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http://dvdprime.dreamwiz.com/files/upload/200802/20080215101838375.jpg)
20세기 미국스러움을 대표하는 배우중 한 사람인 존 웨인 (1907-79)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일화입니다.
나이가 40살 가까이 차이나는 두 사람-스필버그 감독은 1946년생입니다-은 70년대 중반까지는 일면식이 없었는데 처음 만난 것은 배우 조앤 크로포드의 추모 행사에서였습니다 (크로포드는 77년에 사망). 웨인은 동료 연기자인 크로포드와 각별한 친분이 있었고 스필버그는 TV 연출가 시절 자신이 만든 '심야의 화랑' 파일럿판 두번째 에피소드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말년의 크로포드와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당시 스필버그는 햇병아리 감독인 자신에게 보여준 대배우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회고했습니다.
주최측은 당시 '죠스 (1975)'로 경이적인 흥행기록을 세운 20대 청년 스필버그에게 행사 참석을 부탁했고 그는 이를 흔쾌히 수락하고 행사장에 참석합니다. 한편 무게를 잡고 앉아있던 존 웨인은 웬 처음보는 막내아들뻘되는 젊은이가 동료 크로포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보고 옆자리 사람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존 웨인: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저 젊은 친구는 누구지?"
옆사람: "아니 모르셨습니까? 바로 죠스를 만든 스필버그 아닙니까."
이렇게 처음 만나게된 두 사람은 악수를 교환했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차츰 친밀해집니다. 헐리웃 초창기 고전들에 관심이 많았던 스필버그는 존 포드 감독과 그의 작품들을 소재로 존 웨인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후 두 사람은 가끔 영화작업에 관한 이야기로 전화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지요.![[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http://dvdprime.dreamwiz.com/files/upload/200802/20080215101838437.jpg)
당시 [미지와의 조우, 1977]를 마친 스필버그는 친구 존 밀리어스와 함께 새 영화 [1941]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당시 밀리어스는 남가주대학 영화과 후배들인 로버트 제맥키스와 밥 게일 (백투더퓨쳐의 공동 창조자)이 쓴 시나리오를 스필버그에게 보여주었고 각본을 마음에 들어한 그는 자신이 직접 연출하기로 결정합니다. 영화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전 실제사건에 기반을 둔 이야기로 캘리포니아를 공격하는 일본 잠수함과 이에 우왕좌왕하는 미국인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로 올스타 캐스팅의 화제작이었습니다.
캐스팅 작업에 들어간 스필버그는 실존인물이며 조연 캐릭터인 스틸웰 대장 역할로 존 웨인을 점찍고 그를 프로젝트에 끌어들이기 위해 출연을 요청합니다. 웨인은 평소 스틸웰 장군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고무된 스필버그는 1941의 각본을 웨인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다음날 웨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옵니다.
웨인: "이거 보게. 난 지금 몹시 화가 나있어..."
스필버그: "무슨 일로 그러신지.."
웨인: "자네가 보내준 각본말이야. 지금까지 읽어본 것중에 가장 반미국적인 내용이야!"
스필버그: "넷?"
웨인: "난 자네가 2차세계대전을 기리는 영화를 만드는 줄 알았네. 이건 완전히 그걸 모욕하는 영화가 아닌가? 실제 일어난 사건과도 다르다고!"
스필버그: "............"
웨인: "이 영화 안만들면 안될까? 자네가 이 영화를 만든다면 난 아주 실망할거야"
스필버그: "헉!!"
이 사건으로 두사람의 사이가 나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존 웨인은 2차대전을 대상으로 한 풍자 코미디의 개념을 흔쾌히 받아들이기엔 경직되고 완고한 성품의 소유자였습니다. 특히 서부극과 전쟁영웅들의 이미지로 평생을 살아온 노배우에게 [1941]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전쟁을 겪은 미국인들을 모욕하는 영화라고 생각되었던 것입니다.![[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http://dvdprime.dreamwiz.com/files/upload/200802/20080215103347578.jpg)
* 존 웨인을 대신해 스틸웰 장군을 연기한 로버트 스탁.
이렇게해서 신세대 청년감독과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은 함께 작업할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웨인이 거부한 스틸웰 장군 역할은 밀리어스의 교섭으로 찰턴 헤스톤에게 제의가 갔으나 웨인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헤스톤 역시 거절해 결국 스틸웰과 외모가 아주 유사한 로버트 스탁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후일 ZAZ사단의 걸작 코미디 [에어플레인, 1980]에도 출연한 스탁은 스필버그가 원하는 유머스러운 장군의 모습을 잘 묘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감독의 '과잉의욕'을 이유로 혹평을 받았고 승승장구하던 스필버그 초기시절 첫번째 실망작으로 기록되게 됩니다. 그렇지만 [죠스]나 [미지와의 조우]에 비해 흥행수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 완전한 실패작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코미디/ 뮤지컬 (적 요소도 강합니다)은 이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물론 2년후 [레이더스, 1981]의 대성공으로 스필버그는 이 영화의 부진을 깨끗하게 털어버립니다.
존 웨인은 영화가 개봉하기 6개월전인 79년 6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데 스필버그와는 마지막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물론 두사람 모두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지요. 두 사람이 함께 작업했더라면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까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20년이 지난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출해 두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합니다. 아마도 존 웨인이 생전에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1941]보다는 휠씬 나은 평가를 해주지 않았을까요? ^^
![[읽을거리]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http://dvdprime.dreamwiz.com/files/upload/200802/20080215101838500.jpg)
| 글쓰기 |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웨인 두분이 함께 작업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까요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