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FTA] 역사는 반복된다
한미FTA는 1500페이지에 걸친 방대한 문서지만 을사조약은 겨우 5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조약입니다. 그런데 원래 을사조약은 4개조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제 5조가 나중에 추가되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5조, 일본국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의 유지를 보증한다.
보시다시피 완전히 무의미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조항입니다. 물론 고종이 저 5조를 얻기 위해 을사조약을 체결하지는 않았겠죠. 어차피 강력한 외세의 힘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은 기정 사실이고 황실의 안위를 위해 그나마 이거라도 얻어보자...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어제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에 뭍히긴 했지만 BBK-FTA 빅딜설이 언론에 잠깐 노출되었었습니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을사조약 제5조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을사조약은 참 단순합니다. 내용도 짧고, 용어가 당시에 쓰이던 한자어가 많아서 그렇지 당대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5조도 아주 간단하죠. 반면 한미FTA는 1500페이지입니다. 통상법을 공부한 전문가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만큼 우리나라 법체계와 다른 용어들이 난무하고 문장도 극히 난잡합니다. 법률 용어가 다 그런거 아니냐 하는 수준을 넘어선 난잡함과 오역이 넘칩니다. 그리고 여기에 붙은,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진 '제 5조'도 무척이나 내용이 어렵습니다. 만일 사실이라면 그 고도의 치밇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욕망의 흐름은 예나 지금이나 한치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사 속에서 저 5조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조항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BBK도 그렇습니다. 저런 빅딜이 없었어도 FTA는 추진되었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FTA를 추진하고자 하는 세력의 힘은 강합니다. 막말로 역사적 책임을 논한다면 노무현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만일 고종이 저 5조를 요구하지 않고 그 당시에 목숨을 걸고 반대하다가 실재로 죽었다면, 그래도 국권은 침탈당했을지 모르나, 해방 후 지금 우리는 여전히 대한제국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고종은 그럴 '용기'가 없었지만 가카는 그럴 '의지'가 없다는 아주 사소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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