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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연재]류츠신 SF, 『삼체』의 치명적 오류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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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0-19 10:49:47

 

 

 

 3. 삼체세계의 만능컴퓨터, 지자(智子)

 

 

 

 1권의 또 다른 주요한 오류 중 하나는 양자의 '저차원 펼침'을 이용해 만든 양성자 크기의 컴퓨터인 지자(智子)의 존재와 그 지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실시간 통신에 관한 것이다. 『삼체』에는 지구의 삼체문명 추종자들과의 실시간 통신을 가능케 하고, 인류의 과학 발전을 방해하기 위해 지구로 발사되어 여러가지 임무를 수행하는, 지자라는 일종의 만능 컴퓨터가 등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류츠신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에 관련되 여러 이론을 이용해 고안한 개념인데도 불구하고, 그 이론들의 가장 기초적인 면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 

 

 

 

 

 

 

 

3-1. EPR역설과 코펜하겐 해석


 어째서 그런가? 일단 이 지자는 것은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얽힘 현상을 이용해 실시간 통신을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다. 이 아이디어는 양자역학의 오류를 지적하기위한 사고 실험으로 제시되었다가 오히려 양자역학의 정당성을 입증하게 된 EPR 패러독스의 얽힘문제, 그리고 EPR역설 논문이 입증하려고 한 아인슈타인의 숨은 변수이론과 관계된 데이비드 봄의 숨겨진 차원 이론에서 착안한 듯 보인다.

 

 

 분열 입자쌍 스핀 방향 모식도

 

 

  EPR역설의 대략적인 개념은 이렇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운동 정보를 결정론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한 입자가 붕괴되어 입자-반입자 쌍으로 쪼개져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게 된다면, 두 입자의 각운동량(나중에는 봄에 의해 스핀으로 대체되었다)은 무조건 반대일 수 밖에 없으므로, 한 입자의 정보를 알게 된다면, 나머지 입자의 정보도 자동적으로 알 수 있다. 만약 이 입자들이 상대론적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를 날아간 다음 임의의 한쪽을 관측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자동적으로 나머지 한 쪽의 운동 정보를 알게 되는데, 이것은 어떠한 정보도 빛의 속도를 넘어 전파될 수 없다는 상대성 이론에 위배되는 것이다. 따라서 입자의 운동 정보가 관측 전까지 미리 정해지지 않았다가 관측에 의하여 단일한 관측값으로 수축된다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은 옳은 해석일 수 없다. 증명 끝.


 이것이 알버트 아인슈타인-보리스 포돌스키-네이선 로젠 등, 세 학자들에 의해  공동 논문으로 제시되었다(그래서 이들의 성 첫 글자를 따 , EPR역설이라 불린다. 실제 논문의 구성과 작성은 로젠이 담당했다.). 

 

 

 좌로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 보리스 포돌스키- 네이선 로젠. 

네이선이 아니라 찰스나 크리스였으면 ABC페러독스가 되는건데.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양자론적 스케일에서 입자의 상태는 확률적으로만 존재한다.(즉 아인슈타인이 말하는 것처럼 미리 결정되어있지 않다.) 관측 대상 입자의 상태는 관측에 필요한 입자(이를테면 광자나 전자)의 영향을 받으므로 운동량과 위치의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한다(즉 그 둘을 동시에 정확히 할 수 없다). 따라서 관측대상의 운동 정보는 관측 할 때만,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결정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해석에 즉각 반발했다. 만약 코펜하겐 해석의 주장대로 관측 대상의 운동 정보가 관측을 통해 새롭게 확정되는 것이라면, 위에서 가정한 것처럼 분열된 원자가 멀리 떨어졌을 경우, 한 쪽의 운동정보가 새롭게 확정되는 순간 다른 쪽의 정보도 즉시 결정되게 된다. 이는 정보가 시공간을 매개로, 빛의 속도를 넘지못하는 한계 내에서만 전달될 수 있다는 상대성이론의 결론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물질의 실제(이를테면 입자의 운동정보)가 관측과 상관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실재론자였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이 상대성이론의 결론을 위반하는, 시공간과 빛의 속도라는 제약을 무시하는 어떤 신기한 비국소적 연결을 가정해야 하는 엉터리 이론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관측결과를 다르게 해석했다. 우리가 정해진 운동상태를 정확히 관측 하거나 측정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거나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어떤 숨은 변수가 물질 세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숨은 변수에 따라 분열된 입자쌍의 운동상태는 이미 분열 순간에 정해지게 되고, 따라서 코펜하겐 해석처럼 운동상태가 관측에 의해서 수축(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론적 효과과 나타나는 먼거리에 떨어진 분열된 입자쌍은 이미 관측 이전에 결정된 것이므로 상대론에 위배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서 양자역학이 틀렸고 상대성이론은 영원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인간의 직관에 잘 맞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혁명이 과학계를 휩쓰는 와중에도 몇몇 반동 왕당파 추종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 위에서 언급한 데이비드 봄과, 존 스튜어트 벨이다.   

