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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전우용님 페북글

야쿠리
22
  2028
2018-04-23 12:21:45

글이 길어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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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년 동안 서울에 큰 변화가 없었다.”(안철수)

1919년 3월 1일 민족의 총의로 독립을 선언한 뒤, 해외의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의 실체이자 상징인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3월 17일, 블라디보스톡에 대한국민의회가 설립되었고, 4월 11일에는 상하이에서 임시정부가 발족했습니다. 4월 23일에는 전국 13도의 대표를 자임한 사람들이 서울 서린동 봉춘관에 모여 정부 조직을 선포했습니다. 4월 23일에 선포된 정부를 ‘한성정부’라고 하며, 이 정부 선포 소식은 UP 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블라디보스톡과 상하이에 있던 독립운동가들은 이 ‘한성정부’를 정통으로 삼아 정부를 재조직하기로 하고 9월 11일에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발족시켰습니다. 따라서 우리 헌법에 명기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은 ‘한성정부’에서 시작한 셈입니다.

한성정부를 선포한 봉춘관은 지금 ‘청계천 소라광장’이라 불리는 곳의 북변에 있었습니다. 이명박이 청계천을 ‘복원’한 뒤 우리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전혀 없는 외국인에게 의뢰해 ‘소라’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 세운 탓에,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코앞에 둔 지금에도 이곳이 ‘대한민국의 법통이 시작된 곳’임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따로 세우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소라 모양의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탑을 세우자.”고 주장했습니다. '한성정부' 선포지이자, 대한민국 법통의 발원지인 서울에 임시정부 관련 기념물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자면 그 자리가 최적이라고...지인이 이 의견을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박시장은 ‘전임 시장이 만든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답니다. 그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는 답답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박시장의 ‘원칙’에 비추어 보면 일관성 있는 태도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특별시 행정이 시작된 이래 ‘최장수 시장’입니다. 그런데도 그의 재임 중에 시 예산으로 두드러진 토목 공사를 한 게 없습니다. 역대 시장이 다 세웠거나 세우려고 했던 ‘랜드마크’ 하나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명박 오세훈 시장이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폐물이 되다시피 한 것들을 소생시키거나 오래된 것들을 재생하는 데에만 치중했습니다. 안철수씨 말대로 지난 7년 간 서울에 새로 생긴 거대한 공공 건축물은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이 헐자고 주장한 것들이 살아남았죠. 서울역 고가도로는 ‘서울로 7017’이 됐고, 상암동 석유비축기지는 ‘문화비축기지’가 됐으며, 세운상가는 ‘다시 세운’이 됐습니다. 박정희 시대에 건립된 구조물들이 박정희 때문에 투옥, 제적됐던 사람에 의해 보존되고 재생되는 건 역설적인 현상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시장이었더라면 다들 사라졌겠죠.

역사 전공자로서 저는 ‘지난 7년 간 서울 시민이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오래된 것들을 재생시키는 법, 오래된 것들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이 한 나라의 수도가 된 건 런던이나 파리보다 먼저입니다. 그러나 서울을 ‘역사도시’로 보는 외국인은 아주 드뭅니다. 과거의 서울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쓰던 물건 다 버리고 몽땅 새것으로 바꾼 '졸부의 집'과 아주 비슷했습니다. 낡은 것들은 다 부수고 몽땅 새것으로 바꿔야 직성이 풀리는 ‘천박성’이 서울의 ‘개성’이었습니다. 서울은 언제나 도심부에서 대형 크레인이 보이는 도시였습니다. 이른바 ‘선진국’ 도시의 도심부에서는 크레인을 보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그 도시 사람들이 낡은 집 고쳐 가며 사는 걸 불편하게 여기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낡은 건물들이 ‘관광자원’이 되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그들이 도시의 낡은 구조물들을 자기들의 ‘역사’이자 ‘시민적 자부심의 원천’으로 소중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제 자기들 아파트가 곧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판정을 받으면 “경축, 안전진단 통과”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천박성에서 벗어날 때도 됐습니다. ‘덜 변하는 도시’가 사람의 추억이 담기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살아남는 도시입니다. 서울 시민들의 생각이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선진국’ 시민이 되는 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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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스야, 잘 읽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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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monandol
6
2018-04-23 03:30:50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진리임을 전우용 님과 유시민 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란닝구 선생
2018-04-23 03:33:03

안바타인데 뭘 알겠습니까.....그만좀 개로피십시오.....

에이스♠
2018-04-23 03:47:31

도심 재생은 요즘 도시 개발, 특히 구도심 개발의 화두입니다. 그걸  한게 없다고 주장 한다면 자기 무식을 무의식적으로 들어낸 것이거나, 도심 개발에 대한 철학이 없는 반증 아닐까요? 우호적인 언론들은 애써서 이미지를 계속 포장해주고 있지만, 이미 MB 아바타를 절정으로 일반인들에게는 희화 대상화해 버려서 과거같은 입지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히포81
2018-04-23 04:55:33

 물론 박원순 시장의 오래된 것을 보존하고 고치는 것에 이의는 없습니다.

 단지 강남에만 목매여 양극화를 더 부추기는게 문제라는거죠..

 오죽하면 강남시장이라고 불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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