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 샤이닝
샤이닝(원제: The Shining)은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이 쓴 동명의 소설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로로 만들었으며, 이번 리뷰에서 다루는 건 물론 영화쪽입니다.(소설 리뷰도 해보고는 싶지만 여긴 블루레이 게시판이니) 헌데 이 샤이닝 4K UltraHD Blu-ray(이하 UBD)는 작년 10월에 발매됐는데 왜 이제야 리뷰를? 이라고 하신다면, 원래 공포 영화는 여름에 보는 게 제격이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지요.
이 영화는 Blu-ray(이하 BD)의 초창기 시점인 2007년에 워너에서 BD를 발매했으며, 2001년인가 발매된 DVD(국내 정발은 2004년)에 비해 화/음질면에서 여러모로 개선도 보여주었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보여주었습니다. 때문에 저도 07년판은 지인 덕에 볼 수 있었지만 구입까진 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UBD 제작 기술이 꽤 무르익은 2019년에 나온 UBD는 HDR10+에다 돌비 비전 그레이딩까지 얹어 나온다니, 그만 덥썩 집어 들고 말았지요. 그 샤이닝 UBD를 구입한지 대략 반년이 지난 지금 소개합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전체용량 90.1G/본편용량 86.3G, HDR10 & HDR10+ & 돌비 비전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78:1/ 비트레이트 74.26Mbps(HDR10) + 64Kbps(돌비 비전)
최고 품질 사운드: DTS-HD MA(24/48) 5.1ch 영어
* 북미판 UBD 및 동봉 BD 모두 한국어 자막 수록(오디오 코멘터리는 UBD/BD 둘 다 한국어 자막 미지원)
* 2019년 10월 17일 UBD 국내 정식 발매. 디스크는 북미판과 동일.
스펙 수치는 전반적으로 꽤 좋은 편. 특히 VC-1 코덱에 영상 비트레이트 14Mbps 남짓이던 07년 초판 BD에 비하면 12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기도 합니다.
- 서플 사항
샤이닝 UBD는 UBD엔 (BD와 동일한)오디오 코멘터리만 수록되었고, 나머지 영상 특전은 모두 패키지 동봉 BD에 수록되었습니다. 이들 영상 특전은 정발판은 물론 북미판에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 Audio Commentary
- View from the Overlook: Crafting "The Shining" (480i, 30분 22초)
- The Visions of Stanley Kubrick (480i, 17분 17초)
- Making "The Shining" (480i, 34분 59초)
- Wendy Carlos, Composer (480i, 7분 31초)
환골 탈태한 본편 스펙에 비해 서플은 구판 BD에 실렸던 그대로입니다. 본편 코멘터리는 물론 메이킹 영상용 코멘터리에도 한국어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
- 영상 퀄리티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한 결과물입니다.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샤이닝은 Arriflex35 카메라로 찍은 35mm 아날로그 필름 영화로, 원 네거 화면비는 1.37:1인데 초창기 디지털 상영시엔 유럽에선 1.66:1로/ 미국과 영국에선 1.85:1로 상영된 재미있는(?) 전례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네거의 가정용 마스터 제작을 위한 스캔 화면비는 (미국 상영비를 기준으로 잡은)1.78:1이며, 초판 BD부터 이번 UBD까지 모두 동일하게 이 화면비입니다.(단, 화면비는 동일하게 정했어도 스캔 영역은 구판 BD와 UBD가 서로 다릅니다. 상하좌우 약 5% 가량 구판 BD가 정보량이 더 많습니다.)
