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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왜 과학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공부해야 하는가?

roc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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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5-08-14 05:05:24

 갑자기 떠오른 기억 때문에 답답함이 밀려오는지라 글을 씁니다. 

 

 예전에 가족 모임(얼마전에 썼던 글에 나온 그 가족모임이고, 그 글에 등장한 그분과 동일합니다.)에서 GMO관련해서 가볍게 언쟁이 붙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GMO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GMO자체에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므로 GMO자체를 금지하거나 GMO식품을 원론적으로 피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환경이나, 섭취시 인체에 대한 유해성은 유전학적 관점이 아니라 생태론, 환경과학, 생화학, 식품과학 등 관련 과학적 측면에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몬산토의 GMO를 이용한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곡물 종자의 개발이 환경에 불러온 재앙을 예로 들면서 GMO에 대한 반대가 정당하다는 입장이었고요. 

 

 그러나 '과학적'으로 사실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GMO(Genetically Modified Oranism)는 우리가 알게 된 유전학적 지식을 이용해 표적 유전자를 변형시켜 목표한 유전적 형질을 획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미 자연이 수억년에 걸쳐서 무작위적으로 해오던 R&D를 더 목표지향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GMO가 위험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가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유기체는 자연선택을 거쳐 끊임없이 유전자가 변형되어 온 진화의 산물이니까요. 그것을 인간이 더욱 선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행했다고 하더라도, 자연이 행한 것에 비해 더 위험할 일도, 더 안전할 일도 없습니다. 단지 더 효율적일 뿐이죠. 그러나 하나의 유전자는 하나의 표현형에만 영향을끼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표현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돌연변이를 통한 진화에서도 마찬가지죠. 때문에 우리가 섭취하는 비GMO 식품들이 GMO 식품에 비해 특별히 안전하지 않습니다. "네추럴리 데인저러스"라는 책에서는 유전자조작을 거치지 않은 재래종 식품이 가진 위험성(특히 발암물질 등)에 대해서 수 많은 사례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어떤 식품이 장기적으로 안전하지, 안전하지 않은지에 대한 결정은 생화학적, 식품과학적 조사를 통해서 밝혀질 수 있고, 우리가 안전한 식품을 먹기 위해서는 재래종이든, 유기농이든, 아니면GMO든 모든 식품들이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미국의 FDA나 한국의 식품안전처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함이고, 잘 기능하고 있습니다. GMO가 사실상 극단적인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증거는 이제는 GMO가 아닌 식품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반적인 식품환경에서,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지난 번 그 가벼운 언쟁 중에, "너에게는 너의  신념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신념이 있으니 합의되지 않을 때는 그냥 서로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라고 말하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콱 막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상에는 서로 충돌하는 수 많은 주장들이 있고 서로 합의되지 않을 때는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견 합리적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제 셍각에는 이것은 그럴듯하지만 세상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공허한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주장들에는 확실성의 격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가장 확실한 주장 중 하나는 자연수의 산수 체계에 들어맞는 주장일 겁니다. 1+1=2라거나 2+3=5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아마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라든가, "관찰 가능한 모든 세계에는 열역학 법칙이 통용된다"는, 우리에게 늘 관찰되는 세계에서 한 번도 반례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경험법칙들이 있을 겁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장들에는, "비타민C를 충분히 많이 섭취하면 만병통치약과 같다"라는 주장이나,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다"와 같은 주장들이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아는 수 많은 정량화가 힘든 사회, 인문과학적 주장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GMO가 비GMO에 비해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은 얼마나 확실한 주장일까요? 