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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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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30 09:06:40

(약도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아셔도 관람에는 상관없어요. 그리고 아사코와 관련된 배우들의 스캔들에는 제가 별 관심이 없습니다. 배우들과 관련 없이 영화 자체는 대단히 좋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비슷한 부분이 보입니다. 

 

체호프의 희곡이 언급되며 등장 인물 중 한 명 이상이 체호프의 희곡을 연기하는 배우입니다. 체호프에 대한 깊이 있는 언급이 나오며 그걸로 논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체호프를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희곡에 흐르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깊은 관심이 감독의 영화들의 주요 주제인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홋카이도"가 언급되는데, 그것은 자신의 부모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거나, "집"이 있는 곳입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미사키는 주인공 가후쿠를 데리고 그곳까지 드라이브를 해서 가고, 거기서 두 사람은 뭔가의 깨닳음과 서로의 연대를 확인하죠. <아사코>의 바쿠는 아사코를 데리고 그곳까지 가려고 하지만 중간에 센다이로 빠지고, 여기서 그들은 더 이상의 관계를 지속시키지 않고 헤어지죠.

 

이때 드러나는 점은 두 작품에서 핵심 주인공들이 뭔가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을 말하지 않는, 혹은 못한다는 점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홋카이도는 이와 관련되어 중요한 메타포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후쿠는 부인이 수많은 남배우들과 잠자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감히 그에 대해 부인과 터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부인이 어느날 급사한 이후 깊은 후회와 회한을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아사코는 새 남친인 료헤이를 사귀게 된 이유가 첫사랑인 바쿠와 그가 닮았기 때문이며, 아직도 바쿠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료헤이에게 털어놓지 못하다가 결국 어느날 나타난 바쿠를 따라 그의 차에 올라타게 됩니다. 결혼을 앞둔 약혼자를 눈 앞에서 홀로 버려두고 말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그 둘이 닮았다는 사실은 이미 료헤이에게 말했지만 아직도 바쿠가 마음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죠. 아마 아사코가 바쿠를 따라 홋카이도에 갔다면 진실은 명백히 밝혀지고 결혼은 파탄이 나고 우정도 망가지는 쪽으로 가겠지만 아사코는 바쿠를 이해하고 당분간은 행복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에 감독이 이 두 영화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을 통해 말하려는 바는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진실을 숨긴 채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한 번은 숨겼더라도 결국 진실은 돌아오게 마련이고, 그것을 대면해야 할 순간에 직면한다. 그리고 그 진실을 불편하게 대면한 채로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미사키가 "당신을 사랑했던 부인과 수많은 남자들과 잤던 부인 사이에는 아무 모순이 없다"고 했을 때, 그리고 <아사코>에서는 료헤이가 불어난 강물을 보고 "더럽다"라고 한 후 아사코가 "그래도 아름답다"고 한 것이 바로 그것이겠죠. 종합하자면, 진실이 더럽다는 것과 아름답다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저에겐 충분히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대체로 공감이 가긴 하는데, 한 가지 점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의견이 다른데, 그것은 제가 아마도 감독보다 나이가 더 많으며 세상을 조금 더 오래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와 달리 살다보면 결국은 감춰야 하는, 혹은 대면하지 말아야 하는 진실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다 어른들의 사정이죠. 그리고 그 진실을 묻어둔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며, 그게 힘들지만 그렇게 나쁜 삶도 아니라는 것이죠. 그냥 제 생각입니다. 진실과 대면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진실을 대면하지 않는 것도 불편한데, 그것은 그 나름대로 장점도 있으며 그렇게 살아야 할 경우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여간 이 두 영화들은 대단히 좋습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자신의 삶이 비추어 하게 만드는 영화들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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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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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7 15:31:16

'진실'은 밝혀지고 그것에 대면해서 '살아가야한다' 기 보다는

'당면한 현실'을 수용하고 어떻게든 '살아내자' 라는게 감독의 의도로 저는 받아들여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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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7 15:35:12

미디언님이 감독의 의도에 설득이 되지않으시는 점도 이해가고 그럼에도 양비론같지만 감독의 두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의도도 얘기되고 그러네요. 감상기 잘 읽었습니다.

WR
2022-05-27 19:18:31

감사합니다!

2022-05-27 16:47:55

감상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결론은 두 영화 모두 훌륭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겠죠.

제가 두 영화를 모두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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