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티모시 달튼의 007시리즈는 다시 보니 수작들이네요.
1달쯤 전부터 케이블 영화채널 중 더 무비에서 007시리즈 전편을 방영해주고 있습니다.
보통 1주일에 2편씩 해 줍니다. 월요일 한편, 화요일 한편, 주말에 다시 한번 재방
아마도 다이 어나더 데이까지는 해줄 듯 합니다.
연식이 좀 되는 영화들의 판권을 사와서 방영해주는 채널의 특성상 다니엘 크레이그 시리즈는 안 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여하튼 숀 코너리의 007시작부터 비교적 좋은 화질로 보고 있으니(케이블 채널이지만 명색이 HD니 옛날 VHS로 보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죠. 화면비도 그대로 유지해 주고요) 몇몇 작품들은 예전과는 개인적인 평가가 많이 달라지네요. 몇개를 예를 들자면
위기일발- 전 이걸 AFKN인가 아님 NHK위성방송인가 처음 보고 지금 보니 예전에는 참 별로였는데 명작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공식을 확립했달까요. 건배럴, 오프닝씬, 이어지는 주제가...
골드핑거- 예전에도 재밌었지만 전 최고로 재미있는 영화가 골든아이였는데 지금 보니까 이거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야기 구성, 액션, 캐릭터들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네요.
뷰투어킬- 당시는 참 재미있게 봤는데 지금 보니 영화가 좀 산만하네요. 제임스 본드가 좀 지쳐있다는 생각도 들고요(하긴 로저 무어 마지막 작품이니까요) 단 크리스토퍼 워큰의 연기는 참 대단하네요. 사람들을 죽여서 돈을 벌겠다는 사이코패스 생또라이는 이런 것다 하는 걸 잘 보여주는...
어제와 그저께 제임스 본드 배우중 조지 라젠비를 제외하고 가장 저평가받는 티모시 달튼의 리빙 데이라이트하고 살인면허를 해 줬는데요. 지금 보니까 두 작품이 상당히 재미있네요. 로저 무어가 나이가 많아서 소화할 수 있는 액션들이 한계가 있었던지 특수장비 사용 빈도도 높았고 액션보다도 여자 후리는 장면이나 농담따먹기가 많았단 생각을 했을 때 굉장히 날것다운 액션이 많았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많은 장면은 스턴트 대역이 했겠지만요. 그리고 두 작품 다 스토리가 탄탄해요. 리빙 데이라이트는 첩보영화는 이래야 된다는 것처럼 망명, 배신, 연극, 게릴라 이런 요소들이 참 재밌게 섞여있습니다. 여주인공도 시작은 남자한테 속아서 일에 개입됐지만 자신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발전하고 있고요.
살인면허(이 작품의 주제가를 참 좋아합니다)는 첩보영화라기 보다는 본드의 개인적인 복수극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드가 적진에 잠입하는 과정이나 그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참 재미있었군요. 왜 예전에는 복수극으로만 이 작품을 치부했는지 스스로 후회합니다. 본드걸 역시 본드 옆에서 보호받고 비명이나 지르고 결국 잠자리만 하는 전형적인 모습과 다르고요. 그리고 액션씬들이 참 재미있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때문인지 액션의 수위가 기존 작품들보다 높은 느낌이네요. 살인면허가 가뜩이나 하락세였던 007시리즈의 흥행에 더 찬물을 부은 작품인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골든아이로 리부트(?)되기 전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고요. 그 결과만 보고 작품 자체도 저평가돼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잘 아시는 사실이겠지만 007시리즈를 2편 이상 감독한 사람들은 많아도 존 글렌처럼 5편을 연속으로 맡은 사람은 없습니다. 존 글렌은 유어 아이즈 온리를 시작으로 옥토퍼시, 뷰 투 어 킬, 그리고 달튼의 2작품까지 내리 맡았는데요. 기존 로저 무어 시리즈들에서 편집을 맡았던 걸로 압니다. 의미심장한 것은 유어 아이즈 온리 전 작품이 문레이커인데 제임스 본드가 우주까지 진출해서 활약하는 모습이 지금이나 그때나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 하죠. 원래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끝나면서 "제임스 본드는 유어 아이즈 온리로 돌아온다"고 예고했지만 스타워즈의 흥행에 자극을 받았는지 제작사는 문레이커로 방향을 틀었지만 그 결과가 허무맹랑했다는 평가를 들어 유어 아이즈 온리는 지금 보면 로저 무어 시리즈 중 가장 날것 그대로의 액션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007시리즈를 이끌어간 공적도 인정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티모시 달튼의 두 작품에 지금은 낯익은 얼굴들이 나오네요. 리빙 데이라이트에는 트루 라이즈에서 아놀드와 대결하던 테러단체 두목이 제법 비중있게 나오고요. 살인면허에는 베니시오 델 토로, 그리고 액션영화에 자주 보이던 캐리 히로유키 타카와도 나왔군요.
사실 예전에는 숀 코너리와 피어스 브로스넌이 가장 본드답게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브로스넌의 작품들은 골든아이를 제외하고는 설정이나 액션이 좀 허황된 점들이 보여서 지금이라도 티모시 달튼의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많이 재조명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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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편이지만, 강렬하죠.
정말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