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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연재]류츠신 SF, 『삼체』의 치명적 오류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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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1-20 21:30:51

 

 

 

 

 

2. 태양에는 항성간 통신을 위해 전파를 증폭할 수 있는 특수한 층이 있는가?

 

 

 

2-1. 태양의 내부 구조를 추측하는 방법

 

  『삼체』 1부에서, 물리학자이자 외계문명과의 접촉과 통제를 위해 설립된 비밀 기관인 홍안 기지의 엔지니어인 예원제는 외계문명이 수신할 수 있는 강력한 항성간 통신전파를 생성해 내기 위해, 태양을 매개체로 하는 통신 방법을 고안해 낸다. 소설에 의하면 태양의 내부는 외부로부터 전파를 끌어들여 증폭한 다음 다시 외부로 발산시키는 특수한 층이 있다고 가정 되는데, 이는 사실일 수 없다. 


  태양의 내부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지구의 내부를 지진파 등의 탐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태양 스스로 발생시키는 저주파 진동을 통해 태양의 내부 구조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모든 항성은 수소와 헬륭의 성간 가스들이 중력과 모멘텀이라는 기본적 힘들에 의해 모이고 뭉쳐져서 생성되는 만큼,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하며, 모든 항성들은 초기 조건에 의해 그 크기와 수명이 처음부터 결정된다. 그 과정에서 전파를 증폭 할 수 있는 특수한 층 같은 것이 생겨날 가능성은 없고 물론 태양에도 그런 것은 없다. 물리법칙은 관측 가능한 모든 우주에서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기본적 가정이다. 

 

  이는 기초적인 천체물리학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는 것이며, 한국의 경우, 고등학교 과학 교과 과정(지구과학)에서 배우게 된다.  이 지식들을 무시하고 플롯의 진행을 위해 가상의 존재를 도입했다면, 이것은 공상이나 환상 소설이지 하드 SF라고 할 수 없다. 하드SF란 '과학스러운'(과학적인 느낌이나는, 유사과학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 자체가 엄밀한 과학적 지식과 법칙에 의해 도입되는 장르이다. 

 

 

태양 내부 구조도. 안쪽으로부터 내핵, 복사평형층, 대류층으로 나뉜다. 

'전파 증폭을 위한 특수한 층' 같은 것은 없다. 

 

 

 

2-2. 두 종류의 항성 내부 구조

 

 태양의 구조는 핵융합이 일어나는 내핵과, 그 에너지를 핵융합에 의해 발생된 압력에 의해 표면으로 운반하는 대류층,그리고 외부로 핵융합에 의해 생성된 빛과 열의 에너지를 우주로 복사하는 복사층으로 이루어진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주계열성에서는 내핵의 에너지 생성이 p-p(양성자-양성자) 연쇄반응에 의해 이루어지고 태양보다 1.5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항성에서는 CNO(탄소, 질소, 산소) 순환반응에 의해 이루어진다. 

 

 p-p(양성자-양성자)연쇄반응의 경우, 온도가 낮아, 반응기구들이 중앙에 집중되지 않고 온도 변화가 완만하기 때문에 내핵에서 이루어지는 핵융합 과정이 단순하게 복사평형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단순한 구조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가 생성되면 그것이 수소이온으로 이루어진 대류층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그 이온상태의 수소입자들이 에너지를 항성의 표면으로 대류 현상을 통해 전달하고 외부로 방출한 뒤 에너지를 잃고 다시 내핵으로 접근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외부로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닿는 것이다.  

 

  반면 태양질량의 약 1.5배이상의 항성에서는 CNO순환반응에 의해 핵융합반응이 진행되기 때문에 핵융합을 일으키는 중앙의 반응기구의 구조가 복잡하다. 때문에 핵반응 에너지를 생산하는 내핵이 순환과정을 거치는 대류평형층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빛-열 에너지는 항성의 표면으로 직접 복사된다. p-p 연쇄반응을 하는 항성과 대류층과 복사층의 구조가 정 반대인 셈이다. 그리고 태양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서 80배 이하 크기까지의 항성의 구조에 관해서는  이것이 전부다.(그보다 작은 준항성인 갈색왜성과 그보다 큰 거성과 초거성인 맥동 변광성의 구조는 또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물리법칙을 따르므로 구조는 크기에 따라 동일하다.)

 

 

 

좌로 부터 태양질량의 반, 반에서 1.5배, 그 이상을 가진 항성의 에너지전달 구조 모식도이다. 태양이 절반 이하질량의 항성은 대체로 갈색왜성으로 핵융합반응 없이 중수소 핵반응만 존재하고 대류를 통해 표면으로 에너지가 전달된다. 태양규모의 항성에서는 내부의 복사를 통해 대류층으로 에너지가 전달되고 대류현상을 통해 표면으로 이동한 뒤, 방출된다. 태양의 1.5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별에서는 CNO반응을 통해 핵반응이 일어남으로 대류핵을 가지고 있고, 그 에너지가 곧장 복사를 통해 표면으로 전달된다.   

