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RCEP, 무엇이 핵심인가 - 아직도 현실직시를 못하는 미국
이번 RCEP타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거나,
심층적까지는 못가더라도 예리하게 꿰뚫어 영감을 주는 기사가 아직 나오지 않는 가운데,
저라도 관련 잡담 글을 써 봅니다.
먼저 이번 RCEP를 다룬 미국의 블룸버그 기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What’s the RCEP and What Happened to the TPP? - 블룸버그, 2019. 11. 5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9-11-04/what-s-the-rcep-and-what-happened-to-the-tpp-quicktake
시간관계상 기사 전문 번역은 이번에 못해드릴 것 같고, 그냥 영어 원문을 소개해 드립니다.
"1. What is the RCEP?
What began in 2012 as a routine harmonizing of agreements between members of the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or Asean, turned into a deal creating potentially the world’s biggest free trade bloc. The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to give its full name, is aimed at strengthening trading ties among China and others with Asean members. Broadly speaking, it would lower tariffs and other barriers to the trade of goods among the 16 countries that were in, or had existing trade deals with, Asean."
2. But that’s now down to 15 nations?
Correct. India pulled out in November saying it wanted to protect service workers and farmers. There were also worries the country would be flooded by cheap goods from China. Modi had pushed the other nations to address concerns over deficits and to open their markets to Indian services and investments.
3. Is India’s loss a big deal?
It would have been the third-biggest economy in the RCEP, so yes. On the other hand, China has been seeking to tie up the deal expeditiously as the country faces slowing growth from a trade war with the U.S. It is also looking to further integrate with regional economies just as the Trump administration urges Asian nations to shun Chinese infrastructure loans and 5G technology. China says India is welcome to come back aboard whenever it’s ready, and that it’s willing to sign high-standard, free-trade agreements with more countries.
4. What’s different about the RCEP?
Unlike the TPP and other U.S.-led trade deals, the RCEP wouldn’t require its members to take steps to liberalize their economies, protect labor rights and environmental standards and protect intellectual property. According to U.S. Commerce Secretary Wilbur Ross, it’s a “very low-grade treaty” that lacks the scope of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or TPP.
5. What happened to the TPP?
It became the the CPTPP, or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Signed in March 2018, it’s already in force for seven of the 11 signatories. They decided to press on after Trump signed an executive order in 2017, shortly after coming to office, withdrawing the U.S., saying he wanted to get fairer deals.
6. How close is the RCEP to being finalized?
More than a dozen rounds of talks have been held since 2012. The 15 remaining countries have signaled they now plan to sign the deal in 2020.
7. Which countries are on which side?
Seven nations -- Australia, Brunei, Japan, Malaysia, New Zealand, Singapore and Vietnam -- participated in negotiations for both deals. The U.S., Canada, Chile, Mexico and Peru are TPP-only negotiators, while RCEP-only countries, other than China, are Cambodia, India, Indonesia, Laos, Myanmar, Philippines, South Korea and Thailand. The U.S. hasn’t been deliberately excluded from the RCEP. To join, it would first need to reach a free-trade arrangement with Asean, then apply to join."
제가 하고많은 기사중에서 위 블룸버그 기사를 고른 까닭은, 이 기사를 보면, 미국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무난하게 써진 것처럼 보이는 기사이지만, 포인트는 놓치고 있습니다.
첫째. 블룸버그 기사에 쓰고 있듯이, RCEP는 2012년 동남아 국가들이 주도해서 만든 것입니다.
중국이 주도해서 만든 게 아닙니다. 중국이 만든 건 EAFTA라고 따로 있었지만 일본이 반대하자, 중국은 자기걸 스스로 포기하고 동남아 국가연합의 RCEP를 밉니다. 이건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어느 미국 기사도 이걸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콕 찝어 지적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자가 6년전에 쓴 글을 봅시다.
TPP와 RCEP 현황과 시사점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3. 12. 24)
http://www.krei.re.kr/krei/selectBbsNttView.do?key=109&bbsNo=75&nttNo=124721&searchCtgry=&searchCnd=all&searchKrwd=&pageIndex=1&integrDeptCode=
"RCEP은 중국이 제안한 동아시아 FTA(East Asia FTA: EAFTA)와 일본이 제안한 동아시아 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of East Asia: CEPEA)이 서로 경합하는 가운데 ASEAN이 주도하여 출범시킨 아시아판 역내 자유무역협정 추진체이다.
당초 중국이 ASEAN 10개국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3개국을 추가해 소위 ASEAN+3 형태의 EAFTA를 추진하였으나 일본과 ASEAN 일부 국가가 동아시아지역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여 ASEAN+3에 호주와 뉴질랜드, 인도를 추가한 ASEAN+6 형태의 CEPEA를 추진하면서 EAFTA와 CEPEA는 경합관계가 되었다. 이 사이 ASEAN은 역내에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ASEAN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RCEP을 출범시켰다(2012년 11월).
