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화‧시리즈
자동
비밀번호 찾기 회원가입

[토크]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지영사랑장고
17
  1443
Updated at 2008-04-18 02:20:53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20세기 미국스러움을 대표하는 배우중 한 사람인 존 웨인 (1907-79)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일화입니다.

나이가 40살 가까이 차이나는 두 사람-스필버그 감독은 1946년생입니다-은 70년대 중반까지는 일면식이 없었는데 처음 만난 것은 배우 조앤 크로포드의 추모 행사에서였습니다 (크로포드는 77년에 사망). 웨인은 동료 연기자인 크로포드와 각별한 친분이 있었고 스필버그는 TV 연출가 시절 자신이 만든 '심야의 화랑' 파일럿판 두번째 에피소드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말년의 크로포드와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당시 스필버그는 햇병아리 감독인 자신에게 보여준 대배우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회고했습니다.

주최측은 당시 '죠스 (1975)'로 경이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20대 청년 스필버그에게 행사 참석을 부탁했고 그는 이를 흔쾌히 수락하고 행사장에 참석합니다. 한편 무게를 잡고 앉아있던 존 웨인은 웬 처음보는 막내아들뻘되는 젊은이가 동료 크로포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고 옆자리 사람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존 웨인: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저 젊은 친구는 누구지?"

옆사람: "아니 모르셨습니까? 바로 죠스를 만든 스필버그 아닙니까."

이렇게 처음 만나게된 두 사람은 악수를 교환했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차츰 친밀해집니다. 헐리웃 초창기 고전들에 관심이 많았던 스필버그는 존 포드 감독과 그의 작품들을 소재로 존 웨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후 두 사람은 가끔 영화작업에 관한 이야기로 전화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지요.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당시 [미지와의 조우, 1977]를 마친 스필버그는 친구 존 밀리어스와 함께 새 영화 [1941]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당시 밀리어스는 남가주대학 영화과 후배들인 로버트 제맥키스와 밥 게일 (백투더퓨쳐의 공동 창조자)이 쓴 시나리오를 스필버그에게 보여주었고 각본을 마음에 들어한 그는 자신이 직접 연출하기로 결정합니다. 영화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전 실제사건에 기반을 둔 이야기로 캘리포니아를 공격하는 일본 잠수함과 이에 우왕좌왕하는 미국인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로 올스타 캐스팅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캐스팅 작업에 들어간 스필버그는 실존인물이며 조연 캐릭터인 스틸웰 대장 역할로 존 웨인을 점찍고 그를 프로젝트에 끌어들이기 위해 출연을 요청합니다. 웨인은 평소 스틸웰 장군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고무된 스필버그는 1941의 각본을 웨인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다음날 웨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옵니다.

웨인: "이거 보게. 난 지금 몹시 화가 나있어..."

스필버그: "무슨 일로 그러신지.."

웨인: "자네가 보내준 각본말이야. 지금까지 읽어본 것중에 가장 반미국적인 내용이야!"

스필버그: "넷?"

웨인: "난 자네가 2차세계대전을 기리는 영화를 만드는 줄 알았네. 이건 완전히 그걸 모욕하는 영화가 아닌가? 실제 일어난 사건과도 다르다고!"

스필버그: "............"

웨인: "이 영화 안만들면 안될까? 자네가 이 영화를 만든다면 난 아주 실망할거야"

스필버그: "헉!!"

이 사건으로 두사람의 사이가 나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존 웨인은 2차대전을 대상으로 한 풍자 코미디의 개념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엔 경직되고 완고한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특히 서부극과 전쟁영웅들의 이미지로 평생을 살아온 노배우에게 [1941]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전쟁을 겪은 미국인들을 모욕하는 영화라고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 존 웨인을 대신해 스틸웰 장군을 연기한 로버트 스탁.

이렇게해서 신세대 청년감독과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은 함께 작업할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웨인이 거부한 스틸웰 장군 역할은 밀리어스의 교섭으로 찰턴 헤스톤에게 제의가 갔으나 웨인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헤스톤 역시 거절해 결국 스틸웰과 외모가 아주 유사한 로버트 스탁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후일 ZAZ사단의 걸작 코미디 [에어플레인, 1980]에도 출연한 스탁은 스필버그가 원하는 유머스러운 장군의 모습을 잘 묘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감독의 '과잉의욕'을 이유로 혹평을 받았고 승승장구하던 스필버그 초기시절 첫번째 실망작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그렇지만 [죠스]나 [미지와의 조우]에 비해 흥행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 완전한 실패작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코미디/ 뮤지컬 (적 요소도 강합니다)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물론 2년후 [레이더스, 1981]의 대성공으로 스필버그는 이 영화의 부진을 깨끗하게 털어버립니다.

존 웨인은 영화가 개봉하기 6개월전인 79년 6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데 스필버그와는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물론 두사람 모두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했더라면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20년이 지난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출해 두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합니다. 아마도 존 웨인이 생전에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1941]보다는 휠씬 나은 평가를 해주지 않았을까요? ^^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26
댓글
제시카알바하니
2008-02-15 01:24:47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두분이 함께 작업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요 궁금하네요 ^^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1:35:10

워낙 세대차이가 커서 불발로 끝났지만 저도 그 점이 아쉽습니다. ^^

베리알
2008-02-15 01:29:34

역시 세대간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1:34:19

세대도 다르지만 정치적 지향점도 많이 다른 사람들이죠 ^^

봉명동안방극장
2008-02-15 02:12:18

존 웨인께서 꼭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보셨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2:16:29

흥미롭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라이언..은 드림웍스 영화라 아직 블루레이 소식이 없군요. 이것도 기대작인데...

