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월이 지날수록 가까워지는 영화, <빅 피쉬>
비단 영화뿐 아니라 음악, 문학, 미술 등 예술의 진정한 힘은 그 자체는 완성되면 시간 안에 갇혀있는데 그걸 받아드리는 사람은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함으로써 위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7~8년 전 블루레이를 알게되고 비슷한 시기에 팀 버튼 감독에 제대로 빠졌습니다. 무궁화호 3시간타고 서울시립미술관까지 가서 팀 버튼 전시회까지 보고 올 정도면 말 다했죠.
그때 전 고등학생이었고 <빅 피쉬>는 팀 버튼의 명작이다!라는 말을 듣고 일반판 블루레이로 시청을 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그전까지 <가위손><유령수업><배트맨><앨리스><찰리> 등 웬만한 뼈굵은 작들은 봤습니다. 그 작품들의 비해 <빅 피쉬>는 엄청 대단하지는 않았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팀 버튼만큼 퀄리티 편차를 떠나 작품마다 자기 인장을 찍은 감독은 몇 안되기에 항상 그런 색깔이 묻어나는 그를 좋아했어요.
근데 <빅 피쉬>는 심심했어요. 이전 팀 감독의 작품 치고는 거인, 서커스, 물고기 등 팀 버튼의 괴상한 특색과는 멀다, 근데 <가위손>도 비슷한 거 같은데? 근데 <가위손>은 그 자체의 낭만이 너무 뛰어나 제가 뽑은 20세기 팀 버튼 베스트 작이거든요. 하지만 <빅 피쉬>는 그러지 않았어요. 황수선화나 거대 물고기가 강가에서 뛰어오르는 엔딩 등 인상깊은 장면은 있지만 스토리적으로 크게 받아지지 않았습니다.
몇년 후 저는 타지로 대학을 가 처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그쯤에 한 번 이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그간 왜 이 영화가 그토록 명작이라 칭송받는지 글을 읽으면서 정도의 이해는 하게 되었고 팀버튼의 코멘터리를 들으면서 자기의 자전적 심정을 담은 작품인 것도 느끼게 되었죠. 그때 전 이 영화가 처음볼 때보다 더욱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 감상, 리뷰 감상, 코멘터리 감상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가족과 멀어지면서 생겨난 그리움과 지난날의 갈등 등이 제게 더욱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냥 문득 엔딩 장면인 튀어오르는 물고기가 생각나 감상을 했습니다. 한 4~5년 만에 재감상인 것 같아요. 근데 보다가 감동은 받을 것 같았지만 결국 엔딩가서는 울컥하게 되네요. 이 영화에 더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물씬 들었습니다. 왜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꾸며 아들과 멀어지게 되었는가, 이 해답이 마지막 의사와 아들에 대화에서 나오네요.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는 날 아내 옆에 있지 않고 물고기를 잡으러가 반지를 빼앗길 뻔했다라는 허구를 동화처럼 들려주지만 실상은 일 때문에 옆에 있지 못한 거였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재미는 전혀 없는 현실이죠.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환상을 불어주었습니다. 아들의 탄생은 아버지에게 있어 그 어떤 상상보다 환상적인 순간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울컥거렸습니다.
영화의 색감은 필터를 낀 것마냥 화면이 밝습니다. 이 효과가 후반부에서 나타나는데 임종을 맞이한 아버지는 어릴 적 마녀의 유리눈으로 본 자신의 죽음을 아들에게 들려달라고 합니다. 전혀 듣지 못한 아들은 이제껏 들었던 아버지의 허구를 복기하며 빠르게 이야기를 합니다. 굉장히 익숙한 것처럼요.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허구와 병실에서의 현실이 교차로 이루어지는데 현실 속 색감은 굉장히 푸른 차가운 색이고 그에 비해 화면의 대부분인 밝은 영상이 더더욱 대비됩니다. 물고기가 된 아버지를 끝으로 이야기가 끝나자 아버지는 정확하다고 말하며 사망합니다. 부자관계의 화해입니다.
이 속에 저는 두 부자의 공통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초반에 언급된 것처럼 아버지는 말로 이야기를 하고 아들은 기자이기에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허구와 현실이라는 차이점이 있고 방식이 다르지만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똑같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모든 게 허구는 아니라고 알게 됩니다. 전쟁 참여와 양도문서를 보고 숨겨진 진실도 알게 되지만 장례식에 온 지인들이 천지가 흔들릴만큼의 거인은 아니지만 키가 굉장히 큰사람, 샴쌍둥이는 아니지만 쌍둥이, 성공한 사업가이자 시인, 서커스 단장 여하 단원들을 보면서 아버지의 삶은 허구로 감춘 비밀이 아니라 허구가 첨가된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빅 피쉬가 있습니다. 아버지 본인이죠. 항상 목말라하고 결국 물로 돌아가게 되는. 이 물고기의 존재는 결국 이 전설의 시작점입니다. 그건 아버지고요. 즉 물고기가 된 아버지를 인정하게 됨으로써 그리고 그걸 자기 아들에게 다시 들려줌으로써 아버지는 전설 속 생물로 영생하게 됩니다. 원래 전설이란 게 구전으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들이 들려주는 아버지의 임종은 영화 이야기에 있어 완전한 맺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결국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왜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냐 그런 거 따위가 아닙니다. 그런 아버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느냐, 나에게 아버지란, 아버지에게 나란 무엇인가? 초반 나레이션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이방인 같았다.' 영화를 다시 보고 이 대사를 들으면 팀 버튼이 왜 영화를 만들었느냐, 촬영 중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가.
아버지의 삶은 끝났지만 아들은 자기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 아버지의 인생을 영원토록 만듭니다.
아마 이 영화는 제가 나이가 더 들수록, 아버지와의 추억이 더 생기고, 자식이 태어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보게 된다면 그때마다 더 와닿을 것입니다.
주관적인 팀버튼 베스트 작은 취향상<스위니토드>이지만 20세기는 <가위손> 21세기는 <빅 피쉬>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너무 좋은 영화라 주절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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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피쉬보고 어찌나 울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