 

 

 

 

위로부터 데이비드 봄, 벨 부등식을 만족하는 실험 개념도 앞에 서있는 존 스튜어트 벨. 

 

 

 

3-2. 벨 부등식과 입증실험

 

  존 벨은 아인슈타인 등의 EPR역설 논문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벨 부등식을 제안했다. 벨은 EPR 논문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했고, 벨 부등식은 그 실험의 관측값이 아인슈타인의 숨은 변수 이론을 만족시키는 값을 예측했다. 이제 실험이 이루어지고 그 측정값이 벨 부등식을 만족시키면, 숨은 변수 이론의 정당성이 입증되고, 관측정보가 상대성이론을 위반하면서 시공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식의 설명을 기각해도 될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벨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후 최근 2015년까지 총 7번의 실험들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실험값은 벨의 부등식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고전적 관점이 아니라 양자역학의 예측을 입증하는 실험값들이 지속적으로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위로부터 차례로 벨 부등식 입증을 위한 빛 편광을 이용한 실험 개념도들과 분열된 입자쌍의 스핀 측정개념도

맨 아래는 편광을 이용한 벨 부등식 입증실험에서 아인슈타인의 고전적 예측(붉은 색)값과 양자역학의 예측값(파란 색)

실험은 양자역학적 해석의 결과값과 같았으며 이로서 아인슈타인의 숨은변수이론은 기각되었다. 

 

 

 이 사건의 논의와 실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이 글의 분량과 주제를 훌쩍 뛰어넘는일이다. 그래서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1. 벨 부등식 검증 실험은 아인슈타인의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을 기각하고, 코펜하겐 해석을 지지한다.

2. 이 실험은 또한 데이비드 봄의 비국소적 숨은 변수이론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봄의 가정인 파일럿 파의 존재를 검증할 수 없으므로 코펜하겐 해석과 구분되는 효과적 이론이라 볼 수 없다.

3. 이 실험의 결과는 상대성이론과 코펜하겐 해석이 모순되지 않음을 입증한다.

4. 정보는 시공간과 빛의 속도라는 제약을 넘어 순식간에 전달될 수 없다.

 

라는 것이다.

 

 

 

 

3-3. 어쩨서 지자(智子)의 존재는 현실에서 불가능한가?

 

 

 그리고 류츠신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설프게 주워듣고 어쩌면 시공을 초월하는 통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는 EPR 역설의 기본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얽힘 현상이 유지되는 상황을 결맞음이라고 하는데, 이 결맞음이 유지되는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입자-반입자쌍의 어느 쪽이든 다른 존재와 상호작용해서 정보가 노출된다면, 그 즉시 결맞음이 깨져서(결 잃었다고 표현된다), 상호작용이 중지된다. 이를 고전역학적으로 비유하자면, 두 당구공이 부닥쳤을 때, 하나의 당구공의 운동량을 알면 다른 당구공의 상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이 다른 당구공과 또 부닥친다면 그 즉시 다른 당구공의 상태와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되어버리는 것과 같다. 때문에 소설 속에서처럼 지속적으로 관측자와 정보를 교환하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두 입자 간의 결맞음 상태를 유지한다는 아이디어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모순이다.

