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피부로 느끼는 양극화의 극단
미국 일상이면서 읽기 불편한 글입니다.
며칠 전에 시애틀에서 총격사고가 있었습니다. 늘 있는 일이지만 이번 일은 달랐습니다. 피해자가 한국 사람들이었고 임산부가 포함된 부부였습니다. 결국 부인은 사망했고 태중 아이는 긴급분만했으나 사망했다고 합니다. 남편과 3살배기 아이가 남겨졌다고 합니다.
범인은 체포됐고 범인의 증언과 CCTV가 어긋나서 종합한 결과 일면식이 없고 사고 전 피해자와 범인이 교차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범인이 잠시 정차한 차를 행해 다가가면서 총을 쏘고 도망갔다는 건데요.
저는 처음에 뉴스를 보고 청부살인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 그런 정황은 없고 그럼 왜? 라는 질문에 뉴스에 노출된 피해자의 차량이 생각났습니다. 흰색 테슬라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가 멀지 않은 곳에 삽니다. 같은 서울 산다고 이웃이라 친다면 저는 얘네들의 이웃사촌인 셈인데요. 뭐 쟤들이 다니는 버거집 커피집이라는 곳도 가봤고 멀치감치 호수에서 그들의 집을 본 적도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생활권이 같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카테고리 감옥에 들어갈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연초에 테슬라가 과감한 가격인하를 했던 적이 있었죠. 테슬라가 갖고 싶었던 사람들은 몹시 흥분했었죠. 두 세 대씩 한꺼번에 사서 가족들이 한 대 씩 타고다닌다는 한 다리 건너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습니다. 저는 참고로 테슬라에 별 흥미 느끼지 못합니다.
시애틀이라는 상징적 카테고리에서 거주하면서 테슬라를 탄 동양인 부부가 일을 당했는데 우발적 범행이라는 것입니다. 인종문제를 논외로 친다고 하면 테슬라로 읽히는 어떤 것을 의심할 수도 있지 않은가요.
테슬라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사람들이 테슬라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누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뿌듯함의 아이콘과 갖고 싶은 욕망이 변질된 증오의 아이콘으로 양극화될 수도 있으니까요.
일상이야기입니다.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 밤에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 떼강도가 출몰합니다. 현찰이 별로 없다는 종업원에게 총을 쏘고 달아나는 사건이 납니다. 때로 ATM을 차로 들이받고 통째로 들고갑니다. 식당 등을 경영하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우는 사람들을 알아내 대낮에 빈집털이가 늘어납니다.
와중에 코로나로 인한 월세유예조치가 끝난 이후에 월세가 밀려 은행에 차압되는 집이 급증한다고 합니다.
저희 동네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돌아다닙니다. 괜히 문을 두드려 필요없는 대화를 하고는 돌아가는 사람들이 얻는 정보는 그 집에 누가 있고 몇 시에는 사람이 없고 노약자만 있는 집은 어디어디이다라는 것, 저 집에는 총이 없을 것 같다라는 것 등일 것입니다. 역으로 이런 서로의 의심이 극에 달해 SNS에는 새벽에 아마존 배달하는 사람에 대한 의심글도 심심치 않았습니다.
남의 집을 잘못 찾아갔다가는 총 맞을 확률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인플레가 심화되었고 음식값은 두 배로 치솟았지만 소비는 여전히 활발하다고 합니다. 개의치 않고 바깥 생활을 마음껏 하게 된 마당에 비용 따위 신경쓰지 않는 수준의 사람들이 많은 것이고 같은 상황에 누구는 직장을 잃고 집을 빼앗기고 아기 분유와 기저귀 살 돈이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세상이 끝장이 나려나요? MZ세대의 사고방식은 이런 세상의 변화와 함께 기성세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말이 통하거나 기특해 보이는 애들을 보면 천연기념물 같습니다.
그렇답니다. 어둠진 밤이면 슈퍼에 뭐 사러나가기도 무서운 시절이 됐습니다, 풍요를 대변하는 널찍하게 탁 트인 주차장이 밤에는 진짜 무서운 곳으로 변하거든요.
제가 고민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나 분명 추억담을 꺼내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주변 동네의 분위기입니다.
고로 이번 주말에도 깊은 산으로 들어갑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gonize over sentences. And
pay attention to the world. - Susan Son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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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을 정부가 과감하게 펼치고 기업이나 부자증세를 해야하는 이유이죠. 왜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냐구요? 총맞아 죽을 확율이 줄어들고 부자들이 고용한 사람이나 임차인들이 월세를 꼬박꼬박낼수 있으니 당신한테 득이다라고 설명하면 이해하려나요. 자본주의사회...특히 우리나라처럼 아파트에 미친 사회는 총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어떤식으로던 되돌려받을겁니다. 총격으로 사망한 분의 명복을 빕니다. 남은 가족분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