 

 

 

태양보다 약 1.3~1.5배 이상 큰 항성들에서는 탄소, 질소, 산소가 수소원자와 반응하여 순환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CNO 핵반응이 일어난다. 따라서 이런 항성들의 내핵은 순환하는 대류층을 가진 내핵과, 내핵에서 항성의 표면까지 방사선 에너지가 직접 전달되는 복사층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이 모든 사실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고 수능에도 출제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외부에서 전달된 전파 신호를 증폭하는 특수한 층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 위에서도 강조했지만, 하드 SF는 알려진 과학적 원리와 지식에 의해 상상력이 도출되어야 한다. 하드 SF에서 작가가 수은을 금으로 바꾼다면서 거기에 '현자의 돌'을 촉매로 사용하면 된다는 식의 설명으로 과학적 개연성을 확립할 수는 없다. 최소한 수은의 원자들에서 강력의 방해를 뚫고 일률적으로 전자 하나와 양성자 하나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류츠신이 항성간 통신방법을 도입하면서 원래 태양에는 인간이 태양을 향해 발사한 전파를 증폭해 다른 항성계로 전파하는 특별한 층이 있다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것은 이미 알려진 과학적 이론, 그리고 관측된 사실과 모순된다. 류츠신은 알려진 항성의 내부 구조와 모순되지 않으면서 태양이 전파를 증폭하게 만드는 독창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했다.(물론 나는 는 그런 방법을 상상하지 못하겠다. 추측컨데 류츠신의 일천한 과학에 대한 이해 수준으로는 더욱 불가능 할 것이다. )

 

 

 다음 편에서는 소설에 나오는 삼체 행성계의 수퍼 컴퓨터이자 통신수단인 지자(智子)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이를 통해 지자라는 존재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아이디어를 참조해 고안되었지만, 두 과학이론에 의하면 절대로 불가능한 장치이고, 이것은 현실 우주를 묘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타워즈』나 『은하영웅전설』 같은 스페이스오페라 처럼, 뉴턴 물리학적 세계를 우주적 스케일에 적용해, 대중의 직관에 반하지 않고 차라리 우주의 법칙을 왜곡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임을 밝히겠다.( 이런 수법으로 하드SF를 표방하는 것은 SF팬에 대한 모독이다. VCD를 블루레이로 광고하는 것과 같다. 영상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이런 광고에도 속을 수 있겠지만 디피 유저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인 것 처럼.)

 

 

 

-----------

 

2부에서 삼체 1부의 리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분량이 좀 되는군요. 지자(智子)에 대한 이야기는 이보다 더 길어서 2부를 두편으로 나누었습니다. 따라서 삼체 1부의 리뷰가 다음편가지 이어지며, 본론과 결론을 포함한 총 편수는 6편으로 늘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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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1-10-16 19:52:08 (115.*.*.9)

아직 책 읽기 전이랫는데 심도있는 리뷰가 더 잼잇어서 큰일입니다.
재미나게 잘 읽을게요.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WR
1
2021-10-16 19:54:34

감사합니다. 제가 좀 사악한지는 모르겠지만 삼체를 읽으려고 하시는 분들의 의욕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ㅎㅎ 부디 이 방해를 뚫고 책을 재미있게 읽으시든지, 아니면 이 글로 인해 시간을 아꼈다는 위로를 받으시든지 둘 중 하나의 경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
2021-10-16 20:53:15

'그렇다 치고'의 개연성을 확보할 태양의 전파 증폭층 발견 스토리, 지자의 개발스토리가 없다면

독자는 읽는 도중에 스스로 개연성을 기워맞춰가야 하며 하드사이언스를 의심하거나 작가에게 설복당함의 양갈래길에서 고통 받으며 헤매야 한다는 예측인데요.

삼체를 읽어야겠다는 호기심의 예봉이 확실히 누그러짐과 동시에 아직 읽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삼체 비판을 통한 과학상식의 소추,환기는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WR
1
2021-10-16 20:58:58

앗싸! 목표달성ㅋㅋㅋ

 

그런데 소설에서 태양의 전파 증폭층 발견 스토리가 나오긴 합니다. 어떻게 아셨어요?ㅋㅋ

 그런데 그 발견의 과정 자체가 너무 비과학적입니다. 최소한 태양의 스케일이라든지 물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감각이 있다면 그런 상상은 불가능하거든요. 암튼 발견스토리에 대한 가상의 논문 같은것들이 인용되기도 하고 해서 모르고 보면 눈뜨고 당하기 십상입니다. 

