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 조커
2020년 1월 8일에 4K UltraHD Blu-ray (이하 UBD)와 BD가 정식 발매된 '조커'는, 아마 2019년의 영화팬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된 영화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개의 영화가 그렇듯이)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론 호평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보입니다. 그 많은 호평 때문에 기대도가 너무 올랐다가 좀 실망했다는 분도 종종 있을 정도로요. 개인적으론 직접 관람 전엔 별달리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보는 성향인데, 그렇다고 눈귀를 틀어막는 건 아니니까 황금 사자상 수상! 이란 소식 정돈 듣고 나서 관람했고, 받을만 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리 매체로도 구해 본 이 영화. 이미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말할 단계는 지난 것 같고, 바로 디스크에 대한 품평으로 들어갑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1.85:1, HDR10 & 돌비 비전
최고 품질 사운드: 돌비 앳모스(영어)
* 2020년 1월 8일 발매된 한국 정식 발매판에 UBD/ BD(및 서플) 모두 한국어 자막 지원
- 서플 사항
조커 UBD의 서플은 모두 패키지 동봉 BD에 수록되었습니다. 목록은 하단 참조.
- Becoming Joker (1분 23초, 영상 스펙 1080P24: 이하 동일)
- Joker: Vision & Fury (22분 25초)
- Please Welcome... Joker! (2분 44초)
- Joker: A Chronicle of Chaos (3분 4초)
영상 서플은 분량에서 대충 눈치챌 수 있듯 그냥저냥한 수준. 여기에 감독 코멘터리는 아이튠즈 디지털 독점으로만 공개되어서, 디지털 코드를 동봉해 주지 않는 미국 외 국가의 디스크 구매자들은 코멘터리 때문에 아이튠즈에서 또 사기도 애매해서 좀 난감하긴 합니다. 저도 그 정도 호기까진 안 부려서, 코멘터리가 어떤지까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영상 퀄리티
조커의 UBD는 [ 레버넌트 ], [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으로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 기생충 ]의 촬영에도 쓰인, Arri의 알렉사 65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소스를 가지고 4K DI > UBD화 했습니다. 다만 기본 상영 화면비가 1.85:1 (4K DCI 기준 3996 x 2160)이라서 원래 가정용 4K에선 1.78:1 (3840 x 2160)로 나와야 화면 정보량이 거의 근접하는데, UBD에서도 1.85:1 (가정용 4K 기준 3840 x 2075)로 나온 건 약간 아쉬운 사항.
그러나 트랜스퍼 시점에 배려를 많이 했는지, 정보를 알고 집요하게 뜯어봐도 이 가로세로 2중 스케일링에 따른 흠결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블닷컴 리뷰어도 말한대로, 근접 클로즈업 신의 피부나 옷의 질감은 물론 원경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빠짐없이 샤프하게 재현되어 있는 게 특장점. 오죽하면 80년대란 작중 배경 시간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군데군데 알싸한 느낌으로 일부러 넣은 디지털 그레인마저도 UBD에선 아주 이쁘게 깔리는 느낌이라, 분위기 재현의 순 기능만 발휘되는 인상입니다.
단지 순 해상감이나 디테일 표현력은 BD에서도 상당히 좋게 수록했기 때문에, 우수한 업 스케일러가 낀 시스템이라면 BD와 UBD의 순수 디테일 표현차는 아주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이런 걸 보면 워너가 아직 디스크를 포기한 건 아닌 것 같을 정도. 때문에 조커 UBD의 화질 가치는 하이 다이나믹스 & 광색역 화면에 좀 더 무게가 있어야 할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왔다 보입니다.
최대 요구 휘도는 992니트지만 평균 휘도가 120니트로 그레이딩 된 조커 UBD의 HDR10 영상은, 그래서 대개의 현역 최신 HDR TV들에서 유감없이 진가를 발휘하는 편. (QLED 등 고 스펙 LCD에 비해 휘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OLED라도 8, 9 시리즈의 경우 최대 휘도에 거진 근접해서 나오기 때문에, 자체 톤 맵핑을 끄고 순 소스 상태로 즐기더라도 BD/ SDR 영상보다 명부/암부 모두 구석구석 계조나 재현력이 더 선명하고 & 또한 그래서 그 대비가 확실한 영상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HDR10이 이 정도 스펙으로 그림을 잘 가꾸었다 보니까 (같은 OLED C9에서 HDR10 vs 돌비 비전을 모두 시청한 바)상대적으로 돌비 비전의 체감차가 확 나지 않는 게 아쉬울 정도. 굳이 따지고 들면 요소요소 좀 더 화사한 맛이 나기는 하지만, BD > UBD의 순 해상감 차이보다도 더 느끼기 어렵습니다. 컬러 측면에서 일부 채도가 다른 맛이 있고 전체적으로 돌비 비전 상태의 발색이 조금 더 진하면서 생생한 감이 있지만, HDR10 영상의 색감 역시 충분히 그런 맛이 있기 때문에 크게 우열을 가릴만하지 않네요.
