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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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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달라진 옛 친구의 현재를 우연히 발견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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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1-29 01:46:29 (122.*.*.238)

안녕하세요. 좋은 주말입니다.

개인사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수도 있는 글이라 익명으로 쓰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할게요.

 

디피 여러분들은 대개 연령대가 3~50대가 많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 시절때 어울려 온 친구들과는 여러가지 사유로 인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예전처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기가 일반적으로는 어려운 분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게 추측해보곤 합니다. 제가 그렇듯이...

 

학생시절때 (적어도 제 생각에는) 꽤나 가까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전공 공부를 같이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취미도 비슷해서 서로간에 여기저기 다니며 어울린 적도 많았지요. 

공부에 있어서는 솔직히 제가 그 친구에게 도움을 준 측면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친구는, 평소부터 자신의 경우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많은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때 목표했던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는것과 동시에, 목표와 동떨어진 곳에서 어울리게 된 주변 동기들에 대해서도 탐탁치 않아함을 종종 내비치곤 했었지요. 실제로도 재학중에조차 동기들 모임에 어울리는걸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었습니다.

저에게 대해서는 재학중이나 졸업후 얼마간은 그런 기색은 내비치지 않았었지만, 모르지요. 저도 그 친구가 꺼려하는 대학의 일원이었으니 은연중엔 질 떨어지는(?) 대학의 일원...이런 식으로 카테고리화 되어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 친구는 취업으로, 저는 다른 길을 찾아 서로간에 같이 공유했던 지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도 수년간은 종종 연락도 하곤 했었지요. 일년에 한두번 얼굴을 보기도 하고 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하던가요. 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이성 친구가 즐겨쓰던 말이었지요.

(아, 이 글에서 논하는 친구는 동성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근황은, 직접 연락보다는 SNS로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점차 그 친구가 SNS에 쓰는 글은, 사회 생활에 대한 불만,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 언젠가는 지금의 처지를 벗어나 출세하겠다는 이야기, 뭔가 사회적 불만을 다루는 투고의 리트윗 등이 주를 이루더군요.

그런 글들만 주구장창 보게 되니, 아무래도 저도 그 SNS는 보기가 편하지가 않더라구요.

그래도 친구 SNS니까, 리트윗 계열만 안보게 하는 옵션을 사용하고 직접 작성하는 글은 계속해서 보는 방식으로 팔로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 친구의 글이 보이지 않더군요. 저도 SNS를 사용하는 빈도 자체가 극단적으로 줄어서, 한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SNS들이 광고로 도배되기 시작하고 있기도 했었고, 위에 언급했듯 부정적인 글만 계속해서 쓰는 페이지를 일부러 찾아가서 보는 것도 솔직히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사람이 살다보면 가끔, 소식이 끊긴 옛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지고 그러잖아요. 아예 연락처를 모르는 사람이면 모를까... 연결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SNS를 한번 가보게 되기 마련이죠.

 

허탈하게도, 왠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저를 차단해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긴 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뭔가 차단당할 일을 한것도 아닌데 - 저도 SNS갱신은 거의 없었거든요 - 왜 굳이? 라는 의문이 들었지요.

 

그래도 어쩌다가... 모종의 경로를 통해 그 친구의 흔적을 알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불평불만은 가시지 않고, 사회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으며, 자신이 당한 일은 거의 모두 상대방의 탓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은 것이다...란 인식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 같더군요. 정확히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인터넷 상의 문자 몇자만임에도 느껴질 정도로...

 

전공으로 배워서 가진 지식을 한때 살려서 하던 일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어있었구요.

 

개인적으론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은 높게 평가하고 있었고, 열정도 능력도 있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을 타자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보다 못하다고(그 평가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만...) 판단되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의 결여를 어떻게만 억누를 수 있다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직접 이야기를 나눌땐 그런 점에 대해서 수긍하는 자세도 보이던 친구였었고 말이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환경이 그 친구를 그렇게 만들어버린건지.

혹은 그 친구가 주변 환경을 그 친구에게 그렇게 하도록 만든 것인지.

 

옛 정을 생각하면 지독하게 안풀리는 것처럼 보이는 그 친구의 삶이 안타깝습니다만...

차단당한 입장에서... 그 친구의 평소 삶의 재단방식을 볼때, 자신과 맞지 않는다, 혹은 자신보다 열등해서 배울 구석이 없다고 그 친구에겐 제가 판단되었다는 걸 안 입장에서,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일도 없고, 더 이상 그 친구의 행복을 빌어주기도 어려울 것 같더군요. 참 씁쓸한 기분입니다.

 

개인적으론 옛 벗들은, 비록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더라도 - 이른바 세상에서 알아주는 상류계층이 되었다더라도, 혹은 일반적으론 세상에서 하류로 취급하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 과거 연결되었던 그때 그 인연의 고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때 그 마음으로 인연을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구요.

 

그 고리에서 한명을 이 글을 끝으로 지워내야 하는 것이... 참 슬프네요.

