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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알리타: 배틀 엔젤 (Alita: Battle Angel)(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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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10 20:29:56



의리의 낭자 외팔이



[스포일러 있음] 

공중도시 자렘과 고철도시로 양극화된 26세기. 자렘을 위해 만들어진 고철도시는 경찰은 없고, 총기 사용도 금지돼서 현상금 사냥꾼인 헌터워리어가 사이보그 범죄자들을 파괴해서 치안을 유지하는 곳이다. 헌터워리어이자 의사인 다이슨 이도 (크리스토프 왈츠) 는 고철 더미에서 머리만 남은 사이보그를 발견한다. 팔, 다리 달아 사지멀쩡하게 만든 후 사고로 죽은 딸 이름을 붙여 알리타 (로사 살라자르) 라고 부른다. 알리타는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 그녀는 이도와 그를 자주 찾아오는 청년 휴고 (키언 존슨) 의 도움을 받아 고철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인기스포츠인 모터볼에도 재능이 있음을 깨닫던 알리타는 어느 날 헌터워리어 활동을 하던 이도를 구하다 기억의 일부를 찾는다. 그녀는 자기 존재가 모터볼을 거쳐 자렘에 닿아있음을 알게된다.



키시로 유키토 작가의 원작만화인 <총몽> 영화화는 영화감독 / 제작자인 제임스 카메론 선생이 숙원했던 프로젝트로 유명했다. 몇십년간 지속됐던 숙원은 의외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에게 넘어갔고, 카메론은 제작자로 남았다. 이 의외성은 스탠리 큐브릭과 <A.I.> 프로젝트에 비견될 수 있겠다. 오랜 세월 연출을 꿈꿨던 큐브릭이 나보단 네게 더 어울린다며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감독직을 요청했던 것 같달까. 물론 처음에는 원작 팬들에게 제작방향으로 욕 먹을까봐 로드리게즈를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뒤로 숨은줄 알았다. <총몽> 원작이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알리타: 배틀 엔젤>이 PG-13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난 원작 만화 초반부만 조금 읽었고, 더빙판으로 2부작 OVA만 본 기억만 어렴풋이 있을 뿐이라 화 낼 정도는 아니었다. 

 

 

원작 <총몽>은 상당히 어둡고 잔혹한 폭력성을 지녔다. 그러나 그 연출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를 잘 가지고 있다. 작가가 지녔을 법한 변태적인 성향과 상상력을 만화 속 인체개조 설정에 적용하여 올바르게 해소(?)하기도 했고, 인간과 사이보그를 두고 누가 더 인간다운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총몽> 에서 사이보그들이 망가지는 묘사는 마치 인간의 신체 절단 묘사를 보는 듯한 감흥이 있었다. 이를 이용해 특정 반전을 연출하는 용도로서도 폭력성은 작품에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알리타: 배틀 엔젤> 은 액션 장면 연출만큼은 원작에 크게 누가 되지 않는 선에서 폭력성을 지켜낸다. 사이보그임을 이용해서 마음껏 신체절단을 할 수 있는 설정인데, 과격한 표현을 뺀다면 앙꼬 빠진 셈이니 사실 약화시키고 싶어도 못했을 것이다. <알리타: 배틀 엔젤>이 보여주는 폭력 액션은 PG-13 등급이 처음 제정됐을 당시 헐리우드 영화의 살기등등함과 야만성이 다시 부활한 듯한 감흥을 준다. 이게 대단하다. 알리타가 다른 사이보그들과 싸우는 장면, 노만 주이슨 감독의 1975년작 SF 액션물인 <롤러볼>을 연상케하는 파괴적이고 살벌한 모터볼 경기 장면은 웬만한 요즘 R 등급 작품들보다 낫다. 앞으로도 헐리우드가 이 정도 수위를 지킬 수 있다면 R 등급으로 개봉했어야 할 작품이 PG-13 받아도 큰 불만 없을 정도다.



다만 원작의 고철 도시가 지닌 황폐하고 참혹한 풍경과 정서는 지나치게 완화됐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적된 부분으로, 자렘으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고철 도시 인간과 사이보그들의 처절한 생존욕구가 약화된 감이 있다. <알리타: 배틀 엔젤> 속 고철 도시는 '여기서 살려고 하면 살겠는데?'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밤 장면에 이르러서야 원작 속 도시 분위기가 조금 나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장면이 많지 않다. 때문에 고철 도시에는 생존 열망은 사라진채 자렘으로 상징되는 신분과 권력상승에 대한 자본주의적 욕구만 느껴진다. 도시 전경을 조망하는 숏들도 별로 없으며 액션이건 대화 장면이건 등장인물들 모습에 주로 집중한 탓에 도시가 지닌 공간적 매력도 부각되기 힘들다.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과거 작품들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된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해야할까. 괜찮았던 액션과 달리 어째서 암울한 '분위기' 가 약화됐는지는 알 수 없다. 세계관과 설정이 호불호 없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건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 슈퍼히어로물을 어두운 톤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던 2005 ~ 2010년 쯤에 제작했다면 원작 톤이 유지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일이다.