 

다중 양자계의 결맞음 개념도. 양자 결맞음 상태의 유지조건은 아주까다롭다. 다른 상호작용한 물질적 존재들과 최대한 격리시켜야 한다. 그래서 양자 결맞음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는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초저온 상태에서 아주짧은 시간동안만 기능할 수 있다.


 둘째,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벨 부등식과 그 검증 실험, EPR 패러독스가 오히려 양자역학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증거들이 널려있다.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의 주장이 틀렸으며 통제된 정보를 이런 체계를 통해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즉  첫째 이유에도 불구하고 얽힘당태가 유지되는 통신수단이 있더라도, 이를 통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보는 전달되더라도 즉각 확율에 의해 오염되어 의미를 잃는다.) 양자의 다각적인 운동량이나 스핀에 대한 정보들이 온전하게 실시간으로 상대성이론을 위반하면서 전달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EPR 패러독스에 의해 위반되지 않고 따라서 양자역학은 상대성이론과 이 수준에서 모순이 없다. (이 문제의 구체적인 측면들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EPR패러독스와 벨 부등식에 관한 내용을 검색해보라. 기초적인 과학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컨텐츠들이 다수 존재한다. 물론 이것으로는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고 관련 교양서들을 읽어봐야 한다.) 엃힘 현상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다는 아이디어는 무한동력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공상이다. 

 

 

 셋째, 류츠신의 지자의 작동은 양자역학적 방식으로 상대성 이론을 위반하는 식으로 작동된다. 즉 양자역학의 결맞음과 정보의 비국소성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전달은 시공간과 빛의 제약을 뛰어넘어 즉시 전달됨으로 상대성이론을 위반한다. 류츠신은 상대성이론을 위반한다는 것이 어떤 결론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듯하다.

 

  우리에게 실시간이나 현재라는 개념은 광원뿔을 벗어나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에게 실시간이란, 4.3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의 시간은 4.3광년 전의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순간 현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위반하면 우주의 인과율이 붕괴된다. 이것은 광속의 측정과 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되는 연역적 결과다. 어슐러 르 귄의 서계관에 나오는 엔서블이라는 실시간통신기구나, 스타워즈, 은하영웅 전설과 같은 스페이스오페라의 세계관의 상황이 전부 마찬가지다. 이들은 상대성이론이 암시하는 효과를 깊이 숙고하지 않은 채, 그저 고전역학적인 시간관을 우주적 규모에서도 유지하고자 이런 도구들을 고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도구들이 실재한다면, 이 우주는 인과율을 지킬 수 없는 엉망진창인 곳이 된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보자. 알파 센타우리에서 지구로 순식간에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면, 늘어난 정보만큼 엔트로피가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정보를 전달한 물질적 인과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만일 이 사건을 누군가 관측하게 된다면 마치 시간이 역전한 것과 같은 기묘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화나 공상소설에서 하도 많이 본 이야기라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얼마나 불가능하냐면, 용이나 천사가 등장하는 것보다 더 불가능하고, 비물질적 귀신이나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영혼, 멕스웰의 도깨비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는 오래된 멕스웰의 도깨비 같은 아이디어의 옷을 갈아입은 복사판이다. 그리고 멕스웰의 도깨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벌써 6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3-4. 지자를 개연성 있게 만드는 다른 이론.

 

 나라면 아예 이런 통신수단을 가정하지 않을 것이다. 4.3광년 스케일의 공간적 세계를 다루는SF라면, 이런 고안물 없이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사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온갖 오류에도 불구하고 꼭 이런 즉각적인 통신수단이 필요하다면, 나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나 양자역학이 아니라, 양자역학 연구자였음에도 그와 상관 없이, 칼 융과 동시성에 대한 신비적 탐구를 수행한 볼프강 파울리의 이론을 참고하겠다. 물론 이 이론도 현대 물리학이 설명하는 세계와 모순되지만, 최소한 이미 널리 알려진 이론과 사실들을 전부 무시하고 왜곡된 설명을 덧붙여야하는 수고와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이런 시도는 안 하는 것이 제일 낫고, 그래야 하드SF라는 주장에 값한다. 

