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설강화 이 드라마는 경계는 하되 조금 더 지켜볼 여지는 있어보입니다.
우선 현재 돌고있는 이 작품의 설정상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로 보입니다.
남주가 운동권 학생이 아닌 남파간첩이었다는 점.
서브남주인 안기부 요원의 대쪽같은 원칙주의자 표현으로 안기부 미화 우려.
제가 이 작품 처음 제작 소식을 접한게 작년 여름쯤이었는데 그때 이미 조선구마사와 더불어 초기시놉 문제로 말이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뭐 캐스팅 된 배우들 팬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항의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설정이 변경되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거든요.(이 설정이 바뀌었다는 부분은 제가 커뮤 등에서 주워들은 얘기라 명확하지 않고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으니 혹시 아니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하튼 그 이후 시간이 지났고 촬영이 한창 진행중인데 조선구마사 문제와 더불어 다시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지고 있죠. 그런데 현재 각 커뮤에 재생산 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이게 과연 공식 오피셜이 맞는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현재 각 커뮤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내용은 전부 작년의 그 내용이 재생산되고 있을뿐, 막상 드라마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면 공식설명란에 간첩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단 말이죠. 현재 검색하면 나오는 공식 오피셜로는
'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초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 가 시놉의 전부이고 최근 나오는 기사들도 전부 저 문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문장만 보면 크게 문제될것은 없어 보이거든요.
물론 동시에 각 기사들에서 거론된 남주 캐릭터 소개속 '비밀스러운 매력' '어떤 사연' 등의 문구가 찝찝하긴 한데 아직은 너무 한정된 정보라 단정짓기가 애매합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남주 캐릭터 설명에 재독교포 출신이었다는 점이 추가되었는데... 캐릭터 소개에 핵심적인 내용이 담긴다는걸 감안하면 간첩이라는 설정이 변경되었거나 혹은 반전의 여지가 충분히 있어보입니다.
그냥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1967년 박정희 정권 동백림 사건을 모티브로 남주의 가족이 간첩으로 몰려 희생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럴 경우 그동안 퍼졌던 남주 간첩 내용과 캐릭터 소개란의 '비밀스러운', '어떤 사연' 그리고 1987년까지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대학생으로 성장한 남주. 전부 어느정도 충족이 가능하거든요.
결국 애초에 이 간첩이라는 설정이 가장 문제였는데 만에 하나 이게 아니라고 보면 지금 추가로 나오고 있는 나머지 논란들 역시 해석이 달라질 수가 있습니다.
서브 남주인 안기부 캐릭터의 '대쪽같다'는 표현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다양한 해석을 할 수가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서브 남주는 100프로 남주와 대립하는 안기부 요원일테고 결코 선역일수가 없죠. 캐릭터가 선역이면 모를까 악역일 경우에는 대쪽같다는 표현 역시 정권에 대쪽같은 충성을 하는 인물로도 해석이 가능하거든요.
최근에 올라온 5.18현수막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5.18이라는 숫자를 쓴 배경에 작가나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5.18 그 자체가 어떤 조롱의 의미를 담고있는것은 아니기에 그 의도가 무엇인지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사람들의 우려처럼 불손한 의도가 있다면 조롱의 의미일테지만 그게 아니라면 5.18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미가 될수도 있겠죠.
조금 더 배경에 디테일한 작가와 감독이라면 이런 상상도 가능해집니다.
영화 1987에서 보면 남주가 만화동아리라 속이고 여주를 데리고 가서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을 보여주지요. 그만큼 당시 운동권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광주 영상을 돌려보거나 모여서 추모했다는 것은 충분히 추측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 박종철 고문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성명서를 발표한것도 1987년 5월 18일이었습니다. 그날은 5.18 희생자 7주기 추모미사를 드린 날이기도 하구요.