14년을 함께 웃고 즐기며 보낸, 다른 인연의 친구들과 오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 후 깨닫게 된 그 친구의 현황이라,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씁쓸한 이야기임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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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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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1-29 02:17:28

20세 이후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죠. 각자가 자기의 방향성대로 살아가고 그게 모여서 사회가 구성되는 것이죠. 성인이 10대 시절같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나이들면서 울적한 것 중 하나는 어린시절 친구와는 대화가 잘 안 통해서 답답하지만 인간적으로는 너무 그립고, 사회친구와는 대화는 잘 통하지만 결국은 상호 경쟁상대라는게 답답하더군요. 옛친구가 나와 생각과 가치관이 비슷하면 참 좋으련만 절반 이상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이건 앞으로 나이들수록 점점 더 심해질꺼라고 예상하고있습니다. 결국 나이들수록 정치얘기, 사회얘기보다는 건강, 결혼, 옛 추억 회상하는 얘기 정도만 공유하는게 관계 지속에 도움이 될것 같더라구요.
서로에게 지워낸, 지워진 사람은 나이 들수록 점점 늘어날껍니다. 당연한거구요. 대신 그만큼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되지 않던가요?

WR
Updated at 2020-11-29 07:20:26 (122.*.*.238)

맞습니다. 다만 본문의 친구는 30이 될때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았었고, 관심사 등은 그렇게 차이가 나는 친구도 아니었던지라 더더욱 미련이 있었던거 같기도 해요.

옛 추억 회상하는 얘기... 참 공감갑니다. 어제도 한 1년만에 만난 지인들이었는데, 6할정도는 옛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우고, 4할정도는 근황 이야기를 하며 보냈던 것 같아요. 그정도가 제일 건전(?)하게, 자연스럽게 관계를 지속하기에 좋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이제 만나는 사람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직장에서 경쟁관계 혹은 비지니스 관계로 이어진 인연이 대부분인데... 아무래도 여기엔 이해관계가 배제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학생때까지의, 이해관계 없던 인연에 대해 더더욱 추억에 잠기는건지도 모르겠네요...

가방을 버리고, 그 모델이 절판되어 새 가방을 샀지만, 전혀 다른 타입의 가방을 사용하면서 옛 모델에 대한 그리움(?)에 젖는 것과는...조금 다르려나요? ^^;

3
Updated at 2020-11-29 05:56:44

30대 될때까지 발현되지 않은 포텐셜은

포텐셜이 아니었던거죠. 그냥 100년전에도 있었고 1000년전에도 있었던 평범한 민중입니다.

다만 인터넷이라는게 생겨 모두에게 발언권이 생겨 의사표현하는거뿐이지...

WR
2020-11-29 07:27:55 (122.*.*.238)

저는 10때 중반~20대 초반에 큰 부침을 겪었다가, 노력을 바탕으로 20대 후반부터 만회하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빛을 봐오기 시작한 스타일이어서요. 10대 중반의 부침기에 비교하면 지금의 삶은 진짜 상전벽해 수준으로 상승하긴 했습니다. (20대 후반이라도 일단은 30대 이전에 발현된 포텐셜일까요?^^;)

다만... 부침을 겪었을때도 세상이 잘못되었다, 나를 알아주지 못한다란 방식으론 살아오지 않았던거 같긴 합니다. 학벌때문에 주눅들지 않았고(주변 일부가 그로 인해 저를 차별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될 때조차도...) 전례가 없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고, 나이 차가, 생각 차가 있어도 항상 다름을 존중하며 살아가고자 노력하다보니 여러모로 좋은 일들이 생기고 처지도 훨씬 나아지지 않았나, 그렇게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불평불만에 찌들어가는 그 친구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건지도 모르겠네요. 한때 남부럽지 않은 회사도 다녔었던 친구인데 말이지요...(그 스스로가 찾아헤매이던, 신분 상승(?)을 증명할 수 있는 대기업 계열사였는데... 오래 못버티고 나왔던 것 같더군요...)

3
2020-11-29 08:48:57

찌질함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사회에서 성공할리가 없죠.
그건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WR
2020-11-29 09:08:41 (122.*.*.238)

원래 속으로는 계속 품고 있었던 그런 생각을, SNS니까 절제없이 폭발시키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 그랬던 사람이었고... 그런 불필요한 열등의식이 자신의 성공조차 보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침식시켜서 자신을 망가트린다는 것도 모른채 '너희가 나를 몰라준다'라고 투덜거리게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2
2020-11-29 09:26:45

부정의 영향력, 긍정의 힘 이런 말들이
나오게 된건 세상이 혼자 사는게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우쳐주죠.

WR
2020-11-29 22:53:36 (122.*.*.238)

그런 것 같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자기애의 추구는, 결코 옳은 방향으론 가지 않는거 같아요.

사람 인 자가 사람과 사람이 기댄 모양을 형상화 한 것이다, 란 풀이가 참 와닿던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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