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인공 "가후쿠 유스케"
(써놓고도 스포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스포같은 게 존재하기 힘든 영화이기도 하고...)
불행한 개인사를 겪던 남자(가후쿠 유스케)가 우연히 또 다른 불행한 과거를 견뎌내었던 젊은 여기사(와타리 미사키)를 만나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는 줄거리로 이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만, 그러기에는 가후쿠의 불행의 정도가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랄까요.
물론 사랑하던 부인이 외도를 하고,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드라마를 찍을 때마다 다른 남배우와 잠자리를 한다는 점이 속터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잠자리가 그 부인의 작가적 영감의 근원이라니...
그러나 가후쿠는 연극 연출자이자 배우로 대단히 성공한 사람입니다.
국제적으로 모집한 배우들로 하여금 각각 자신의 언어로 대사를 하게 하는 전위적, 실험적 연극을 하면서도 객석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성공적 연극인입니다. 이 성공으로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초청을 받아서 가기도 하고, 히로시마 등지에서 오랜시간 숙식과 개인 기사까지 제공해주면서 연극을 연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연극을 한다고 하면 다양한 나라의 배우들이 몰려와서 오디션을 보고 싶어합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급의 연극인이 있나요? 있다면 정말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업계의 전설이 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연극인들은 가난에 시달리며 불안정한 삶을 이어갑니다. 연극을 해서 큰 돈을 벌거나 부유한 삶을 이어기기는 어렵죠.
반면 가후쿠는 집값 비싼 도쿄 한 복판에 상당히 크고 현대적 맨션에서 살고 있으며 (좀 오래되었지만) 유럽산 외제차를 굴리고 삽니다.
이런 성공에 비하면 아내의 외도와 갑작스런 죽음은...
불행의 정도란 것을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비록 분야가 다르지만) 제 직업에 있어 가후쿠 정도의 성공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의 커리어라면 집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살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치유물이 되기엔 2%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치유될 상처에 비하면 그의 직업적 성공이 너무 대단해 보여서.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종교물로 보았는데 공감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더군요.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movie&wr_id=269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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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부는 어린 딸을 잃었죠. 그 부분을 간과하신 것 같네요.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 저 [방황하는 칼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