그럼 저 현수막 역시 토플강의를 가장한 비밀 추모식같은게 아닌가 하는 상황설정도 가능하지요. 물론 이 부분은 모두 제 추측이므로 진짜 작가,감독의 의도는 알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만큼 지금 나오는 부분들에 대한 정보가 너무 한정적이라는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참고하고 싶은 부분은 작가의 전작들에서 드러난 성향입니다. 조선구마사의 경우 그 작품 자체만으로도 문제지만 바로 얼마전 종영된 전작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는 것 역시 의심을 확신으로 바뀌게 하는데 한몫 하게 되었죠.
유현미라는 인물을 알수가 없기에 결국 작품들을 통해 판단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설강화의 작가인 유현미가 정치적 성향을 따로 드러낸 적은 없지만 그동안 쓴 작품들을 보면 각시탈 이전부터 주로 기득권의 추악한 면모를 까발리는 모습을 많이 그려왔습니다. 스카이캐슬 같이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내기도 하고 신의 저울과 골든크로스 등을 보면 전부 기득권에 대항하여 싸우는 모습이 큰 줄거리였지요. 대사들을 보면 단순 재미만 추구하는게 아닌 작가가 본인의 가치관을 작품에 담으려고 고민한 흔적들 역시 보이구요.
이런 작가가 사람들의 우려처럼 뜬금 일베의 논리를 대변하는 글을 쓴다는건 좀처럼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더군다나 6월달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것은 나름 6월항쟁의 의미를 부여한것 같은데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미친짓을 할거같지는 않단 말이죠.
물론 그럼에도 몇가지 마음에 걸리는 불안요소가 있습니다.
우선 jtbc와 yg의 조합. 겉으로나마 중립인척을 고수하는 jtbc지만 어쨌든 그 뿌리는 종편이라는 것과 중국의 투자를 받았다는 점. 여러모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yg소속의 그것도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수가 연기한다는 것은 진지하게 다뤄야 할 소재를 다소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작가의 특징이 대체로 입체적인 캐릭터가 많습니다.
가령 신의 저울을 보면 서브 남주와 그 아버지가 올곧은 검사에서 점차 냉혈안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비교적 유명한 작품인 각시탈의 서브 남주 박기웅 역시 처음에는 선역이었다가 타락해가는 모습이 그려지지요.
설강화에서의 서브 남주 또한 이런 스토리로 흘러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선역에서 악역으로 변해가거나 악역이지만 그 안에서 안기부의 일과 인간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이게 좋은 작품을 추구하는 글쟁이에게는 꼭 필요한 작업이긴 하나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민감한 소재에 있어선 자칫 일부 캐릭터의 미화가 될 수 있어 걱정됩니다.
여튼 전 조선구마사로 촉발된 후속작품들에 대한 논란을 꽤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 민감한 소재에 있어서는 아무리 유명작가,제작진이어도 의식없이 함부로 건들면 x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을 필요는 있다고 보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돌 멤버가 들어간만큼 방영 이후 후유증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 역시도 충분히 이해하며 다만 경계와 압박은 필요하되 이후 속속 공개될 제작진의 입장과 캐릭터 소개 등을 조금은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논란이 꽤나 커진만큼 생각보다 빨리 제작진 오피셜이 나올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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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캐슬 마지막회 망가지는 것을 보면 유현미의 작가로서의 역량은 완성단계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유현미는 자신의 드라마가 권선징악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연출과 시청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막장드라마로 창조 / 소비해서 대성공했고, 마지막회는 그래서 망했죠. 즉 재능은 있으나 김은희 김은숙 홍자매 처럼 그걸 제대로 통제하지는 못하는 작가입니다. (미국 리메이크를 놓고 유현미 작가가 오바해서 벌인 삽질이 유명하지요)
쓰신 글은 설강화에 대한 애정과 우려를 듬뿍 담아 긍정적으로 보신 것이 느껴집니다만, 저절로 그렇게 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이번 사태를 보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다 도려내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조선구마사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