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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게]  무사 쥬베이 정발BD 자막 감수/ 검토의 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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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8-07-18 13:02:42

* 본문은 < 무사 쥬베이 >의 국내 정식 발매 BD에 관여한 DP 회원 자격으로 게시하는 글입니다.

* 들어가기에 앞서, 본문의 성격을 가늠하고 싶으신 분께선 아래 게시글을 열람해 주시면 좋습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1949645&sca=&sfl=wr_subject&stx=%EC%A5%AC%EB%B2%A0%EC%9D%B4&sop=and&scrap_mode=



 

1. 수병위인풍첩 - 무사 쥬베이 - 주베에 닌풍첩

 

우선 어제 익명4286 님께서 발제해 주신 무사 쥬베이 정발 BD에 대한 의견을 잘 보았습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저도 일정 부분 관여한 작업 결과물에 대하여 이만한 관심을 보여주신 점에 대단히 탄복했고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사실 익명4286 님께서 말씀하신 의견에 대한 대답은 본래 번역자분이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할 것입니다. 발제글의 성격이 그러하거니와, 제가 검토 단계에서 제안한 의견들과 비슷하거나 거의 동일하게 겹치는 바도 많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만, 이와 같은 의견 전달 과정도 '검토' 작업 속에 있습니다.

 

다만 제가 본문을 작성하는 것은 a. 외국어 컨텐츠 번역에 있어 감수/ 검토의 자세로, 일정 부분 관여한 작업물에 대해 b. 역자분과 나눈 의견을 토대로 < 무사 쥬베이 > 정발 BD를 감상하신 분들의 궁금함을 빠르게 풀어드리고자 함 입니다. 견해 전달의 편의를 위해 이후 본문은 여기 꼽은 순서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 감수와 검토


(번역에 있어서)감수와 검토 작업에 대해 새삼 먼저 언급하는 것은, 그 선을 명확히 긋는 것이 향후 본문 의사 전달의 선명성에 도움이 될 뿐더러 제 입장을 설명하기에도 편하기 때문입니다.

 

- 감수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의 번역을 '감수'하는 것은 '해당 작품의 고유성을 지키는 일'과 동일시됩니다. 바꿔 말하자면 '해당 작품의 창작자 혹은 집필자가 의도한 바를 되도록 명확히 더듬는' 것입니다. 때문에 번역 역시도 그 감수자는 창작자 본인인 것이 가장 좋으나, 타 국가 언어 번역의 경우 창작자가 해당 외국어에 조예가 없으면 그 외국어를 쓰는 타인이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유성을 지킨다는 것은, 말하자면 '일반적인 상황에선 오류가 되지 않지만, 해당 작품에선 오류가 되는 것'을 걸러내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 무사 쥬베이 >에서 이 인물의 이름은 작중 발음만으로 듣고 판단하면 '베니자토'에 가깝습니다.(그것도 복수의 인물이 거의 똑같이 발음합니다.) 이것을 '베니자토'라고 표기해도, 이 작품 외에선 오류가 되지 않습니다. 이 인물의 성명 한자인 紅里는 일본어 발음으로 '베니자토'라고 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 내에선 그렇게 표기하면 시청자에게 제작자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공식 영문 표기(Benisato)도 그렇고, 무엇보다 (제작자가 가장 분명하게 의사를 밝힌)일본어 녹음 대본집에서 이 인물의 이름 발음을 べにさと(베니사토)라고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감수의 역할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증빙 자료를 찾아, 번역문에서 '베니사토'라 적어야 함을 전달하는 일입니다.

 

- 검토

한편 번역 검토의 역할은 번역문의 오탈자와 명백한 오역을 걸러내는 것입니다. 요리에 비유하면 이것은 식품 위생 검사와 같습니다. 

 

'좀 더러워도 맛만 있으면 되지.'라는 견해에 대해 동조하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리 환경이 깨끗하지 않아서 걸릴 수 있는 병마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찾아갑니다. 오탈자와 오역은, 어떤 번역문과 그 번역문을 보는 이를 망치는 병마와 같습니다. 그 병마가 단순 식중독일 수도 있고 죽음에 이르는 병일 수도 있지만, 위생 검사는 그 '결과'가 아니라 '예방'입니다. 병을 진단하는 건 의사의 몫인 것처럼 오탈자와 오역의 경중을 판정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고, 검토자는 위생사처럼 그 어떤 오탈자와 오역도 없앤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I think나 は로 화자가 운을 뗀 문장이 엉뚱하게도

 

...너는, 네가 지난 실적으로 너 자신의 기술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라고 자막에 표시되더라도, 이 문장은 웬만큼 언어 지식이 있으면 '너는 이 아니고 나는 이지'라고 핀잔을 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장의 상황이나 경중에 따라 많은 분들에게 작품 이해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너는'을 '나는'으로 반드시 고치는 것이 검토자의 할 일입니다.


