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세대/ 문화 차이 경험, 미국 젊은이
여행기에 쓰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나름 유명한 사람이기에 인터넷에서 특정되기 쉬워서 여행기와 연관해서 아예 언급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거든요.
미국에 와서 살면서, 벌써 10년이 훨씬 훌쩍 넘었는데 미국 청년과 근접한 거리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경우가 없었고 살면서 마주치지 않았을 경우를 접했기에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 같은 물가에 텐트를 치고 건너 편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니 미국 부부들이었는데 개울에서 수영을 하고 나와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고 하더니 아침 일찍 떠났습니다. 나무 다리를 건너 그 자리를 가 봤습니다. 탐나는 자리였어요.
저희 자리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맑은 물색과 더불어 주위 나무들의 반영이 멋 있게 보이고 물에 보다 편하게 들어갔다 올 수 있게 생겼습니다. 다만, 배낭 메고 불안한 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게 문제였고 이미 쳐놓은 텐트를 접어 옮기기 귀찮아 포기했습니다. 건너는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다리의 마지막 부분을 인근에서 돌을 주워다가 마음 편하게 건널 수 있게 보강했습니다. '이거 내가 했다, 으쓱으쓱' 하며 너스레 떨어 '땡큐'도 많이 들었죠.
다시 저희 텐트로 돌아와 테이블에 앉아 물멍하고 있는데 예쁘장한 처자가 다리를 절며 빈 자리를 둘러보고 테이블에 드라이백 하나를 두고 가더군요.
나중에 같이 저녁초대를 받아 대화를 나눈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어요. 처자처럼 보였던 긴 금발에 쭉 빠진 몸매의 아름다운 청년이었고 다부진 상체까지 합해서 얼른 생각나는 사람이 기묘한 이야기의 스티브였습니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었으면 인상이 정말 비슷할 것 같은데요.
발에 물집이 생겨서 밴드도 줄겸 저녁에 오라고 했다는데 이 친구가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예약자체가 어려운 곳을 기본의 두배 기간으로 예약을 해서 6박7일을 머무는 것도 그렇고 다음 여행가는 곳도 보통사람들 가는 곳이 아니어서 배경이 좀 다른 청년이구나 했습니다. 직업도 평범하지 않았는데 그것까지 말하면 너무 특정되니까 이 정도에서 ㅎㅎ.
주섬주섬 먹을 것을 많이 가져와서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야기하다가 배낭에서 튜브를 끌어내어 뽀글뽀글 빨더군요. 처음엔 물을 왜 저렇게 마실까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물담배였어요.
https://m.blog.naver.com/yimin3181/50183120189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자기가 위스키가 있는데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나머지 4사람은 모두 놀랐고 기뻤습니다. 애초에 알콜류가 반입금지인 곳이라 저희도 와인을 가지고 오지 않았거든요.
반병 들은 스크루볼이라는 위스키를 가져와서 5명이 나누니 조금 씩이지만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었습니다.
https://vitala.co.kr/shop/SKREWBALL01
술이 들어가니까 이 친구가 또 다른 제안을 합니다. 마리화나 있는데 혹시 원하느냐고요. 상대적으로 늙은 나머지 4사람은 한 목소리로 '노'했습니다. 낮에 트레일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맡았거든요. 비흡연자에게는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말 타고 노새로 짊을 나르는 원주민들이 마리화나 냄새를 많이 풍기더라구요.
물담배와 위스키와 마리화나를 즐긴다고 해서 그 청년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날 마을의 매장 앞 마당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더군요. 체류기일이 기니까 구경 다 하고 나서 봉사활동을 하는 거였습니다. 큰 쓰레기봉투 다 채울 때까지 한다고 하더군요.
소소한 문화차이 체험이었습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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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의 일탈을 보고 그 청년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 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청년의 모습에서 스티븐 시걸의 모습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