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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클린트 이스트우드 신작 '리차드 주웰'과 원작 실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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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29 02:10:34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작,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 ‘리차드 주웰’ 예고편이 10월 3일 공개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공원 폭탄테러 사건을 다룬 실화인데, 제가 사는 동네이기도 하고, 실제 사건 현장인 올림픽공원도 매일 퇴근하면서 들르는 곳이라 관심이 갑니다. 부디 영화 예고편을 한번 보시고, 사건 개요도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실화이고 상당히 길기 때문에 읽기 싫은 분을 위해 12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최중 센테니얼 공원에서 폭탄 테러가 벌어짐. 1명 사망, 111명 부상.

 

2.폭발 직전 경찰관 지망생이자 계약직 경비원 ‘리차드 주웰’이 폭탄을 발견하고 주변 인원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최소화함. 언론으로부터 영웅 대접 받음.

 

3.FBI 본부 심리분석관이 “범인은 실패한 경찰간 지망생이며, 자작 테러극을 벌이고 이를 저지해 언론에 인정받고 싶은 영웅심리에 가득찬 인물”이라고 분석함.

 

4.언론보도를 본 대학 총장이 “주웰은 우리 대학 경비원이었는데, 일을 크게 벌이는 영웅심리 가득찬 남자”라고 FBI에 신고함. 사실은 주웰이 학생 비행을 너무 많이 적발해 부당하게 짤린 것이었음.

 

5.FBI는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 마당에, 주웰을 테러범으로 결론 내리고 수사 시작. 그러나 이렇다할 물증 발견 못함.

 

6.FBI는 ‘빨대’를 통해 언론에 정보를 흘리고, 신문과 방송에 “영웅 경비원, 사실은 폭탄테러범인가”라는 특종이 터짐.

 

7.FBI, “폭탄테러 예방 비디오를 찍자”며 주웰을 속여서 FBI본부로 소환시킴. 취조실에서 주웰에게 불리한 진술서에 서명 강요함. 주웰은 변호사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함.

 

8.기자 수백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7시간 동안 압수수색. 속옷부터 냉장고 개사료까지 탈탈 털어감. 2개월 동안 정찰비행기까지 동원해 육해공 입체적으로 감시.

 

9.올림픽 취재하러 온 기자 수백명이 주웰의 집에 달려들어 2개월 동안 밤새며 생중계하고, FBI발 정보로 시시콜콜한 기사를 쏟아냄. 최고 권위의 유명 TV앵커는 8시 뉴스에서 “주웰을 빨리 잡아들여야 한다”고 주장.

 

10.FBI와 언론이 2개월 동안 탈탈 털었는데도 물증은 전혀 안나오고, 오히려 주웰의 알리바이만 나옴. 그러자 FBI, “사실은 성명불상자와 공모했다”고 말을 바꿈. 가족 친지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까지 탈탈 털어버림.

 

11. 그래도 증거가 안나오자 연방 검찰은 수사 개시 70일만에 “주웰은 범인이 아니다”라는 편지 쪼가리 한장만 주웰의 변호사에게 보냄. 본인에게 공식 사과 없음. 언론에겐 알리지도 않음.

 

12.테러 발생 6년만에 진짜 테러범 체포. 주웰은 대학 총장과 언론사 몽땅 명예훼손으로 고소. 언론사는 합의금 수십만달러를 지불하지만 사과는 안함. 재판 결과 나오기도 전에 주웰은 병으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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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올림픽이 한창이던 1996년 7월 27일 FBI 애틀랜타 지국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센테니얼 공원에 폭탄을 장치했다. 30분 준다.”

 

그 시간 올림픽 센테니얼 공원, 사설경비업체 직원 리차드 주웰이 벤치 아래서 수상한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즉시 경찰에 연락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13분 후 가방이 폭발했고, 1명이 사망하고 111명이 부상합니다. 사건 이후 리차드 주웰은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 영웅으로 언론의 찬사를 받습니다.