개인적으로 이 UBD의 영상에서 가장 좋게 본 건 이른바 '대비'가 BD/SDR 보다 더 확실하게 체감된다는 점입니다. 불우한 아서로 살아갈 때, 그 답답함을 관객들에게도 체감하게끔 건물로 빽빽하게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는 회색 하늘/ 인위적으로 만든 약간 부연 화면감/ 전반적으로 깔린 암담한 분위기들... 그리고 '완전한' 조커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비로소 트이는 하늘과 멀끔해지는 화면과의 대비는, 하이 다이나믹스 화면에서 보다 절실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의 존재 가취를 정확하게 파악한 멋진 타이틀입니다.
- 음성 퀄리티
조커는 UBD와 BD 둘 다 (돌비 트루HD 코어)돌비 앳모스 포맷이 메인 오디오입니다. 양자간 비트레이트 편차는 약 0.5Mbps 정도 UBD에 더 높게 수록.
일단 이 앳모스 트랙은 천장 스피커를 바쁘게 쓰는 편은 아니고 리어도 크게 적극적인 건 아니라서, 굳이 앳모스 시스템에서 울릴 필요가 있나? 싶기는 합니다. 서브 우퍼도 딱히 눈치채기 어려운 부분에서 간간 분위기를 더해줄 뿐이고. 더구나 이 영화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여러 감미로운 스코어들도 주로 프런트에서 무대를 깔아놓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마치 무대에서 관객의 환호에 목말랐던 아서에게 바치듯-, 어떤 면에서 이 영화는 그냥 하이파이 스테레오 시스템에서 보는 게 더 운치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네요.
다만 한편으론 프런트 외의 스피커를 영리하게 사용하는 재미도 확실한 편. 예를 들어 2챕터에서 아서의 상상 속 머레이의 쇼에서 들리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자리를 이동하는)아서 입장에서 그 박수 소리가 어느 쪽에서 들려야 하는지 잘 계산된 리어 스피커 사용이 돋보입니다. 또한 간간 울리는 천장 스피커도 확실하게 주역 아서의 귀에 들려야 할 소리의 위치가 잘 배분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 자신이 아서라는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는 것을 잘 거들고 있습니다.
기타 명료한 대사 음성, 깔끔하고 강약 대비가 잘 들리는 효과음 등, 이 UBD의 앳모스 트랙은 비록 꽝꽝 신나게 울리지는 않지만 좋은 음질이라는 평가를 하기에 아무 부족함이 없습니다. 사실 BD에 비해 UBD의 일부 스코어들이 더 미묘하게 멋진 감각이긴 했지만, BD로 감상한다 해도 전술한 '감정 이입 보조'라는 효과 측면은 확실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확실하게 영화를 이해하고 믹싱한, 멋진 사운드입니다.
- 첨언
이 영화를 좋게 본 분이든 그렇지 않은 분이든 거의 일치하는 평가는 주역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이고, 저도 이 점에 토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평범한 청년이었지만 점차 기괴하게 뒤틀려 가는 아서를, 그리고 조커를 연기한 그의 연기력이 영화 전체를 끌어나가는 가장 큰 힘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생각하고요.
조커 UBD는 그런 이 영화를 충분히 보고 들을만 하게 잘 수록했습니다. 아서의 입장에서 들리는 소리, 아서의 시각으로 보이는 세상, 어쩌면 가상의 고담 시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법한 (그래서 위험하다고까지 지적받은) 인간의 변모를 굉장히 '잘' 보여 줍니다. 전술한대로 워너는 이 영화의 코멘터리를 VOD쪽에만 제공했지만, 이 디스크 퀄리티를 보면 워너가 아직 디스크를 포기한 건 아니라는 증거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록 그 내용 때문에 온 가족이 다 같이 앉아 즐기라고는 말씀드리지 않습니다만, 잘 가꿔진 4K 시스템을 갖춘 분이라면 이 UBD를 보면서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디스크이기에,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UBD 중 하나로 거리낌 없이 말씀드리고도 싶네요. 제 성향에 꼭 맞는, '요란하게 눈귀에 띄지는 않지만 계속 보다보면 그 우수함이 확실히 스미는' 그런 타이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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