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 스팔타커스(1960)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들고 커크 더글러스와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역을 맡은 1960년 개봉작 '스팔타커스(원제: Spartacus)'는, 실제 역사 속 인물을 가져오되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좀 먼... 창작 사극 같은 영화입니다. 애초에 하워드 패스트가 쓴 원작 소설부터 그랬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긴 했는데, 한 술 더 떠서 이 영화는 유니버설 픽처스 및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커크 더글러스의 요구 사항과 간섭이 워낙 많아 그 큐브릭 감독이 학을 떼기까지 했을 정도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래 유니버설이 원했던 건 전년도에 대히트한 [ 벤허 ] 스타일의 스펙타클 대하 사극이었고, 커크 더글러스가 요구한 건 비장미와 초월성으로 무장한 범접불가의 초인 히어로였는데... 당시 32세로 한창 혈기가 넘쳤으며 자신만의 예술혼을 제약받기 싫어했던 큐브릭 감독은 엄청난 외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자기 색깔도 집어넣긴 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큐브릭 감독 본인은 이 영화에 만족하지 않았고, 본인 입장에선 호적에서 파내고 싶은 자식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말았지요.
하지만 어쨌든 흥행은 대성공했고, 당시 헐리우드 황금기 스타들이 여럿 출동했으며 자유를 향한 인간의 영원한 투쟁을 보여주는 진정한 마스터피스(주: 디스크 표지의 작품 안내에서 발췌. 큐브릭 감독은 죽어도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것)답게 당대 모든 매체로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개봉 60주년을 맞은 2020년에 발매된 최신최고 스펙 디스크 4K UltraHD Blu-ray (이하 UBD) 스팔타커스가, 제가 DP에 작성하는 123번째 UBD 리뷰의 대상입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전체용량 87.7G/본편용량 77.7G, HDR10 & 돌비 비전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2.20:1/ 비트레이트 39.73Mbps(HDR10) + 4.49Mbps(DV)
최고 품질 사운드: DTS:X (영어)
* 2020년 7월 23일 UBD 국내 정식 발매. 동봉 BD는 2015년 발매된 리스토어 에디션.
스팔타커스 UBD는 영상 평균 비트레이트가 헐리우드 메이저 타이틀 평균 대비 꽤 낮은 편입니다.(일반적으론 50Mbps대) 러닝 타임이 길되 한 장의 디스크에 넣으면서 서플도 넣다보니 좀 제약이 가해진 셈인데, 그래도 FEL 스펙의 돌비 비전 레이어까지 합치면 대략 44Mbps 정도는 되며 실제 영상은 후술하듯 UBD만의 차별감을 보여 주고는 있습니다.
참고 삼아 덧붙이면 스팔타커스 UBD는, 유니버설 유럽 스튜디오에서 발매한 일부 유럽판본(스페인판 등)에선 HDR10+와 돌비 비전을 동시에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근데 정작 정발판 UBD는 핀란드 발매판 디스크(를 수입한 것)인데 이 디스크에 HDR10+ 가 없고, 비트레이트 등 세부 스펙도 (한국어 자막이 없는)북미판 UBD와 완전 동일해서 정말 HDR10+ 판본이 존재하는 건지 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 서플 사항
스팔타커스는 UBD와 패키지 동봉 BD(= 2015년 리스토어 BD) 둘 다 동일한 내용의 서플을 수록했습니다. 다만 UBD에는 동봉 BD에 있는 이미지 갤러리가 없고, 그대신 패키지에 동봉된 BD에선 SD해상도(480i)로 수록된 서플도 UBD에선 모두 1080p(업 스케일)로 수록.
- I Am Spartacus: A Conversation with Kirk Douglas (1080p, 9분 39초)
- Restoring Spartacus (1080p, 9분)
- Deleted Scenes (1080p, 총 7분 41초)
- Archival Interviews (1080p, 총 7분 40초)
- Behind the Scenes Footage (1080p, 5분 7초)
- Vintage Newsreels (1080p, 총 4분 56초)
- Theatrical Trailer (1080p, 2분 45초)
서플 내역은 2015년 발매된 리스토어판 BD에 수록된 것과 동일합니다.(= 2010년 구판 BD에 비해서는 I Am Spartacus와 Restoring Spartacus 두 가지 영상 특전이 추가됨)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오래 전의 귀한 영상들이라 양이 얼마든 보존 가치는 많다고 봅니다.
