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그 대숙청의 원죄는 왜 모두가 짊어져야 했는가.
오늘 DP에서 진행한 시사회에 당첨되어 관람했습니다. 아래 내용에는 약한 수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1938. 영화 스크린에서 수없이 언급되는 연도입니다. 당시 신생국이었던 소비에트 연방의 서기장이었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대숙청"이 온 대륙을 공포에 몰아넣던 시기입니다.
2년이 조금 안되는 시기동안 100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로 사망했습니다. 총성이 전 국토에 하루도 쉬지 않고 울려퍼졌고, 소련의 수많은 군인들의 손에는 피가 맺혔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표트르 볼코노고프 대위 또한 이 피바람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입니다. 수십명이 넘는 사람들을 갖가지 이유로 그의 손으로 죽여야 했고, "왜 죽이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들은 대답은 "그들이 언젠간 국가에 잘못된 일을 저지를수도 있는 반동분자들이기 때문이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에서 죄책감에 추락사한 군인처럼, 볼코노고프 대위는 서서히 추락합니다. 그 원죄를 씻어내보고자 열심히 용서를 구했지만, 돌아온것은 자기위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멸감 뿐. 소련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고, 군인들은 여전히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처형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원죄는 볼코노고프 대위만의 것이 아닙니다. 4번의 대숙청을 겪고 살아남아 아들의 숙청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도, 결핵에 걸린채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상관도. 대숙청은 결국 수백만명의 시체와 소련 전 국민의 씻을 수 없는 고통만을 남겨두고 홀연히 떠났습니다.
러시아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동안 러시아 국민들은 불행했습니다. 그것이 농노제로 양 계층의 극단화를 불러일으킨 "러시아 제국"시기이던, 한 때 세계 2위의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소비에트 연방" 시기이건, 대제국의 해체 이후 전 국토가 반쯤 불바다에 가까웠고 이후로는 올리가르히와 부정부패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러시아 연방" 이던간에요. 이로 인해 러시아에는 냉소적이고 차가운 국민성이 남게 되었고, 이는 여러 러시아의 대문호들과 러시아의 문화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며, 거기에는 이 작품 또한 포함됩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다시금 세계정세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 러시아 국민들의 속내에는 어떠한 아픔이 존재했는가. 이러한 아픔을 더욱 "강한 국가"적인 면모를 가진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이념으로 덮으려 한 푸틴 대통령이 왜 이러한 제스쳐를 취했는지. 그 이면을 이 영화에서는 간략하게나마 맛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때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원죄를 뒤집어쓴 이들은 일반 국민이 될 것입니다. 대숙청의 원죄를 소련 국민이 감내해야 했던것 처럼요.
소련과 러시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거나, 한 사람의 심리를 따라가는 심리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드리고 싶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단점이 없던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작품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상당히 적으니만큼 관심이 있으시다면 관람해보시는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본작과 함께 <스탈린이 죽었다!>도 관람하시면 더욱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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