 

 협력을 통해 동시성에 대한 탐구를 진행한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과 볼프강 파울리. 

이 둘은 어렸을 때부터 과학적 인과율로 설명 불가능한 사건들을 많이 겪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진지한 하드SF작가들이 광속의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도구를 만들 생각이라면,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구태의연한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에게 무한이 낯선, 인과율이 파괴된 세상을 그리기 위해 도입해야 한다. 류츠신이 만든 세상은 하드SF적인 세계가 아니라, 그저 익숙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세계였던 것이다.    


 또한 지자의 존재가 가능하다면, 고전역학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적 세계라 하더라도, 소설적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게 된다. 어찌 되었건, 그런 도구를 만들 수 있는 고도의 과학 문명을 보유하고, 문명전체가 위협 받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태양계로 지자를 보낼 생각을 왜 못했을까.  이미 기술력이 충분한 문명에서 말이다. 지구로부터 전파를 수신하기 전부터 이미 탐사가 계획되어야 맞는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항성간 전파가 발사되기 한참 전에 이미 삼체 세계는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로버트 하인라인의 『조던의 아이들』이란 소설이 있다. 이 소설에서 인류는 항성간 여행이 가능해지자마자 첫번째로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로 대규모 이민 우주선을 띄운다. 우주 탐사가 가능하다면, 가장 가까운 곳을 먼저 탐험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사실 이 소설은 이론이 많이 등장하고 그 이론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가 다 부박한 만큼 페이지 페이지마다 모순들이 넘쳐 나서 문제를 지적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1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여기까지 하자.  


다음 편에서는 2부에 제시되는 이론들의 문제들을 훑어 볼 텐데, 2부는 거의 스페이스 오페라에 가까워서 과학이론에 대한 문제는 제시하고 말 것도 없다. 그러나 2부에서는 문명과 힘의 균형, 게임이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자연과학이론의 부박한 이해만큼 문제를 노출하는 것 이상으로 세계관이 유치하다. 한 번쯤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이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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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쳅터는 유일하게 고등학교 교과 수준의 과학 상식을 벗어난 내용들이 등장해 어려움을 느끼셨을 수 있습니다. 설명하는 저도 마찬가지여서 세부적인 과정들은 전부 빼고, 결론만 남기고 개념도들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느라 글을 다 갈아엎어서 시간이 좀 걸렸네요.)  잘 이해가 안 간다해도 당연한 내용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각 소쳅터의 결론들만 숙지하시고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다음 회부터는 훨씬 쉬운 내용들입니다.

12
Comments
1
2021-10-17 21:58:15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군요.
그저 추천만 드립니다.

WR
2021-10-17 22:03:26

그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다음 번 부터는 훨씬 쉬워질 거에요.

1
Updated at 2021-10-17 23:51:07

1. 과알못이지만 존 그리빈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 양자역학의 서사가 어떻게 물리학계에 충격적 결과를 줘왔는지 어느정도 알게 됐었는데요. 옳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제 사고에 어떤 전환적 장치를 추가하게 만든 것이 양자역학 분야에 대한 얄팍하나마 위태하게 유지하는 지식입니다. 만일 삼체를 읽었다면 굉장한 혼돈과 의심에 빠졌을테고 류츠신의 주장에 현혹됐거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거나, 눈치채고 이를 갈며 끝까지 읽거나^^인데 이는 사람마다 상대적으로 조금 다르겠다는 생각입니다.

2. 아인슈타인이 코번,코페르니쿠스였다면 CPR역설이 됐겠죠^^

3. 류츠신은 기본 컴퓨터구조도 모르나봅니다. 양자컴퓨터 개념만 차용한 용어조합 수준인 것 같아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쥬라기 공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상승한 것처럼 느낀 건 류츠신의 공적이죠?

