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독일 장애인 요양원 1층 거주자들 한꺼번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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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대는 라인강의 기적, 독일인들의 근면검약 정신, 그리고 독일의 기술에 대한 찬양을 귀가 닳도록 듣고 자란 세대이다. 이차대전을 다룬 모든 전쟁영화들에서 독일군들이 일방적으로 죽어나갔고 나치의 잔악함을 각인시키는 얘기들 역시 만만치 않게 듣고 자랐지만 독일은 부강하고 훌륭한 나라로 갱생한 나라로, 과거사를 잘 반성한 나라로, 본래 그런 나라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던 나라로 인식되었다. 좀 공부한 사람들한테 독일은 다른 주요 유럽 나라들에게 비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늦게 자리잡았고 경제발전도 뒤늦었지만 그 지체를 보상하고도 남은 정신문화가 발달한 나라이기도, 베토벤과 칸트와 헤겔과 마르크스와 토마스 만의 나라이기도 했다.
그러나 거의 긍정적이기만 했던 독일의 이미지가 언젠가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과거사 반성에 그리 철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 것이, 극우파들이 조금도 준동하지 않아야 할 나라가 그런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이 그 시발점이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등의 나라들에게 독일이 얼마나 냉랭하고 거만하게 굴었는 지도 알게되었다. 그 뒤 독일군의 엉망진창 상태에 대한 얘기들, 폭스 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가세했다. 독일에 유학중인 지인들로부터 들은 얄팍하고 쪼잔한, 즉 살만큼 살면서도 몇푼 돈에 바르르 떠는 속물적인 집주인들 얘기도 거들었다. 독일은 더이상 옛날의 독일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옛날에도 그런 독일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전 홍수가 독일을 강타했을 때 한 요양원 1층 거주자들이 한꺼번에 숨진 사고는 그 앎에 최종적 방점을 찍어주었다. 잘 돌아가는 홍수 경보 시스템이라 할만한 것도 없었고 거동이 불편한 거주자들은 36명인 반면 야근 직원은 단 한명이었다. 홍수야 워낙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것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밤 사이 화재라도 나면 한명으로 뭘 어찌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이윤을 제일 중시하는 거의 같은 경제시스템이 거의 모든 나라들을 장악한지 충분히 오래된 지구촌 시대에 어느 한 나라가 유난히 다른 나라들보다 더 훌륭할 수는 없다. 독일과 노르딕 나라들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굴리고 있다고 찬양하고 미국을 기술혁신에만 빠른 금권만능과 불평등의 제국으로 비난하기는 쉽지만 전자는 후자에 기대고 있고 그나마도 조금씩 묽어지고 있으며 전자의 자본주의는 후자의 자본주의 못지 않게 극심하게 인간중심적이고 자연파괴적이다. 국가 시스템이 거의 없다는 의미에서 무법천지인 곳들이 있고 보통 사람들 상당수가 극심하게 가난한 곳들이 있지만 그곳들과 완전 반대되는 곳은 아직 없다. 독일과 노르딕 나라들을 고려해도 가난하지 않은,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인간 대접을 받는 곳은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온전히 인간 대접을 받는 곳은 없다. 자연재해의 유일한 미덕은 바로 이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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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영국은 보수적이고 독일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집단을 우선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유럽이 미국보다 더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분방하고 집단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