봉명동안방극장
2008-02-15 02:23:16

스필버그감독님은 'only Blu-ray love' 이심을 몇번씩 강조하셨기때문에 영화사 판권에 관계없이 무조건 블루레이로 출시된다고 합니다~!! ^^ 제 입장에서는 스필버그감독님의 이런 지지가 아주 대환영이지요..ㅎ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2:31:29

음 그렇군요. 역시 스필버그 *^^* 블루레이 만세!!! (아직 입문도 못한 주제에..TT)

Mr.BreezE
2008-02-15 02:23:59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았지만, 그래도 세대차이에서 오는 약간의 괴리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존 웨인이 걸어온 영화인생과 진주만 공습에 대한 간접경험등등을 생각한다면, 스필버그의 의도를 좀 더 다른시각으로 바라보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스필버그 영화에 존 웨인이? 라는 생각에 아쉽기는 합니다. ^^;;;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2:33:20

브리즈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전후세대인 스필버그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나중에라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텐데...워낙 늦게 만나서.

2008-02-15 02:46:39

존 웨인은 자기 가치관이 뚜렷한 배우였던 것같아요...특히 국가관에 대해서는요. 게리 쿠퍼의 하이눈도 반미국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했었죠. 대신 그는 리오 브라보에 출연했구요. 더티 더즌이란 영화의 주인공도 제안받았지만 내용이 싫다고 거부하고는 그린베레에 출연했지요.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6:23:04

맞습니다. 그래서 존 웨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금군
2008-02-15 03:31:58

1941도 아주 망한 건 아니였죠 ... ! 개봉 당시 제작비는 건진 것으로 압니다. 현재 유일하게 못 본 스필버그 영화네요 ㅠㅠ 그런데 왜 난 스필버그와 존 웨인을 스필버그와 외계인으로 봤을까 ... -_-+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6:24:46

이 영화가 국내에 DVD 출시가 안되었습니다 -- 그리고 코드원도 비아나몰픽이라 화질이 안좋습니다. 영혼은 그대곁에와 함께 유일하게 비아나몰픽인 스필버그 영화죠.

역시골룸이최고
2008-02-15 03:44:54

정말 흥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군요. 사실 저도 1941은 스필버그 작품중 후크와 함께 다소 실망스럽게 본 영화라.. 존 웨인 옹께서 출연하셨더라면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테지만 그가 그때까지 쌓아온 캐리어로 볼때 분명 호평을 받기는 힘들었을듯 합니다. 역시 영화배우 분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어르신(?)들 말씀과 식견은 분명 존경받아야 마땅한 것 같습니다..^^;;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6:25:48

흥미롭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 마지막 문장에도 동의!!!

7gram
2008-02-15 04:01:30

두분이 함께 작업하셨다면, 진짜 물건이 하나 나왔을 듯한데요.. ^^ 하지만 서로의 정치적 관점이나, 시대에 대한 사고가 조금 달랐을 뿐, 그들은 영화인이었으므로 영화에 대한 열정은 매한가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6:28:12

맞습니다. 두사람이 처음 만나서 한 이야기가 존 웨인이 출연한 고전들에 대한 이야기였답니다 ^^

ciel
2008-02-15 04:22:25

'1941' 각본이 지금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각본이었다면...우리는 '존 웨인'의 (나이대가 좀 안맞긴 하지만...^^;;;) '존 밀러 대위'를 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이름도 비스무리하네요...^^)

WR
지영사랑장고
2008-02-15 06:29:35

헉 장군이면 몰라도 대위라뇨...^^;;; 제 생각에 라이언 처음에 나오는 마샬 원수역을 맡았으면 어울렸을 듯 ^^

홍준호
2008-02-15 09:41:49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는 <1941>이 몇십배는 더 잘 만들어 졌다는 생각인데.. 의외로 지금도 이 영화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개인적으로 스필버그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일당백
2008-02-15 10:35:44

샘 페킨파와 세르지오 레오네를 좋하하면서 부터 존 웨인은 잊었다지요..........(후다다닥)

어둠의왼손
2008-02-15 11:56:31

원체 스필버그 빠돌이라 그런진 모르지만 1941도 매우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스필버그 만의 다소 썰렁한 유머감각이 넘쳐나는 영환데 평은 그리 좋지 않았나 보군요,

infestation
2008-02-15 18:33:28

제 여친한테 1941 보여줬더니 스필버그 영화라면 무조건 OK인 그녀가 끝까지 보지를 못하더라는... 산만하다나?(제생각도 비슷)

woody_4
2008-02-16 04:00:25

1941 제가 가장 재밌게 본 스필버그 영화입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재기가 느껴지는 각본과 스필버그 연출의 환상 적인 만남 !!!

lright
2008-02-16 07:17:38

난 지금 몹시 화가 나있어... 존 웨인 옹께서 한국의 유행어를 구사하셨군요...^^

댓글 남기기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10:45
 
463
고담의 현자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