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값비싼 오답 노트, 대구 마라톤 참가기 (+후쿠오카 여행 살짝)
달리기
작년 가을 철원dmz마라톤에서 처음으로 풀마라톤을 목표했던 5시간 안에 완주한 후 나름 자신감을 얻었는데요.
두번째 마라톤으로 대구마라톤을 신청해 며칠 전 2.22일 뛰고 왔습니다.
결과는 제목 그대로 비싼 수업료를 치른, 복기할 게 아주 많은, 문제의 대회가 되었습니다.ㅜㅜ
이 글도 챙피해서 안올릴까 하다가 제 실수도 복기하고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조가 되지 얺을까 싶어 두서없이 올려봅니다.
- 대회 전 준비
첫 대회에서 5시간내 완주가 목표라 6:30초 페이스를 기준으로 삼아 뛰다가 중반에 속도가 붙어 6분대까지 올랐었는데요.
37km지점에서 쥐가 올라오면서 페이스를 깎아 먹어 결국 4시간 37분으로 완주했습니다.
요번에는 6분 페이스를 기준으로 달려 4시간 30분안에는 들도록 하고 35km이상에서 근육에 문제가 안생기도록 보완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먼저 장거리 훈련때 페이스를 5분 중반대로 높여 훈련을 했구요. 근육을 잡아주기 위해 타이즈를 입기로 했고 에너지젤과 함께 씹어먹을 마그네슘 보충제 솔트스틱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훈련이 좀 무리가 되었는지 오금쪽에 통증이 찾아와 좀 쉬게 되면서 훈련의 맥이 좀 끊겼지만, 회복이 먼저라 대회를 며칠 앞두고 부터는 안정을 취했습니다.
요렇게 준비했는데 당일에 덥다는 얘기가 많아 장갑은 빼고 우비만 출발전과 출발 초반에만 입기로 했습니다. (대회당일 너무 더워 우비도 출발 후 바로 벗었네요)
러닝화는 작년에 프로스펙스 스피드러쉬2를 착용했는데 과회내가 있는 제 발을 전혀 안잡아줘 내내 발목통증을 참고 달리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후반부 쥐도 난거 아닐까 싶구요.
요번엔 슈퍼 트레이닝화 아디제로 보스턴13을 구매해 140km정도 신고 뛰면서 적응했습니다. 저에게 카본화는 무리라 유리플레이트가 든 이 신발이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습니다, 과회내문제도 없었구요. 신발은 만족스러웠습니다. - 대회 당일
여기서 큰 문제가 하나 발생했는데요.
대구에 당일 첫ktx (5시)로 출발해야 겨우 시간맞춰 경기장에 도착하는지라 3시에는 일어나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서울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빠듯한 스케쥴인데 긴장해서 그런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2,3시간도 못자고 깨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3시까지 밤을 새고 집을 나섰습니다.
거기에 마라톤을 뛰고 바로 부산으로 넘어가 5시까지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발권받아 여객선으로 시모노세키로 넘어가는 여행 일정까지 짜놨습니다.
한치라도 오차가 생기면 안되는 무리한 스케쥴이죠. 지금 생각하니 참 무모했다 싶네요;;
암튼 그렇게 잠을 제대로 못잔 상태에서 새벽 일찍 서울역 도착. 5:03분 발 첫차에 올랐습니다.
기차 안에서 조금 눈을 붙이고는 6:46분 동대구 도착!
경기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많은 러너들로 가득입니다. 국내 최대참가규모 대회답습니다경기장 주변에 교통이 통제된지라 지하철 수성알파시티역에 내려 주최측이 준비한 셔틀버스로 갈아 탔습니다.대구시에서 준비를 철저히 해서 운영에 문제되는 부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경기장이 커 동선들이 길어지면서 시간을 좀 많이 잡아 먹긴 하더군요.엘리트선수 먼저뛰고 드디어 출발선 앞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풀코스B조.
꽤 걸어서 물품보관소에서 도착, 환복하고 짐 맡긴 후 서둘러 몸을 풀고 화장실도 다녀왔습니다.
출발!
주로가 엄청 넓은데도 인파가 많아 꽤 혼잡합니다. 확실히 차분했던 작년 철원때와는 다른 규모입니다,
요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출발 분위기에 휩쓸려 겁없이 다른 러너들의 속도에 맞춰뛰게 됩니다.
한 5분 40초 페이스더군요. (원래는 3km까지는 6분 미만 페이스로 계획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전략오류)
요때 아드레날린과다로 흥분했는지 5분 40초 페이스로만 계속 달리면 서브4아닌가? 라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주제도 모르고 계속 오버페이스하게 됩니다.이때 이미 몸이 컨디션이 안좋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여태 뛰면서 10km정도에 이런 무거운 컨디션을 느껴본적 없는지라 본능적으로 정상이 아님을 알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밀어붙이는 수 밖에 없다 싶었습니다. 페이스 유지하면서 못먹어도 고!
모노레일도 나오고 도심으로 접어듭니다.
20km로 접어듭니다. 이미 몸이 많이 무겁습니다. 늘 30km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뛰었는데 이 몸은 그 몸이 아닙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장거리 이동까지 한 지라 많은 부하가 온 듯 합니다.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계속 밀어 붙입니다.