RCEP은 일본이 추구하던 CEPEA와 동일한 ASEAN+6의 형식을 띠고 있어 일본이 ASEAN을 막후에서 움직인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중국은 자국이 추구하던 EAFTA가 날아가 버렸으니 RCEP을 좋아할 리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이 RCEP 출범에 협조한 것은 미국 주도의 TPP가 급속히 아시아지역으로 참여국을 확대하고 있어 이를 견제할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RCEP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미국이 배제되어 있어 TPP를 견제할 수 있으며, RCEP 출범에 협력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일부 ASEAN 국가의 우려를 잠식시킬 수도 있었다. 나중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자국 중심의 지역 내 무역협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중국을 RCEP 출범에 협력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RCEP은 ASEAN이 주도하고 있고 ASEAN은 상대적으로 경제발전이 뒤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4개국에 대해 특별대우를 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 자연히 TPP보다 시장개방 수준이나 통합 정도는 느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RCEP은 2015년 말을 협상 타결 목표로 설정하고, 지난 2013년 9월에 2차 협상을 마무리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무역협정 내용 자체가 동남아 국가들에게 유리하고 친숙한 프레임웤입니다.
이번에 RCEP가 타결된 가장 큰 이유는, 동남아 국가들이 인도를 빼고서라도 타결시키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시아의 역학구도상, 만약에 동남아 국가들이 잠잠히 있는 데, 중국이 급하게 RCEP를 밀어붙이고, 인도와 일본이 반대를 했으면, 절대로 타결 안됐습니다. RCEP는 key에 해당하는 것을 동남아 국가연합 10개국이 쥐고 있습니다.
둘째, 왜 중국이 아니라 동남아 국가연합이 RCEP를 밀어붙였을까.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 기술력이나 개발력, 자체 브랜드 등이 약합니다. 짝퉁 물건이 범람합니다. 지적재산권 단속을 약하게 합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에게 철저한 지적재산권 단속을 요구한다고 그 나라들이 당장 따르겠습니까.
그렇다보니, 동남아 국가연합이 만든 RCEP는 상품 교역 위주이고, 지적재산권 단속은 느슨합니다.
반면에 미국이 만든 TPP는 지적재산권쪽 규정이 매우 엄격하고 강합니다. 특히 의약품과 IT쪽이 그렇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다국적 의약품회사들이나 IT기업들이 가진 높은 기술력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통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이윤을 뽑아내는 것을 옹호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쪽에 집중해서 규정을 만든 것입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9289793
"미국이 RCEP을 통한 FTAAP 타결을 꺼려하는 근본 원인은 TPP와 RCEP의 차이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TPP는 한미 FTA의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RCEP은 ASEAN의 최근 무역협정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서비스산업, 정부조달, 경쟁법 등 다방면의 이슈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세 철폐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조항의 수준도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은 미국의 FTA가 자국의 발달된 의약 산업 등이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산업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ASEAN 국가들은 비교적 우위를 보이는 상품 무역에 협정의 초점을 두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TPP는 아시아 지역의 시장경제 확립을 위한 국유기업(State Owned Enterprise, SOE)조항과 높은 노동 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두 지역 무역협정의 차이점으로 인하여 만약 TPP가 아닌 RCEP 주도 아래 FTAAP가 체결될 경우 미국이 얻을 혜택은 감소될 것이다"
미국으로선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TPP 규정들을 설계해 나간 것이죠.
이게 어느 정도로 엄격하냐하면, 뉴질랜드 의사들이 TPP들어가면 미국의 압력때문에 자국 의보시스템이 이그러질 수 있다고 반대 시위할 정도였습니다, 호주, 뉴질랜드가 걱정할 정도로 엄한 수준이면, 동남아 국가들 수준에서는 자격요건 채우는 게 불가능합니다.
Doctors not prepared to swallow TPP pill - 뉴질랜드 헤럴드, 2015. 10. 6
https://www.nzherald.co.nz/nz/news/article.cfm?c_id=1&objectid=11524614
그래서 동남아 국가들이 TPP 참여를 꺼리고, RCEP를 진행시킨 겁니다.
베트남 정도만 TPP에 참여했는 데, 베트남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TPP 자격요건을 충족못시킨다는 것은 명확했고, 이에 대해 미국이 베트남의 지적재산권 위반은 눈감아주고(=유예시켜주고) 가입시켜주는 형태로 처리했습니다.
