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2
프라임차한잔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차한잔]  세대/ 문화 차이 경험, 미국 젊은이

 
14
  2988
2024-04-06 02:58:24

여행기에 쓰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나름 유명한 사람이기에 인터넷에서 특정되기 쉬워서 여행기와 연관해서 아예 언급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거든요.

 

미국에 와서 살면서, 벌써 10년이 훨씬 훌쩍 넘었는데 미국 청년과 근접한 거리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경우가 없었고 살면서 마주치지 않았을 경우를 접했기에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림 같은 물가에 텐트를 치고 건너 편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니 미국 부부들이었는데 개울에서 수영을 하고 나와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읽고 하더니 아침 일찍 떠났습니다. 나무 다리를 건너 그 자리를 가 봤습니다. 탐나는 자리였어요. 

 

저희 자리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맑은 물색과 더불어 주위 나무들의 반영이 멋 있게 보이고 물에 보다 편하게 들어갔다 올 수 있게 생겼습니다. 다만, 배낭 메고 불안한 나무다리를 건너야 하는 게 문제였고 이미 쳐놓은 텐트를 접어 옮기기 귀찮아 포기했습니다. 건너는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다리의 마지막 부분을 인근에서 돌을 주워다가 마음 편하게 건널 수 있게 보강했습니다. '이거 내가 했다, 으쓱으쓱' 하며 너스레 떨어 '땡큐'도 많이 들었죠.

  

 

다시 저희 텐트로 돌아와 테이블에 앉아 물멍하고 있는데 예쁘장한 처자가 다리를 절며 빈 자리를 둘러보고 테이블에 드라이백 하나를 두고 가더군요. 

 

나중에 같이 저녁초대를 받아 대화를 나눈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어요. 처자처럼 보였던 긴 금발에 쭉 빠진 몸매의 아름다운 청년이었고 다부진 상체까지 합해서 얼른 생각나는 사람이 기묘한 이야기의 스티브였습니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었으면 인상이 정말 비슷할 것 같은데요.

 

발에 물집이 생겨서 밴드도 줄겸 저녁에 오라고 했다는데 이 친구가 재미있는 친구였어요. 예약자체가 어려운 곳을 기본의 두배 기간으로 예약을 해서 6박7일을 머무는 것도 그렇고 다음 여행가는 곳도 보통사람들 가는 곳이 아니어서 배경이 좀 다른 청년이구나 했습니다. 직업도 평범하지 않았는데 그것까지 말하면 너무 특정되니까 이 정도에서 ㅎㅎ.

 

주섬주섬 먹을 것을 많이 가져와서 나눠먹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야기하다가 배낭에서 튜브를 끌어내어 뽀글뽀글 빨더군요. 처음엔 물을 왜 저렇게 마실까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물담배였어요. 

https://m.blog.naver.com/yimin3181/50183120189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자기가 위스키가 있는데 원하느냐고 묻습니다. 나머지 4사람은 모두 놀랐고 기뻤습니다. 애초에 알콜류가 반입금지인 곳이라 저희도 와인을 가지고 오지 않았거든요.

 

반병 들은 스크루볼이라는 위스키를 가져와서 5명이 나누니 조금 씩이지만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었습니다. 

https://vitala.co.kr/shop/SKREWBALL01 

 

술이 들어가니까 이 친구가 또 다른 제안을 합니다. 마리화나 있는데 혹시 원하느냐고요. 상대적으로 늙은 나머지 4사람은 한 목소리로 '노'했습니다. 낮에 트레일에서 마리화나 냄새를 맡았거든요. 비흡연자에게는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말 타고 노새로 짊을 나르는 원주민들이 마리화나 냄새를 많이 풍기더라구요.

 

물담배와 위스키와 마리화나를 즐긴다고 해서 그 청년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날 마을의 매장 앞 마당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더군요. 체류기일이 기니까 구경 다 하고 나서 봉사활동을 하는 거였습니다. 큰 쓰레기봉투 다 채울 때까지 한다고 하더군요.

 

소소한 문화차이 체험이었습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9
Comments
2
2024-04-06 05:38:42

’몇가지의 일탈을 보고 그 청년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 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청년의 모습에서 스티븐 시걸의 모습이 보입니다^^

WR
1
Updated at 2024-04-06 05:44:19

뒷모습은 금발미녀 같았고 앞에서 마주 보며 내내 미소지었기에 내내 눈이 즐거웠거든요.
장소와 상황의 특성 때문에 타인 앞에서 자신 인생의 요약을 드러내며 나누고, 서로에 대한 공감과 격려가 아낌없이 순수한 그런 자리였습니다.

1
2024-04-06 09:06:48

미역 Sea WEED 를 가지고 가셨어야

WR
2024-04-06 09:27:07

미역국 팩으로 누룽지탕 만들어 캠핑아침식사로 잘 먹긴 했는데, Sea weed라고 드립치는 건 깜빡했네요.

2
2024-04-06 09:21:12

 자꾸 누군지 특정이 된다고 하시는데 저 포스터의 배우를 닮은 미국 사람이란건가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 알정도의 미국인인데 구지 뭐가 특정이 되면 안되는건지 모르겠네요~~  금발의 젊은 남성 미국인을 우리가 알 정도면 연예인밖에 없으거 같은데 그런 사람이 혼자서 저렇게 돌아다닐거같지 않기도 하고

 
WR
2
2024-04-06 09:33:18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저는 같은 땅에 있고 같은 SNS에 있는데,

전에 리스본에서 만난 인디 가수는 링크도 공개했잖아요? 이 글의 주제는 지극히 한국적인 관점에서 쓰는 거니까 그의 신분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이야기나 링크는 배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1
Updated at 2024-04-06 12:14:24

예 알겠습니다. 제 가벼운 호기심은 접어야겠군요. 그런데 구지 이런 호기심이 생긴 이유는 문두에서 부터 구지 누군지 특정될수가 있다. 밝히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그랬던거 같네요. 사실 그냥 그런 말씀 없이 본문의 내용을 쓰셨다 한들 우리는 누군지 알 도리도 없고 그냥 긴 금발머리 미소녀 같은 미국 남성이 누군지 호기심이 생길 이유도 전혀 없었거든요~~~~  아마도 정말 같은 미국땅에 계시니 이글을 읽는 한국 사람들조차 조금의 여지만 줘도 누군지 알지 모른다는 기우를 하시는것 같습니다~

 

 
 
3
2024-04-06 10:07:55

읽다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있네요.^^ 예전에 아버지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보온병에 담아 있는 물을 자꾸 조금씩 드시길래 여기도 있는 물을 뭘 집에서까지 가지고 오셔서 드시냐고 물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버지의 대답은 "이 식당은 술을 안 팔거든. 이 맛있는 음식에 함께 하려고 위스키 조금 가져왔어.ㅎ"

WR
2024-04-06 10:14:43

마주보고 이야기하다가 말 사이사이에 뽀글뽀글 빠는 모습이, 한국 직장회식에서 고개 돌리고 술잔 들이키는 자세예요. 이게 무슨 경우인가 파악하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동석한 다른 두 분은 미국인 70대 노부부였으니 눈치껏 잘 묻어가야 했어요.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