정발판에는 UBD/ BD 모두 서플에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 영상 퀄리티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한 결과물입니다.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스팔타커스는 슈퍼 테크니라마 70 카메라를 사용한 35mm 필름 촬영작입니다.(슈퍼 테크니라마 70은 35mm 촬영 결과물을 70mm 필름에 확대 전사하는 기능을 가진 카메라) 이 확대 네거는 순 화질상으론 35mm 필름의 그것과 다를 게 없으며, 실제로 디지털 스캔에 쓸 수 있는 원본 네거도 35mm 판형만 남아있기 때문에 유니버설이 2015년 리스토어 BD 및 2020년 UBD 발매를 위해 스캔한 네거도 이 35mm 네거입니다.
(2010년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일단 구판 BD는 개봉 50주년 기념 UNCUT & Fully Restored라는 선전 문구를 달고 나왔지만, 당시 기준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화면비도 원본 네거와 좀 다른 2.22:1에다 상하좌우 오버스캔으로 정보량이 줄어든 것은 물론, 해상감이나 디테일 캐치 상태 등 모든 점에서 DVD나 간신히 벗어난 수준입니다.
(2010년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한편 2015년에 유니버설이 열과 성을 다해 새로 리스토어한 리스토어판은, 이번엔 당시 기준으로도 좋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봐도 썩 괜찮지만, 스크린 샷에서도 바로 드러나듯 UBD는 거기서 또 한 수 위의 해상감을 보여줍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스크린 샷만 바로바로 비교해 봐도 손쉽게 알 수 있으니 설명 생략.
(2010년 구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한편으로 컬러리스트의 색감 방향성은 2015년 리스토어판의 경향을 UBD도 답습하고 있습니다.(광색역/ HDR에 따른 차등은 후술) 2010년 구판 BD의 경우 붉은 끼가 지나친 감이 있어서 종종 황/녹색 낀 화면을 선호하는 유저 입장에서도 마뜩찮은 편이란 평을 들었는데, 리스토어 BD - UBD는 보다 네거 필름(코닥 25T 5248)에 가까운 색감으로 돌아왔습니다.
(* 이 이상은 구판 BD를 논할 가치가 없어 보이니, 이후엔 신판 BD/ UBD 스크린 샷만 게재합니다.)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한편 이번 UBD는 하이 다이나믹 그레이딩도 상당히 주의깊게 잘 적용되어, 신판 BD에 비해서도 명암부 모두에 걸쳐 계조와 디테일 표현력이 덩달아 더 섬세하게 살아납니다. 동시에 신판 BD에서도 좀 투미하게 밀려나간 그레인감도 보다 확실하게 살아났고 덩달아 HDR 그레이딩에 따라 노이즈화 된 그레인이 좀 끓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필름 질감 재현력이 좋아서 이해해 줄 수준은 됩니다.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한편 돌비 비전 출력 시엔 HDR10에 비해서도 주로 블랙을 더 다잡으면서, 결과적으로 (상대적 명암비 체감차에 의해)보다 쨍하면서 + 더 고급스러운 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 장면의 경우 (OLED C9 기준)돌비 비전에 그림자가 한층 더 깊게 표현되면서도 디테일을 먹지 않고 윤기를 유지하며 & 갑옷 하의의 백색 기조와 흉갑의 누르스름한 색채 대비가 HDR10 보다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아울러 색감면에서도 광색역을 너무 나대지 않으면서 점잖게 & 하지만 생기있게 표현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론 상당히 좋은 구작 UBD화의 예시로 꼽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만 a. 원본 필름의 보존성 문제인지 UBD에서도 종종 해상감이 멍해지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며, b. 이전의 프리뷰성 게시물(하단 링크)에서도 언급했듯이 구판 BD에서 프레임이 빠진다고 지적받은 부분들도 (신판 BD를 거쳐)UBD에서도 마찬가지인 게 아쉬운 정도.(아무래도 해당되는 네거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이거나 소실된 듯.)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참고로 UBD는 2020년 새로 리마스터하면서 스캔 위치를 약간 다르게 잡았으며 그 영향으로 신판 BD에 비해 하단 정보량은 좀 더 적고 상단 정보량은 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2015년 스캔 당시 세로 왜곡이 있던 부분들을 2020년 새로 스캔하면서 바로 잡은 신들은, 그대신 상하 정보량이 모두 더 적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위 장면이 그런 경우.
(2015년 리스토어판 BD/ 3840x2160 리사이징) * UBD 패키지 내 동봉 BD와 동일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전체적으로 볼 때 스팔타커스 UBD는 돌비 비전 출력 화면 기준, 유니버설제 클래식 아날로그 필름 UBD 중 최고 레벨의 화질을 들고 나왔다 봅니다. 35mm 네거에서 긁은 것치고 이만큼 괜찮은 UBD 화질을 보여준 건 다른 제작사의 그것들 중에서도 드문 수준. 단지 (소니가 발매한)[ 아라비아의 로렌스 ] UBD처럼 디스크 2장 쓰면서 비트레이트를 더 아낌없이 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살짝 아쉬운 정도네요.