 

올림픽 100주년 현장에서 벌어진 테러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 FBI도 명예를 걸고 빨리 범인을 잡아야합니다. 그런데 FBI 하면 프로파일링의 원조죠.버지니아주 콴티코의 FBI 본부의 심리분석관이 즉시 테러범 범인상을 내놓았습니다.

 

“폭탄테러범은 외국이 아닌 미국인 백인 독신남자이며, 경찰관이 되려다 실패했으며, 그 반동으로 스스로 올림픽 현장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스스로 이를 방지해 영웅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시간에 애틀랜타 피드몬트 대학. 이 대학의 레이 클리어 총장은 리차드 주웰에 대한 TV보도를 보고 놀랍니다.

 

“아니, 저 사람 우리 학교 교내 경비원이었잖아. 학교 내에서 마약을 너무 많이 적발하고 교통티켓도 너무 많이 발부해서, 우리 학교 평판을 망칠까봐 내가 짤랐는데… 저런 인간이 영웅이라니?”

 

그는 즉시 FBI 본부에 제보전화를 겁니다.“리차드 주웰이란 사람, 수상한 사람이다. 조사해봐야 한다. 교내 경찰로 근무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학생을 야단치고 작은 사건을 크게 키우는 등 영웅심리에 도취된 남자다.”

 

당시 33세의 주웰은 경찰 지망생이었습니다. 본래 대도시의 번듯한 경찰관이 되고 싶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아파트 경비원, 시골 교도관 및 경찰 등을 전전하던 남자였죠. 그는 애틀랜타 올림픽을 맞아 경비원 일자리를 찾아 내려온 시골뜨기였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그는 큰 수술을 받고 요양중인 어머니를 봉양하며 애틀랜타 교외 아파트에 거주중이었죠.

 

클리어 총장의 전화를 받은 FBI 본부는 즉시 리차드 주웰에 대해 조사합니다.

 

“백인 중년 독신남,대도시 경찰관을 꿈꿨지만, 시골 경찰과 아파트 경비원 일을 전전하는 남자. 사소한 일도 크게 키우는 영웅심리…심리분석관 분석과 딱 들어맞잖아? 게다가 폭탄을 처음으로 발견한 남자? 살인사건도 첫 발견자를 의심해봐야 하는 법인데…혹시 이 남자가 폭탄 테러 자작극을 벌이고 영웅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

 

FBI는 리차드 주웰에 대한 조사에 착수합니다. 조사 착수 이틀만에 애틀랜타 지역 일간지 AJC와 CNN 기자들이 수사기관의 ‘빨대’로부터 리차드 주웰에 대해 알게 됩니다. AJC 기자는 즉시 데스크에 보고합니다.

 

“폭탄을 발견한 영웅이 사실은 폭탄 테러범이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취재원은 밝힐수 없지만…”

 

“취재원이 누군가? 취재원 없는 내용은 기사에 쓸수 없어. 좀더 알아봐.”

 

그런데 여기서 신문사의 높으신 분이 끼어듭니다.

 

“애틀랜타 지역 신문인 우리가 특종을 타 언론에 빼앗길 순 없지. 올림픽 기간에 모인 전세계 언론에 우리 신문의 매체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결국 테러 4일 후인 7월 30일 AJC는 호외를 냅니다.

 

FBI “영웅 경비원이 폭탄 설치 의혹” 수사중

 

이 호외를 본 CNN기자 역시 화들짝 놀랍니다. CNN본사는 애틀랜타 올림픽 공원 바로 옆에서 위치해있어, 자기 회사 코앞에서 벌어진 사건에 ‘물’을 먹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게다가 CNN기자들도 수사기관 ‘빨대’로부터 비슷한 정보를 입수했지만 보도를 주저하던 상태였습니다.

 

“거 봐요. 내가 말했잖아요. 확실한 정보라니까! 아직도 물먹고 싶습니까?”

 

CNN보도로 인해 리차드 주웰 테러 의혹은 미국 전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언론에 타전됩니다. 그러나 FBI는 정작 언론에 계속 딴소리만 합니다.

