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다큐멘터리] 번외 - 스피커 케이블은 소리를 바꿀 수 있을까 없을까? - 2부
부제 : Open your ears, please.
지난 편 글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댓글이 넘쳐, 당황했습니다. ^^
주신 의견들에 대해서 제가 답변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댓글로 답변을 드리기는 했으나, 아마도 짧은 글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2편을 준비했습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제가 케이블 유용론 무용론의 어느 한쪽 편을 들 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저의 의도는 "남의 말 듣지 않고"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만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를 통해서 여러분들의 오디오 생활이 즐거워지시길 바랄 뿐입니다.
앞서 글에서 제가 드린 퀴즈에 대한 답변은 거의 다들 신경 안쓰셨지만, 일련의 댓글 논쟁의 핵심은 "사람이 인지 가능한 차이의 한계"인 것 같네요. 앞글에서 시뮬레이션한 스피커 케이블에 의한 주파수 특성의 변화에 대해 visual 적으로는 다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고, 그 차이가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인지가 궁금증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낸 퀴즈에 대한 답을 먼저 알려 드리면 (지난 글의 댓글에서 두 분이 언급한 바 있듯이) '공진'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공진은 케이블의 인덕턴스와 스피커 유닛간의 상호 작용으로 생긴 것인데요, 이 부분에 대한 고찰은 다음다음편(혹은 다음다음다음편, 아니 영원히 안할 수도 있습니다)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오늘은 모두가 궁금해하시는 "사람의 청각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모아봤습니다. 다들 생각하시는 것과 같이 정말 1dB 이하 차이는 인지 불가능한지.... 그럼 let's go~ go~
앞서 올렸던 "번외 of 번외" 3부작 글에서 언급하였다시피, "데시벨"의 단위가 정해질 무렵, 벨연구소의 Harvey Fletcher 는 사람 청각 인지 능력에 따른 SU (Sensation Unit) 이 라는 단위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 SU 를 데시벨이 대신하게 되면서, 1dB 의 크기는 "인지 가능 한계(혹은 이에 가까운) 값"이라고 알려지게 됩니다.
< 참고 : 사람의 청각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는 Harvey Fletcher 가 거의 모든 기초를 닦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Fletcher 는 RCA 의 Harry F. Olson 과 함께 미국에 음향학이 뿌리내리는 기초를 만든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보겠습니다. >
다시 말해, 1dB 의 크기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소리 세기 변화량"에 가깝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이러한 데시벨 정의의 역사 때문에, 1dB 이하의 소리 차이는 인간이 구별하지 못한다고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그럼 정말로 "1dB 이하의 소리 차이는 인간이 구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인간의 청각 능력의 한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모아놓은 교과서들)을 탐험해보겠습니다.
우선, Fletcher 가 고안하려고 했던 SU 의 정의는 무엇이었을까요? 벨 연구소의 기록에 의하면 SU 는 the smallest increment easily detected by a normal listener, 즉 "보통의 청취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소리 증가를 의미"한다고 소개됩니다. 이의 크기가 약 1dB 라고 한다면, 이 말을 뒤집어 보면, "특별한 청취자"가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소리 증가, 혹은 일반 청취자가 "어렵게" 라도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소리 증가는 1dB 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자극"에 대해, 인지과학 쪽 연구자들은 JND (just noticeable difference) 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 때, JND 를 평가하는 기준은 연구자 간의 합의가 있는데요, 피시험자에게 서로 다른 크기의 자극을 여러번 주어 <자극의 크고 작음을 50% 의 확률로 인지>하는 것을 말하며, 이게 위에서 설명한 "쉽게"의 의미에 해당합니다. 간단히 말해 "쉽게 인지"한다는 것은 감으로 찍는 것 보다는 나은 결과의 수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100프로를 꼭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중요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해 인지 과학 쪽에서는 전문적으로는 PSE (Point of Subjective Equality) 라하여, 어떻게 실험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가지의 실험 protocol 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각 인지에서의 JND 값은 JND in sound intensity 혹은 JND in loudness 혹은 간단히 JND dB 등으로 표현되는데, Fletcher 이후, 청각 인지에서의 JND 에 대한 연구 결과, 심리 음향학에서는 이러한 JND 값은 재생되는 신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kHz pure sine tone 신호에 대한 신호 크기별 JND 는 아래와 같습니다.
또, 아래 그림은 동일한 크기에서 주파수만 달리했을 경우(70Hz, 200Hz, 1kHz)의 JND 값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게 되면, 다음 테이블이나 그래프와 같이, 각 주파수별, 크기별 JND 값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연구는 pure sine tone 을 사용하여, 신호 크기 차이의 JND 에 대한 연구 결과인데요, 개별 신호에 대한 JND 평가가 아닌, 연속 신호 중에 레벨이 바뀌는 변조 신호에 대한 JND 평가 결과, 크기 변조 신호에 대한 인지 능력은 개별 신호의 차이에 대한 인지보다는 떨어지는 것을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 그래프에서 흰색 동그라미는 크기 변조 신호에 대한 인지 능력이고요, 검은색 동그라미는 개별 신호 차이에 대한 인지 능력입니다 (1kHz).
예를 들어, 서로 다른 CD 트랙에서의 레벨 차이에 대한 인지 능력보다, 하나의 트랙을 듣던 도중에 레벨이 살짝 살짝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 능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Pure tone 의 sine 신호가 아닌 경우의 JND 는 어떠할까요? 다음 그림은 화이트 노이즈와 1kHz pure tone 에 대한 JND 의 차이를 보여 줍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요, 정말 1dB 이하 차이는 "인지 불가능한 영역"일지는 읽으시는 분 각자의 이해력(?)으로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 참고 서적 >
1. Hugo Fastl, Eberhard Zwicker, "Psychoacoustics : Facts and Models", 2007.
2. Marshall Long, "Architectural Acoustics", 2014.
3. Floyd Toole, Sound Reproduction The Acoustics and Psychoacoustics of Loudspeakers and Rooms, 2008.
4. Harry Olson, Music, physics and engineering, 1967.
5. John Backus, The Acoustical Foundations of Music, 1969.
To be continued...
"오디오라는 취미는 아는 것 만큼 들리고, 들리는 것 만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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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제 글의 내용에 상관없이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 먹으신 분들은 굳이 제 글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나 그런 분들(그렇게 보이는 분들)이 댓글 다신다면, 과감하게 무시하겠습니다. 무례하게 생각되시더라도 그러려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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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글 넘넘 감사드립니다.
오린이로써 오늘도 조금씩 배워갑니다.!!
어렵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