만약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자연계 생물 교과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리고 유전자가 표현형을 만들어내는 작동방식을 초보적인 수준에서나마 충분히 이해했다면, GMO가 비GMO에 비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은 거의 넌센스에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왜냐하면 두 과정은 한쪽이 무작위적이고, 한쪽은 작위적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과정이며, 작위적이냐 무작위적이냐가 안전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증거'는 고사하고, 어떤 '그럴듯한 이론'조차도 제시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할 때, GMO가 특별히 더 위험할 것이 없다라는 주장은, 공중에 돌을 던져서 상승한다음 낙하하는 물체의 지면충돌시 최종 속도가, 동일한 고도에서 그냥 떨어뜨린 물체의 최종 속도와 동일할 것이라는 정도의 확실성을 가진 주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들을 알아내기 위해서 과학저들은 수많은 실험을 하고, 재현가능성이 있는 단 하나의 반례가 나오기만 해도 그 주장은 무너질 만큼 엄격한 절차를 따랐다는 것을 안다면 과학적 방법론의 무게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기는 힘들것 입니다. 바로 이것이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아주 초보적인 스케치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는 과학적 주장들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니 각자의 신념다로 믿으면 그만이다라는 식의 주장은, 인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미신적 주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미신보다 더 나쁩니다. 이런 주장들은 힘들게 쌓아올린 인간의 몇 안되는 장점과 확실성을 자신의 게으름과 태만으로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코로나 정국의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유포시켰던 자들이나, 아이들에게 백신으니 병원치료를 거부하게 하는 혹세무민하는 자들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그런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면, 게으르지 않고 우리가 합리적인 주장을 각각의 확실성에 맞게 채용할 수 있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과학적 회의주의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위력을 발휘하는 '신념'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해독제이며,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이런 방식들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수 많은 좋은 설명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에 그저 몸을 맏기거나, 손쉽게 상대주의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주장과 함께 자존심을 지키는데 만족합니다. 제가 충분히 숙고되지 않는 경솔한 상대주의를 병적으로 혐오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주장들이 힘을 얻고 무시하지 못한 반계몽적 행태들을 유발하는 일들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보다 더 많이 벌어질 만큼, 인류의 다수가 과학적 사실이나 그 작동방식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새로운 10년 주기를 맞이할 때마다 그 이전보다는 점진적으로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가 아주 조금씩이라도 진전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마도 더 많은 좋은 생각도구들이 개발되고 이러한 것들이 발전된 미디어들을 통해 신속하게 보급되기 때문이겠죠. 제 느낌으로는 이런 긍정적인 영향력이, 혹세무민하는 주장들-예를 들어 천공이나, 전광훈 같은 자들이 말하는 근거 없고 목적성이 빤히 보이는 주장들-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2~30년 전이라면 지금보다 그런 것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과학적 앎을 정신적 삶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것 보다 저에게 더 쾌감을 주고 감동을 주는 정신적 사건들이 충분히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제가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함에 있어서, 과학에 근거한 자료들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기초가 되는 욕망은 의심할 나위 없이 나 자신의 것이지만, 과학적 근거는 그 욕망을 실현시키는 최적의 방법론을 채택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과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얻어진 지식들을 신뢰하고 판단의 근거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우리를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이끄는 생각없는 상대주의에서 구원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20
댓글
LApostel
2
Updated at 2023-03-29 15:03:5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rockid
2023-03-29 15:08:27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절세미남
2
Updated at 2023-03-29 15:52:26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그것에 따라 신념이 생기고 행동을 보이죠. 우리는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바를 내세우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쟁에서 이긴다고 그것이 진리가 되는 건 아닌데도요. 정작 중요한 '진리'에는 관심이 없는 듯도 보입니다. 과학이 진리가 될 수는 없겠으나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기엔 그나마 객관적이고 신뢰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WR
rockid
1
2023-03-29 16:01:27

