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잡담] 매트릭스의 모피어스가 나한테 찾아와서 하는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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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1 05:15:00
어느날 모피어스가 저한테 찾아왔습니다. "지금 자네가 살고 있는 세상은 구라일세"
제가 놀라서 되묻죠. "그럼 저희 엄마, 아빠, 동생, 일가친척, 친구들도 매트릭스의 꼬붕이들인가요?"
모피어스 가라사대 "그렇다네. 그러므로 어서 이 약을 먹게. 그럼 진실을 알게 될 것이야"
"싫은데요."
"아니, 왜?"
"그게 가짜인줄 어떻게 압니까? 설령 가짜일지라도, 난 내가 현재 매트릭스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게 만족스럽습니다. 매트릭스 안에서 키워온 나의 가치관에 대한 확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당신의 말 한마디에 단숨에 포기할만큼 의지가 약하다면 지금쯤 이러고 있지 않겠죠."
특수효과와 사운드의 공습이 줄어든 TV판을 보니 전에 놓치고 있던 몇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첫번째는, 매트릭스의 기본 설정은 마치 하나의 종교와 같다는 거죠.
사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매트릭스가 쇼를 하든, 똥을 싸든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리 거짓일지라도 한 개인이 매트릭스 안에서 사랑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산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단지 매트릭스가 거짓말 기계라는 점때문에 개인이 이러한 개별적인 가치관을 무차별로 때려부수어야 하는 건가요?
그래서 매트릭스는 기본 설정은 조금 무섭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암울한 미래관이 정당성을 심어준다는 사실만 뺀다면, 매트릭스는 진실과 거짓이 아닌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사람들의 또다른 믿음을 챙기지 못합니다. 결국 매트릭스란 영화 자체는 거짓과 진실,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한편의 종교 우화라는 거죠.
그래서 매트릭스 속에서 악당 겸 배신자로 나온 그 대머리아저씨가 오히려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그 사람은 배신이란 보편적인 죄악을 뺀다면 평범한 사람들의 기본적이고 충동적인 욕구를 따른 것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모피어스가 사이버 교주 겸 사기꾼 같지 않습니까? 전 모피어스를 볼때마다 자꾸만 빠순이들을 둘러싼 채 Rock의 진정한 열정에 대해 떠드는 무뉘중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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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하고 싶른 건 위에 브레이브님이나 모세얘기같이 그리 거창한 얘기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깨어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자의식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만..나뿐이 아니라 주변 상황 생각하고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나가려고 하는 것이 황야로 내몰리는 일입니까..?..저는 개개인한테 네오같은 리더가 되자는 게 아닌데요..?현실에서의 자기안위만 생각한다면 배부른 돼지와 틀릴게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