 

지자의 개발 스토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유하자면 작가가  "중력은 가속도가 없고 그냥 등속으로 끌어당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 만큼이나 말이 안되는 주장들을 합니다.  여튼 설명을 듣는 것이 낫겠죠. 다음편을 기대해 주세요~

1
2021-10-16 21:07:12

스토리가 있어야 소설이죠. 문제는 눈뜨고 당한 사람이 많아 휴고상도 탔다는 것인데

말씀하신 예가 의심을 다른 의심으로 답하는 황당한 뫼비우스 띠 같아서 멀미나려고 합니다. 으~ 진정이 안되는데요, 게시판의 글이라면 무시할 수 있지만 읽고있는 책이 그런 식으로 등속으로 계속 끌어당긴다면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WR
1
2021-10-16 21:08:32

이제 제 심정을 알아주시는군요. 저 이 책으로 열흘을 낭비했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저와 같은 불행한 독자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거사를 실행중입니다. 지금 제가 글을 쓰는 것은 야수의 심장에 총을 쏘는 심정....

2
2021-10-16 21:11:10

그 심정을 빌려 도서관 예약을 취소해 뒷사람의 고통을 앞당겨줄까 합니다.^^

WR
1
2021-10-16 21:11:47

베스트 댓글입니다.ㅋㅋㅋ 이런 나쁜 사람!

1
2021-10-16 21:23:31

삼체에 대한 도서관 이용자 리뷰를 랜덤으로 가져왔는데요.

두 사람 모두 별5개를 줬음에도
주인공 감정묘사가 서툴고 여성의 역할부재 또는 바이어스를 지적하네요.

솔라리스를 기준 삼는다면
삼체 작가에게는 가혹할 것 같습니다.

WR
3
Updated at 2021-10-16 21:38:37

만약 과학적 묘사가 핍진하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 울림이 있다거나 문학적 테크닉이 뛰어났다면 화가 덜 났을 겁니다. 아니, 아예 문제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책에서 작가의 내면이 얼마나 천박한지 알게되었다고 생각해요. 여성에 대한 편견 뿐 아니라, 국가주의에 경도된 모습, 인본주의 경시, 아동인권 무시 등, 우리 수준에서 보면 입이 안 다물어질 만큼 천박함을 고루 노출합니다. 이를 현대 중국의 현실 반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미달합니다. 다른 분이 댓글로 류츠신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탄압을 정당화하는 인터뷰를 했다는 정보를 주시더군요. 저는 '당연히 그랬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1
2021-10-16 21:34:50

취소 확정! ㅋㅋㅋ


톨스토이 인생독본을 종교적 치우침에도 참고 읽는 것은 영점보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승옥의 문장의 유려함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당시의 보편성을 배려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이고요.

말씀하신 부분은 후진 중국의 모럴스탠다드를 공감해야 한다는 건데 심한 내적 반발이 있었을텐데 완독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WR
1
2021-10-16 21:37:11

공감 절대로 못했죠. 그야말로 이를 갈면서 읽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나, 인문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던 작품.

1
2021-10-16 21:03:24

이번 내용은 많이 어렵군요.
고등학생도 이 정도는 안다는 점도 놀랍고요.
저도 이과고 '과학하고 앉아있네'도 꽤 들었지만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WR
Updated at 2021-10-16 21:06:12

저는 문과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도 이런 내용을 배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십 년 전에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들을 주욱 훑어볼 기회가 있었어요.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도 배우고 지구과학에서 천체물리학도 배웁니다. 유튜브를 보면 저 항성의 핵반응 종류와 메커니즘 내용들에 대한 수능 문제풀이도 있습니다.  

1
Updated at 2021-10-16 22:30:57

꽥, 문과시라구요...  

문과 출신께서 이런 주제로 글을 쓰신다는 것에 놀라면서 한편으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어떤 미드(웨스트 윙)의 주인공이 생각났어요.

위의 장면에서 화면 속의 인물이 치는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마틴 쉰이 연기하는 경제학 전공의 대통령이 NASA의 우주 탐사 계획에 문제가 발생하자 

그에 관해서 고민하면서 비서실장에게 말하는 장면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는 피사의 성당에 앉아서

천장에 매달린 전등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걸 바라보고 있었지

자신의 맥박으로 시간을 재면서 말야

시계추 운동의 주기가 원호의 크기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걸 발견하였네

몇 년 후에 그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이론을 반박하였지

1609년 당시에는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거야

그 이론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과 대립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욱 그렇지

 

사실은 저 장면을 연출한 드라마 작가에게 더 감탄했었다고 말해야 하겠지만요.

현실에서 저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는 (문과 출신의) 정치인이 있다면 정말 매력적이고 멋질 것 같습니다만...^^

WR
2
Updated at 2021-10-16 23:06:53

사실 경제학은 STEM(science, technology, economics, medical)의 한 구성요소이니 이과로 봐도 무방하죠. 대수학과 확률통계 위주의 수업도 그렇고요. 오히려 저 대통령이 말하는 과학사적 지식은 인문학적 지식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만 내용이 너무 기초적인 것을 나열하는 것 같아서, 제가 비서였다면, "대통령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아는 척은 이제 그만~" 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아마도 대중들에게 역사적 지식과 극중 상황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대사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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