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리뷰] UHD-BD 리뷰 - 카게무샤 (일본판)
일본 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위대한 스펙터클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 카게무샤 ](원제: 影武者)는 일본 1980년/ 한국 1998년에 개봉한 영화로, 개봉 43년째인 올해 일본에서 4K 리마스터를 거친 4K UltraHD Blu-ray가 발매되었습니다.
필자는 이 영화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 43년 전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아니면 줄거리라든가 영화사적 의미 같은 것들을 굳이 줄줄 설명해서 많은 분들을 지루하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 서두에도 적은 대로 한국 개봉 광고 카피 한 줄로 갈음하려 합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저 일본 영화사에 빛나서라든지 스펙터클(만) 대단한 영화라서는 아니지만, 그럼 뭐가 더 있는지에 대해선 음미한 사람들끼리의 비밀로 남겨 두십시다. 리뷰어라면서 리뷰는 안 하고 뭔 비밀일기라도 쓰나?! 하고 힐난하신다면, 이거야말로 카게무샤스러운 리뷰... 라서가 아니고 본 리뷰는 4K UltraHD Blu-ray(이하 UBD)에 대한 고찰만으로도 내용이 꽤 많아서 그렇습니다.
- 카탈로그 스펙 (일본 토호 발매반)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SDR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52.98Mbps
음성스펙 LPCM 4.0ch & LPCM 2.0ch
자막 일본어 (청각 장애인용)1종 (off 가능)
* 패키지는 본편 4K UltraHD Blu-ray 1Disc 구성
일단 SDR에다 평균 비디오 비트레이트도 53Mbps 남짓이라, 일반적인 UBD 기준으로 스펙면에서는 사실상 평범보다 좀 못한 편입니다.
다이나믹 레인지야 제작사의 의도가 깔린 문제이니 그렇다치고, 비트레이트는 아무래도 러닝 타임이 180분에 달하는 작품이다보니 디스크 한 장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이렇게 구성한 듯한데... 실제 퀄리티와 별개로 다소 아쉬움은 남는 편.
- 서플 사항
일본판 카게무샤 UBD는 디스크 한 장짜리 패키지답게 모든 서플이 UBD에 수록되었습니다. 모든 영상 특전의 스펙은 2160p/ SDR입니다.
- 특보1/ 2 (2분 8초, 3분 21초)
- 예고편 (3분 28초)
- TV Spot 1/ 2/ 3 (19초, 20초, 20초)
- 퍼블리시티 선전용 영상 (11분 3초)
- 스틸 갤러리 (스틸 스냅, 선전 자료, 팸플릿 외)
특보/ 예고편/ TV 스팟이야 이름만으로 이미 짐작들 되실 것이고, 퍼블리시티 영상도 내레이션이나 인터뷰 하나 없이 그저 촬영하는 모습을 찍은 것뿐이라 > 제법 깔끔한 화질로 쿠로사와 감독의 모습을 (잠깐잠깐 지나가듯)볼 수 있다... 외에는 별 의미는 없는 수준입니다.
그나마 TV Spot처럼 80년 당시 소재들도 모두 원본 필름 리마스터를 했는지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는 것과, 당시 소재인 덕에 나카다이 씨가 아닌 카츠 신타로 씨의 신겐을 볼 수 있다는 것(쿠로사와 감독과의 불화로 인해, 배역 결정 후에 교체) & 그리고 스틸 갤러리 수록 소재 역시 당시 지면이나 사진 소재를 대개 망라해서 아카이브 가치는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
- 영상 퀄리티
[참고] 본 리뷰에는 UBD 스크린 샷을 첨부합니다. 스펙 항목에 기술한대로 본 UBD는 SDR 영상을 담고 있는 관계로, 별도의 HDR 맵핑 스크린 샷은 없습니다.
1.
카게무샤의 Blu-ray(이하 BD)는 마스터링 과정으로 볼 때 크게, 크라이테리온 발매판(2009년 발매. 일본 공개용 180분판이며, 같은 해 발매된 일본 토호판 BD도 크라이테리온과 같은 마스터를 전용한 것으로 알려짐)과 20세기 폭스 발매판(2011년 발매. 해외 공개용 159분판)이 있습니다.
개중 20세기 폭스 발매판은 한국에도 정식 발매되었기에, 국내에선 아무래도 언어 장벽이 있는 크라이테리온판보다 이 판본으로 접하신 분도 많으실 듯합니다.
2.
한편 올해 발매된 카게무샤 UBD는, 토호에서 현재 가장 상태가 좋은 원본 네거를 끌어모아 새롭게 4K 리마스터 처리 마스터를 제작/ 수록했습니다. 이게 비용이 많이 들었는지, 이 마스터 하나 가지고 UBD 따로(6600엔) 신판 BD 따로(5500엔) 낸 건 안비밀이고요.
