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시골에는 밤에 개 줄 풀어 주는 집들이 좀 있습니다
며칠 전 있었던 일입니다.
주말이었는데 밤 1시 넘어 저희 집 1층 창밖에 대형견 두 마리가 침입했습니다.
고양이 밥도 다 먹고...
그냥 완전 대형견입니다. 그것도 두 마리.
여기서 중요한 거!
만일 이렇게 집밖에 개가 와 있다면 절대 나가지 마세요.
어떤 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나운 개일 수도 있고, 사람을 공격하는 개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말을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풀려 있는 개들이 사람을 보고 어떻게 행동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일단 저는 나갔습니다. 데크에 고양이들이 와 있을 경우 습격을 당한다거나 할 수 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나간 것입니다. 여러분께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명심하셔야 해요.
그래서 각오 단단히 하고 나갔습니다만...
일단 착합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주의!
언뜻 착해 보인다 해도 사람의 특정 행동(예: 손을 치켜든다거나 먹을 것을 뺏으려 한다거나)에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합니다.
길에 있는 개가 들개인지 사람이 키우는 개인지 구분하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사람이 키우는 개들은 대부분 "앉아"에 반응합니다.
이렇게 말이죠.
시골로 이사 오고 알게된 사실 중 하나. 밤에 개를 풀어 놓는 집이 꽤 많습니다.
묶어 키우거나 펜스에 가둬 키우면서 밤에 신나게 놀다 오라고 이렇게 개를 풀어 두는 것입니다.
위 개들은 묶어 키우는 개는 아니고 펜스에서 키우는 개로 보입니다. 목줄이 없기 때문이죠.
활동량이 부족한 개를 위해 이렇게 풀어 주는 건 알겠는데... 이래도 되는 걸까요?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안 됩니다. 저처럼 개를 키우고 개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도 이런 발상에는 동조해 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밤에 잠깐 마당에 일 보러 나왔는데 이런 대형견이 훅 나타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혹은 야근을 마치고 우리 강아지 줄 매고 산책 나왔는데 이런 강아지와 맞닥뜨렸다고 가정해 보세요. 저 같은 사람도 그런 상황은 반갑지 않고, 상대 강아지의 성향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우리 개는 착해서 사람 안 물어."
아뇨, 관심도 없고 상관도 없어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저 두 마리 개도 마주하고 보니까 엄청 착하고 말도 잘 들어요.
그치만, 그래도 안 되는 겁니다.
일단 집에서 줄을 갖고 나와서 묶었습니다. 대형견용 줄이 하나밖에 없어서 양쪽 끝을 목에 묶고 가운데를 제가 잡았습니다.
사실 이 과정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목과 얼굴 쪽에 줄을 가져가면 무는 개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이지 방법이 없습니다. 개장수들이야 아예 대들지 못하게 몽둥이로 두드려 패고 잡아가니까 그렇다치고, 여러분이나 저 같은 사람은 저 정도 덩치의 개가 작정하고 물면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로 섣불리 위험한 시도를 하지 마세요. 어설픈 동정이나 자존심 같은 건 다 버려야 합니다.
다행히 이 친구들은 안 물었습니다. 착하긴 정말 착합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택지가 몇 가지 있습니다.
1)신고한다: 119에 신고 → 소방서 병력 출동 → 포획 → 보호소 인계 → 공고 →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
2)직접 보호한다: 직접 보호하면서 주인을 찾아 보고 없다면 분양을 시도한다: 이런 경우 운이 좋다면 주인을 찾을 수 있지만 분양은 거의 힘들다고 보셔야 합니다. 재작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주인을 찾아 주었던 우디가 이런 경우입니다. 우디는 이 친구들과는 좀 다른 게, 그때 이미 밖에서 꽤 오래 떠돈 상태였기 때문에 길을 잃었구나라고 판단하고 바로 집안으로 데려와 씻기고 보호했던 것입니다. 지금 이 개들은 집에서 멀쩡히 키우는 개들이 거의 확실해요.
