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최다 코멘트 의사 오진 관련해서 한마디
과실치사로 실형을 받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를 떠나서 그 사건에서 실형을 받은 첫번째 병원의 의사들이 그 소아의 사망에 책임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신생아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소아의 경우 횡경막 탈장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드문 일입니다. 만약 횡경막 탈장으로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건 탈장 부위가 압박되어 장이 괴사되면서 패혈증이 발생해서 사망하는 경우나 장과 흉수가 폐를 눌러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양상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 아이가 두번째 병원을 방문했을 때 고열과 호흡곤란이나 여러가지 안 좋은 증상과 징후를 보였을 겁니다. 만일 아이가 패혈증이나 호흡곤란으로 인해 사망했다면 첫번째 병원의 의사들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사건의 양상은 그렇지를 않습니다.
아이가 두번째 병원을 방문했을 때 x-ray 검사상에서 탈장과 흉수가 보였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환아가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혈색소 수치는 16.4g/dl 로 매우 정상이다 못해 높은 편이었고, 혈압 또한 110/70mmHg 로 정상이었습니다. 몸에 피가 부족한 저혈량 상태를 시사하는 소견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호흡곤란에 대한 기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멀쩡하던 환아는 갑자기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는데, 사건의 개요를 보면 두번째 병원에서 흉강천자를 받은 후 대량출혈과 함께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옵니다. 제가 보기엔 이 흉강천자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3시간 사이에 2리터의 흉수와 피가 흉관으로 나왔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8세 소아의 피 전부를 실혈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일반적인 흉강천자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애초에 흉강천자를 굳이 할 필요가 있었는지 자체가 이상하지만요. 개요만 봐서는 호흡곤란이 있었다는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흉강천자 후 산소포화도가 하강했다고 되어있으니까요. 아마 탈장이라는 걸 몰랐고, 그래서 그냥 흉수만 보고 흉강천자를 한 게 아닌가. 탈장인 줄 알았다면 그 의사는 흉강천자를 안 했을 겁니다. 호흡곤란으로 당장 죽을 상황이 아니었다면 말이죠. 흉강천자하다가 장을 찌르게 될 테니까요. 만일 흉강천자가 아니라 그날이든 며칠 후든 횡경막 탈장 수술을 했다면 아이는 아무 문제 없이 퇴원했을 것입니다. 흉강천자를 했더라도 제대로 했다면 아무 일 없었을 겁니다. 설혹 흉강천자로 문제가 있었더라도 대량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한 즉시 응급수술을 했었다면 그 역시 생명에는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제 전문과목은 아닙니다만, 이번 사건은 제 의학지식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으며, 책임을 묻는다면 두번째 병원의 의사들의 과실이 훨씬 커 보이지 첫번째 병원의 의사들에게 물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첫번째 병원 의사들이 오진은 했다손 치더라도 사망 원인과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만일 그 아이가 첫번째 병원을 가지 않고 바로 두번째 병원을 갔었어도 그런 식이라면 사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두번째 병원의 의사는 무죄로 났고 첫번째 병원의 의사들은 유죄에 실형까지 떨어졌는데, 글쎄요. 누군가 잘못된 의학 소견을 냈거나, 제대로 소견을 냈는데 판사가 잘못 이해했거나, 아니면 누군가 힘을 써서 책임을 첫번째 병원 의사들에게 전가시킨 것이겠죠.
법원이 이상한 판결을 내린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그때 그때 보는 사람의 마음대로인 경우가 많죠. 평소에는 법원이 개판이라고 욕하다가도 자신의 감정적인 판단과 일치하면 그때는 또 법원이 그렇게 판결을 내렸으니 그게 무조건 맞는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객관적인 태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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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중급 산부인과에서 산모가 출산 직후 출혈이 심했고, 담당의의 신속한 조치로 종합병원에 트랜스되었습니다. 산모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거쳐 병실로 올라갔다가 사망했습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산모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종합병원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환자 보호자는 폭력배까지 동원(그쪽 계통입니다)해 산부인과를 점거했고, 이 병원은 큰 고초를 거쳤습니다. 트랜스된 종합병원이 국내 메이저 종합병원이라서 다 뒤집어 쓴 경우이지요.
본문을 읽고 나니 혹시 이번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본문 내용으로 보건데, 두 병원 모두 횡경막 탈장은 캐치해 낼 수 없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첫번째 병원 의사 4명과 두번째 병원에서까지 모두 횡경막 탈장을 진단 못했다면, 이건 일반적인 진단 문제가 아닌듯 싶습니다.
개원의협의회 성명서를 보니 7세 소아의 횡경막탈장을 진단해 내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까지 언급하더군요. 이를 진단해내지 못했다고 법정 구속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세한 상황을 알지도 못한채 무조건 비난만 가하는 일부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