맞습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과연 무엇이 더 합리적인 견해인지를 세심하게 따질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우물
2
2023-03-29 17:55:34

지인중에 환경운동연합 분들이 좀 있습니다.

이분들이 나름 환경지킴이로서 의로운 활동을 하는 분들이라 그런 자발적 선행은 높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몇 년전 GMO관련 해서 토론까지는 아니고 대화를 한적이 있는데 갑갑함이 밀려오더군요.

자발적 환경지킴이로서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과학적 사고방식이 전무하다시피 하더군요.

그냥 '자연은 선', '인공은 악' 이라는 전제를 깔고 세상을 바라보더군요.

한 여름 자외선 심한날에도 썬크림은 화학약품이라면서 안 바르더군요. 피부 보습용으로 로션 같은 것도 잘 안 바르더라는…

썬크림에 들어간 성분으로 인한 피부손상보다 자외선으로 손상되는 게 더 크다라고 말해줘도 소용이;;;

마지막으로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근거를 가진 주장을 종교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믿음과 같은 맥락의 (맹목적)믿음으로 생각하더군요.

그래서 어떤 주제에 대해 설명을 해줘도 나는 신을 믿을테니 넌 과학을 믿어라 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버려요.

WR
rockid
1
2023-03-29 21:35:11

제가 가장 답답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과학에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면 누구나 이해 가능하고, 반론가능한 이론이나 구체적, 객관적 사실들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전혀 모르면서 그것을 종교와 같은 믿음으로 치부하는 것은 정말 답답하더군요. 

torch
6
Updated at 2023-03-29 21:38:57

엄격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얻어진 사실들을 신뢰해야한다는데는 100% 동의하지만 GMO가 완전히 안전하다는데는 동의하기가 좀 어렵기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1. GMO 유해성하면 따라 나오는 “GMO 옥수수 NK603 논문 사건”이 있죠. 프랑스의 대학연구진이 몬산토의 라운드업 제초제 및 라운드업 내성 옥수수 NK603이 쥐의 건강에 미치는지에 대한 실험이였습니다. GMO 옥수수를 먹은 쥐에서 유선 종양, 간과 신장 손상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발견했고. 또한, 암컷이 수컷보다 이상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12년 9월 미국의 전문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그런데, 학술지 편집위원회에서 저자의 동의 없이 이 논문을 철회해 버리면서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고, 그 중심에는 몬산토 연구원으로 7년 동안 근무했던 사람이 이 저널 편집위원으로 임명된 데에서 비롯되었죠. 거대 기업의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결과라고 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과학자들이 GMO 작물이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더라도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지요. 2. GMO가 위험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가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이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GMO중에도 유해한 놈들이 있었으니까요. GMO가 자연적으로도 만들어진다는 것과 GMO가 안전하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독을 가진 식물들이 자연적으로 생겨났으며 인간은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한 일부의 식물만을 재배하고 섭취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GMO가 유해한 경우도 있었는데 GMO로 만들어진 옥수수 중에는 인간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해서 식품으로는 사용못하고 사료용으로만 판매가 허용되었다가 그마저도 3년만에 재배금지된 “스타링크”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3. 누구나 몸에 안좋다고 알고있는 담배도 그 유해성을 아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급발암물질인 담배도 10~20년을 주구장창 핀다고 폐암이 금새 드러나지도 않고 50세 이하에서는 별로 발병하지도 않으며, 기대 수명은 고작 10년가량 단축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25세에서 35세까지만 피우면 기대 수명은 1년가량밖에 줄어들지 않습니다. GMO의 상업적 판매가 허용된 것은 1996년으로, 가장 오래된 GMO 작물이라 하더라도 겨우 25년 동안 먹어 왔을 뿐입니다. 유전자변형식물이 인체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아닐까요? 기원전 7세기부터 피던 담배도 20세기 되어서야 인체에 치명적이다고 알고 있는데 이제 고작 25년된걸 100% 안전하다고 하는건 너무 성급해보입니다. 그리고, 모든 분야의 과학자를 상대로 GMO가 안전하냐고 설문조사를 하는게 과연 타당할까요? (관련분야도 아닌데) 거대기업의 연출은 없었을까요? 농약에도 살아남는 유전자변형식물이 인간에게 전혀 무해하다면 참 다행인데. 인간의 과학기술이 그것을 밝혀내는데 아직 부족했거나 거대기업의 방해로 제대로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GMO 작물의 장기적인 안전성 실험은 일반 과학자가 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 들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도 호의적이지 않으며, 제조 회사에는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보다 선진국들은 GMO를 금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부동의 세계1위 GMO 수입국입니다. 자폐, 대장암, 당뇨병 사망률, 유방암 증가율, 치매 증가율, 선천기형 등등 한국의 급증하는 34가지 질병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도 간과할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인간의 과학기술을 통한 미래 예측이 완전할 수 없습니다.

WR
rockid
Updated at 2023-03-29 22:05:14

일단 긴 글을 읽고 정성스러운 답글을 달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써주신 내용에는 제가 쉽게 동의할 수가 없는 부분들이 있기에 반론을 드리겠습니다. 

 

1. 그 논문이 얼마나 많은 학계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쥐의 품종 자체가 종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종이었고, 실험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정말로 GMO품종 때문에 종양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희박합니다. 또한 몬산토 연구원 출신이 저널의 편집위원이 된 것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제 생각에는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만약 정말로 영향을 끼쳤다면 논문이 게제되기도 전에 미리 걸러졌을 겁니다. 오히려 그런 편집위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논문이 게재된 것이야 말로 학술지의 공정성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논문의 철회는 이후 1년간의 조사와 학계의 의견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드문일이 전혀 아닙니다. 황우석의 논문철회도 황우석의 옹호자(가령 김어준)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어떤 음모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정한 조사에 의해 논분의 신뢰성이 충분히 의심될만한 정황이 발견되엇기 때문이었습니다. 위의 논문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실험의 설계와 해석에서 모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심사를 거쳐 철회를 결정한 것입니다.  

