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미국 연방 검찰이 기소장 공개 할때마다 강조하는 사항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사람입니다. 최근 검찰 공소장 공개와 관련해 미국법 이야기가 나와서 몇글자 적고자 합니다. 저는 미국 주립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형법 전공은 아니지만 지방정부기관과 주의회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몇가지 말씀드릴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소장과 기소장 공개 사항에 대해서는 김재현 기자님과 고일석 기자님이 페이스북에 공유하신 미국 변호사님의 글이 100% 맞습니다. SBS 임찬종 기자의 기사는 미국 형사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쓴 글입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해서는 제가 더 이상 보탤 내용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잘쓴 글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여러분은 이 기소장이 검찰의 주장만을 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피의자는 유죄가 인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인터넷에서 연방검찰 기소장 보도자료를 아무거나 몇 개 찾아보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스캔들이라면 역시 ‘러시아 스캔들’이겠죠. 그래서 먼저 “러시아 해커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연방검찰의 2018년 기소장 보도자료를 보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선거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엄청난 정치적 파장의 기소장이죠. 기소장 공개 보도자료의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모든 사람은 법정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간주됩니다. 재판에서 검사는 각각의 피의자가 유죄라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의 수준을 넘어서 12명의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Everyone charged with a crime is presumed innocent unless proven guilty in court. At trial, prosecutors must introduce credible evidence that is sufficient to prove each defendant guilty beyond a reasonable doubt, to the unanimous satisfaction of a jury of twelve citizens.
공개 보도자료의 가장 끝에는 이런 문장도 있습니다.
“특검의 수사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 이외에 특검으로부터 어떠한 멘트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The Special Counsel's investigation is ongoing. There will be no comments from the Special Counsel at this time.
다시말해, 언론은 검찰에게 더 이상 물어보지 말고, 법정에서 가서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하라는 뜻입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19 년5월 뮬러 특검의 기자회견 녹취록을 한번 보시죠.
https://www.nytimes.com/2019/05/29/us/politics/mueller-transcript.html
“미국인으로 가장해 (2016년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고 SNS에서 작전을 벌인 러시아인들이 별도의 기소장을 통해 대배심에 기소되었습니다. 기소장에는 주장만이 담겨있으며, 우리(특검)은 특정인에 대해 유죄냐 무죄냐 여부를 말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피의자는 유죄로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간주됩니다.”
And at the same time, as the grand jury alleged in a separate indictment, a private Russian entity engaged in a social media operation, where Russian citizens posed as Americans in order to influence an election. These indictments contain allegations, and we are not commenting on the guilt or the innocence of any specific defendant. Every defendant is presumed innocent unless and until proven guilty.
또한 러시아의 조직적 미국 정부기관 해킹과 SNS 정보조작과 관련해, 미국 연방검찰이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 7명을 기소한 2018년 기소장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뮬러 특검의 보고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은 내용입니다. 검찰이 배포한 기소장 공개보도자료에도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이 기소장에 적힌 내용은 오직 주장일 뿐이며, 피의자는 유죄로 판명될 때까지는 무죄로 간주됩니다. 또한 기소장에 적힌 최고 형량은 오직 의회에서 정한 것이며 정보 제공의 차원에서 제공한 것 뿐입니다. 피의자의 형량은 판사만이 결정할수 있습니다.”
The charges contained in the indictment are merely accusations, and the defendants are presumed innocent unless and until proven guilty. Moreover, the maximum potential sentences in this case are prescribed by Congress and are provided here for informational purposes only, as any sentence of a defendant will be determined by the assigned judge.
다시말해, 기소장에 최고 몇 년형이라고 적혀있다고, 언론이 그걸 그대로 받아쓰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그럼 오바마 행정부 때는 어땠을까요? 오바마 행정부의 대형 정치적 스캔들 중에는 2009년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 체포와 기소가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선출 후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자리를 주지사가 돈을 받고 매관매직하려다 체포된, 엄청난 정치적 스캔들 사건이죠.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시카고 출신으로, 그의 정치적 후원자이기도 했습니다. 연방검찰과 FBI가 배포한 기소장 공개 보도자료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https://archives.fbi.gov/archives/chicago/press-releases/2009/cg040209.htm
“이 기소장이 담고 있는 것은 오직 혐의에 불과하며, 유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님을 대중 여러분은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피의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으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정부(여기서는 검찰을 뜻함)는 합리적인 수준의 의심을 넘어 유죄를 증명해야 합니다. 또한, 이 기소장은 블라고예비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지시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소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한, 다른 사람들이 그 지시에 따랐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The public is reminded that an indictment contains only charges and is not evidence of guilt. The defendants are presumed innocent and are entitled to a fair trial at which the government has the burden of proving guilt beyond a reasonable doubt. Further, the indictment makes allegations that Blagojevich at times directed others to take various actions, but it should not be read to allege that those other persons carried out those directions unless the indictment specifically alleges so.
다시말해 피의자 이외에, 기소장에 적힌 다른 사람들은 체포되었거나 기소당한 적이 없으니, 언론은 함부로 유죄로 예단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검찰과 언론이 미국 기소장 공개에 관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니, 저도 한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검찰과 언론은 과연 피의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기소장과 기사에 유죄라고 적혀있으면 유죄인 겁니까?
검찰과 언론은 기소장 내용이 검찰의 주장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검찰이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받아적고 있습니까?
검찰과 언론은 유죄 입증 책임이 피의자가 아닌 검찰에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억울한 내용이 있으면 피의자가 알아서 해명해야지, 나한테는 책임없다는 태도입니까?
한국 검찰과 언론은 피의자 이외에 주변 사람에 대해서 신중하게 보도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피의자 주변 사람도 기소장에 나왔다고 모조리 유죄라고 간주하고 있습니까?
글쓰기 |
정말 알면 알수록 지금의 대한민국 검찰과 언론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염치없는 족속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