또한 여기에 소개하는 카게무샤를 포함해서, 토호가 이번에 발매 및 발매 예정인 모든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작 UBD들은 전부 다이내믹 레인지가 (BD와 동일한)SDR입니다. 그래서 발매 전부터 왈가왈부가 꽤 있었는데,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다이내믹 레인지를 떠난 영상 퀄리티 자체는 과거 어떤 BD보다도 진일보하긴 했습니다.
3.
크라이테리온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일본판 UBD. 대표적으로 폭스판 BD보다 영상 디테일과 그레인 모두 더 잘 살린 크라이테리온 BD(+ 컨슈머 업 스케일)대비로도, 이번 일본판 UBD의 그것이 한층 더 돋보입니다.
또한 크라이테리온 BD에서 지적된 다소 누런 끼가 빠지고, 블랙도 한층 더 가라앉되 계조나 암부 디테일 손해는 거의 없어서, 같은 SDR 영상이지만 UBD의 그것이 한층 더 투명한 느낌입니다.
크라이테리온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일본판 UBD. 그대신 명부의 밝기도 좀 더 내렸는데, 이러다보니 일본 UBD의 그레인 효과가 크라이테리온 BD보다 실제로는 더 촘촘하게 잘 나오는 데도 > 눈에 거슬리는 건 덜하는, 결과적으로 NR로 밀지 않으면서 체감상 타협을 본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크라이테리온 BD에서 가끔씩 나오던 인코딩 에러스러운 잡노이즈도 거의 일소해서, 상당히 이쁜 필름라이크 때깔을 보여주는 것도 장점.
크라이테리온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20세기 폭스판(= 한국 정식 발매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일본판 UBD. 한편 세 판본을 모두 비교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 폭스판은 일단 스캔이 일괄적으로 살짝 삐딱하게 되어 있고, 화면 전반적인 누런 끼가 크라이테리온판보다 더 심하며, 필름 잡티 처리도 크라이테리온보다 상태가 안 좋습니다.
> 크라이테리온판은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있으며, 일본 UBD 대비 스캔 위치가 조금 달라서 화면 상/좌/하 정보량은 일본 UBD보다 더 많고 & 우측 정보량은 약간 더 적습니다.
> 일본 UBD는 역시 앞서 언급한 장점들이 있으되, 색감면에선 앞선 양 BD 판본 대비 다소 가라앉은 편입니다. 명암 모두 밝기를 다소 낮춘 것도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필름 상태가 10년 정도 더 흐르면서 열화가 더 진행된 탓이 있는 듯.
크라이테리온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20세기 폭스판(= 한국 정식 발매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일본판 UBD. 결국 총평하면 이런 셈입니다.
a. 디테일과 암부 깊이면에선 일본판 UBD가 이전 BD들(+ 컨슈머 업 스케일 비교라도) 대비 크건작건 러닝 타임 내내 우위이며, 기타 잡티나 노이즈도 가장 적고
b. 체감되는 전체 다이내믹스면에선 비슷하되, 암부 표현이 좋은 디스플레이일 수록 UBD가 가장 필름라이크한 모양새를 보여주는 편이며
c. 색감면에서는 색표현 방향성이 달라졌으되 (방향성을 차치하고 비교할 때)어필력도 다소 줄었으며, (스캔 방식상의 차이도 있지만, 열화 부분을 커팅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정상)화면 정보량면에서도 이전 BD들 대비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크라이테리온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20세기 폭스판(= 한국 정식 발매판) BD (Caps-a-holic 제공, 무가공 조건이므로 1920x1080)
일본판 UBD. 그리고 이로 미루어 볼 때 만약 토호가 UBD 마스터를 제작하면서 HDR 그레이딩을 했다면
> 특히 불꽃 등의 일부 광원 등에서 좀 더 어필력 증가 효과를 보긴 했겠지만
> 그대신 노이지 그레인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광색역화를 해서 얻는 체감 색감상의 잇점도 거의 없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SDR로 타협을 보면서 4K화의 장점만 취하려 한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서 아직 루머로만 언급되는 크라이테리온판 쿠로사와 감독 UBD 세트가 HDR 그레이딩으로 나온다면, 비교해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할 듯.
- 음성 퀄리티
카게무샤 UBD의 음성 트랙은, (09년 발매된 일본 구판 BD에도 들어갔던)4-Track 스테레오 릴에서 디지털 마스터링한 LPCM 4.0ch 트랙(24/48, 4608kbps)과 & 오리지널 마스터링으로 따로 채록한 LPCM 2.0ch(24/48, 2304kbps) 트랙이 함께 수록되었습니다.