3)내버려둔다: 만일 낮이었다면 그냥 두기가 어려웠겠지요. 위험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개를 풀어 주는 경우 의외로 그냥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기는 합니다. 개들이 다시 집에 찾아가거든요(그러니 자꾸 풀어 주는 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면 문제는 이런 일이 또 다시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선 신고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대로 풀어 주면 무사히 집에 돌아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인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또 밤에 풀어 줄 것입니다. 이게 반복되면 곤란합니다.
그러므로 일단 신고해서 보호소로 인계한 뒤 주인을 찾아서 다시는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일러야겠다라고 생각해 신고를 한 것입니다.
이럴 경우 서울경기권은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하셔도 되고 119에 신고하셔도 됩니다. 제일 가까운 소방서 지구대 직통 번호를 아시면 그게 가장 빠릅니다.
막상 소방차가 오니 겁 먹었는지 뒤로 숨네요.
휴우... 이 녀석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근데 이 친구들도 소방관들이 와서 데려가려고 하니 안 간다고 버팁니다.
소방관들도 난감해 하는 게, 사실 시골에서 이렇게 개 때문에 신고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시골은 그냥 다 내버려 두죠... 이렇게 신고하는 게 좀 유난 떠는 겁니다.
어쨌든, 소방관 세 분이 개들을 차에 타게 하려고 하는데 개들이 버티니 못 태우시더라고요. 그 와중에 이 날이 주말 시작이라 데려가도 바로 보호소 인계는 안 되고 소방서에 이틀을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들이 먹을 사료라든가 그런 게 없으니 난감하다고... 그리고 아무리 소방관이라지만 대형견을 다루는 건 또 다른 문제라서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 함께 한참을 고민한 결과 일단 이날은 그냥 풀어 주기로 했습니다. 대신 주중에 또 나타나면 그때는 바로 보호소 인계가 가능하므로 데리고 가는 걸로 하시겠다면서요. 이때가 이미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쭉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좀 이상하죠.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도 있고, 애초에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도 의아하죠.
참 이렇게 모든 이의 생각이 같지가 않습니다. 애초에 왜 개를 풀어 주는지부터 괴이한 일이지요.
그러나 생각해 보시면, 예전에 올렸을 때 여러분들이 많이 귀엽다고 해 주셨던 토순이도 그랬습니다.
문 열면 어느 새 저희 집 앞에 와 있던 토순이. 너무너무 귀엽고 착하고 사랑스러운 토순이도 엄밀히 따지면 "가서 놀다 오라고 풀어 주는 강아지"였습니다.
생각해 볼 만한 일이지요. 이렇게 하지 마십사 설득하는 데 저도 한참 걸렸습니다.
또, 그럼 왜 저 친구들을 예전의 우디처럼 집안에 들여서 보호해 줄 생각은 하지 않았냐고 궁금해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에 몇 개월 임보했던 우디)
하지만 제가 집안에 개를 들이는 건 최악의 경우 제가 데리고 산다고 마음 먹는 경우뿐입니다. 우디 역시 주인을 찾지 못했다면 저희 가족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희 집은 현재 강아지 엘리와 루루에 고양이 얼룩이까지 셋이 있고, 제 능력으로는 이 셋 외에 더 챙기지 못합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제 능력으로는 강아지 한 마리도 제대로 돌보기 벅찹니다. 아내와 둘이 있으니 그나마 셋을 돌보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습지요. 누군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인해 왜 다른 누군가가 고민하고 애쓰고 괴로워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아마도 저 개들 주인은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요.
다음 번에 또 오면 그때는 목줄을 매어 주고, 거기에 편지를 달아 줄 생각입니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을 거예요. "두 번째 잡았다가 놓아줍니다. 한 번만 더 풀어 줬다가 내 손에 잡히는 날에는 개장수에게 넘기겠습니다."라고요. 궁서체로. 물론 거짓말입니다. 개장수에게 넘길 리가 있나요. ^^ 주인이 보고 정신 좀 차리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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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반려동물에 대해 잘 아는 분 만나서 잘 해결되었네요. 다행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