WR
2
Updated at 2021-10-17 23:55:31

1. 아마도 그러셨을 겁니다. 저는 한 사람이라도 그러한 일을 겪는 것을 막고자 이 글을 써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2. 오! CPR 역설 쪽이 더 멋집니다. 죽어가는 고전역학에 심폐_소생술을 실시하는 이론이긴 하죠.

 

3. 의외로 고전 컴퓨터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아마도 그가 수력발전소 프로그램 엔지니어였다는 이력 덕이겠죠. 그래서 1부에 폰 노이만 아키텍처를 설명하는 꽤 멋진 상상력이 발휘됩니다. (이 소설에서 거의 유일하게 볼만한 구석이 있는 부분이고, 사실 그것도 아이들을 위한 교양만화에서 컴퓨터의 기본 논리게이트 소자를 의인화한 한것과 중국적인 뻥이 심한 스케일을 합한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요.) 그러나 양자역학이나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듯 합니다. 사실 양자컴퓨터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책을 몇권 읽어봤는데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삼체에 비하면 주라기 공원은 철저한 리얼리즘 소설입니다. 

1
Updated at 2021-10-18 01:11:29

개연성 확보는 작가와 독자가 논리가 뻥임을 공유하며 생길 수도 있는데 이를테면 팔란티르(반지의 제왕, 사루만의 구슬)를 발굴해서 지자의 코어로 삼았다면 훨씬 설득력 있고 재밌으며 하드사이언스 표방했다는 마케팅을 하게되진 않았을텐데요.^^

rockid님을 생각나게 한 비디오입니다.
https://youtu.be/FuqMZ-4yxJI?list=PLSJMkfbCPzGdkpVUznunIqUyKaxtXPUV1

WR
1
Updated at 2021-10-18 12:18:10

그러게요. 사실 하드SF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크로스오버나 다른 장르를 싫어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하드 SF는 작가에게 과학적 역량을 많이 요구하죠. 류츠신은 그런 글을 쓸 역량이 안되니 사실 시도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박문호 박사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다만 암기를 너무 강조하시는 스타일은 의문이 좀 있었는데, 이제 조금식 생각이 달라지신다니 좋습니다. 사실 저 분의 교육 방법이 일전에 제가 언급한적이 있는 일본의 칼리지 오브 렉스 와 상당히 비슷해요. 다만 박문호 박사쪽이 좀 더 엘리트 지향적이고 약간 답답한 측면이 있습니다. 깊이있게 공부는 하는데 무언가 창의성들은 좀 부족한 아웃풋이 나온달까 하는게 제 솔직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분이 저술하신 책들도 좀 그랬고.

1
2021-10-18 12:27:21

그 분 회원제 사이트 보니 예전 구조론 설파하시던 분 생각나던데요, 입맛에 맛는 책은 참고하고, 과장하는 진심어린 표현들이 재미있어서 저 동영상은 다 봤습니다.

방금 아내와 한 이야기,
"동영상에 보면 박문호 박사 뒤에 책꽂이 봤지? 그렇게 책이 많고 많이 읽었고 조문도 석사가의 수준의 책팔이를 잘 하시잖아? 하지만 저 분과 매일매일 좋은 책이나 영화보고 감탄하고 있는 우리와 뭐가 다를까? 우리가 저 만큼 책을 읽으면 나아질까, 뭣이 다를까? 만일 지금과 별 다르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같은 생활방식을 포기해야 할까? 바로 여기에 비밀이 있지 않을까? 목표는 진리가 아니고 진리를 갈구하는 삶의 태도, 나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내 : 끄덕끄덕.

