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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종교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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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5-30 09:08:46

(약한 스포가 있는데, 영화는 스포에 크게 상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완전히 정보없이 보시고 싶은 분들은 뒤도 돌아 가세요.)

 

힐링 영화라고 보시는 분들도 많고, 저도 이에 공감하지만, 저는 이게 "종교"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주관적 감상입니다만, 근거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섹스를 해야만 이야기가 떠오르고, 자고 나면 그것들을 다 잊어서 남편이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얘기를 해줘야지 그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다는 부인,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이유(글을 쓰기 위해)로 여러 남자들과 잠자리를 한 것, 그러다 어느날 무언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편에게 하려다 결국 하지 못하고 갑자기 죽은 부인은 여러모로 한국의 무당이나 고대 그리스의 오라클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부인이 섹스를 하다 떠오른 이야기의 "영감" 이라는 것과 무당이 받는 "신탁"이란 것이 묘하게 많이 겹치는 듯 했습니다. 어떤 무당들이 신탁 상태에서 한 이야기를 나중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하고도 닮았습니다.


그 부인과 마지막으로 섹스를 한 젊은 남자가 갑자기 부인이 들려준 이야기를 차안에서 해주는데, 그때 약간 눈물을 글썽이는 듯한 그의 모습도 마치 죽은 부인의 영혼에 빙의가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도 무척 소름끼치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이중인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젊은 여성 드라이버에 대한 이야기도 어머니의 정신병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뭔가 빙의나 초차연적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았어요. 나이도 주인공의 죽은 딸의 나이와 비슷하고 말이죠.


결국 주인공은 (상간남인) 젊은 남자가 범죄 혐의로 하차한 후 연극에 나서서 주인공 "바냐"를 연기하며, 수화를 하는 "소냐"로부터 힐링의 메시지를 받는데, 저는 이게 인생을 살면서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에게 신이 건네는 위로 아닌 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위로가 아닌 이유는 결국 해결 방법이 없으며 할 수 있는 건 그냥 살아가는 것뿐이기 때문이고, 위로인 이유는 그 모든 것이 끝나고 신이 자신의 어려움을 들어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동이 올 듯 말 듯 합니다.

 

감동이 오기 힘든 이유는 "죽은 후 신이 보살펴줄 것이다"가 종교들의 흔해빠진 상투적 가르침이기 때문이고, 그래도 감동을 받을 수도 있는 이유는 삶의 고단함을 누군가 이해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뭐 이대로 이렇게 살아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랄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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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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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5 13:21:16

같은걸 봐도 이렇게 다르다니 ㅠㅠ

WR
1
2022-04-05 13:57:20

다양한 관점의 관람을 가능하게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1
2022-04-05 16:10:16

차 안에서 젊은 남배우가 이야기 하는 장면이 꽤 밀도가 있던데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ㅎ

빨리 블루레이 출시되면 한 번 더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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