참고로 크라이테리온판 BD는 마스터링 소재는 같되 코덱 처리를 거쳐 DTS-HD MA 4.0ch 트랙(24/48, 2586kbps)으로 수록했으며, 폭스판 BD는 여기에 추가 리믹싱을 더한 DTS-HD MA 5.1ch 트랙(24/48, 3437kbps)이 메인 오디오 트랙입니다.
원래 카게무샤는, 음성면에선 다소 어쭙잖은 리믹싱을 거친 폭스판 BD보다 vs 원본 4-Track의 감각을 살려서 수록한 크라이테리온판 BD 쪽이 더 나은 인상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점들이 전반적으로 호평할만한 요소.
a. 믹싱상 섭 할당 채널은 빠졌음에도 존재감 있는 저음(북소리라든가 말발굽 소리 등)이나,
b. 연식 생각하면 상당한 선명감을 들려주는 대화 및 스코어,
c. 현재 영화 대비 다소 좁긴하지만 그래도 먹먹한 수준은 아니며, 이 시기 영화들의 평범한 디지털 사운드 대비로는 오히려 꽤 고역이 열려있기도 한 사운드 다이내믹스
이에 대해 일본판 UBD의 경우, 메인 LPCM 4.0ch 트랙 자체는 크라이테리온과 동일 마스터링을 거친 후에 단지 DTS 코덱을 거치지 않고 그냥 쌩으로 수록한 것이라, 특성도 거의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크라이테리온은 사운드 리마스터링 작업에 대하여 '(오래된 릴에서 흔히 발생하는)사운드 노이즈나 에러 사항을 Pro Tools HD를 이용하여 수동 제거했다.'고 밝혔는데, 일본판 PCM 4.0 트랙도 그 처리된 감각이나 포인트도 동일하고요.
대신 굳이 논한다면 시스템, 특히 AV앰프의 DTS 코덱 디코딩 처리 능력에 따라 퀄리티 편차가 다소 생길 수 있는 크라이테리온 BD 대비/ 아예 무압축인 LPCM이라 시스템 재현성 편차가 더 작은 일본판 UBD(및 구판 BD)가 더 '편하게' 재생할 수 있는 트랙이긴 합니다.
마침 영상면에서 4K지만 (HDR 대비 재생 편차가 훨씬 작은)SDR이기도 하거니와 음성도 비슷하게 이처럼 재생 난이도가 낮은 장점이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이 일본판 UBD는 상당히 컨슈머 친화적(?)인 디스크란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거기에 의미를 두고 재생하면서, 이 오래된 영화를 지금도 어느 정도 깔끔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음미하시면 되겠습니다.
지금 볼 수 있는 최고의 카게무샤
토호가 손 댄 이번 일본판 카게무샤 UBD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본문에 모두 논했습니다.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자면, 아쉬운 점은 있어도 전체적으로 볼 때 지금 볼 수 있는 최고의 카게무샤인 건 확실하고요.
더불어 (지금까지 발매된 작품들을 토대로 미루어)다른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작 UBD가 나오는 모양새도, 세부 평가 항목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런 기조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하자면 '되도록 현재 리마스터링 제작진의 주의주장을 곁들이지 않고, 되도록 재생 편차가 크게 나지 않는 얌전한 4K화를 추구한다.'로 정의할 수 있겠네요.
이 기조가 마음에 드는 쿠로사와 감독 팬이라면, 이번 토호판 UBD를 모으시고 영원히 간직해도 좋겠습니다. 단지 루머대로라면 아직 크라이테리온이 대기중인데 이 일본판 UBD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으므로(UBD 1Disc 패키지 가격이 편당 정가 6600엔), 좀 더 기다려 보신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은 일일 듯.
[참고] 리뷰 시스템
플레이어
· 파나소닉 DP-UB9000 JL = (V90R용)BD(4K 업 스케일) 및 UBD 출력
= 유사 8K Off, SDR 레이저 컨트롤 모드 off
· AV프로세서: 스톰오디오 ISP MK2
= 룸EQ(디락) & 음장 & 기타 효과 모두 Off, 스피커 위치에 따른 채널별 볼륨 조정 only
· 파워 앰프: 스톰오디오 PA8 Ultra MK2
= 프런트 브릿지, 센터 바이 앰핑/ 이외 채널 노멀 모드
스피커
· 브라이스턴 모델 T(프런트, 리어), TC-1(센터)
리뷰 룸
전면 콘크리트 구조, 내장 후 실측 5.6m(가로)x8.8(세로 우측)/9m(세로 좌측)x3.5m(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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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고 뭐고 잘 모르던 20살 어리버리한 학생에게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그 작품이군여.
구로사와의 작품들을 두루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각별합니다.
눈 감고 베어버릴 거 같은 다케다 신겐은 무척 신선합니다.(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