게다가 기온이 너무 높아 정오에 이르러선 거의 20도를 넘어섭니다.
거기에 강풍 맞바람까지 불어대고,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무더위와의 싸움을 이어갑니다.
에너지젤과 솔트스틱을 더 자주 섭취하고 급수대가 나오면 에너지음료도 평소보다 많이 마셔보지만 역부족이네요. 합성감미료향에 속이 느글거립니다.
이제 동대구역도 지나고 대구도심을 거의 통과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30km까지 6분 초반대로 좀 처지긴 했지만 꾸역꾸역 달렸습니다만 결국 한계에 다다러 걸을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하....

그렇게 좀 걷다가 33km지점 쯤에 4분 30초 페이스메이커를 만납니다.
이번 기회를 놓지만 폭망이다 싶어 4분 30초 페이스메이커 뒤에 따라 붙어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 2km달렸을까? 더 뛰다간 큰일 치르겠다 싶은 몸의 징조를 느끼고 다시 걷게 됩니다. 결국 35km지점부터 도저히 달릴 수 없는 다리상태가 되어 계속 걷습니다.
뛰어서 주자들이 지나가는데 계속 걷는 나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화도나고 정말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DNF (did not finished)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어차피 결승점까지 가서 짐 찾아 시간안에 부산으로 가야하는지라 방법이 없어 끝까지 가보자고 맘 먹었습니다.
잘 못하면 기차시간 놓쳐 일본행 여객선도 놓칠 판입니다;; 이 와중에도 무더위는 더욱 기승입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걷다보니 악명 높은 대구마라톤의 시그니쳐?! 막판 업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걷기 시작합니다.그렇게 꾸역꾸역 걸어서 결국 대구스타디움에 도착합니다. 아무 감흥도 없고 화만 나더군요.
그래도 결승선 앞에 사진기사님들이 계신걸보니 챙피해 차마 걷지는 못하겠고 힘을 쥐어 짜 겨우 뛰어서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완주메달과 로브를 건네 주셨지만 쳐다보기도 싫고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짐챙겨 나오는데 이 기분으로 뭔 일본여행인가 싶어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맘 다잡고 동대구역으로 향했습니다.
이게 제가 결승점 통과후 받은 공식기록입니다.
첫 대회보다 무려 42분 늦어진 폭망기록.
천근만근 다리를 이끌고 어찌어찌 겨우 배시간에 맞춰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배 안에서 저녁식사에 맥주한잔 하며 착잡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비싼 수업료 치뤘다고 생각하자. 그래도 DNF는 안햇잖냐, 9월 철원대회에서 기록만회하자....
뭐 그러다 너무 피곤해 서둘러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다음 날부터 일본여행
8시 경 시모노세키항에 하선했습니다. 흔들리는 배에서도 엄청 푹 잤습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다리도 좀 나아져 걸을만하더군요.
가라토시장까지 걸어갔는데 평일에는 안여는 초밥가게들이 문을 열었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국황탄신일이라고 공휴일이었답니다.
덕분에 정말 맛있는 일본현지 첫 끼를 먹었습니다
고쿠라성시모노세키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이동해 쉬고 다음날부터 아침 회복러닝을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리가 뒬 만큼 금방 회복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회후반 한 8km정도 걸으며 저절로 쿨다운되고 근육이 풀린 듯 합니다.
이틀 연속 7km씩 아침회복러닝해봅니다.
러너들에게 유명한 오호리 공원 (한바퀴 2km)
그래도 마지막으로 일본 온 기념으로 알펜 후쿠오카에 들러 러닝화 한켤레 삽니다.안정화의 대표 아식스 젤카야노가 때마침 할인하길레 좋은 가격에 얻어왔네요.
나이가 있어 이제 안정화 위주로 신고 대회때만 슈퍼트레이닝화 챙겨 신을까 합니다.
집에 돌아와 대회전 훈련때부터 조언을 얻던 제미나이에게 대회기록을 보여주며 처참하다고 했더니 한마디로 '완벽한 오답노트였던 대회'라고 정리해주네요.유튜브에서 대구마라톤 검색해보니 다들 죽는 소리뿐이네요. '너만 *된 거 아니다!' 뭐 이런 분위기 ㅎㅎ(대구마라톤은 운영등 다른 부분들은 다 좋은데 대회날짜 고려해 후반부 업힐코스들은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과욕으로 전략오판, 컨디션조절실패와 대회 외부요인까지 겹쳐져 폭망하고 말았지만그래도 DNF는 피했고 생각보다 다리가 금방 회복되었다는 것에 위안을 해봅니다.
이제 접수해 둔 2026 철원dmz대회가 9월에 있습니다.
작년에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라 다시 힘내서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절대 초반 오버페이스 금지- 수도권 이 외 지방 경기는 무조건 전날 이동해 현지숙박하고 참가한다. 숙면의 중요성!- 나이에 맞는 페이스로 펀런하자. 6분 페이스가 답이다. 서브4는 개뿔주저리주저리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DP러너 여러분 화이팅입니다!😅(치욕의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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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완주 후 스케쥴을 잡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