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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리차드 쥬얼 사건과 언론의 자유, 언론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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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29 02:08:18

안녕하세요. 요즘 경향신문 임미리 씨 칼럼과 관련해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있어보입니다. 언론계에서는 언론 기사에 대한 민주당은 법적대응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인데, 언론사라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를 용인해줘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저는 한국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미국법에 대해서는 약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가장 폭넓게 보장하는 나라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언론자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번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리차드 쥬웰’에 대해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이를 둘러싼 법적 문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화와 실화 ‘리차드 쥬얼’에 대해서는 제가 전에 적은 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20693568

긴 글을 읽을 시간이 없는 분을 위해 이 사건에 대해 아주 짧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제 리차드 쥬얼과, 쥬얼을 폭탄테러범으로 보도한 AJC 호외)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계약직 경비원 리차드 쥬얼이 폭탄을 조기발견해 많은 인명을 구함. FBI는 대학총장의 제보를 받고 쥬얼을 폭탄테러 용의자로 지목, ‘빨대’를 통해 언론에 흘려 특종보도. 수백명의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택 압수수색. ‘성명불상자와 공모’를 이유로 가족친지까지 탈탈 털어버림. 70일간의 FBI 수사와 언론의 왜곡보도 끝에 진상이 밝혀지지만 쥬얼의 인생은 망가진 후였음.


여기서부터는 영화의 결말 후 이어진 쥬얼의 법정투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쥬얼은 자신을 폭탄테러범으로 보도한 CNN, NBC, 뉴욕 포스트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쥬얼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언론사가 있었으니, ‘쥬얼 폭탄 테러범설’을 단독, 최초보도한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과 담당기자 캐시 스크러그였습니다.(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에서는 올리비아 와일드가 연기했습니다.)

 

 (영화상에 등장하는 캐시 스크러그 기자(올리비아 와일드). "나는 팩트만 보도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쥬얼은 AJC를 상대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캐시 스크러그 기자와 편집 데스크 론 마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기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건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언론도 나쁘지만, 수사 정보를 언론에 몰래 흘린 ‘빨대’ FBI 요원이 더욱 나쁘다는 판단이었죠. 

쥬얼은 소송을 통해 두 기자에게 “폭탄테러범 설을 언론에 흘린 FBI의 요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며 압박합니다. 이에 대해 두 기자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특권’(Reporter’s Previlage)를 이유로 취재원 공개를 거부합니다. 기자가 취재원을 공개하게 되면 익명의 제보가 줄어들 것이고 언론의 감시견 기능이 저하되며, 궁극적으로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급기야 1심 재판부는 ‘언론의 특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취재원 신상을 밝히지 않으면 기자들을 감치하겠다는 명령을 내립니다. 실제로 두 기자가 구치소에 수감되지는 않았지만, 판사가 기자를 구금하겠다는 명령을 내린 사건은 미국 언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죠.

 

AJC 대 리차드 쥬얼 (Atlanta Journal-Constitution v. Jewell, 251 Ga. App. 808)이라고 불린 이 재판은, 사건 발생후 5년만에 2심 재판부인 조지아 항소법원까지 올라갑니다. 조지아 항소법원은 AJC가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특권’을 이유로 FBI 요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데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합니다.

 

“AJC와 기자들은 익명의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기자의 특권을 내세우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법적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미국 연방대법원과 조지아주 항소법원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린 상태다. 조지아 주의회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AJC와 기자들은 그러한 특권이 없다.”

Atlanta Journal-Constitution and its reporters have a privilege against revealing the identification of confidential informants in a case where they are parties. This does not present a new or novel question of law, as it is well settled in the jurisprudence of the United States Supreme Court and the Georgia appellate courts. It has been expressly addressed by an Act of the Georgia Legislature as well. The Atlanta Journal-Constitution and its reporters have no such privilege.


그러면서 재판부는 연방대법원의 유명한 판례인 Branzburg v. Hayes, 408 U.S. 665 (1972)를 인용합니다.


“언론사들은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해 기자의 특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뉴스 제보를 받고 보도하는 언론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고 있다. 앞에서 논의한대로, 미국 관습법은 기자의 특권을 보장한 적이 있으며, 1958년까지 이런 식의 주장은 나온 적이 없다. 미국이 건국된 이래 익명의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조항은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발전하고 있다.

We are admonished that refusal to provide a First Amendment reporter's privilege will undermine the freedom of the press to collect and disseminate news. But this is not the lesson history teaches us. As noted previously, the common law recognized no such privilege, and the constitutional argument was not even asserted until 1958. From the beginning of our country the press has operated without constitutional protection for press informants, and the press has flourished. 