요약: 

번역에 있어 감수와 검토, 라는 작업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름이 베니자토로 적힌다고 등장인물이 원래 작품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탈자나 오역이 있다한들 무시하고 머리 속에서 고쳐가며 볼 수도 있습니다.(특히 해당 외국어를 아는 사람이, 원 음성과 번역문이 동시에 나오는 영상물 자막 등을 본다면 이것은 더 쉽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조리실 구석의 안 보이는 곰팡이도 닦아내라 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머리카락이 비록 한올 한올은 작아도, 뭉치면 배수구를 막거나 음식에 섞여들어 위를 찌를 수 있으니까요. 오탈자와 오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요리사의 조리 도구 청결도를 지적하는 것과, 맛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3. 번역의 '맛'

 

번역문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은 시대에 따라, 작품에 따라 다릅니다. 전문 기술 서적 번역의 미덕은 최대한도로 원 단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감수는 그 역어가 의미에 최대한 근접하는지, 용어가 현장에서 실제 사용되는지 확인)이고, 문학 작품 쪽은 주로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보편 언어 생활에 따라/ 추구되는 감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자는 번역이란 '맛'에도 어느 정도 정답이 존재하지만, 후자는 정답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전자는 조리 과정 시험(으로 최대한 정형화된 맛을 내는 것)에 가깝고, 후자는 요리 대회쯤 됩니다. 그것도 어떤 개인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요리 대회에 가깝습니다. '냉○고를 ○탁해' 같은 프로그램처럼.

 

서문에 언급한 익명4286 님의 발제는 이 '맛'에 대한 감상평입니다. 저를 포함한 시청자 개개인은, 그 평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습니다.(이는 해당 게시물의 댓글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비위생적인 재료와 도구로 완전히 엉터리 요리를 하는 것을 견제해야 함은 당연하며, 그것은 번역문의 감수와 검토자로서의 제 역할입니다.('의'를 두 번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은 본래 제 문장 스타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선 보다 정확한 의미의 한정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런 자세에서, 몇몇 예시를 들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예시1) '삼도천'의 사용

: 이 단어는 발제자 분뿐만 아니라 복수의 댓글에서도 지적 대상이었는데, 여기에 대해선 감수자로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삼도천三途川'을 황천길이라거나 저승길로 번역하면,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원 일본어 음성과 비교하며 '음, 맛있는 번역이군.'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불교 용어를 모르는 분들이 더 쉽게 알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겐 '삼도천'이란 단어를 굳이 사용한 제작자의 의도는 영영 알 수 없이 묻혀버리고 맙니다.

 

[ < 무사 쥬베이 >의 배경무대는 1600년대의 일본이고, 이때의 일본은 불교 용어가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쓰였으며, 그래서 이 단어를 씀으로써 시청자에게 이 작품의 무대가 (비록 가상이지만)일본이고 이러한 시기에 가깝다, 그런 자세로 제작되었다 는 것을 새삼 환기시켜 줍니다. 일본 역사를 알든모르든, 일단 무뢰배나 깡패에 가까운 인물의 입에서조차 '삼도천'이란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를 알든 모르든 어떤 긴장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

(이는 20세기 후반 조선을 배경으로 한 모 한국 방송국의 드라마 제목이 '미스터 션샤인'인 것과도 어떤 의미에선 맥락이 닿습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현재 외국어 표기법으로는 '선샤인'이 올바른 표현이나, 구한말인 극중 시대상을 고려하여 '션샤인'으로 표기했다고.)


다만 여기서 '왜 저런 단어를 쓰지?'란 긴장감과 의문에서 a. '쉽게 알아먹지도 못할 단어를 번역에 쓰면 되나' 쪽으로 생각이 미치는 것과, b. 사전을 찾든 용례를 찾든 '제작자가 저런 단어를 왜 썼을까' 쪽으로 미치는 것은 어느 쪽이나 시청자의 권리입니다. 적어도 감수인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번역자분의 의도 역시 이와 일치하고요. 단지 일본어를 모르는 분들께도 원 제작 의도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하여, 편하고 쉬운 길(= 일본어를 아는 사람의 지적 대상이 될 수 있는 번역을 일상 용어로 대체)이 아니라 어떨 땐 이와 같이 시청자분의 숙고나 제작에 관여한 이(예를 들면 저)의 설명이 필요한 길을 택했습니다.

 

단, 만약 삼도천이 국어 사전에 없는 단어라면, 당연히 번역의 본분에 따라 다른 한국어 단어로 대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잘 쓰이지 않을 뿐 국어 사전에도 있는 말이며, < 무사 쥬베이 > 정발 BD 자막의 번역 방향성으로 정했던 '(시대상에 맞는)고풍스런 단어나 말투를 혼입'과도 상통했기 때문에 '삼도천'은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결과로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산즈노카와'란 발음을 일한 사전 찾아 옮긴 결과로나 똑같이 '삼도천'이란 결과물로 나타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번역 감수가 후자와 같은 무성의로 이루어졌다면, 아래 스크린샷의 자막에서는 또한 일본어 발음 그대로 '에스파니아국'으로 옮겼을 것입니다. 

물론 현 정발 BD 속 자막에 나오는 '서반아'가 요즘 한국에서 잘 쓰이는 단어는 아닙니다.(서양 국가의 한문식 번역 표기) 일본에서도 그렇고 원 대사에서도 그렇지 않지요. 하지만 '시대상'이란 의도를 우리나라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번역문에선 '서반아'란 단어를 쓰는 것이 더 맛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결과물입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선 에스파니아 혹은 에스파냐가 '스페인'이란 단어보다 인지도가 밀리는 것도 고려한 것이고.(한국의 공식 외교 문서에서도 '스페인'으로 표기합니다.)


요약: 단어 번역의 선택과 결과는 원래 의도의 직접적이고 정확한 표현과 연관이 큽니다. < 무사 쥬베이 > 정발 BD의 역어 선택은 '최대한 원 단어를, 한국어에서 사용되거나 사용된 적이 있는 한, 그대로 전달'(다만 가능하다면, 고풍스런 어감쪽으로)이 기본 기조입니다. 

