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친구를 추모하며
부모님과 이별할때도 많은 친척과 지인을 떠나보낼 때도 눈물을 별로 쏟은 적이 없는데 이번엔 참 어렵네요.
정기건강검진을 하고 암을 확인한게 올해 5월.
6월에 수술하였으나 결과가 애매했습니다. 좋지 않으니 나쁜 것이겠지요.
추석전후로 급격히 나빠지더니 더 이상 손쓸틈도 정를 뗄 시간도 주지않고 이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친구를 처음 만난 게 군제대 직후였습니다. 한해 먼저 제대했더군요.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의기투합하여 세상변혁을 꿈꾸며 같이 투쟁하자 했지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그는 항상 진지했어요. 매사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어요. 정말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사람이었어요. 저와는 많이 달랐지요. 토론도 많이 하고 싸우기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그를 설득하면 그 일은 성공이 보장되었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또한 그는 스스로 납득하면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해결해 내는 집요함과 끈기를 가지고 있었지요. 아마 그래서 성공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진한 외모와 언제나 진지한 모습, 몸을 사리지 않는 투쟁력... 후배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함께 받는 질투나는 그런 친구였어요. 그렇게 몇년을 함께 투쟁하고 격려하며 살았어요.
안기부와 검찰이 보기엔 헛된 망상을 꿈꿨다 하겠지만 저희들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간을 같이 보냈어요.
90년대 초반을 지나갈 때쯤이었어요. 삶의 환경이 좀 바뀌었어요. 저는 떠돌이에 가깝고 그는 한곳에 정착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가 살던 동네로 놀러를 자주 갔어요.그러다 예전부터 알고지내던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자매와 함께 만났지요. 언니는 써클은 달랐지만 룸을 함께 썼던 학번동기였고 동생은 같은 단대후배여서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제가 그와 언니에게 서로를 소개시켜줬고 그렇게 네명이 서로 자주 어울였어요.
그땐 우리모두가 가난했고 꿈은 여전하나 불안했던 시기였어요. 고민이 참 많았어요. 네명 모두 내용은 달랐지만 쉽지않은 것들이었지요. 노동현장의 투신, 수배생활, 학생운동의 미래.... 그런 고민들이었지요. 이런 고민이란게 각자가 속한 집단에서는 나누기 참 어려운데 여기서는 편한게 의견을 나누게 되더군요. 그랬는지 참 자주 만났어요.
진솔한 대화가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사랑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언니와 친구가 동생과 제가 각각 연인되었어요. 어느 겨울날 술집에 모여 서로 사귄다고 고백하고 인사를 나눌 땐 얼마나 쑥스러웠는지 모르겠어요.
그 이후 언니는 처형이 되었고 친구는 동서가 되어 한 집안이 되었지요.
쏜살같이 자신의 생명을 태워버린 동서의 부고를 알리고 장례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고 그렇게 삼일장을 치뤘습니다. 임종을 지켜볼때부터 장례버스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너무 비현실적이네요.
혹시나 그와의 인연을 글로 남기면 마음이 정리될까 해서 주절주절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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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