 

“공식적으로 확인해줄수 없다. 주웰 씨는 사건의 목격자이며 중요 참고인일 뿐이다”

 

그러나 얼빠질 정도로 순진하고 착한 주웰은 아직도 FBI를 믿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테러 현장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조사 대상 아니겠습니까? 나도 명색이 경찰관인데 공권력을 존중해야죠. 수사에 적극 협력하면 FBI가 곧 나의 누명을 풀어줄 겁니다.”

 

다음날 FBI는 주웰에게 FBI 애틀랜타 본부에 출석하라고 통보합니다.

 

“폭탄테러 예방 교육용 비디오를 제작 중인데 테러를 예방했던 당신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순진한 주웰은 변호사도 없이 혼자 FBI본부에 갑니다. 그러나 FBI는 그늘 어두운 밀실로 끌고간 후 서류에 서명을 하라고 합니다.

 

“나는 진술 거부권이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주웰이 “내가 용의자란 말이요? 변호사하고 통화하고 싶소”라고 하니까 FBI는 이렇게 말합니다.

 

“변호사를 왜 만나야 하는데? 아무 짓도 안했다면서. 당신은 영웅이잖소. 변호사를 부르는 건 뭔가 숨기는게 있다는 거요? 자, 누명을 씻을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 목소리, 머리카락 샘플이 필요해요. 이 전화기에 대고 말하세요.”

 

“센테니얼 공원에 폭탄을 장치했다. 30분 준다.”

 

변호사 없이 조사를 받고 집에 돌아온 온 쥬웰은 어머니와 함께 그날 밤 9시 NBC 뉴스를 보고 경악합니다.

 

“FBI는 현재 리차드 주웰을 체포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소 가능한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당시 최고의 권위와 신뢰도를 자랑하던 NBC 유명 앵커 톰 브로코였습니다. 쥬웰의 어머니 역시 톰 브로코의 열렬한 팬이었죠. 어머니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면서 다음과 같이 풀어봅니다.

 

“지금 톰 브로코가 뭐라고 말하는 거냐.”

 

“톰 브로코가 엄마 아들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네요.”

 

다른 언론들도 주웰의 신상을 탈탈 털기 시작합니다. 뚱뚱한 체구에 어벙한 미국 남부 사투리로 말하고 비디오게임을 즐기며,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주웰은 언론이 조롱하기 좋은 표적이었습니다.

 

“영웅이 사실은 테러범?”

“30살 먹고도 엄마 치마폭 안에 있는 마마보이”

“실패한 경찰관 지망생”

“영웅 심리에 가득찬 경비원”

“그가 연쇄살인자와 같은 취급을 받을지 주목된다.”

“리차드 주웰은 시골동네 람보, 뚱뚱한 외모의 실패한 경찰 지망생”

 

다음날 FBI가 주웰의 자택 압수수색에 나섭니다. 수백명의 기자들이 따라온 것은 덤입니다. FBI가 제시한 압수수색영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1996년 7월 27일 올림픽 센테니얼 공원에서 폭발한 사제폭발물 설치, 제조와 관련된 장치, 전화번호, 주소, 연락처가 기재된 모든 책, 잡지, 사진..”

 

그러나 순진한 주웰은 아직도 FBI를 믿고 요원들에게 말합니다.

 

“다 가져가세요. 카펫도 뜯고, 차도 다 가져가세요. 나도 한때 경찰관이었습니다.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소. 날 조사해보면 내가 아무 짓도 안했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겁니다.”

 

FBI 과학수사대, 증거수집팀, 폭탄대응반, 주류마약단속국 요원이 총 출동해서 7시간 동안 주웰의 아파트를 뒤졌습니다. 큰 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중인 어머니가 쓰러집니다. 아파트 밖으로 쫓겨난 주웰은 몇시간 동안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로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입을 연 주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화장실 가고 싶은데 잠깐 들어가도 되나요?”

 

“사실은 몇시간 전에 당신이 안에 들어와도 된다는 지시가 상부에서 내려왔소. 하지만 끼어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시오.”