(예를 들어 상기 예시 말고도 '독 기미 담당'이나 '독 기미'란 표현을 전 자막에 걸쳐 5회 사용한 건, 굳이 원작자가 毒氣味(+役)란 일본어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그렇게나 반복하는 의도를 살리고자 함입니다. 그냥 '기미 담당'이나 처음 한두 번 외에 무시하고 삭제해 버리면, '毒氣味役 카게로'란 인물이 독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일부러 계속 되뇌이는 원작자 의도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강요되어야 할 규범은 아닙니다. 이해하기 편한 단어를 쓰는 것도 당연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번역입니다. 예를 들어 The Lord of the rings에서 아라고른 씨의 이명을 '스트라이더'라 표기하느냐, '성큼걸음'이라 표기하느냐는 저자인 톨킨 옹의 지침에 따르면 후자가 더 제작 의도에 맞습니다. 하지만 톨킨 옹의 의도가 없었다면, 아마 국내 독자들은 대개 전자에 더 기울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 무사 쥬베이 > 정발 BD의 역자분이나 저라면, (그 지침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걸 찾아서라도) '성큼걸음' 쪽을 택했을 것입니다.

 

예시2) 오프닝 시퀀스의 대사

: 이 일련의 대사 번역에 대해선 자막 감수/ 검토의 변 (1)에서 이미 자세히 언급했지만, 새삼 다시 설명하면 현 정발 BD의 자막 번역은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확정되었습니다.

 

ㄱ.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일본어 전용 숙어 표현에 대하여 해설 각주를 붙인다 : 번역자 원안

(* 만약 일본어 교재의 예시 영상 자막이라면 무조건 ㄱ. 제가 이 교재에 관여했어도, 무조건 ㄱ입니다.)

ㄴ. 어느 정도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번역을 추구했으면 좋겠다 : 감수자 의견

ㄱ+ㄴ. 원문의 뜻과 표현을 최대한 살리면서, 이해도 돕는다. : 합의

 

여기서 '이해를 최대한 돕는다' 쪽에 무게를 더 실으면 익명4286 님이 제안한 번역이 나옵니다. 아니면 '원문을 최대한 존중한다.'로 결정하면 번역자분의 원안이 나옵니다. 어느 쪽으로 나오건 하나의 자막은 하나의 결과만을 가지며, 반대 의견의 서로를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짠 맛을 좋아하는 분께 단 맛을 더 많이 낸 요리를 내는 것/ 그 반대의 경우 와도 같습니다. 지금 정발 BD의 결과물은 짠 맛이 강하지만 단 맛을 좀 첨가한 것이고.

 

제가 번역자였다면 아마 익명4286 님의 결과물과 거의 동일한 것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전 심정적으로, 부드러운 의역파에 가깝습니다. 제가 쓰는 개인 포스트 번역문, DP 게시글 속 번역문 등에서도 일관적으로 이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부드러운 의역만을 유지했다면 결과적으로 어떤 부분에선 이 작품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극히 남성적이고, 직선적이고, 이어지는 전투 속에 간간이 함축된 의사 전달에 집중하는 대사(의 번역이)라는 스타일에요. 그걸 판단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지만, 번역자는 어떻든 어느 한 쪽만을 택해야 합니다. 자막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시되는 마법이라도 부리지 않는 한은.

 

이것이 전체 번역문의 이물감(어떤 부분은 완전 직역, 어떤 부분은 완전 의역이라 역자가 둘인 듯한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사실 감수/ 검토자로서 제가 ㄴ 수준으로 번역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건 어떤 의미에선 월권입니다. 이 건과 같은 소위 '번역 스타일의 결정'은 전적으로 번역자분 고유의 권한이며, 번역 전체에 걸쳐 그 스타일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의도 전달의 일관성 면에서도 좋습니다. 

 

(* 제가 간간 작성하는 (구)자막 정오표/ (신)자막 고찰문에서 이러한 번역 스타일 지적을 거의 하지 않는 건, 번역자의 고유 권한인 이 스타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번역은 창작이 아니고, 그렇기에 더욱 하나의 일정한 기조와 스타일이 유지되어야 전체 문장의 전달이 하나의 일관성을 갖습니다. 단, 단어를 사전적으로도 잘못 옮겼거나 상황과 전혀 다른 뜻을 말하는 오역은 이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 최근 화제였던 모 영화의 'end game'이란 대사의 번역처럼.)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번역 문장의 구성은 부드럽게 의역하는 것에 심정적으로 더 기우는 편입니다. 제가 감수/ 검토차 참여한 작품들, 은 미라지의 일부 작품 이외에는 알려지거나 그럴 기회가 없었으니 다른 예시를 들면 미라지의 '4월은 너의 거짓말' BD에 수록된 한국어 더빙 대본 감수 및 검토도 저였습니다. 정식 발매된 4월은 너의 거짓말 BD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국어 더빙 대본의 대사 번역은 최대한 자연스런 우리말 화자의 구어에 더 맞게 번역되었고 저도 거의 지적을 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이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우리말 음성 번역도 100% 전적으로 지지 받은 건 아닙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제가 번역자가 아닌 한 문장 구성의 스타일까지 뜯어 고치지는 않는다는 주의입니다. 때문에 명백한 오역은 당연히 강력하게 수정을 건의하지만, 직역/ 의역의 문장 구성 스타일 문제는 권고에 머무릅니다. 그것은 어떤 작품의 전체적인 번역을 틀에 넣어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심하다 싶은 건 강력히 권고하여 바꿀 때도 있지만, 그것 또한 저의 판단 속 계량이므로 모든 분들의 서로 다른 계량에 맞춰지지는 않을 확률이 큽니다. 아니, 않을 것입니다.