 

2번의 내용에 대해서는 잘못알고 계십니다. 인간이 이용하는 자연적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GMO제품들도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식용승인이 납니다. 같은 쳅터에서 언급하신 내용이 바로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예를 들어 재배성이 좋은 GMO땅콩을 개발하고 안전성을 테스트했는데, 이후 발견된 엄청나게 희귀한 유전자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는 바람에 상업적 개발이 취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보통의 땅콩이 그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람들의 알레르기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 사건에 대해서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근거없는 공포심이 불러온 지나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위에서 제가 적은 것처럼,  식품이나 기타 이용물의 유해성은 생화학과 식품과학등의 관련 분야에서 검증할 내용이지, GMO냐 아니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GMO든 아니든, 그 식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면 충분히 그것을 거를 수 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GMO가 비GMO와 다른 점은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 의한 변이이냐, 아니면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변이를 만든 것이냐에 따른 차이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훨씬 잘 규명된 메커니즘에 따라 이미 수세기에 걸쳐 검증된 작물로부터 목표한 형질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종류의 자연적 식품보다 훨씬 안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아직까지 GMO에 의한 안전사고는 한 건도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그정도로 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에 잠재된 위험성을 근거로 생산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비합리적 견해입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몬산토와 같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의 횡포와 기술의 악용이지,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3. 담배가 유해하다는 것이 입증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해서, GMO를 이용한 제품들도 그럴 수 있으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는 현재의 편익과 잠재적위험성에 의한 손해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담배는 자연적 재배물입니다. GMO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위험성은 늘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동남에나 중국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기호식품인 빈랑은 구강암을 발생시킬 확률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후부터 각국이 서서히 이용을 제한하거나 금지되는 추세입니다.  GMO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상관 없이, 위험이 발견되면 모든 이용품이 그렇게되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특별히 GMO만을 특별히 더 잠제적으로 위험하다고 볼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또, 만약 그런식으로 GMO만 잠재적 위험성을 특별히 취급해야 한다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백신도 사용이나 취급을 금지해야 합니다. 현대의 백신 제품치고 GMO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거의 없으니까요.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과정을 살펴보셨다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워낙 예로 드신 몬산토의 라운드업 제초제와 그에 내성이 있는 작물의 개발은 문제가 되었으니까요. 몬산토의 상업적 전략과 행위는 큰 문제를 일으켰고 전략 자체도 지나치게 이윤추구를 위한 비열함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몬산토의 경영윤리의 문제이지, GMO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기술은 악용할 경우,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 때문에 기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지나친 처사입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대기업과 자본이 저지르는 횡포지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아마도 GMO만큼 인간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 주었으면서도 GMO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마 각종 교통수단일 것입니다. 그 교통수단에 의해 우리는 한해에도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을 겪고,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이미 확인된 위협에 노출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는 이유로 현대적 교통제도를 완벽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현재 GMO없이는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없고, 더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개발할 효율적인 다른 방법도 없습니다. 아마도 다시 우연에 의한 돌연변이를 통한 육종이라느 전근대적 방법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겠죠. 그런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된 품종들은 그럼 GMO보다 안전할까요? 똑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는 이유로 그런 작물들마저 2~30년이나 되는 검증기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과학적 검증의 기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그러한 기준은 실행된 적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이상 반론을 말씀드렸습니다. 

