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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싸나희 순정(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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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1-30 01: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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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은 경기인디시네마 PICK 지원으로 개봉하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앞서 개봉한 작품은 [좋은 사람][종착역][십개월의 미래][아워 미드나잇]이었다. 총 여섯 편이 지원 작품으로 선정됐고 [홈리스]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경기인디시네마 PICK는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취지도 좋고 지원 정책도 안정적으로 이행하고 있어서 매년 정착됐으면 좋겠는 독립영화 지원 사업이다.


각종 홍보물 제작을 떠나 무엇보다도 프라임 타임 때까지 포함한 최소한의 상영 회차 보장으로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나 제작진 입장에선 고무적인 정책이 아닐까 싶다. [싸나희 순정]의 경우 촬영은 작년 한여름에 진행됐다. 극에 잡힌 달력의 달도 7월이다. 촬영 시기와 극 배경 시기가 일치한다. 역병이 불지 않았을 때도 창고 영화 투성이던 영화계 현실에서 [싸나희 순정]이 비교적 밀리지 않고 개봉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인디시네마의 PICK에 선정된 덕분이다.


페이스북 연재로 인기를 끈 류근 시인의 [주인집 아저씨]를 기반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퍼엉이 그림을 더해 개작한 동명의 스토리툰이 원작이다. 웹툰으로 혼선을 빚기도 하는데 웹툰은 아니고 스토리툰이다. 2015년 7월 5일자로 발간된 단행본을 보면 동화처럼 삽화와 글자가 적절한 간격으로 구분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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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으로 무려 2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정병각 감독은 [싸나희 순정]으로 개작된 스토리툰이 나온 후 각색에 참여하다가 제작과 연출까지 맡게 됐다. 각색부터 완성까지 5년여가 소요됐다. 생소한 이름이라 신인 감독 작품이겠거니 하고 찾아보니 추억의 [코르셋]과 [세븐틴]을 만들었던 충무로 시절 감독의 복귀작이었다. 1996년 [코르셋]으로 반짝 주목을 끌었고 1998년 [세븐틴]으로 금세 잊혀진 감독은 그동안 영화계와 관련된 운영직에 몸담고 있었다.


너무 오래 쉬어서 중견도 넘어선 환갑(1960년생) 감독의 생각지도 못한 현장 복귀는 반가운 일이다. 23년 만의 연출이고 그전에 연출한 두 편의 작품도 실패로 기록되고 있어서 그런가 감독은 11월 16일 언론 시사회에서 연출 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결과를 확인해 보니 기술적으로건 구성적으로건 요즘 나오는 저예산 독립영화 드라마와 대등하다. 감독이 감 떨어졌을 거라고 접고 들어간 것도 있고 충무로 시절 잊혀진 감독 이름으로 투박할 것을 감안하기도 했는데 감독도 인정한 기술적 향상에 따른 도움도 받은 것 같고 전반적인 연출도 안정적인 편이다.


작품이 애매하거나 흥행 실패 정도로만 실력의 척도를 세워 기회를 주지 않는 건 인력 낭비다. 젊은 신인 감독 발굴도 좋지만 영화 한두 편 만들고 사라진 감독들에도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으로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현장 경험 습득은 무시 못 할 요소이다. 상업 기획은 위험 부담이 크다면 디지털 촬영으로 연출 문턱이 낮아진 만큼 저예산 기획으로나마 현장 경험을 익힌 기존 인력의 충당으로 발전성을 모색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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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희 순정]은 도시의 찌든 삶을 전원의 삶으로 해소하며 구원을 얻는다는 전형적인 귀농 치유물이다. 남자판 [리틀 포레스트]로 볼 수 있다. 시대적으로 공감 가는 인물 설정으로 따뜻하고 소박한 드라마를 심는다. 이 반대의 경우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송어][섬 사라진 사람들] 같은 섬뜩한 스릴러인데 시골의 풍경은 이렇게 극단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나 싶다.


[싸나희 순정]은 현실적인 그림을 깔고 [귀를 기울이면] 같은 일본 만화처럼 농촌 삶의 이상향을 대리만족시켜주는 작품이다. 말장난이라 불만족스러운 제목 [싸나희 순정]은 순수를 뜻한다. 주인공이 경험하는 시골의 때묻지 않은 소박한 정서, 도시의 찌든 삶에서 잃어버린 순수를 의미한다. 온갖 경쟁과 자기 한계로 농촌을 도피처 삼은 도시의 시인은 한적한 농촌 마을에서 순박한 이웃들의 정, 나눔의 미덕, 여유, 인간애를 경험하며 도약하고 인간성도 회복한다. 그 반대 지점에선 기겁할 만한 집단 이기주의와 똘똘 뭉친 지역 연대의 폭력성이 산재한 것이 시골의 현실이지만 귀농의 삶이 잘만 풀리면 이런 무공해 농촌 정서의 순박성으로 온기를 느낄 수도 있다.


주인공 유 씨는 이름난 시인으로 시골을 도피처로 삼고 무작정 이주한 것이기 때문에 시골의 삶에 있어선 먹고사는 문제에서 해방된 상태다. 알콜 중독으로 그 꼴을 하고 다니면서도 세련된 서울 인텔리 이미지는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동네에서 비교적 지식인으로서 호감을 사며 짧은 시골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싸나희 순정]은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킨 시골의 삶으로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귀농 치유물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평화로운 시골 풍경, 자연친화적 삶, 인정 많은 착한 이웃들이 내미는 손길 등이 요즘은 보기 힘든 서민 드라마의 따뜻함으로 치환된다. 시골 삶의 전형적 구조는 캐릭터와 설정의 도식성을 이겨내는 전통적 힘으로 공감을 일으키며 보는 이를 위로해 준다.


다만 에피소드 위주의 전개가 융합되지 못하면서 내용적으로 대체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게 산만하다. 연재물 원작 각색의 충돌이 수시로 발생한다. 동화 작가를 꿈꾸고 있다는 원보의 고백이나 짝사랑을 향한 연모도 툭툭 끊어진다. 두 주연배우도 끝까지 배역에 밀착되지 못하는 모습으로 일관하여 답답하다. 잘못 짚은 캐릭터 해석으로 유 씨는 열통 터지는 모습으로 일관하며 원보는 순수한 농부로 보이는 게 아니라 모자라 보인다.


두 배우의 화학작용도 없고 개별 배역의 입체감도 전혀 살리지 못한다. 어찌나 매력을 못 살리는지 배우가 저렇게 없나 싶을 정도였다. 조연들은 괜찮은데 주연이 문제다. 도시의 시인으로 나오는 전석호나 시골의 순박한 노총각으로 나오는 박명훈이나 어색하고 겉돌아서 차라리 한집에 사는 두 사람의 기묘한 동거 생활을 브로맨스가 아닌 요즘 툭하면 끌어쓰는 퀴어 로맨스로 불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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