 

요약: 문장의 번역 스타일은 역자 고유의 스타일입니다. 다소 딱딱하더라도 원문과 원문장 문법 전달의 의미에 집중하는 스타일도 있고, 의미 전달을 좀 무시해도 해당 국가 독자가 읽기 편하게 의역 조정한 스타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나 영상물에서 완전 직역/ 완전 의역의 양 극단 번역 자막 2종을 수록한다해도,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 단언합니다.


결국 정식 발매판의 자막 스타일도 하나의 '선택'이고, 그에 따른 단 하나의 '결과'입니다. 이쪽은 정말로 개인의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의 맛'입니다. 전 의역의 맛을 더 좋아하지만, 번역자분에 따라 달라지는 요리의 맛을 전부 제 입맛에 맞추도록 타박하지는 않습니다. 그 결과 나온 '하나의 맛'을 평하는 건 시청자분 개개인의 자유입니다.

 

예시3) 일본어 번역투, 기타 문법 관련

: 일본어 번역투 문장은 제 개인적으로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DP에 게재하는 글에도 늘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지 이것이 본래 한국어 문법에 아예 없거나 불가능해서 반드시 수정해야 할 표현이 아니고, 특히 운율이나 글의 길이를 맞추거나 하는 이유로 필요하다면- 예를 들어 '~에 관해, 대하여' 같은 표현-, 제 스스로도 그것을 의식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어 번역투를 피하려다 자칫 표현의 넓이를 스스로 좁힐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서요.

 

일본어 영상물 자막에서도 이와 같은 제 자세는 동일합니다. 단지 '표현의 넓이'라는 점에서 감수인 저와 역자분의 생각이 늘 동일한 건 아니며, 특히 역자분이 '문법 표현의 정확성'을 더 따진다거나(원문에서 일본어 문법으로도 생각할 수 없는 일부러 이상한 문법을 쓰는 경우, 그 감각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어색한 일본어 번역투를 쓰는 식) 하는 의도가 있다면, 대부분 그 쓴 맛에 긍정하곤 합니다. 

 

단지 이러한 제반 사정이 겹쳐서 간혹 '어떤 양해의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고 그저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만들어진 것'에, 저도 모르게 긍정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에 대해선 지금까지 이상으로 역자 분과도 부단히 대화하고, 가급적 수정 제의를 더 활발히 하여 완벽하게 잡아내도록 '한국어 번역문 검토자'로서 노력하겠습니다.

 

: 기타 < 무사 쥬베이 > 속에서 문법상으로 지적된 것 중에는 '진실한 진심'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는 원문의 真心란 표현을 옮긴 것입니다. 이런 겹말은 특히 한자를 일반적으로 섞어 쓰는 일본어에선 흔하지 않은 편(역전 앞은 일본어로는 驛前前 이니 누구라도 피할 수 있고, 동음 이의어를 피하려고 '바둑 기사'란 겹말을 일부러 쓸 필요도 없이 그냥 棋士라고 쓰면 됩니다.)인데, 그래서 더욱 < 무사 쥬베이 > 속의 이 경우에 한해선, 화자가 강조 + 감탄의 뜻으로 썼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겹말은 뜻을 더욱 한정하거나 문학적 표현일 때는 허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만약 이게 코멘터리 자막이었다면 그냥 '진심'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역자분께 의견을 피력했겠지만, 본편 자막이었으니 위와 같은 점을 감안하여 그대로 둔 경우입니다. 이건 예시1 의 경우처럼 사전 보고 기계적으로 옮긴 것과 결과물이 같아지는 케이스인데, 역시 예시1 에서 들었던 다른 예를 통해 그런 예가 아니라 성의를 기울인 결과물(이 결국 같아졌음)이란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 무사 쥬베이

 

이상이 < 무사 쥬베이 > 정발 BD 자막 번역에 대해, 감수/ 검토 역할이자 또 하나의 시청자로서 말씀드릴 수 있는 바입니다. 위생사가 요리사의 음식 맛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지만, 조리 과정에도 주제 넘게 참견을 많이하는 위생사라 너무 많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고요.

 

늘 말씀드리듯이 어떤 번역의 '맛'이 나은지는 시청자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이 타이틀의 제목이 '무사 쥬베이'로 결정된 것 역시도, '수병위인풍첩'의 맛을 원하는 분이나 '쥬베에 닌풍첩'의 맛을 원하는 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같은 이유로 요즘 일본어 영상물의 번역이 너무 직역에 치우치고 딱딱한 감이 있다해도, 그 대신 그 직역 덕에 읽고 캐치할 수 있는 바도 있습니다. 해외 언어의 자연스런 의역이 요즘의 대세이고 읽고 이해하기도 비교적 편하지만, 그 의역으로 잃는 것도 있습니다. 오역, 오탈자와 달리 번역의 묘는 어느 쪽이건 장단점의 맞교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것입니다.

 

비판의 깊이는 이해의 철저성에 비례하므로, 저는 익명4286 님의 깊은 견해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저의 이 게시글도 또 다른 '견해'이며, 이에 대해 평하는 것도 역시나 독자분들입니다. 세상의 보편타당한 중심에서 살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제 견해가 모든 분들에게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 무사 쥬베이 > 정발 BD의 감수자로서 제 이름과 진배없는 닉을 이미 DP내에 알린 사람으로서, 결과물에 대한 그 어떤 평도 당연히 받아들일 따름입니다.

