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상화된 생물학 용어들...
생명과학을 공부할 때에는 전공자들만이 숙지하는 용어들이었죠.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생물시간에도 일부는 나오는 용어들이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고등학교 생물은 졸업 후 빛의 속도로 망각하기 때문에 사실 나중에 들어도 이미 배운 내용이라는 걸 알긴 어렵죠. 아무튼 이 용어들은 적어도 학부 수준 생명과학 계열 전공자들이 다른 전공자들과의 대화나 일상적 실험, 발표 등에서 흔히 쓸 법한 용어들인데 요즘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 줄기세포 혹은 배아 줄기세포 (Stem cell / embryonic stem cell): 황우석 사태 이후 너무나 많이 알려졌고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용어들이 된 듯 합니다. 황우석 사태가 마무리 된 다음에 더 이상 그렇게 흔하게 쓰이진 않지만 대중화된 "줄기세포"란 단어에는 아직도 뭔가 수상한 (혹은 사짜스러운)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원래 과학적인 용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2. 제대혈 (cord blood): 이것 역시 줄기세포 관련해서 한 동안 핫했었죠. 마치 제대혈을 잘 보관해두면 모든 질병이 치료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3. "당이 떨어졌다": 전에는 이런 말을 안썼던 걸로 생각합니다. 그냥 배고프다 정도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당'(sugar, carbohydrate)이 "떨어졌다"는 (low) 말을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탄수화물"(carbohydrate)이란 말도 그렇게 흔한 말은 아니었고 살짝 전문적 느낌이 나는 용어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다들 쓰죠.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등등의 맥락으로...
4. 유산소 운동 (aerobic exercise): Aerobic vs. unaerobic...생화학에서 나오는 개념들이고 전자전달계 마지막에 산소가 전자를 받아서 큰 자유에너지를 얻는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런 화학적 디테일과는 상관없이 일상적 스포츠의 맥락에서 "유산소 운동"이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전에는 그냥 뜀박질한다, 숨찰 정도로 뛴다 정도로 말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다들 유산소, 유산소를 외치네요.
5. 유전자 조작 (genetic manipulation): 이건 대중화된지 조금 더 오래된 것 같습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이 좋냐 나쁘냐 등으로 논쟁이 있다가 요즘은 시들해져서 별 관심들이 없습니다만.
6. mRNA: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바이러스의 mRNA를 체세포에 전달한다는 발표가 난 이후 다들 mRNA란 단어를 많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비교에 의해 "mRNA방식이 더 우월하다"는 등의 맥락으로 쓰이는 것 같은데, 이걸 언급하는 기자나 정치인들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mRNA가 마치 건강의 상징인냥 이해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7.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한때는 분자생물학의 최첨단 테크닉이었다가 생명과학에 입문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보는 쉬운 실험으로,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가장 대량으로 행해지는 검사 방법으로....그 이유는 다들 아시죠?
8. Coronavirus (코로나 바이러스): Coronaviridae는 바이러스학에서 다루는 수많은 바이러스 중 하나입니다. 딱히 동물 호흡기, 소화기 질환에 관심이 없으면 별로 주의하지 않고 넘어가는 놈이지요.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그 놈들 중 한 놈이 이 사단을 냈지요. 다들 코로나 바이러스를 걱정하고 사는 세상이 올 줄 누가 알았나요.
일상화된 생물학 용어로 또 뭐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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