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생충] 좋았던 부분(스포, 영화보신 분들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목 : 좋았던 부분
1. 기택은 유튜브의 '상자 빨리 접는 여자' 영상을 보며 꿋꿋하게 상자를 접지만... 불량만 나올 뿐 --> 이미지를 파는 미디어. 실현될 수 없는 비결. 그것을 따라 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기택의 성격
그리고 곱등이는 미래의 기택
2. 물은 아래로만 흐름. '상류'층은 고지대에 살고, '하류'층은 저지대에 살고 있음. 고지대에 내린 비는 하수도로 빠져... 저지대의 똥물이 되어 넘치고...
부자집에서 도망쳐 나온 기택의 가족들도 빗물과 함께 씻겨 내려가... 가장 낮은 위치로 돌아옴... 부자의 공간에서 빈자의 공간까지 오는 길은 끝없는 하강... 하강... 하강....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비라는 '불행'은 빈자의 동네를 가득 채우지만, 다음 장면에서 카메라는 공중에서 빈자의 동네를 내려다보며, 불행은 부자의 동네까지 차오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줌
3. 부자를 꿈꾸다 도망치듯 돌아온 것도 서러운데 원래 자리는 시궁창이 되어 있음...
비온 다음날... 빈자들은 체육관에 모이고, 부자들은 파티하러 모임
그러나... 빈자의 고통때문에 부자가 누릴 것을 누리지 말라는 법은 없음. 이를 잘 알기에 영화는 부자-빈자 관계를 가해자-피해자 관계로 그리지 않음. 그러나 그 아이러니한 상황을 대놓고 대조하며 이 희극이자 비극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줌
집을 잃은 불행을 뒤로 하고 기택의 가족은 박사장의 파티를 위해 일을 하러 가야 함. 그런 사정을 모르는 연교는 '비가 내려 미세먼지가 없다'는 말을 함. 연교는 앞좌석에 맨발을 올리고 기택의 냄새를 불쾌해 함. 하지만 그 냄새는 기택이 없애고 싶어도 없앨 수 없는 불행의 흔적
4. 파티에 모인 부자들은 자유롭고 멋져 보임. 그들 중에는 취미인지 직업인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나옴. 수준급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연습이 필요함 --> 인간적으로 멋짐. 그러나 시니컬하게 보면 그러한 노력은 재력적 백그라운드가 되니 가능...
방금... 살기 위해 피나게 노력해도 인간다운 터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수재민들이 등장한 후임. 역시 여기에도 악인도 없고 선인도 없음. 그저 상황이 그러할 뿐....
그리고... 부자들의 우아한 파티 이면에는 기택 가족의 숨은 노동이 있음. 이 영화에는 숨은 노동들이 종종 등장. PC방 알바, 납골당의 청소부 등등
5. 물과 같이 모든 무게가 있는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어울림. 기우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흘러가는 자신의 인생을 역전시켜 위로 향하고 싶은 인물. 하지만 개천에서 용나기 어려운 현실을 이 영화는 은연중 보여줌
기우를 상징하는 것은 돌. 돌을 들어올린다는 것은 이 세계에 작용하는 힘에 반발하겠다는 것. 하지만 돌을 들어올린 결과는 자기 머리통이 깨지는 것
영화의 마지막, 돌은 내려 놓아짐. 그것도 수석의 모습이 아닌 돌 그 자체로
6. 우리나라 계급갈등의 특징은
못 사는 사람끼리 서로 잘 살자고 사회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설령 '기생'하는 자리더라도, 못 사는 사람이 못못 사는 사람 위에 서기 위해
서로 싸우는 형국....
이렇듯... 부자는 그 투쟁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고
빈자 vs 빈자가 박 터지게 싸우는 형국을
영화는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음
7. 재미있는 것은.... 그 와중에 문광의 남편은 박사장을 '리스펙!' 한다는 점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처음 대면하는 박사장에게 '리스펙!'을 날림
8. 여담은...
미국인은
자신의 선조가 처참하게 학살했던 인디언의
텐트를 팔고 있음...