 

모든 것은 구매한 시청자 분들 개개인의 마음과 평대로입니다. 현재 제가 감수/ 검토 자격으로 관여하고 있는 < 빙과 > 정발 BD의 자막 번역 기조는 역자분이 다른 이유도 있어서 < 무사 쥬베이 >의 자막과는 그 맛이 또 많이 다릅니다만, 그것도 그것대로 시청자 분들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 같게 또한 다르게 평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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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Updated at 2018-07-18 13:14:35 (119.*.*.22)

저는 직역이 좋습니다 다른 언어를 이해하는 재미도 더해지고 의미전달에 있어서도 전혀 불편함을 못느낍니다 솔직히 유아용 책처럼 설명이 과한 의역을 보면 사람들이 설마 그정도도 이해 못할거라고 생각해서 저렇게 번역한건가 실소가 나올때도있고, 언어라는건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있는것이고 즐길수있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기때문에 그걸 한국식으로 재해석해버리는 의역보다는 원래 언어가 가진 늬앙스를 살려서 번역한 직역이 훨씬 좋습니다 무사쥬베이도 자막에 전혀 불편함없었습니다

WR
2018-07-18 13:50:05

말씀하신 바를 추구하는 것에 진력했기에, 불편함이 없으셨다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18-07-18 13:56:48

옛날 영화 자막을 지금 보면 참 잘도 이런 자막을 썼구나 싶은 게 한둘이 아닙니다. 짐 캐리의 라이어 라이어(1997년작)에서 노모 히데오를 자막에선 박찬호로 바꾼 것은...(블루레이 자막이 이렇습니다;;) 아 저 때는 저랬지 싶으면서도, 시대가 바뀐 지금 저 자막 그대로 재개봉 한다면 욕 엄청 먹겠구나 싶더군요. 시대가 바뀌면 그에 맞게 같은 작품도 재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추가로 뻘글하나 써보자면 말씀하신 톨킨... 스트라이더냐 성큼걸이냐는 직역, 의역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번역을 했냐 안 했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마땅히 번역할 걸 안 한 거라 봐요. 이건 당연히 성큼걸이로 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요즘 보면 외화 제목들 번역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소리 그대로 한글 표기만 하는데, 이건 아주 잘못된 거죠. 영화 제목은 영화 내용을 대표하는 제목인데 이미 널리 알려진 배트맨 슈퍼맨 같은 거야 그렇다 쳐도 번역해야 할 것을 번역 안 하는 것은 그냥 일 제대로 안 하고 허세부린 꼴입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도 그냥 마지막 제다이, 최후의 제다이로 해도 전혀 문제 없고,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도 그냥 쥬라기 세계... 하다못해 폴른 킹덤만이라도 몰락한 왕국 등으로 번역 했어야 됐어요. 번역해야 할 것을 제대로 번역 안 하는 건 어디서 시작된 건지 모르겠는데 이건 좀 대대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모 번역가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만 해도 프로젝트 인사이트 라고 그냥 해놨는데 말 그대로 통찰 계획이나 통찰 작전이라고만 했어도 됐습니다. 작중에서 닉 퓨리가 당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미리 파악해서 먼저 타격한다고 하는데, 이놈이 할까 안 할까 꿰뚫어 보는 것. 말 그대로 통찰(인사이트)이죠. 무슨 어디 외국에만 존재하는 단어도 아니고, 말 그대로 번역하면 될 것을 프로젝트 인사이트라고 하는 꼴은 대체... 영어 그대로 하면 뭔가 있어보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블리자드 코리아의 서리한, 공허포격기 등 잘 된 번역 사례를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왕좌의 게임도 나이트 워치는 야경대로 세븐 킹덤은 칠왕국으로 번역했는데 이게 맞고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지, 마땅히 해야 할 번역을 안 하는 건 정말 잘못된 거라 봅니다.

WR
2018-07-18 13:54:43

톨킨 옹의 그 의도가 알려지기 전엔 '스트라이더'가 더 어감상 좋다는 의견이 대세이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외래어라 더 있어보이기도 하고, (서양에서 전래된)판타지스럽다는 이유에서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라이어 라이어 BD 자막은 저도 기억합니다. 저도 실소를 지었던 부분이긴 한데, 그땐 또 그럴만하기도 했었고요. 언제 어떤 때라도 보편타당하게 원문을 되도록 그대로 옮긴 번역이 좋은 것은, 시대와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세월이 흘러 아예 사어가 되거나 의미가 바뀌어 버리면 곤란하지만, 거기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3
2018-07-18 13:18:27

저 또한 직역이 좋더군요. 쥬베이가 요즘 나온 영화도 아닐뿐더러 요즘에 맞게 해석을 했다면 또 10-20년 이후 요즘 번역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

WR
1
2018-07-18 13:56:44

너무 유행을 타지만 않고 되도록 보편타당한 역어를 택한다면, 원문과 표현이 다르더라도 그 생명력은 그만큼 길게 갈 것 같긴 합니다. 다만 그런 와중에서도 원작자의 의도를 살려낸다면 그게 베스트겠는데, 간혹 너무 넘겨 짚어서 직역만도 못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어떤 것도 쉽지는 않겠지요. 

5
2018-07-18 13:29:35

직역도 직역 나름의 맛이 있고 의역도 의역 나름의 맛이 있죠. 호불호는 늘 갈리는 거라....

