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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그 대숙청의 원죄는 왜 모두가 짊어져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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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7 01:20:01

오늘 DP에서 진행한 시사회에 당첨되어 관람했습니다. 아래 내용에는 약한 수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1938. 영화 스크린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연도입니다. 당시 신생국이었던 소비에트 연방의 서기장이었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대숙청"이 온 대륙을 공포에 몰아넣던 시기입니다.

 

2년이 조금 안되는 시기동안 100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사망했습니다. 총성이 전 국토에 하루도 쉬지 않고 울려퍼졌고, 소련의 수많은 군인들의 손에는 피가 맺혔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표트르 볼코노고프 대위 또한 이 피바람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입니다. 수십명이 넘는 사람들을 갖가지 이유로 그의 손으로 죽여야 했고, "왜 죽이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들은 대답은 "그들이 언젠간 국가에 잘못된 일을 저지를수도 있는 반동분자들이기 때문이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에서 죄책감에 추락사한 군인처럼, 볼코노고프 대위는 서서히 추락합니다. 그 원죄를 씻어내보고자 열심히 용서를 구했지만, 돌아온것은 자기위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멸감 뿐. 소련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고, 군인들은 여전히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처형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원죄는 볼코노고프 대위만의 것이 아닙니다. 4번의 대숙청을 겪고 살아남아 아들의 숙청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도, 결핵에 걸린채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상관도. 대숙청은 결국 수백만명의 시체와 소련 전 국민의 씻을 수 없는 고통만을 남겨두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러시아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동안 러시아 국민들은 불행했습니다. 그것이 농노제로 양 계층의 극단화를 불러일으킨 "러시아 제국"시기이던, 한 때 세계 2위의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소비에트 연방" 시기이건, 대제국의 해체 이후 전 국토가 반쯤 불바다에 가까웠고 이후로는 올리가르히와 부정부패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러시아 연방" 이던간에요. 이로 인해 러시아에는 냉소적이고 차가운 국민성이 남게 되었고, 이는 여러 러시아의 대문호들과 러시아의 문화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며, 거기에는 이 작품 또한 포함됩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다시금 세계정세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러시아 국민들의 속내에는 어떠한 아픔이 존재했는가. 이러한 아픔을 더욱 "강한 국가"적인 면모를 가진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이념으로 덮으려 한 푸틴 대통령이 왜 이러한 제스쳐를 취했는지. 그 이면을 이 영화에서는 간략하게나마 맛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때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원죄를 뒤집어쓴 이들은 일반 국민이 될 것입니다. 대숙청의 원죄를 소련 국민이 감내해야 했던것 처럼요.

 

 

 

소련과 러시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거나, 한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는 심리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드리고 싶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단점이 없던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상당히 적으니만큼 관심이 있으시다면 관람해보시는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본작과 함께 <스탈린이 죽었다!>도 관람하시면 더욱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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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날개 대신에 서로 잡는 손을 선택한 우리, 그럼에도 하늘에 반해 버려서 꿈을 더 갖는 것은 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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