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반려묘 '코점이'가 머나 먼 여행길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활동하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반려동물과의 이별 글이 종종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령묘들과 함께하는 집사 입장에서 제목만 봐도 울컥하는지라 오히려 그런 글들은 잘 안보게 됩니다만.. 최근 며칠 전부터 저희집 반려묘 '코점이'도 머나 먼 여행길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2008년생으로 만 13살이니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가정에서 잘 관리를 받은 아이들의 수명이 15년 이상인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하면 아쉬운 나이입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생명력이 모두 다른 법이고, 특히 지금 상황은 특별한 병이 있는게 아니라 타고난 수명을 다하고 서서히 생명력이 사그라드는 모습이라 병으로 떠나 보내는 것과는 좀 다른 감정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어미에게 버려진 아기 고양이나 상태 안좋은 아이들을 구조하여 임시보호하는 활동을 몇년간 했습니다. 아무래도 건강치 못한 아이들이 많다보니 품안에서 떠나 보낸 아이들이 꽤 됩니다. 특히 아가들은 오전에 멀쩡하게 잘 먹고 배변하던 아이들이 오후에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지며 떠나기도 하고 복막염 등 아무리 손을 써도 결국 이별하는 등 가슴 아픈 경우가 많았습니다. 임보 활동을 중단한 이유 중엔 아이들을 떠나 보내며 겪는 정신적 상처도 있었죠.
암튼 임보하면서 좋은 분들 찾아 입양된 경우도 많지만 여러 이유로 가지 못한 아이들은 저희 집에 눌러 앉아 한때 8마리까지 거둔 적이 있습니다. 그중 세 녀석은 이미 제 곁을 떠났고..
(구조되어 건강이 회복된 후 그렸던 그림)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하루 이상 방치되다 구조되어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싶었던 코점이가 어느 덧 13년을 제 곁에 머물다 이제는 슬슬 제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종양이나 복막염, 신장병 등 특별한 질환이 아니고 노화로 인해 서서히 기력이 쇠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과의 이별을 여러 번 겪다 보니 나이 든 아이들의 상태를 보면 일시적 컨디션 하락인지,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것인지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물론 심정적으로야 받아들이기 어렵고 제 감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이런 건 또 대부분 맞더군요.
한가지 고마운 것은 먼저 떠난 첫째 '알순이'도 그렇고 코점이 역시 제게 '고통스런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해준 점입니다. 말년에 큰 병에 걸려 떠나게 되면, 특히 고통이 수반되는 질병일 경우 반려인은 아이를 인위적으로 보내줘야 할지 고통속에서도 생명 연장을 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힘든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두번 다시 반려동물을 들이지 못하겠다 하는 분들도 많고요. 다행히 코점이는 큰 고통없이 서서히 기력이 쇠해가면서 조용히 먼 길을 준비하고 있고, 저 역시 아이가 힘들지 않게 돌봐주며 곁에서 지켜봅니다.
물론 아무리 노환에 의한 이별이라 하더라도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히고 강제급식을 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걸 생각 안한 것은 아닙니다. 분명 약간의 기간이라도 생명 연장이 가능할 거구요. 하지만 이 부분에서 집사람과 고민 끝에 자연스런 이별을 택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코점이가 병원가는 것에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 몸이 약해 잔병치례가 있었고 하지 골절로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코점이는 병원에 가는 것을 정말 싫어했습니다. 똑똑한 편이 아니었지만 (^^;) 병원에 가려는 낌새나 약먹이려는 시점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도망다니곤 했죠. 고양이가 원래 스트레스를 잘 받는 동물이지만 코점이는 병원에 다녀오면 병을 고쳐오는게 아니라 얻어 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골절 같은 외상이나 예방접종, 중성화 같은 것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어거지로 갔었지만, 지금처럼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더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 같았고 병원보다는 마지막 순간을 저나 집사람 품안에서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집사람은 전업 주부라서 하루종일 보살필 수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기도 했고요. 맞벌이로 하루종일 집을 비운다면 입원을 생각 안할 수 없죠.
암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감이 틀리길 바라지만 쉽진 않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 바램은 별 고통없이 조용히, 잠들듯이 제 곁을 떠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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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을 여러번 겪으시고도 고양이 보호 활동을 해오셨다니 정신력도 강하시고 훌륭하십니다. 전 개 2마리 비슷한 시기에 떠나보내고 충격이 하도 커서 반려견이든 반려묘든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정말 키워보고 싶은데 말년이 집안 어르신 보낼 때랑 별차이가 없더군요. 그 무게의 압박감이 많이 커서 아무리 귀여워도 못 키우겠어요. 지금 많이 힘드실 텐데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저 시간만이 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