 

7시간이 지나 저녁에 간신히 집으로 들어온 주웰은 자신의 CD플레이어가 박살이 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마도 CD플레이어로 위장한 폭탄인지 여부를 조사하던 것이었습다. FBI는 또 “수류탄 모양처럼 생긴 원형 물체”도 압수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주웰이 골동품 시장에서 산 수류탄 모양의 문진이었습니다. FBI는 주웰의 자동차도 압수해서 공군 C-130 수송기에 실었습니다. 버지니아주 콴티코 FBI 본부 분석실에서 자동차 부품 하나하나를 뜯어 분석하려는 것이었습니다.

 

FBI는 주웰과 어머니의 모든 사진, 소지품,비디오테입, 심지어 속옷까지 몽땅 가져갔고, 마룻바닥도 모조리 뜯어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부엌에서 저녁을 차리려다 쓰러져 울음을 터뜨립니다. FBI가 냉장고와 찬장에 있던 모든 음식, 심지어 개사료가 담긴 그릇까지 모조리 압수해 간 것이었습니다.압수수색 후 주웰의 어머니는 집안의 모든 옷을 빨았고, 바닥과 가구와 서랍장까지 모두 닦아야 했습니다. 집안 모든 가구와 전화기에 지문채취 가루와 증거수집용 약품으로 범벅이 돼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 순간 저녁 8시 TV뉴스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경비원 리차드 주웰의 집 앞에서 생방송 중입니다. 지금 제 뒤로 FBI가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수사 1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 않자, FBI에서도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웰 범인설의 치명적인 약점은 폭탄 협박전화였습니다. 폭탄협박 전화와 주웰의 폭탄 발견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고, 전화가 걸려온 공중전화는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최소 10분 거리였기 때문입니다. 주웰 혼자서 협박전화를 걸고 뛰어와서 폭탄을 발견한 척 소동을 벌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만약 테러 현장 바로 옆에 위치한 CNN과 AJC가 공중전화에 한번 가봤어도 이런 기사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남부 사투리가 심한 주웰의 목소리는 협박전화의 목소리와 전혀 달랐습니다.

 

그러자 FBI는 새로운 이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웰이 성명불상자와 공동 범행했다. 주웰은 사실 동성애자라서 서른이 넘도록 결혼을 안했고, 성명불상의 동성애인 공범이 주웰을 대신해 전화를 걸었다는 이론이었습니다. FBI는 대학생 가운데 동성애자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주웰의 피드몬트 칼리지 경비원 근무 시절 대학생 친구들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한 대학생은 FBI에게 붙잡혀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질문을 들어야 했습니다.

 

“당신 동성애자 맞지? 당신 친구가 영웅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판단한다. 만약 영웅이 아니라면, 그놈은 살인자일거야.”

 

한편 압수수색 이후 언론은 주웰을 거의 폭탄테러범으로 확정했습니다. 집밖에 최소 100-200명의 기자들이 고성능 카메라와 붐마이크로 진을 쳤습니다. 기자들은 심지어 창문 커튼 사이로 사진기를 들이밀기도 했고, 어떤 기자는 주웰의 아파트 바로 옆의 빈 아파트를 하루에 1000달러 씩 내고 빌려서, 그 안에 망원렌즈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창가 근처에서 고양이가 펄쩍 뛰었는데, 그 순간 집밖에서 카메라 플래시 수십개가 파파박 터지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며칠간 갖혀있던 주웰의 어머니가 개를 산책시키려 밖에 나가자 기자들이 몰려들어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당신 아들이 범인 맞습니까?”

“당신 아들이 사람을 죽인 것 맞습니까.”

 

어머니가 입을 꾹 다물고 무시하자 기자들 사이에선 다음과 같은 외침이 터져나왔습니다.

 

“당신네 가족 다 죽어버려라.”

