4.3.항쟁, 베트남 전쟁 그리고 5.18.광주민주화운동
이 세 가지 사건들이 이어져오면서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 놓여지는가 하는 큰 시점으로써
화두가 되게끔 작용합니다.
왜 6.25.전쟁이 아니라 베트남 전쟁일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어쩌면 그렇게나 늠름하고 멋진 모습으로 기억되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두 다리를 잃어 무섭고 낯선 모습으로 나타난 상황이
자신의 기억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6.25.전쟁은 군인들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에게도 엄청난 혼란이었을 테니
대비되는 효과를 노리기엔 베트남 전쟁이 더 나았으려나 싶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은 참전 군인들(아버지)과 가족들에게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상처를 줬고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하여금 딸은 책임져야 할 미래를 잉태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 두 상황 모두가 폭력이 낳은 결과물들임은 틀림이 없죠.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두 가지가 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망가져버린 아버지의 모습은 딸로 하여금 고향을 등지게 했고
그 딸은 입다물고 있으면 누구도 모를 수 있을 그런 상처가 아니라
아버지와 같이 절대로 회피하지 못할 폭력의 결과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대처했느냐에 따른 결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고향을 등지게 하지 않았다면
진짜 사랑의 결실로 만들어진 잉태였다면
어쩌면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덮어버린 최정순(염혜란 배우)의 과거를
들쳐봐야 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서울서 새로 온 선생님이라 그런지 정순에게는 집요하게 치료를 권유합니다.
이건 비단 제주의 역사를 모르던 사람들 흔히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상처많은 사람의 과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합니다.
'그 때 왜 그랬데?, 거기서 무슨 일 있었어?' 이런식으로 말이죠.
당연하게도 그 당사자들에게는 다시 기억해 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고통이었을 테고
그 어느 누구도 어루만져주지 못 했던 상처였기 때문에
온전히 아물지도 내보이기도 겁나는 그런 과거가 항상 무겁게 따라다녔을 테죠.
내 이름이 분명 있는데
친구의 말대로 살고자 했던 거짓말이 그 친구를 죽게 했고
그 죄책감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아니 외면하고자
하늘에 햇빛에 세상에 부끄러워 썬글라스를 써야만 하는
그러나 스며드는 바람처럼 스치듯 나타나는 기억에
맥없이 무너지고야 마는 그 나약함이 얼마나 더 지탱하게 할지
그렇게 궁금해서 혹은 치료의 과정이라서
의사 선생님은 정순의 과거를 차차 알아갑니다.
서울서 전학 온 아이는 조금씩 주변을 잠식합니다.
분명 빌미를 만들고는 기다렸다는 듯 원하는 방식을 얻습니다.
앞에 나서지도 않으면서 전체를 휘어잡을 수 있을 여건도 만들고
이간질로써 서로간의 갈등도 만들어냅니다.
아~ 물론 그만한 뒷배가 있기에 가능하겠죠.
학교에서의 이런 모든 상황들은
그냥 4.3.항쟁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를 축약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력이 정점에 있게 되면 진실이나 윤리관은 뒤로 밀려나고
그냥 우두머리의 놀음에 놀아나게 되는 거죠.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과 많이도 닮아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게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를 때 큰 싸움이 일어납니다.
분명 지켜본 관객들은 원인을 알고 그 당사자들을 지목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젖어들어버린 반 아이들에겐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또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 수 있을지는 혼란스럽기만 할 테죠.
아니 어쩌면 관심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만 앞설지도 모를테니깐요.
그래서 경찰이 나서야 하고 어른들이 나섭니다.
경찰서에 들어가는 의사 선생님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겠네요.
그러곤 영화는 끝맺음을 합니다.
해당 사건의 결론을 보여주지도 않은 채 우리들에게 숙제라도 던저주는 듯 말이죠.
자~ 여기서 큰 물음을 던집니다.
이 싸움을 놓고 경찰과 의사 선생님은 어떠한 방향으로 결론을 지을까요...
이게 바로 본 작품의 본질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서두에서 말 하다 만 느낌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엄마로서의 의사 선생님은 내 아이를 감싸기 위한 자세를 취하겠고
정순의 아픔을 치료하던 의사 선생님이라면 피해학생들을 위하겠죠.
학교에서는 4.3.항쟁을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그냥 넘겨버립니다.
알려지지도 않으니 진실을 알 수도 없으며
궁금해 하는 것조차도 선생님으로 하여금 금기시 당합니다.
경찰서로 들어가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으로서
본 작품은 관객들에게 '자, 이렇게 됐으니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묻고 있습니다.
왜냐면 의사 선생님 보다 관객이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거든요.
이건 진짜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비극으로 치부된 많은 사건들을 그간 어떻게 대했느냐에 대한
큰 의문을 두면서 또한 그러한 대처를 다시 반복할 것이냐 그리고 그러한 아닐한 대처로 인해
피해 당사자들은 지금껏 어떠한 고통을 겪었고 또한 되물림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을 꼬집어
재차 반복될 수 있을 여지에 선택권을 주고 있는 듯합니다.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난 정순은
이름 없이 여기저기서 희생당한 많은 이들을 대신하듯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며
그 보리밭에서 희생된 아니 4.3.항쟁에서 희생된 모든 이들의 원한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춤사위를 내보입니다.
그냥 아무런 죄의식 없이 들에서 꿩을 사냥하듯 민간인들을 학살했던 바로 그 현장은
이념도 사상도 무의미한 그냥 말 그대로 사냥터인 곳이죠.
오래전 '지슬'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 허연 잿가루에 뒤덮힌 스크린 넘어로 전해지는 고통이 얼마나 헛헛해졌는지를 알기에
더 숙연해지는 물음이었습니다.
단지 여느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형식을 띄고 있다는 것이
특히나 너~무나 정색을 하고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듯한 이야기였다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그냥 똑같은 고함이나 비명으로 들렸을 텐데
본 작품은 그 방식을 달리해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지향선까지 제시해 줍니다.
단지 좀 안타깝다라면
이야기 자체가 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렇다 보니 배역의 연기 또한 배어있지 못 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몇몇 배우들의 연기를 의심친 않지만 왠지 모를 어색함이나 혹은 낯설음...
더군다나 아들의 상황과 정순의 상황이 뒤섞이는 형태로 흘러가
너무나 헝크러진 실타래마냥 계기와 상황이 맞물리기를 바랐는데
이 둘의 상황이 그냥 따로따로 전개되기만 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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