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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월이 지날수록 가까워지는 영화, <빅 피쉬>

스마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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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1 20:48:29

 비단 영화뿐 아니라 음악, 문학, 미술 등 예술의 진정한 힘은 그 자체는 완성되면 시간 안에 갇혀있는데 그걸 받아드리는 사람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함으로써 위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7~8년 전 블루레이를 알게되고 비슷한 시기에 팀 버튼 감독에 제대로 빠졌습니다. 무궁화호 3시간타고 서울시립미술관까지 가서 팀 버튼 전시회까지 보고 올 정도면 말 다했죠. 

 

 그때 전 고등학생이었고 <빅 피쉬>는 팀 버튼의 명작이다!라는 말을 듣고 일반판 블루레이로 시청을 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그전까지 <가위손><유령수업><배트맨><앨리스><찰리> 등 웬만한 뼈굵은 작들은 봤습니다. 그 작품들의 비해 <빅 피쉬>는 엄청 대단하지는 않았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팀 버튼만큼 퀄리티 편차를 떠나 작품마다 자기 인장을 찍은 감독은 몇 안되기에 항상 그런 색깔이 묻어나는 그를 좋아했어요. 

 근데 <빅 피쉬>는 심심했어요. 이전 팀 감독의 작품 치고는 거인, 서커스, 물고기 등 팀 버튼의 괴상한 특색과는 멀다, 근데 <가위손>도 비슷한 거 같은데? 근데 <가위손>은 그 자체의 낭만이 너무 뛰어나 제가 뽑은 20세기 팀 버튼 베스트 작이거든요. 하지만 <빅 피쉬>는 그러지 않았어요. 황수선화나 거대 물고기가 강가에서 뛰어오르는 엔딩 등 인상깊은 장면은 있지만 스토리적으로 크게 받아지지 않았습니다. 

 

 몇년 후 저는 타지로 대학을 가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쯤에 한 번 이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그간 왜 이 영화가 그토록 명작이라 칭송받는지 글을 읽으면서 정도의 이해는 하게 되었고 팀버튼의 코멘터리를 들으면서 자기의 자전적 심정을 담은 작품인 것도 느끼게 되었죠. 그때 전 이 영화가 처음볼 때보다 더욱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 감상, 리뷰 감상, 코멘터리 감상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가족과 멀어지면서 생겨난 그리움과 지난날의 갈등 등이 제게 더욱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냥 문득 엔딩 장면인 튀어오르는 물고기가 생각나 감상을 했습니다. 한 4~5년 만에 재감상인 것 같아요. 근데 보다가 감동은 받을 것 같았지만 결국 엔딩가서는 울컥하게 되네요. 이 영화에 더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왜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꾸며 아들과 멀어지게 되었는가, 이 해답이 마지막 의사와 아들에 대화에서 나오네요.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는 날 아내 옆에 있지 않고 물고기를 잡으러가 반지를 빼앗길 뻔했다라는 허구를 동화처럼 들려주지만 실상은 일 때문에 옆에 있지 못한 거였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재미는 전혀 없는 현실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환상을 불어주었습니다. 아들의 탄생은 아버지에게 있어 그 어떤 상상보다 환상적인 순간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울컥거렸습니다. 

 

 영화의 색감은 필터를 낀 것마냥 화면이 밝습니다. 이 효과가 후반부에서 나타나는데 임종을 맞이한 아버지는 어릴 적 마녀의 유리눈으로 본 자신의 죽음을 아들에게 들려달라고 합니다. 전혀 듣지 못한 아들은 이제껏 들었던 아버지의 허구를 복기하며 빠르게 이야기를 합니다. 굉장히 익숙한 것처럼요.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허구와 병실에서의 현실이 교차로 이루어지는데 현실 속 색감은 굉장히 푸른 차가운 색이고 그에 비해 화면의 대부분인 밝은 영상이 더더욱 대비됩니다. 물고기가 된 아버지를 끝으로 이야기가 끝나자 아버지는 정확하다고 말하며 사망합니다. 부자관계의 화해입니다. 