 

언론은 주웰의 집에서 이렇다할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자, 그의 신상을 캐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은 주웰의 고향으로 알려진 시골 마을로 달려갔지만, 이렇다할 출생기록이나 학교 기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주웰은 수수께끼의 남자, 진짜 고향이 맞기나 한가?”라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은 주웰의 어머니가 재혼함에 따라 주웰의 성이 바뀌어 기록을 찾기 못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언론의 성화에 못이겨 주웰 고향마을의 시장은 기자회견까지 해야 했는데, 심지어 기자는 이런 질문도 던졌습니다.

 

“만약 주웰이 폭탄테러범이라면, 당신네 도시가 테러범의 고향이 된 데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습니까?”

 

“주웰은 이 동네에서 6살까지 살다가 이사했는데, 그것까지 시장이 책임져야 합니까?”

 

FBI의 감시도 계속 따라붙었습니다. 아파트 실내 수영장에는 FBI요원이 최소 3명 이상 상주해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주웰이나 어머니가 외출하는 순간 FBI 차량 3대가 따라붙었습니다. 굳이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감시함으로써 자백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였죠.

 

주웰은 거의 두달 동안 집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식사는 피자와 통조림만 먹었고, TV는 차마 보지 못하고 비디오만 봤습니다. 비디오도 스파이나 테러에 관한 내용은 보지 않았습니다. FBI가 비디오 렌탈 목록까지 압수해서 자신을 테러범으로 몰까봐였습니다. 도청을 우려한 주웰과 어머니는 집안에서도 대화를 나누는 대신 종이에 글을 써서야 했습니다. 한번은 주웰 가족이 친구들과 함께 교외로 소풍을 나가자, FBI의 비행기가 공중에서 4시간 동안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주웰의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한때는 주웰의 변호사 사무실 회의실 엎에서 흰색 밴이 10일 동안 같은 자리 주차해 있기도 했습니다. 참다못한 변호사가 회의실 창문에 카메라를 설치하자 그제서야 밴은 사라졌습니다. 변호사는 FBI가 밴 안에서 도청장치를 가동했다고 믿고 있습니다.주변 사람 조사도 모조리 실패로 돌아가고, 

 

FBI는 수사 착수 70일이 넘도록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합니다. 기소는 커녕 구속영장도 신청못하고 시간만 끌었습니다. 두달이 넘게 질질 끄는 수사에 시민들도 짜증을 내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주웰의 어머니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갖자,그동안 눈치만 보던 언론들도 슬슬 태세를 전환하기 시작합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님, 제발 우리 가족 좀 살려주세요. 우리 아들은 결백합니다”

 

게다가 기자회견 날은 여당인 민주당의 전당대회 날. 언론은 전당대회 대신 주웰 어머니 기자회견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정치권은 전당대회 뉴스가 주웰 이야기로 도배가 되자 당황합니다. 워싱턴 DC 정치권도 뒤집어지기 시작합니다

 

.“결정적 증거를 못찾으니까 피의자만 압박하는 이런 수사 기법이 괜찮나?”

“FBI가 너무 나갔다. 이러고도 부끄럽지 않냐?”

“사실 FBI도 그만두고 싶은데, ‘높으신 분’인 FBI 국장께서 주웰 범인설을 계속 밀고 있답니다.”

 

여론이 뒤집어지자, 주웰의 변호사가 먼저 역공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직접 FBI로 출두할 테니 철저하게 조사하시오. 그 대신 이번에도 아무런 혐의를 못찾으면 끝입니다.”

 

주웰은 결국 FBI로 소환돼 갖은 질문에 시달렸고, 심문조서는 27페이지에 달했습니다. 7시간의 심문을 마지막으로 조사는 끝이 났습니다. 며칠후 주웰의 변호사는 사무실 우체통에 편지 한통이 온 것은 발견합니다. 연방검사 켄트 알렉산더 명의의 편지였습니다.

 

“현 시점까지 수집된 증거로 볼 때 리차드 주웰 씨는 7월 27일에 발생한 폭탄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수사 개시 76일만에 벗은 누명이었습니다. 편지를 받아본 변호사는 혀를 찼습니다.