저도 무사쥬베이에서는 직역보단 의역이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이지만

전부 그런 것은 아니고 직역으로 나온 자막이 나은 것도 간혹 있습니다.

그리고 자꾸 언급되는 주먹밥 자막은 뜻이 문제가 아니라 연결이 틀렸다는 생각입니다.

 

속이 부대끼는 상황에 뭔가를 또 먹어서 속을 달랜다는 건 이치상 맞질 않으니까요.

속이 부대끼면 뭘 못 먹죠... 물이나 먹지.

원문도 속이 부대낀다는 뜻이 아니었고요.

직역, 의역을 떠나 이런 문장간의 논리적인 연결은 조금 더 생각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3
2018-07-18 13:52:21

부대끼는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과음한 다음날 속쓰리고 할 경우 속이 부대끼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 해장한다면서 매운걸 먹던 맑은 국물을 먹던지 할텐데(유학갔던 친구는 피자를 먹기도 하더군요)

부대낀다고 음식을 못먹는 상황만 있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Updated at 2018-07-18 14:05:51

동의합니다. 부대낀다는 게 속이 안 좋아서 뭘 못 먹겠다이기도 하지만 속 부대껴서 해장하려고 먹기도 하죠. 속이 부대낀다라는 게 속이 쓰리거나 울렁거린다이니까요. 못 먹을 것 같아서 참기도 하지만 또 먹어서 달래는 게 이거죠.

1
2018-07-18 14:04:04
숙취라고 생각하면 속이 허하니까 뜨거운 국물이나 뭐 해장할 걸 먹는다 할 수도 있겠는데
저도 해장할 때 밥을 꼭 같이 먹긴 해요.
근데 상식적으로 속이 더부룩하고 부대끼면 소화제를 먹지 밥을 먹진 않잖아요.
"속이 부대끼면 와서 밥 먹어라" ?? ;;;;
문제는 굳이 애매한데 '부대낀다'라는 표현이 꼭 써야 하는가. 이거라서요.
원뜻이 속이 거북하다거나 부대낀다는 것도 아니고 쓸 표현은 그외에도 많은데.
1
Updated at 2018-07-18 14:11:49

더부룩하다와 부대끼다는 좀 말이 다른 것 같은데요.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더부룩하다는 우거져 탐스럽고 수북하다. 말 그대로 수북하게 쌓여 소화 잘 안 되어서 배가 빵빵하니까 못 먹는 건데, 부대끼다는 사전에서도 (뱃속이) 탈이 나서 쓰리거나 울렁울렁하다 라고 나와요. 저 개인적으로도 여태 살면서 더부룩한 건 더부룩한 거고 부대끼는 건 부대끼는 거지, 이 둘을 같은 의미로 묶어서 써본 적은 없네요. 속 쓰려서 부대낀다라고 표현을 했죠.

WR
3
Updated at 2018-07-18 14:10:51

해당 상황에 대해선 세 번째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속이)'부대낀다': 속이 쓰린다, 울렁울렁하다, 메스껍다 란 뜻이며 상기 끔찍한 아이 님의 예시대로, 이럴 때 누구나 같은 식으로 속을 풀지는 않습니다.

 

2. 원 일본어의 표현은 일본어 숙어를 이용한 빈정거림(식 말장난)입니다.

: 腹の虫がおさまらない - 문자 그대로는 '배 속의 벌레가 스물거린다, 벌레의 움직임이 멈추지 않는다.' 이지만 숙어 표현으로 '분이 가라앉지 않는다.'입니다.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받아들이면(= 자막에서도 숙어를 직역하여 '화를 참을 수 없군'이라고 했으면), 거기다 대고 주먹밥을 던지는 건 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3. 그렇지만 화를 참을 수 없다 = (한국식 속어 표현으로)속이 끓는다 = 이럴 때 우리는 속 쓰린다는 표현도 하니까, 동일하게 말의 중의적 표현을 이용하여 '속이 부대낀다'(쓰린다로 연결 다리 삼아)로 옮긴 뒤에 + 거기에 대고 '주먹밥이라도 잡수셔'라는 식으로 표현하여 '너 돈 잃어서 화나냐? 그럼 이거라도 먹고 떨어져'라는 빈정거림도 되고 + 순수하게 속이 쓰리니까 이걸로 해장이라도 해보지? 하는 식으로 빈정대는 뜻도 되는 것을 번역자분은 추구하였습니다. 

 

'속이 끓는다'에서 주먹밥으로 연결되었으면 저도 당연히 역자분께 재고를 권했겠지만, '부대끼다'까지 갔기에 검토자로서 저도 여기에 동의한 바입니다.

1
2018-07-18 14:10:11
번역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떤 것이 나은 번역이냐의 문제죠.
일단 뜻이 틀리지 않았다면 번역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완수했다고 생각해요.
그 번역을 소비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 후의 문제인데
이 문제는 당연히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죠.
 
WR
1
2018-07-18 14:13:37

역자분과 제가 생각하기엔, 현 자막으로 '뜻이 납득되는 분'과 '원문의 표현을 어느정도 유추할만하게 옮긴' 그리고 '한국어 문법으로도 문제가 없는'이 모두 만족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자를 더 중시한다면 또 다른 자막, 후자를 더 중시한다면 또 다른 결과물이 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바는, 좀 확장하면 세상 모든 번역문에 동일하게 해당되는 명제입니다. 거기서부터는 '요리의 맛'의 영역이라고, 저는 본문에서 제 견해를 말씀드렸습니다.