 

 이 속에 저는 두 부자의 공통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초반에 언급된 것처럼 아버지는 말로 이야기를 하고 아들은 기자이기에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허구와 현실이라는 차이점이 있고 방식이 다르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똑같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모든 게 허구는 아니라고 알게 됩니다. 전쟁 참여와 양도문서를 보고 숨겨진 진실도 알게 되지만 장례식에 온 지인들이 천지가 흔들릴만큼의 거인은 아니지만 키가 굉장히 큰사람, 샴쌍둥이는 아니지만 쌍둥이, 성공한 사업가이자 시인, 서커스 단장 여하 단원들을 보면서 아버지의 삶은 허구로 감춘 비밀이 아니라 허구가 첨가된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빅 피쉬가 있습니다. 아버지 본인이죠. 항상 목말라하고 결국 물로 돌아가게 되는. 이 물고기의 존재는 결국 이 전설의 시작점입니다. 그건 아버지고요. 즉 물고기가 된 아버지를 인정하게 됨으로써 그리고 그걸 자기 아들에게 다시 들려줌으로써 아버지는 전설 속 생물로 영생하게 됩니다. 원래 전설이란 게 구전으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들이 들려주는 아버지의 임종은 영화 이야기에 있어 완전한 맺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결국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왜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냐 그런 거 따위가 아닙니다.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 나에게 아버지란, 아버지에게 나란 무엇인가? 초반 나레이션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이방인 같았다.' 영화를 다시 보고 이 대사를 들으면 팀 버튼이 왜 영화를 만들었느냐, 촬영 중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가.

 아버지의 삶은 끝났지만 아들은 자기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 아버지의 인생을 영원토록 만듭니다. 

 

 아마 이 영화는 제가 나이가 더 들수록, 아버지와의 추억이 더 생기고, 자식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보게 된다면 그때마다 더 와닿을 것입니다. 

 주관적인 팀버튼 베스트 작은 취향상<스위니토드>이지만 20세기는 <가위손> 21세기는 <빅 피쉬>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너무 좋은 영화라 주절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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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제레미클락슨
2
2020-03-11 11:49:40

빅피쉬보고 어찌나 울었는지...

WR
스마우그
2020-03-11 14:50:56

저도 나이들고 또 보면 울 것 같아요

aham
2020-03-12 09:02:04

저도 한 세번 질질짠듯하네요 ㅎ

오버마인드
1
2020-03-11 11:55:12

팀 버튼이 만든 영화들 중에서 가장 따스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WR
스마우그
2020-03-11 14:51:25

맞아요 가위손도 따스하지만 추운 배경이라 ㅎㅎ

빨간택시
2020-03-11 12:38:45

공감합니다. 너무나 가슴이 따뜻하고 아련해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WR
스마우그
2020-03-11 14:51:47

너무 따스하더라고요 팀버튼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인디아나존스
2020-03-11 12:51:00

잘 읽었습니다. 제가 너무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WR
스마우그
1
2020-03-11 14:52:07

이전보다 별점도 더 높였습니다 ㅠㅠ

meanmynn
2020-03-11 13:38:48

부모님과 안 보는 영화 목록에 추가했았어요. 아름답고 슬픈 영화라서..

WR
스마우그
2020-03-11 14:53:15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면 좋지만 저도 부모님과는 못볼 거 같아요...

조기은퇴후탈한국go
2020-03-11 14:14:24

볼때마다 엔딩 장면에서 눈물이 주륵 주륵 아버지도 건강하시고, 관계도 원만한데, 이상하게 빅피쉬를 보면 제겐 과한 감정 몰입도를 보여줍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영화고 블루레이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WR
스마우그
2020-03-11 14:54:19

정말 팀버튼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영화입니다

RadiusER
2020-03-11 14:21:48

영화보면서 울컥하는 감정을 느껴본적 별로 없는데 빅 피쉬 엔딩씬은 언제 봐도 다시 울먹일거 같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끝내 화해하면서 아버지는 다시 물로 돌아가는 연출이...

WR
스마우그
2020-03-11 14:54:43

최고의 엔딩 중 하나로 손꼽아도 될 정도죠!!

soundfun
2020-03-11 19:16:0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예전 감동이 다시한번 오네요..

WR
스마우그
2020-03-12 06:10:09

좋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0-03-11 23:45:31 (125.*.*.219)

세월이 흘러 아들의 입장에서 아버지를 떠나보낸지도 10여년이 훨씬 지났습니다. 

이제 아버지의 입장에서 장성한 아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삶을 전해주는 입장으로

인생의 반전이 영화의 반전으로 감상 포인트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WR
스마우그
2020-03-12 06:10:45

ㅠㅠㅠ 너무 따스하고 슬프네요

구마
2020-03-11 23:46:40

 영화는 세월이 가도 언제나 변함이 없죠

 변하는 건 영화를 보는 그때의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WR
스마우그
2020-03-12 06:10:57

좋은 말입니다~

키노
2020-03-12 00:55:44

정말 아름다운 영화

WR
스마우그
2020-03-12 06:11:07

너무 아름답죠..

쿠우
2020-03-12 05:46:20

스마우그님 글이 정말 좋군요...

 

WR
스마우그
2020-03-12 06:11:1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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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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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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