샤이닝의 이런 다양한 화면비는 많은 설왕설래를 낳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원 촬영비에 가장 근접하는 정보량이 나오는 건 당연히 1.33:1의 4:3 화면비 규격과 그렇게 수록된 경우지만, 1.33:1 혹은 유럽 와이드 규격인 1.66:1로 보는 그림보다 1.85:1(및 BD의 1.78:1)로 보는 게 더 이 작품이 연출한 폐쇄적 공포성을 느끼기 쉽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다만 워너가 초판 BD에 이어 UBD까지 모두 1.78:1 화면비로 만든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은 향후엔 (어떤 고스펙에 추가 개선을 하더라도)화면비는 1.78:1로만 만나볼 수 있으리라 봅니다.
a. 해상감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샤이닝 UBD 패키지 내 BD는 07년 초판 디스크가 아닌, UBD 제작용 스캔 데이터를 가지고 BD화한 리마스터 BD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 그림이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나오는데, 샤이닝은 양쪽의 마스터링 조정값이 달라서 이 둘 간에도 차이가 꽤 큽니다.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
(caps-a-holic.com 게재 구판 BD 스샷)구판 BD는 지금 소지한 게 없어서 부득이 캡스 홀릭 것을 빌렸는데, 스샷으로 쉽게 알 수 있듯이 구판 BD용 디지털 마스터와 UBD/신판 BD용 디지털 마스터는 스캔 영역이 다릅니다. 때문에 구판 BD가 상하좌우 정보량은 더 많지만, UBD/신판 BD는 구판에서 두드러지는 화이트 피크 표백 현상이 없고 & 구판 BD는 실제 영상에서 동영상 아티팩트나 노이즈가 좀 많이 끼는 편이라, 당시에도 최고 수준의 BD 영상으로 평가받지 못했고 지금 보면 화질면에선 더 아쉽습니다.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패키지 내 신판 BD와 UBD를 비교해도, 신판 BD가 다소 부옇고 투미한 감인 것에 비해 UBD는 더 멀끔하고 세밀하게 나오는 게 특기 사항. 후술하겠지만 이 UBD는 HDR10 최대 휘도는 1633니트지만 평균 휘도는 114니트라서, 특히 이런 신에선 OLED를 통한 HDR10 출력감이나 여기 게재한 스샷의 감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물론 어느 정도 광원이 있는 장면에선 더 쉽게 두드러지며, 신판 BD 역시 업 스케일을 하고 봐도 UBD의 시원하고 세세한 해상감과 디테일 표현력을 따라올 순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샤이닝은 UBD의 화면감에 최대한의 배려를 해서 만들었으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이 해상감 면에서 무조건 UBD를 권장합니다.
b. 하이 다이나믹
샤이닝은 하이 다이나믹 그레이딩에선 HDR10은 물론 HDR10+ 와 돌비 비전까지, 마치 시청자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 본 듯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여파인지 몰라도 돌비 비전은 MEL 스펙이라는 게 아쉬운 점.
일단 앞서 잠시 말한대로 이 UBD의 HDR10 그레이딩 휘도는 최대값과 프레임 평균값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라, 최대값만큼의 휘도를 못 따라가서 일부 클리핑이 되는 HDR 디스플레이들이라도 대개 비슷한 밝기 체감을 보여줍니다. 일부 면적에 한해서라도 최대 1600니트대 HDR 휘도를 내는 소비자용 제품 자체가 지금도 귀해서(삼성 QLED 일부 기종에 한정), 아이러니하게도 대개의 디스플레이에서 비슷한 체감이 나오게 되며 스샷도 OLED C9에서 실제 출력되는 그림과 꽤 비슷하게 나오는 편.
그런 UBD의 하이 다이나믹은 이런 신에서 특히 장기가 발휘되며, 광원은 광원대로 어두운 그림자는 그림자대로 생생하면서 BD/SDR에 비해 둘 다 더 '깊게' 표현됩니다. 때문에 영화 소재나 연출감과도 상당히 궁합이 좋아서, HDR10만 가능한 4K 디스플레이라도 꽤 유감없는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암부에도 곱게 깔리는 그레인감이나 디테일 표현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체감이 발군이며, OLED등 명암비 높은 디스플레이에서 보이는 명암 대비 부분들의 체감 입체감도 80년도 개봉작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괜찮습니다.