poleless
1
2023-03-29 22:06:33

좋은 글 감사합니다. GMO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다할만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을 본적이 없어서 의아하긴 했었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고 특히나 주식으로 장기간 섭취할 작물이라면,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진 산물에 고도의 신중함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 아닌 막연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안, 유전자 조작이라는 부정적 정서로 인한 두려움 등이 기반이 되어 GMO 전체를 금기시하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GMO자체를 금지하거나 GMO식품을 원론적으로 피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환경이나, 섭취시 인체에 대한 유해성은 유전학적 관점이 아니라 생태론, 환경과학, 생화학, 식품과학 등 관련 과학적 측면에서 규명해야 한다." 이 문장 안에 GMO에 대한 입장을 요약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GMO 식품 중에 유해한 식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GMO의 방법론이 틀린 것이 아니라 해당 GMO 식품이 유해한 개별 사례일 뿐입니다. 인간들이 수많은 종류의 약품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해내는데, 일부 약품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견되어 퇴출시킨다고 하더라도, 인위적인 방법으로 합성하는 모든 약품들은 잠재적으로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으니 합성한 약품은 사용하면 안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겁니다. 저는 일각의 GMO에 대한 태도가 마치 이런 주장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GMO 식품은 효울적으로 특정 유전자를 인간이 원하는대로 수정하여 통일시킨 것이기에,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유전자 풀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그로 인한 문제가 쉽게 대두될 수는 있을 겁니다. 예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통곡물을 먹다가 정제된 밀가루로만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의 영양의 불균형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런저런 다양한 형질이 섞인 곡물을 먹다가 순도 100%의 특정 유전자를 먹으면 해당 형질 식품의 과다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것은 막연한 가능성일뿐, 실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WR
rockid
Updated at 2023-03-29 22:14:30

제 부족한 글을 완벽하게 해설해주셨습니다. 특히 GMO를 제약의 합성에 비유한 설명은 정말 탁월하십니다.  마지막의 유전자 다양성의 부족 문제는 고려해야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위험성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GMO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GMO와 관계가 없는 재래품종이라도 단일작물을 지나치게 많이 재배하게 되면 병충해나 기타 다른 재앙적 상황에 취약한 상황이 벌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현대 바나나 품종의 획일화가 가진 잠재적 위험성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읽어주시고 정성스러운 논평까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torch
1
Updated at 2023-03-29 22:20:56

미FDA에서 GMO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이때까지 먹어서 큰 탈 난게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인데. 다른 나라는 그렇게 많이 먹은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그리고 오래 먹고 있지요. 말씀하신것처럼 식량이 부족한 지구에서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다만. 다른 선진국들처럼 GMO콩은 가축들 먹이고 유전자 변형 안된 콩을 사람이 먹으면 좋잖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그게 안되고 있습니다. 좋은기술 더 좋게 쓰자 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R
rockid
Updated at 2023-03-29 22:32:38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그 편집위원은 논문이 게재될 당시부터 편집위원이었습니다. 만약 재기하신 의혹이 사실이라면 애초에 논문게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훨씬 논란을 덜 일으키는 효율적인 방법이었겠죠. 그리고 그 논문철회가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에서 이미 간략하게 설명했으니 반복을 피하겠습니다.

 

또한 안정성의 검증 문제에 대해서도 기왕의 답변에 충분한 설명이 되어있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를 반복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리 현재까지 사고가 없는 안전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항상 의외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가믈
1
2023-03-29 22:41:39

안전하다, 위험하다는 말 자체는 과학에서 다룰 수 없는 것이어서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WR
rockid
2023-03-29 22:52:12

그렇습니다. 다만 과학에서는 신뢰도라는 객관적 기준을 통해서 안전/위험을 주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줄 뿐이죠. 

seasea
1
2023-03-29 22:54:12

과학전공자로 gmo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글쓴이처럼 gmo가 종교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WR
rockid
Updated at 2023-03-29 22:58:24

당연히 엄격하게 관리해야죠. 이미 그러고 있고요. 그러나 혹시 현재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가 궁금하긴 합니다. 

탈리샤샤_술 안 마심
1
2023-03-30 00:36:41

정말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WR
rockid
2023-03-30 00:49:19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비아
1
2023-03-30 01:23:15

비슷한 것으로 MSG 유해성 논란이 있습니다. MSG가 자연에서 만들어진 것과 같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한 번 만들어진 아내의 선입견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요즘은 조금씩 조미료를 쓰기도 하지만 여전히 조미료 없이 맛을 내야만한다는 강박증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MSG 팍팍쳐도 상관없는데. ㅠㅠ

WR
rockid
2023-03-30 01:41:51

그러시군요. 사실 MSG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죠. 다만  MSG의 감칠맛 효과가 너무 좋아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재료도 맛있게 만들어줘서 식당 등에서 좋지 않는 재료를 눈가림하는 용도로 많이 쓴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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