9.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언급한 것이지만,
이 영화에는 상승-하강과 위-아래의 상징이 잘 배치되어 있음
기우가 과외하러 간다 -> 사기를 쳐서라도 상류로 가겠다는 야심
-> 부자집으로 들어서기 위해 계단을 올라감
-> 올라간 곳에 햇살이 쏟아지고 있음 (<-> 눅눅하고 볕 안 드는 반지하와 대조)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올랐던 계단을 다시 내려와야 함
기택 가족이 급하게 숨은 장소는 침대 밑, 탁자 아래...
그 바로 위에 박사장의 가족이 포개어 짐
과외하러 연교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는 기우를 보여주고,
똑같은 방식으로 다음에는 기정이, 다음에는 기택(2층 사우나실로)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충숙(과일 들고 올라가는 장면)이 2층에 올라섬
(재미있는 것은 기우가 기정을 꽂고, 기정이 기택을 꽂고, 기택이 충숙을 꽂는
규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짰다는 점
그러한 규칙 속에서도 이야기가 점점 고조되며
4번 반복되는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음)
10. 이것이 상-하 관계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기택의 가족 앞에
전쟁 대비 방공호라는 더 낮은 '수직 하락'의 공간이 존재....
남편이 걱정되어 다급하게 뛰어 내려가는 문광을
피할 길도 없이 좁은 복도와 계단을 따라 바짝 쫓아 내려가는
카메라 웍은 정말 말 그대로 '아찔했음'
11. 이 영화에는 선인, 악인의 경계가 없음
기우, 기정은 목적 달성을 위해 음모를 꾸미고
심지어 알러지까지 이용!! (이거 엄청 고통스러운 겁니다 ㅠㅠ)
영화 예고편 나레이션의 기침소리의 의미를 드디어 알게 되는 대목
12. 기택이 자신들이 뺏은 자리가 제로섬이 아닐까 우려하는 순간,
문광의 이야기가 이어짐
그리고 문광의 남편과 기택은
자영업이 망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아픔의 무게를 공유하는 존재
13. 기우 :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기정 : 민혁이라면 이러한 상황을 겪지도 않았겠지!!
14. 빈자의 아내-남편 관계에는 사랑이 있음
그래서 기택은 그 질문이 박사장에게는 '불쾌'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그래도 아내분을 사랑하시잖아요?'라는 질문을 반복함
나에겐 너무 당연하여
상대가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 모르는 것
그 간극 중 하나가
냄새.
나의 냄새는 내가 맡을 수 없음.
나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라 맡으려고 해도 도저히 맡아지지 않는 것임
(그리고 박사장을 위해 없애주고 싶어도 내 의지대로 없어지는 것이 아님...)
즉,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시죠?'라는 질문과 '냄새'는 괘를 같이 함
15. 기택은
자신 (그리고 자신과 처지가 같은 문광의 남편)의 냄새를 불쾌해 하는 박사장의 태도,
사람이 죽어가는데, 기절한 자기 아들만 챙기는 박사장의 이기적인 모습,
그리고 그 죽어가는 사람이 자기 딸이라는 슬픔,
그리고... 자기가 무계획했던 바람에 그 책임을 대신 지려 했던 아들이
자기 대신 피흘리고 있다는 죄의식,
아들이 그러고 있는 동안 자기는 인디언 모자나 쓰고 박사장 딸랑이를 하고 있었다는
복합적 심리가 작용,
자기 가족으로 향했던 문광 남편의 칼 끝을 돌려 박사장을 찌름
16. 그러나... 이 영화는 또 하나의 가능성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
기우가 머리에 돌을 맞고도 살아난 것은
다혜(박사장의 딸)가 엎고 병원으로 뛰쳐 갔기 때문...
-> 박사장의 행동과 반대
17. 그러나... 불특정 다수가 접하게 될 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사건의 이면에 자리 잡은 구조는 삭제되고
부자가 칼부림을 당했다는 피상적 사실만 전달...