단지 이런 장면은 원래 돌비 비전이 FEL 스펙일 경우 더 선명한 분리감을 보여줄 텐데, MEL 스펙인 샤이닝 UBD는 OLED에서 돌비 비전으로 봐도 이런 장면이 전체적으로 다소 부옇게 표현됩니다. 구판 BD에선 SDR이지만 오히려 외부 라이트의 광점에만 집중하면서 차라리 비치는 곳은 밝고 선명한 감이 있는데, 신판 BD는 물론이고 UBD도 전반적으로 다 부옇게 나오는 게 함정. HDR10+ 와 돌비 비전의 동시 테스트가 가능한 파나소닉 OLED에서 본 지인 역시 동일한 감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후반의 이 시퀀스는 어떤 HDR 그레이딩으로 보든 다소 아쉬움을 갖고 봐야겠습니다.
c. 색감
앞선 스샷 비교에서도 비교적 잘 드러나듯, 색감면에선 UBD가 오히려 패키지 동봉 신판 BD나 구판 BD에 비해 더 시원한 그림인 게 특색. 때문에 6500K 표준 캘리 디스플레이가 원래 (9300K 규격에 익숙해진 유저들에겐 특히)그런 감이 있긴 해도 그보다 더 눈에 띄게 그림이 누래보였던 BD에 비해, UBD의 그림은 전반적으로 많은 층의 지지를 두루 끌어낼 수 있는 색감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UBD/ 타겟 휘도 150니트 톤 맵핑)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이 기본 색감 차이 때문에 오히려 DCI 광색역을 좀 얌전하게 쓴 UBD의 색체감이 (상대적으로)확 다가오지는 않는 편. OLED/ 돌비 비전 출력 기준으로도 위 스크린 샷의 화면 체감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때문에 좀 인공적인 그림으로 보이는 BD에 비해 UBD가 더 자연스러운 발색이라는 정도만 느끼기 쉽습니다. 전체 러닝 타임을 볼 때 컬러리스트가 의도한 발색 방향성도 그쪽으로 보이고.
대신 이 유명한 장면을 비롯해서, 실제 적색인 부분들의 생동감은 UBD가 좀 더 확연히 좋습니다. 약간 부스트를 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밝은 적색은 밝은대로 어두운 적색은 어두운대로 BD/BT.709보다 더 선열한 감이 있어서, 특정 포인트별로 강조감을 주는 정도로만 광색역을 활용하는 방침이었던 걸로 사료됩니다. 이런 의도가 전반적인 화면 밸런스도 크게 해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샤이닝은 UBD의 색감이 원 필름(이스트맨 100T 5247)의 특성의 감각을 가장 잘 재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샤이닝은 UBD가 지금 이 영화의 영상을 보는 가장 좋은 수단이며, 절대적인 수준으로 평해도 꽤 좋습니다. 구판 BD의 애매한 화질에 실망한 분이라도, 이번 UBD는 (비록 네거 화면비는 아니지만)넘어올 가치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만큼 괜찮은 화질입니다.
- 음성 퀄리티
샤이닝 UBD는 구판 BD에선 LPCM(16/48) 5.1ch가 최고 스펙 오디오였고, 이번 UBD와 신판 BD는 DTS-HD MA(24/48) 5.1ch이 최고 스펙 오디오 트랙입니다. BD와 UBD의 사운드 비트레이트는 동일.(4098kbps)
여기서도 일단 아쉬운 건 원작의 오리지널 모노 트랙이 UBD에도 없다는 것인데, UBD의 음성 할당 비트레이트 총량은 무손실 트랙이라도 3트랙쯤 넣을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누락은 워너측의 의지 문제였다고 봅니다. UBD에서도 이러니 화면비와 마찬가지로 음성면에서도 오리지널리티를 최신 기술로 접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상당히 희박할 듯.