- 음성 퀄리티
스팔타커스는 구판 BD에선 DTS-HD MA(24/48) 5.1ch > 신판 BD에선 DTS-HD MA(24/48) 7.1ch > 이번 UBD에선 DTS:X(24/48)를 수록하면서, 착실하게 사운드 포맷을 빌드 업한 게 특징입니다.
이번 UBD의 DTS:X는 일단 서곡부터가 (신판이든 구판이든)BD들보다 좀 더 힘있고 선명하게 울리는 감이라, 시청자를 장악하는 힘이 가장 좋습니다. 음성 비트레이트부터 신판 BD에 비해서도 1Mbps가량 더 부은 데다 다시금 리마스터하면서 실제 전달되는 정보량과 S/N 모두 개선된 느낌.
한편으로 전면 채널의 분리감, 오래된 작품치고 상당한 볼륨감이 있는 저역도 쏠쏠한 편. 연설 신이든 검투 액션 신이든 종종 이 작품이 60년도 개봉작임을 잊을만큼 각종 SE가 꽤 싱싱하게 들리며, 전반적인 다이나믹 레인지감도 좋습니다. 비록 돌비 스테레오로 프린트 된 아날로그 트랙에서 분리했기 때문에 (BD에서도 그랬지만)UBD에서도 의도적으로 리어를 적극 활용하게끔 믹싱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고 & 천장 채널도 적극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순수하게 절대 음질 측면에서 신판 BD에 비해서도 진일보가 들리는 게 꽤 고무적인 편.
특히 스펙타클한 대규모 전투 신에서 말 달리는 소리 등이 들려주는 저역은 신판 BD 대비로도 더 단단하고 힘이 있어서, 한층 선명해진 영상과 함께 보다보면 정말로 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런 장면들에선 서라운드감도 제법 있거니와 전술한대로 전체적인 사운드의 명료성이 개선된 덕에, 몰입감 자체가 배가됩니다. 비록 오버헤드 활용성은 적어도 DTS:X 퀄리티 데몬스트레이션으로 충분한 일품이라 들리네요.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라도 적어야 직성이 풀린다면, 영상과 마찬가지로 음성에서도 종종 명료함이 꽤 많이 떨어지게 들리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 정도. 근데 이건 신판 BD 당시에도 그랬던 거라서, 역시나 원본 문제로 들리기 때문에 크게 흠잡기 보단 어쩔 수 없는 한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도 봅니다. 아무튼 블닷컴의 경우 신판 BD 공식 리뷰에선 오디오가 5/5이고 UBD 공식 리뷰에선 오디오가 4.5/5인데, 상대적인 비교로는 분명 UBD가 신판 BD보다도 우위에 있기 때문에 영상이나 음성이나 안심하고 UBD로 대동단결해도 됩니다.
- 첨언
서문에 언급한 이유로 이 영화는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볼 영화는 아닙니다만, 개인적으론 그래서 재미있게 본 구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원로원이나 수도 로마에 없었던 카이사르(존 게빈 분)가 버젓이 나오는 건 (역사적 유명 인물의 이름값에 편승한)애교라 치고, 실제 역사에선 스팔타커스 전쟁 이전에 대가 끊긴 '그라쿠스' 가문명을 가진 의원(찰스 로튼 분)이 노예들의 대변자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건 이 영화가 원하는 주제라든가 교훈의 방향성 같은 걸 한 마디로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더구나 커크 더글라스 씨가 바랐던 바가 비록 완벽하게 구현되진 않... 은 것 같아도, 영화 속 스팔타커스 씨는 확실히 로마 제국에서 노예 제도를 철폐하려는 투사 같은 인물로 나오면서도 & 여인에게 정도 주고 사랑도 바치는 남자로서의 모습도 나오는 등 이른바 '극적 영웅물'로 보기에도 별 무리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어떤 것에 집중하든, 3시간 17분을 꽤 의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게 이 영화 최대의 장점.
이렇게 교훈도 있고 재미도 있고 잘 생긴 주연들도 있는 이 영화가, 본문에 논한대로 UBD 퀄리티 역시 나무랄 데 없이 나왔습니다. 여러 말 필요없고,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구판 - 신판 BD 다 있더라도 바로 지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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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참 많이 본 영화임에도 또 새로운 매체가 반가운 걸 보면요.
어려서부터 TV에서도 많이 보고 새로운 매체가 나올 때마다 매번 구입해 감상하고 스틸북도 몇 종류 있어서 그런지 벌써 질렀어야 함에도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도 카트에만 담겨 있네요.
그래도 역시 4K로 접하지 않을 수 없는 명작이라 조만간 구입해 감상하고 스틸북에 합체해 놓을까 하네요. 조지마님의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고 있으니 더욱이죠. 상세하고 친절한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