Updated at 2018-07-18 15:28:35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오를 벗어나면 그때는 맛의 영역이고 기호의 영역이니까요. 길게 비교 글을 올리신 분은 맛이 없다고 판단하신 거고 저도 일부는 그분의 의견에 공감한다는 얘기일뿐입니다.

1
2018-07-18 13:42:44

말씀하신데로 직역과 의역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거라

어떤식으로 변역을 하던지 말나오는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나 분위기 등에 따라 좀더 어울리는 번역이 있을지언정 이것조차 호불호일테니까요

WR
2018-07-18 14:07:28

향후 인공지능 번역 머신들은 그 시대 화자들의 보편적으로 지지받는 번역을 택하여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하겠지만, 그또한 단 하나의 결과일 뿐이기에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있기는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신 특히 오탈자와 맞춤법 검토로 사람이 눈빠질 일은 없어질 것 같아서, 전 일단 해방될 것 같습니다.

2018-07-18 14:18:55

아무래도 각자 원하는 번역 스타일이 같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번역이 좀 더 발전한다면 오탈자와 맞춤법 검토 하는 면에서는 확실히 편해지겠군요 
2018-07-18 14:10:11

언어와 문화가 다르니 이것을 온전히 반영하여 번역하는건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직역을 선호하는 한편, 대체할 마땅한 번역이 없을 경우는 원작자의 창작의도가 손상되지 않는 한도에서의 의역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독 기미도 기존 사극에서 기미상궁 등 사극에서 접한 익숙한 단어라 그런지 크게 신경 쓰이는 편도 아니고... 삼도천의 경우, 황길이나 저승길 등 다른 표현이 있음에도 창작자가 삼도천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창작의도가 담겨져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는 번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글을 보면 마치 직역을 외국어 학습교제에 비유하던데 꼭 직역이라고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내포된 의미를 무시한 단순한 직역이라면 비난받아도 할말 없지만 무사 쥬베이는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건 아니지만)  

영화가 외국어 학습교제가 아니듯이, 또한 영화가 가진 고유의 작품성과 창작자의 의향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해 편의를 위해서 너무 과도하게 의역해버리면 원작자의 표현의도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우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쉽게 이해되는 여자 닌자라고 번역하느냐, 원어의 女를 내포하여 쿠노이치라고 번역하느냐 역자의 선택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쿠노이치가 맘에 듭니다. 그래서 직역을 좀 더 선호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직역과 의역의 절묘한 조화와 적합성은 항상 어렵고 모든 사람의 기호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지만 원작자의 대사나 자막을 통한 작품성(혹은 자막으로 표현되는 문학성)도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너의 이름은? 과 너의 이름은。 처럼요.

WR
2018-07-18 14:20:51

네, 말씀하신 바를 모두 감안하여 균형을 잡는 것이 좋은 번역이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균형을 너무 잘 잡으면 또 양쪽 모두에게 불만을 안길 수도 있으니, 어렵기는 어렵습니다.

2018-07-18 14:39:11

이번 개정 자막은
원작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국어로 훌륭히 번역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WR
2018-07-18 15:25:02

그렇게 여겨주신다면, 일부나마 관여한 저로서도 보람이 큽니다. 감사합니다.

2018-07-18 14:51:50 (211.*.*.33)

어릴적 비디오 테이프로 봤던 자막이 더쎄고 멋졌는데.. 허허
그나저나 글을 엄청 잘쓰십니다.

WR
2018-07-18 15:29:36

말씀하신 자막은 제가 직접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 당시의 그 끝없이 달려 나가는 듯한 시대 감각과 어울리는 자막이었다면 확실히 멋졌을 것 같긴 하네요. 

 

제 글은 그냥 방망이 깎는 노인 같은 느낌이라, 부러운 감각입니다.

Updated at 2018-07-18 15:08:14

저도 직역 의역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적절히 두가지를 잘 혼합해서 좋은 자막을 만드는게 가장 좋지만

이게 정말 말로는 쉽지 너무나 어려운 일이죠..

애초에 모든 호불호를 다 만족시킬 자막이 나오긴 너무나도 힘든일이죠

(특히나 이런 작품처럼 오랜 팬들이 있을경우에요)

전 충분히 이번 자막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수고하셧어요

WR
2018-07-18 15:35:08

그런 감상이셨다면, 저도 안도할 수 있겠습니다. 

 

수고야 역자분이 더 하신 것이니 그분께도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2018-07-18 15:17:01

일본어 단어 그대로를 쓰는 것이 완전히 의미만 전달하는 것보다 좋겠지만 당연히 청자의 일반적인 수준을 고려해야할 것입니다

요즘 넷플릭스 일어번역을 보면 너무 쉬운 말도 일본어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의미만 전달해 버려서 김 빠지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마도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위주여서 그렇겠죠

그 반대로 평균적인 언어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막을 보고 바로바로 이해할 수 없다면 그런 것은 가급적 아는 말로 바꿔서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그 선이 어디냐가 참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예시로 드신 삼도천 같은 경우 국어사전에 있다고는 하나 아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 결국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의미를 포기한 것이 됩니다

무사 쥬베이라는 작품 자체가 워낙 성인물인데다가 말 한마디 한마디의 100% 정확한 의미 보다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이해했습니다.

번역자의 의도가 그렇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의미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번역의 본질인데 과하게 친절한게 아닌가 합니다.이미 작품의 비주얼과 성우들의 목소리가 스타일을 잘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모든걸 떠나서 이렇게 상세하게 감수의 변을 적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덕분에 많은 걸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WR
Updated at 2018-07-18 15:45:03

말씀하신 바는 사실 저도 종종 (비슷한 성향을 가진)여러 다른 역자분과도 논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전 찾으면 있다'(역자분) vs '웬만하면 안 찾아도 되는 이러한 단어로 쓰시는 게...'(저) 이런 식으로요.

