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스포) 시빌워 새롭게 발견한 몇가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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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피인들은 영화의 호불호에 관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 영화의 반전이나 결말 등에 대한 정보가 본문에 포함될 경우, 반드시 게시물 제목에 '스포일러'라고 표시를 해주세요.
어제 시빌워를 재감상하고 왔습니다.
이번 감상은 좀 더 세세한 대사와 인물들의 동선에 집중하면서 관람했는데 그 과정에서 몇가지 새롭게 발견한 내용들이 있어서 여기에 공유합니다.
1. 스파이더맨의 센스(감각)에 대해서
이 번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이 입고 나오는 수트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카메라 눈'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죠.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 분명히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명 영화 번역가인 박모씨의 관객을 배려한 친절한 생략으로 국내 관객들은 그 용도를 전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 대사들은 피터 파커를 만나러 간 토니 스타크가 수영고글을 포함한 피터의 저렴한 수트를 발견 한 뒤에 주고 받은 대사입니다.
토니 : 맙소사, 이걸 쓰고도 앞이 보여? (스파이더맨의 고글을 쓰고는 장난스럽게) 우워어어~
피터 : 네네네 볼 수 있어요! 됐어요? 그 뭔지 모를 일이 생긴 이후로 제 감각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어요.(it's like my senses have been dialed to eleven) 너무 많은 정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그게 제가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구요.
토니 : 넌 업그레이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야.
이 상황이 한국어 자막으로는 "감각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잘 보여요"라고만 설명되고 넘어갑니다.
이후 공항 전투 장면에서 팔콘, 윈터솔저와 추격전을 벌일 때 스파이더맨의 등 뒤로 날아오는 물건을 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때 스파이더맨의 고글이 잠시 작아졌다 커지죠. 여기에는 두가지 의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파이디 센스의 영화적 표현
스파이더맨의 특유의 위험감지 능력이 있는데 코믹스에서는 머리 주위의 번개모양으로 표현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묘사할 방법을 찾기 힘들죠. 이 전의 스파이더맨 영화들에서는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장면으로 이를 표현했는데 마블에서의 스파이디는
위험을 감지함 -> 순간적으로 집중을 위해 시야를 좁힌다 -> 위험요소를 파악한 뒤 다시 감각의 확장을 위해 고글을 확장
의 순서로 이 스파이디 센스를 표현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감정의 표현
사람의 표정에 가장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눈이죠. 코믹스에서는 자유자재로 변하는 눈으로 감정을 표현했지만 영화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데드풀 같은 캐릭터는 예외) 따라서 그의 눈의 조리개는 이러한 감정 표현의 도구로도 쓰입니다. 처음 영웅들과 대면할 때 눈을 가늘게 뜨고 관찰하거나, 뒤에서 날아오는 물체를 가늘게 뜬 눈으로 눈치채고 큰 눈으로 놀라서 피하는 것 같은 묘사가 가능해지죠.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서는 새로운 특징인 '카메라 렌즈 고글'에 적절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만화적인 연출까지 가능하게 만들었으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2. 지모 대령의 행동의 목적들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1991년 12월 16일 임무 보고서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내에 묘사된 모든 행동과 장면들이 이 것을 뒷받침해줍니다.
1) 전직 하이드라 간부의 심문씬
지모 대령은 거꾸로 매달린 하이드라 간부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묻자 임무 보고서라고 말하죠. 하이드라 간부가 이를 거부하자 지모 대령은 책을 들고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네가 알려주지 않아서 이 책을 이용해 내가 더 잔인하고 복잡한 방법을 써야 되는 것이 안타깝다"
더 잔인하고 복잡한 방법이 'UN 회의 테러' '윈터솔저 세뇌'라는 건 이 다음 장면부터 나오죠.
2) 정신 상담가 살해와 윈터솔저 세뇌
지모대령이 왜 윈터솔저를 세뇌시킨 것인가? 시베리아로 왜 간 것인가?
이 행동의 목적도 영화에 표현되어 있는데 제가 놓쳤던 장면입니다. 지모는 "명령을 따르겠습니다"라는 버키에게 '임무 보고서'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버키는 기지를 탈출해 시베리아로 가서 임무 보고서를 가져오려고 하는 것입니다 . 헬기를 탈취해서 시베리아로 가려는 것이 캡틴에게 제지당한 것이죠.
이 때 지모 대령은 카페에 앉아서 버키가 임무 보고서를 가져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뉴스에서 버키가 캡틴에 의해서 제지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어쩔 수 없이 본인이 시베리아로 향합니다. 그리고 임무 보고서를 다시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하에 토니 스타크를 유인하려고 범죄사실을 룸서비스 호출을 통해서 일부러 흘린 것이죠. 그리고 시베리아 비밀 기지에 도착하자 마자 하는 행동도 임무 보고서를 찾아 손에 넣는 것입니다.
만약 영화를 처음부터 제대로 집중해서 보았다면 지모대령의 목적은 처음부터 윈터솔저 부활이 아닌 임무 보고서 획득에 있었음을 알 수 있게끔 영화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이 순진하게 버키의 말을 믿고 의도를 오해하게 연출한 것이죠.
다시 본 시빌워는 생각보다 더 많은 내용들이 잘 숨겨져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위의 사실들을 이미 눈치 챈 관객분들도 계시겠지만 혹시나 놓치신 분들이라면 제 글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특히나 논란의 중심이 된 번역가에 의해서 스파이더맨의 중요 장치 하나가 아예 설명되지 않은점은 매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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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첫번째는 몰랐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