WR
3
2021-10-18 12:38:55

사실 박문호 박사가 각종 학문에 관심을 두게 된 경위나 양자역학 등을 공부하게 된 과정, 책 소개를 보면 저와 상당히 비슷한 부분을 뱔견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허영심, 좋게 말하면 앎에 대한 의지가 큰 건데요, 그러다 보니 말씀처럼, 다른 분야들에 대한 몰이해나 무시가 간간히 보여요. 전문가의 함정인 거죠. 사실 저는 청소년기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하면서 책을 읽고 지금도 그러는 중인데, 인문학에서 자연과학보다 더 섬세한 주제 접근에 대해 배운 것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아직 경성과학으로 통제변인을 다 다룰 수 없는 주제들을 다루니, 직관적으로, 자동적으로 그런 태도를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통찰력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자연과학은 대상에 대한 엄밀한 탐구라는 점, 확실성을 그 어떤 방법론보다 엄밀하게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예술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고 도이기도 합니다. 세상과교섭하면서 지켜나야갈 태도를 많이 배우게 되죠. 그런데 박문호 박사는 상대적으로 그런 인문학의 직관적인 통찰이나 접근방법을 너무 경시하는 분위기가 좀 있어요. 나름의 개성이고 방법론이라고 인정은 하지만 제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핑커나 데닛 정도 되면 숭배할만하죠. 

1
Updated at 2021-10-18 13:04:44

저는 이제서야 박문호 박사를 접했으나 그가 가리키는 어떤 것을 볼 뿐이지 그 분 자체나 그 분의 해설(석)은 비판적으로 보게 되더군요. 오히려 보면서 저런 식으로 침튀기며 강변하면 안되겠구나(반성하는 이유는 그런 모습애서 저를 발견해서 ㅠㅠ) 느낍니다.

개인적인 수양 수준과 독서량, 사회적 성공여부는 내적인 깨우침 수준하고는 다르다는 생각(비교할 수 없기에 우열은 없지만 신독, 자족, 평안의 과정을 따름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제가 삼체 때문에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연과학 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자신이 관심갖고 있던 까시나명상과의 접점을 발견한 아내(붓다가 명상으로 과학했다?)가 투척한 본문 리스트를 가지고 오늘 저녁식사는 화제가 풍성했습니다.

사고의 본질, 아직 보는데요(정말 재밌어요) 보다가 빈 서판을 다시 살펴보니 느낌이 달라졌어요. 옷깃 여미고,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습니다.^^

WR
1
2021-10-18 13:27:13

정말 공감합니다.  깨우침이 무엇인지 아직 감도 잡히지 않는 제가 말씀드리긴 겸언쩍지만, 그래도 그게 뭔가 삶이 위기에 닥치더라도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어떤 자질을 획득하는 것 비슷하다면, 나는 이나이 먹도록 도대체 뭘 했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요즘 말대로 "뭐라도 해야" 할텐데요.ㅎㅎ

WR
1
2021-10-18 12:47:22

또 다른 이야기.

저도 어느 정도는 박문호 박사 비슷한 허영과 욕망,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느끼는 행복이 다른 분들이 다른 곳에서 느끼는 행복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고 더 행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럼 이대로 다 물리고 좀 더 균형잡히고 여유롭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볼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할래?"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아니라고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이 모두 부족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말이죠. 김윤식이 퇴임사에서 말했던, "인간으로 태어나 다행이었고, 문학을 해서 다행이었다."라는 말이 제게는 큰 울림이 있습니다. 존재론적으로 우주의 한 일부로서, 그 일부를 통해 전체를 바라보고 회고하는 이 시야를 절대로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 댓가로 어떤 커다란 행복을 얻을 수 있더라도요. 

 

쓸데 없는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2021-10-18 13:16:19

바로 삼체에 대한 다음 글의 예고편 같은 글이네요?

오징어게임의 분석기사 멘트 중, k 드라마가 섹스, 누드 없어도 히트한 것은 모럴 스탠다드가 통했었고 초기에 중국 내 인기에 힘입었는데 그것은 상호 호환되는 윤리적 토대때문이다(대충 기억해서 맥락만..)라는 먈이 있었는데요.

과연 류츠신이 자신의 책에서 또 어떤 부분으로 rockid님의 행복한 10일을 훔쳐갔는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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