하지만 주어진 요소만 놓고 평하자면, 일단 UBD(및 신판 BD)의 DTS-HD 5.1ch 트랙은 구판 BD의 LPCM 5.1ch 트랙에 비해서도 확실하게 몰입감이 높습니다. 가장 쉽게 귀에 띄는 건 구판 BD에선 좀 둔탁하고 작게만 들리던 효과음들(이래서 지인과 함께 감상할 당시 DVD로 바꿔 가며 비교하기도 했던)이 UBD에선 확실히 선명하고 강하게 들린다는 점.
가장 중요한 대화 선명성은 구판 BD에서도 어느 정도 선방했지만 이 효과음이 아쉬웠는데, UBD에선 전체적인 사운드 S/N이 개선되면서 효과음도 제대로 배려한 것으로 들립니다. 덩달아 좀 그레인감이 끼던 구판 BD의 사운드에 비해 UBD의 사운드가 확실히 더 '싱싱한' 감이 드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고요.
문제는 UBD의 사운드 볼륨감이 약간 들쑥날쑥한데, 특히 종종 스코어가 기본 볼륨에 비해 더 크게 믹싱된 경우가 있습니다. 아예 사운드를 작게 듣는 환경이면 몰라도 시스템 볼륨을 기준 볼륨 대비 -10 이하 혹은 +로 듣는 환경에선 이게 상당히 거슬릴 수도 있어서, 블닷컴 공식 리뷰어 말마따나 리모컨을 쥐고 있어야 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UBD의 사운드가 구판 BD보단 상대적으로 선명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공간감 형성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은 아쉬운 편. 물론 리어 서라운드를 아주 빈번하게 쓸 필요가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기왕 오리지널 모노 트랙을 분리 믹싱한 거고 UBD용 DTS-HD로 리마스터링하면서 좀 더 멋을 부려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하여간 이래서 음성도 구판 BD보다 더 좋아진 건 맞습니다만, 영상에 비해선 뭔가 아쉬운 부분이 남는 편입니다. 절대 평가로 점수를 매긴다면 한 82점 정도?
- 첨언
본문에 자세히 언급한대로, 샤이닝 UBD는 꽤 스펙뽕(?)을 먹인 편이고 내실면에서도 괜찮게 나왔습니다. 특히 영상면에선 구판 BD 소지하신 분이라도 재구입을 권하고 싶을 정도이고, 음성면에서도 약간의 단점은 있어도 달리 대체재가 없다 싶긴 하네요.
대신 UBD를 위해 새로 스캔 마스터를 작성하면서도 (호불호는 있다지만)오리지널 화면비는 재현하지 않은 점(워너 입장에선 1.33:1이란 게 당시의 TV 규격이었으니, 현재의 TV 규격인 1.78:1로 똑같이 TV 화면을 '꽉 채운다'는 감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리지널 모노 트랙도 없는 점 등은 다소 아쉽기는 합니다. 오리지널을 보존한 토대 위에서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재현을 노린다는 방향성 면에선 뭐랄까, 워너는 생각의 파울 라인 각도가 달랐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소설 '샤이닝'은 큐브릭 감독이 직전작 배리 린든의 상업적 실패 때문에 '엥간해선 망할 일 없고, 웬만하면 흥행이 평타 이상은 나오는' 호러물을 찍기로 하고, 열심히 당대 흥행 호러 소설을 찾은 끝에 고른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영화 '샤이닝'은 소설 '샤이닝'과 많은 점이 다르며, 가장 중요한 '공포를 느끼는 포인트'도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작자 스티븐 킹 씨는 이 영화를 싫어한다지만(^^;) 소설과 영화를 동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청자- 중 하나인 제 입장에선 둘 다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 리뷰를 읽는 분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리라 믿습니다. 왜냐면, 지금 굳이 이 UBD 리뷰를 읽는다는 건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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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샤이닝과 아이즈 와이드 셧 구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리마스터판을 가지고 있어서 굳이 4k를 사야할까 고민중이었는데 그냥 사야겠네요^^ 얼른 큐브릭의 영화들이 4k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