이게 문제가 있었어요. 그냥 주인장(?) 맘대로 누구는 면제시켜주고 누구는 규정따지는 걸로 만든 거라서. ㅡ.,ㅡ
이렇게 되어버린 데에는, 이 TPP자체가 경제적 목적보다는, 미 외교와 국방 파트에서 만들었고,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한 프레임웍이다보니, 동남아국가들중에서는 제일 대표적인 반중국가 베트남을 키워줘야 겠다는 방향이 서 있었고, 거기에 끼워 맞추다보니 이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게 자기 모순이었습니다.
블룸버그 기사에서 보듯이, TPP가 RCEP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엄격한 지적재산권 규정, 그리고 경제통합정도가 더 높아서 타이트하다는 점입니다. 이걸 블룸버그 기사에서는 TPP가 한 차원 더 높은 고급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해놓았습니다.
이 고급을 동남아 국가들은 원하지 않습니다.
감당할 수가 없어요. 이 규정들을 적용하면 동남아국가들은 탈탈 털리고 이제 발아, 성장기에 있는 자국내 산업들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미국이 TPP는 RCEP보다 고급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참여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그 고급규정을 적용 안시킨다 라는 처분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고급이면 뭐합니까. 못쓰는 데.
TPP는 모순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TPP가 경제인들이 만든 경제협정이 아니라, 미 군부가 외교안보 목적에서 만든 경제협정이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물이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답을 정해놓고 꿰어맞추다보니 저리 된 거지요.
셋째,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을 너무 요리대상으로 보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세계 패권 경쟁에 있어서, 중국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이들을 어떻게 미국 위주의 질서체제에 편입시킬 것인가 라는 문제의식만 갖고 있습니다. 이건 현재에도 변함 없어 보입니다.
근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동남아는 동남아입니다. 그 자체로 독자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이들은 친중도, 반중도 아닌 그 자체로 독자성을 지닌 국가들입니다. 미국이 자기 밑 질서체제로 편입시키려 들면 반감을 사는 것입니다. 이번에 RCEP 타결시키면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는 "아세안 블록은 미 행정부의 적대적 무역 정책의 타깃이 돼 있다"며 "설령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세안 국가들이 단결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자기 밑으로 줄세우기 하다가 역으로 동남아 국가들의 반감을 샀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일본에는 군대를 주둔시켜놓고 있으니, FTA협정이나 방위비분담금으로 좀 쥐어짜도 반항을 못하지만,
동남아 국가연합에게는 그게 안통합니다. 압박을 가하면 반발해 버려요.
중국 거대 교역망 주도, 부랴부랴 견제나선 美 - 조선일보, 2019. 11. 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6/2019110600211.html
"미·중 간 세력 대결의 양상은 이번에 RCEP가 타결되는 과정에서도 엿보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국과의 무역 적자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며 추가 협상을 요청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처음 주창한 아베 총리도 인도의 입장을 측면 지원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RCEP로 막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세안 블록은 미 행정부의 적대적 무역 정책의 타깃이 돼 있다"며 "설령 중국과 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아세안 국가들이 단결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RCEP 타결에 대해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큰 승리"라고 보도했다."
미국 군부의 희망사항대로라면, 이 타이밍에서 동남아 국가 수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중국이 우리를 적대적 정책의 타겟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 더 가까워지는 한이 있더라도, 동남아가 단결해서 대응하는 수 밖에 없다' 라고 나왔으면 참 좋았겠죠.
완벽히 거꾸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거꾸로 가게 된 탓은 중국이 뭘 해서 포인트를 득점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뭘 했는 데 그게 방향이 잘못되어서 포인트를 잃고 있어서, 동남아를 중국쪽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그걸 알아야 합니다.
미국이 정말로 중국에 대항하고 싶고, 동남아를 포섭하기를 원한다면,
동남아를 독자적인 주체로 보고 걔네들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미국위주 질서체제에 편입시킬 대상국으로 보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국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밑에 국가들을 마냥 쥐어짜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때로는 에둘러 가야 더 빨리 가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다못해 일당독재 공산당 중국도 지네들이 밀던 EAFTA를 포기하고, 동남아 국가연합의 RCEP를 밀어주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융통성을 보였습니다. 중국 공산당 애들도 그 정도 수준의 머리는 있어요.
미국의 두뇌들이 머리가 뒤처져서 그걸 생각못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런 안도 생각은 하는 데, '자기가 반드시 리더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라는 걸 포기못하다보니까, 미국 이익 위주로 TPP 규정을 짰고, 그러니 동남아 국가들이 안들어오고, 베트남이 기껏 들어와도 자기모순이 생긴 겁니다.
미국은 전략을 짤 때, 좀 융통성을 발휘하고 탄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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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그동안의 라이벌들(일본/독일)은 외교적,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쉽게쉽게(?) 꺽은 반면에 중국은 그런 유형이 전혀 아닌데..기존 방식으로 제압하려 하니 잘 안되는 모양이네요..지금 미국이 다급한 기색이 역력한데 늦어도 좀 장기적인 전략과 안목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