그렇다면 언론사들이 거론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무엇일까요. 너무나 유명한 조항이지만 한번 다시한번 소개해보죠.

 

수정헌법 제1조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및 청원의 권리)

연방의회는 …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Congress shall make no law …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대한민국 법제처 번역)


미국의 저널리즘 스쿨이나 로스쿨 미디어법 강좌에서는 수업 첫날부터 수정헌법 1조부터 가르치는데 이렇게 말합니다. 언론사는 미국 헌법에 의해 권리가 보장된 유일한 사기업이라고 말이죠. 사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곳이지, 개별 사기업을 보호해줄 하등의 이유가 없지만, 언론만은 예외로 쳐줄 정도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리차드 쥬얼의 ‘언론의 특권’ 판례를 쉽게 풀어서 말하자면, 수정헌법 1조의 ‘언론의 자유’는 대해 다음과 같은 단서조항이 붙어있음을 보여줍니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특권’은 똑같은 것이 아니다.

언론에게 특권을 줘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특권’으로 착각하지 말라

언론이 갖고 있는 자유의 수준은 일반 국민이 갖고 있는 자유의 수준과 다를 것이 없다. 

언론은 특권을 내세우지 말고 일단 법원 명령이 나오면 따라라. 일반 국민들도 법원 명령 나오면 따르듯이.


경항신문 임미리 씨 칼럼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특정 당을 빼고 찍자”는 내용은 그 자체가 현행 선거법 위반입니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많은 시민단체, 일반인들이 한때 특정인, 특정당 낙선운동을 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선거판에 “특정인을 떨어뜨리자” 낙선운동은 보이지 않고, 요즘도 트위터 블로거에 낙선운동을 벌이다간 글삭제를 당하거나 벌금이나 경고를 먹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경향신문과 임미리 씨는 수백만명이 보는 지면과 인터넷에 “특정 당을 떨어뜨리자”고 말했습니다. 선거법 위반을 고발했더니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언론 탄압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사의 특권’이 아닙니다. 언론사가 갖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일반 시민, 일개 유튜버, 트위터리안, 블로거가 갖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언론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미국조차 “언론의 특권은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로스쿨 가기 전에 언론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언론인은 힘든 직업이고, 자부심도 크고, 그만큼 사명감과 직업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다른 사람과는 달리 예외라거나, 본인이 하는 일이 위대한 일, 특별한 일이라고 착각해선 안됩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언론사가 갖고 있는 언론의 자유는 일개 블로거, 트위터리안 등이 갖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일개 블로거, 트위터리안, 유튜버도 현행법을 위반하면 삭제를 당하거나 벌금, 경고를 받습니다. 그런데 거대 신문사, 방송사라고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현행 선거법을 대놓고 무시해도 된다고 주장한다면, 세상에 그런 ‘언론의 특권’은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언론의 자유를 언론의 특권으로 착각하지 마세요. 언론자유국가 미국에서도 그런 특권은 인정 안합니다.

 

뒷이야기1: 리차드 쥬얼은 AJC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결국 패소합니다. 왜냐하면 AJC의 보도 자체는 오보였지만, 그 당시에 FBI가 쥬얼을 폭탄테러 용의자로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거짓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뒷이야기2: 재판 결과는 2008년에 나왔지만 리차드 쥬얼과 캐시 스크러그 기자 두사람 모두 재판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쥬얼은 누명으로 인한 고통 때문인지 2007년에 44세의 나이로 급사합니다. 캐시 스크러그 기자 역시 오랜 재판에 따른 심적 부담 때문인지 2001년 약물과용으로 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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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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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03:32:15

정성글엔 추천! 그리고 만약 민주당이 아닌 자한당만 빼고 찍자라고 했으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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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04:06:30

 우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2020-02-15 04:09:27

글 정말 좋네요 잘읽었습니다

3
2020-02-15 05:42:58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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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2-15 06:58:35

글 취지에 적극 동감합니다. 다만 이 주장이 옳다는 것과는 별개로 당사자인 민주당에서 고발한 것은 그냥 옳냐 그르냐를 떠나 정치적으로 바보같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제 3자가 비판을 하거나 선관위 고발이 있었던게 훨씬 더 바람직했을 겁니다.

1
2020-02-15 07:32:32

좋은 글 감사합니다

11
2020-02-15 07:56:09

언론의 자유와 언론사의 자유는 다르죠.

미 수정헌법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는, 일반 시민 개개인이 말할 자유 라는 의미에서 언론의 자유 인 데,
이걸 미국 언론사들과 신방과 교수들은 "언론사의 자유" 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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