18. 기택은 제목 그대로 '기생충'이 됨
19. 자본주의에서 아버지를 구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
('옥자'에서 미자가 황금으로 한방에 문제를 해결했듯...
봉준호 감독은 문제의 핵심을 에둘러 말하지 않음)
기우에게 돈이란
아버지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너무나 절실한 동기이지만,
우리는 알고 있음
"그렇다고 사회가 기우에게만 돈을 벌 기회를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것은 아버지에게 부치는 편지.
즉 꿈,
환상일 뿐이고
이를 상징하는 것이...
집 안에서 기다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원(집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것...
영화는 꿈과 대비하여 더욱 슬픈 현실,
세상의 바닥면보다 더 낮은 곳에 위치한 기우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침
1
2019-05-31 12:25:35
잘 봤습니다.
SupremeX
1
2019-05-31 12:33:21
생각하지 못한것도 정리가 되네요 !!
3
2019-05-31 13:04:39
이영화는 궂이해석하지 않아도 말하고자는 상징이 잘보여서 좋았던거같아요. 근데 해석보면 더 새로운것도 보이고 참잘만든듯
1
2019-05-31 13:06:46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해석입니다bb
기분재즈
1
2019-05-31 13:33:51
분석글 좋네요. 저는 냄새를 이용한 그 장치가 너무 좋았습니다...
라오파
3
Updated at 2019-05-31 14:19:14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318268&sca=&sfl=&stx=&spt=0&page=2
서태지
3
2019-05-31 14:41:20
이 글 리스펙!! 와... 대단한 해석이네요.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수석에 대한 풀이를 보니 수석을 준 민혁의 할아버지가 육사 출신이라는 설정이 뭔가 이해가 가네요. 그 시절엔 출신에 상관없이 대학나오면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되고 배움에 따라 신분상승이 가능했던 시절이죠. 더군다나 그 세대의 육사출신은 권력의 핵심이기도 했고요. 수석을 제자리에 돌려 놓는 기우와 수석을 닥치고 모아 집에 넘쳐나는 민혁의 할아버지도 대비가 되네요. 그리고 하나 떠오르는 게 짜빠구리를 먹는 조여정을 보면서 원래 상류층이 아니라 결혼으로 인해 상류층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짜빠구리가 2가지를 혼합한 것이기도 하고 또 그걸 조리하는데 한우와 같이 조리했잖아요. 아들(상류층 아빠와 평범한 엄마=한우+짜빠구리)이 먹길 원한건데 결국 먹은 건 평범한 출신으로 상류사회에 진입한 엄마... 또 조여정이 지하철 냄새를 기억하는 것도 타본지 오래됐지만 한때 익숙했던 냄새여서가 아닐까 싶었고요. 전가정부가 선을 넘는 것도(미술교사의 말을 같이 들으려 한다거나) 거슬려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요. 1. 저는 이 장면을 보고 노력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튜브 영상은 숙련된 장인의 실력을 보여주는 건데, 그걸 그저 따라하기만 한다고 될 리가 없잖아요? 근데 기태는 멍청해가지고 그걸 따라하기만 하면 될 거라 생각한 거죠. 뭐든지 잘 하려면 노력이 중요한데, 노력도 그냥 막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요. 올바른 방향과 전략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기태는 그럴 근성도 지식도 없었어요;; 무능력의 표본. 나머지 해석은 전부 동의합니다. DP 영게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런 글이죠!
rohan
1
2019-06-08 17:47:07
잘 봤습니다("계급" 이 용어 쓰는 거 편치 않은 성격이지만) 계급 대 계급보다 "계급내" 경쟁이 처참한 법이라죠 ㅎㅎ
찹쌀인절미
1
2020-02-10 12:55:25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보고 느낀것들을 잘 표현을 못하는데
이 글을 포함해서 여러글들을 보고 있는데요 정말 제 마음을 대변해주시는 부분도 많고 저도 동의하는 내용도 많아서
천천히 끝까지 다 읽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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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훌륭한 해석 잘 봤습니다. 저는 특히 6번이 안타깝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