 


<알리타: 배틀 엔젤> 은 오롯이 알리타 캐릭터만을 이용해서 원작 <총몽>이 지닌 질문과 매력을 구현하고자 한다. 애초에 연작으로 계획했으니 1편에서는 다른 등장인물들 비중과 개성을 희생시켜가며 주인공 알리타에게만 집중하자고 전략을 짠 듯하다. 기술자 제임스 카메론의 자존심인지 알리타 캐릭터는 실사화에 맞춰 원작의 문어 주둥이는 포기했지만, 큰 눈은 작정했는지 눈 큰 배우 로사 살라자르까지 캐스팅 하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 특성을 유지하며 보는 내내 인간다움을 이끌어내려 노력한다. 기술력을 봐달라는 듯 철저히 알리타 캐릭터의 외적인 면모를 통해서 말이다. 덕분에 작품에서 알리타가 '나는 누구인가?' 식으로 고민하며 인간성을 부각시키는 장면은 별로 없다. 그녀는 별 어려움 없이 스스로 전사임을 깨닫고 괴롭히는 것들을 죄다 패고 다닌다. 


<총몽> 에서 보여준 신체 절단된 사이보그의 처절함 역시 오직 알리타의 육체를 통해서만 표현하고 부각된다. 작품에는 그녀가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 이를 때마다 일부나마 잃어버린 기억이 복구된다는 설정이 있다. 이것이 절단되는 알리타의 육체,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기질과 합쳐지며 어떤 때는 쇼 브라더스 무협물 보는 느낌마저 준다. 요컨대 악역에 의해 산산조각난 알리타가 한 대 맞고 두 대 친다는 의지로 팔 하나에 몸을 지탱한 후 주먹을 꽂아넣는 장면에 이르면, 이건 거의 장철 감독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 보는 기분 들 정도다. 때린다 부순다 무너뜨린다! 처얼썩 척 튜르릉 꽉.

 

 

 

 

 


* <알리타: 배틀 엔젤>이 철저히 알리타에게만 몰입하는 결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많이 단순해졌다. 알리타와 대화하는 다이슨 박사, 알리타와 키스하는 휴고같은 인물은 그녀가 얼마나 인간같아 보이는지를 부각시키려는 '인간 비교대상' 으로서만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는 OVA판 <총몽> 속 유고의 표정같은 인상적인 순간을 볼 수 없다. 저 장면이 있기는 한데 애니메이션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배우가 연기 못 한 걸 수도 있고. *



좋게 보자면 영화판은 나름대로 원작이 내포한 주제의식을 지키고 있다. 첫번째 편에서 알리타 캐릭터의 이질감을 줄이고 인간다운 느낌을 최대한 부여하는 쪽으로 노력했으니, 추후 제작될 속편에서 누가 더 인간다운지에 대한 물음이 내포된 결정적 장면들 (요컨대 그 분께서 머리뚜껑 따시는 장면이라든가.) 역시 잘 연출될 수 있으리라. 나쁘게 보면, 제작진들이 <알리타: 배틀 엔젤> 이라는 1편을 일종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 들여 만든 알리타 캐릭터 시연회' 로 여기려는 듯 하다. 액션의 잔인성이 살아남은 이유도 알리타 캐릭터가 지닌 동적인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어서가 아니었나 싶고. 

 

<알리타: 배틀 엔젤>은 철저히 기술력으로 원작 <총몽>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한다. 이걸 카메론 + 로드리게즈의 뚝심으로 평가해줘야 할지 헐리우드다운 무신경으로 봐야할지 난감하다면 그건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조금이지만 원작이나 OVA를 봤고, 실사판이 그것들만큼 인상적인 해석을 했는지 생각해보니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물론 알리타 캐릭터는 신경 쓴 만큼 매력적으로 자리잡았다. <알리타: 배틀 엔젤>이 남긴 미덕이다. 도입부에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그녀는 인간인 휴고와 키스를 나누는 중후반에 이르러 실사 배우들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물론 의도적으로 눈에 약간의 이질감을 남겨둬서 인간같은 '사이보그' 로서 그 정체성도 잃지 않는다. 마지막에 등장하시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그 분의 대척점으로 손색이 없다. 노력한 결과 매력적인 캐스팅으로 성공적 캐릭터 하나 건졌으니, 결국 <알리타: 배틀 엔젤> 다음편이 짊어질 무게가 크다. 다음편은 무조건 전편보다 나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남는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고, 아마 내가 좀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p.s.

 

1) 알리타 캐릭터 어째 배두나 배우 닮았다.


2) 원래 리뷰 부제를 '의리의 낭자 오체 불만족' 으로 하려고 했다. 근데 아시다시피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사실 몇 년 전에 오체대만족으로 살고 있었던 일이 들통난 적이 있으므로 부적절해 보여서 안 하기로 했다.

 

3) 제니퍼 코넬리 배우가 연기한 시렌 박사를 보면 어째서인지 TV 드라마 <SKY 캐슬> 속 김주영이 생각난다. 알리타와 전 남편에게 자꾸 접근하는 모습은 마치 학부모에게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같아 보인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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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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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6 19:20:29

 아이맥스에서 2번 봤는데 참 동감합니다.

추천드립니다.

WR
2019-02-16 20:23:51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써 놓고 읽어보니 문장들이 이상해서 좀 다듬었습니다. 

이거 용산 아이맥스에서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저는 기회가 없게 됐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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