 

“검찰과 FBI는 주웰 본인과 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할 체면도 없나보다”

 

FBI는 주웰의 가족에게 압수물품을 찾아가라고 통보합니다. 변호사와 함께 FBI 회의실에 들어간 주웰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릴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릇, 속옷, 전화번호부, 디즈니 비디오테입 등 수백가지 물품이 거대한 회의실 테이블에 주욱 늘어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FBI가 압수한 물품은 평범한 중산층 시민의 소지품에 불과했다. FBI가 이 물건들을 가져가는데 7시간이 걸렸지만, 돌려주는데 걸린 시간은 4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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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웰은 공식적으로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났지만, 테러범 의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꿈꾸던 대도시 경찰관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계약직 경비원을 전전했습니다.

 

그가 완전히 누명을 벗은 것은 사건 발생 7년만인 2003년 진짜 테러범인 에릭 루돌프가 체포되고 난 후였습니다.그제서야 조지아 주지사는 주웰을 공식적으로 ‘영웅’으로 공표했고, 주웰은 작은 시골 마을 경찰관으로 취직할수 있었습니다.

 

주웰은 자신을 왜곡보도한 언론사들을 차례로 고소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는 공식 사과하는 대신 수십만달러의 합의금을 제시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유명 앵커 톰 브로코도 50만달러의 합의금을 냈습니다. 제보전화를 처음 건 대학 총장에게도 수십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습니다.

 

마지막까지 주웰과 법정 다툼을 벌인 언론사는 첫 특종을 터뜨린 AJC였습니다. 소송은 계속 길어졌고, 주웰은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하고 2004년, 44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2007년 조지아주 항소법원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립니다.

 

“FBI의 수사가 잘못되긴 했지만, 보도 당시 시점으로 볼 때 FBI가 주웰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한 것은 사실이었고, 수사상황을 보도한 AJC 기사 역시 사실이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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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리차드 주웰’의 원작인 1997년 배너티 페어 지 기사를 중심으로 여러 언론 내용을 취합한 것입니다. 영화는 훨씬 복잡하고 자세한 내용이 될 것을 보입니다. 영화 리차드 주웰은 12월 미국 개봉 예정이고 주요 스탭은 다음과 같습니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작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출연

리차드 주웰 : 폴 월터 하우저

주웰의 어머니 : 케시 배이츠

주웰의 변호사 : 샘 록웰

FBI 요원 : 존 함

AJC 기자 : 올리비아 와일드

 

한국에도 이 영화가 한번 개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니까요.

13
Comments
11
2019-10-06 23:43:24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네요

9
2019-10-06 23:49:52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검찰+기레기 =거짓말.....똑 같네요
3
Updated at 2019-10-06 23:51:52

 읽다가 숨막혀 죽는 1인..

1
2019-10-06 23:52:11

인상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5
2019-10-06 23:55:07

세상에 이름만 조국으로 바꾸면 대한민국 지금 이야기라해도 믿을것 같네요

8
2019-10-06 23:55:48

요약만 읽었는데, 지금 이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군요.

동림옹이 이 사실을 알고 있으려나요.

5
2019-10-06 23:59:37

허드슨에 이어 이번에도 이스트우드 감독은 한국의 적폐들을 멕이는 영화를 만들었군요

5
2019-10-07 00:06:07

12줄 요약만 봐도 데자부가 느껴지네요.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영화를 보게 되면 감정이입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3
2019-10-07 02:57:44

화성살인사건 8번째도 혹시??? 그렇게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22년살고 출소 했다는데...

5
2019-10-07 03:50:08

시기에 맞춰 한국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들어가는 영화가 나왔네요... 흥행대박 조짐이 보이네요

2
2019-10-07 08:09:22

영화 소개, 내용 요약 너무 감사합니다!!

2019-10-07 12:31:02

 미쿡에서 만들었는데 한쿡에서 오늘 벌어지는 이야기군요. 빨리 개봉했으면 합니다. 동림옹 영화는 늘 기다려지는데 이번은 '특히' 더 그렇군요.

2019-10-07 13:17:59

이거 지금 개봉하면 천만 찍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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