 

단지 무사 쥬베이는 연식도 그렇고 작품의 맛도 그렇고 또한 성인물이고 하니, 이해하신 대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위해 의미의 더 빠른 전달을 좀 놓은 경우입니다. 때문에 역자분과 크게 논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때문에 이해하기 불편하신 분들이 계시니 그또한 좀 마음은 아픕니다.

 

DP 회원으로서 감수에 참여할 수 있었기에, 그것이 어떤 이야기이든 DP의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저도 기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7-18 15:19:47

직역이 좋건...의역이 좋건간에...

어벤더스의 ....어머니...같은 생각없는 번역이 아니라 충분히 고민하고 번역한 것이라면 둘 다 고마울 뿐입니다

조지마님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WR
2018-07-18 15:42:51

그 번역자분도, 누군가 도와줄 수 있는 감수/ 검토인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사태가 거기까진 안 갔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합니다.

 

전 능력이 별로 없어서 그냥 생각만 이리저리 많이 하긴 하는데, 함께 일하시는 역자분들이 좋은 분들이라 그럭저럭 제 부족함이 마스킹은 되고 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2
2018-07-18 15:34:18

전 무조건 제작진 의도에 부합하는 자막을 선호하는지라 이번 판본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것보다 삼도천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니 좀 그걸 놀랐어요 ;;;;;

WR
2018-07-18 15:43:52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는 아니니, 어찌 보면 제로아돌 님이나 역자분+제가 더 특이한 것입니다.

2018-07-18 15:47:09

전에 익명님 글 보고 저는 동의를 하지는 못하겠더군요. 크게 뜻도 다르지 않고

 

그 '맛' 이라는것도 예시를 든 부분도 그냥 그렇다고 생각해서... 

 

조지마님이 이 작품에 참여하신건 몰랐네요~ 글을 다 읽어보았는데

 

번역, 검수 참 어려운거 같아요. 이렇게까지 신경쓰고 고민을 해야하는지 

 

저언혀 몰랐습니다. 고생 많으시네요~~ 아직 안 본 애니인데 글 읽고 나니

 

보고 싶어집니다. 구매를 고려해봐야겠어요 ^0^

WR
2
2018-07-18 15:48:26

정말로 감사하신 말씀입니다. 다만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이므로, 자제분께서 아직 미성년이면 혼자 보시는 걸 권합니다.

2018-07-18 15:49:08

허얼 숙식이아빠... 숙식이 아빠이긴한데 숙식이는 고양이에요 흑흑...

 

저는 아직 싱글입니다 헝헝 ㅜㅜ

WR
1
2018-07-18 16:01:07

헛, 네. 그럼 여한 없이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Updated at 2018-07-18 16:46:45

익명님의 글과 조지마님의 글을 보면서 새삼 번역이 참 쉬운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또 느끼네요.

 이번일로 이렇게 글을 써주시면서 무사 쥬베이란 작품의 자막이 가진 의도나 방향성을 같은 걸 새롭게 알게 되어서 좋았네요. 나중에 다시 감상할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WR
2018-07-18 18:05:33

저야 번역 작업에 곁다리로 낑긴 정도지만, 그같이 즐기실 수 있으시다니 저도 기쁩니다.

Updated at 2018-07-18 18:00:00

만화와 동화를 직업으로 가지고있던 사촌 누나들, 형 덕분에 초딩 때부터 일본 만화를 접하고 일본 만화책을 보며 뜻도모르고 그냥 무작정 보기만 했었습니다. 그 테스토스테론이 끓어오를 초딩말과 중딩때 19금 작품들을 봤으니 이게 여과없이 흡수되는 느낌이더라구요.

  

그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세작품이 있는데 아키라, 수병위인풍첩, 뱀파이어헌터 D 였습니다.

 

이 세작품중 수병위인풍첩은 비디오가 늘어지다못해 아주 가루가 되기직전까지 봐서 더욱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 극장에 걸리고 dvd로 발매되고 나중엔 블루레이까지 나오니 정말 말로할 수 없는 기쁨이었네요.

 

더군다나 조지마님께서 진행상황을 알려주시고 감수해주신터라 더더욱 애착이 갑니다.

 

왜냐하면 조지마님 글 작성방식이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닮고싶은 서술형입니다. 기교가 많이 들어가지않고 담백하게 작성해가면서도 이해가 쉽도록 예문이나 주변상황도 같이 설명해주시는 방식이시니 기대가 컸고 감상해보니 기대를 벗어나지 않더군요.

 

얼마전 마눌과 같이 감상했었는데, 그 때는 별 생각없이 넘겼는데, 오늘 이 글 보고 마눌에게 얼마전에 본 무사 쥬베이 자막 어땠는지 물어보니 어려운 내용없었다고 합니다.

 

늦게나마 자리를 빌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애 많이 써주신점 감사인사 올립니다.

 

그리고 이건 뻘소리입니다만, 뱀파이어 헌터 D가 정발되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

WR
2018-07-18 18:08:58

과한 말씀입니다만, 보여주신 정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다만 전 쥬베이를 같이 보실 수 있는 부인분이 계신 게 부럽습니다.

뱀파이어 헌터 D는 제가 VHS 늘어날 때까지 본 거라, 저도 정식 발매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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