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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할말 많은 <변증법> 이야기 1

해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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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3
2022-08-27 21:16:17

(제목이 변증법이지만 철학 얘기는 별로 안 나오고 주로 국어얘기만 나올겁니다. 

그러니 부담없이 보세요)


제가 지난 글에,

 

"변증법은 할말이 많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국어사전과 철학사전에서는

'辨證法'으로 표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오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었더니, 무려....

두분이나 후속 편에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못다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어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을 꼽습니다.

둘다 네이버에서 서비스하고 있죠.

 

오늘 나올 것들은 둘다 대동소이하므로, 예제가 좀더 나오는 <고려대>것만 인용하겠습니다.

(두개가 대동소이하다는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렇죠. 사전편찬시 동일한 레퍼런스를 참조했다는 것이죠)

 

그럼 <고려대>에서 '변증법'을 봅시다.

 

화면 캡처 2022-08-27 204709.png

 

딱 보면 dialectics의 번역어로서의 변증법을 국어사전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인 <왜 이걸 변증법이라고 하냐?>에 대한 답을 이걸로는 전혀 알수가 없지요.

 

그러니 한번 더, '변증'이란 말이 뭔말인가 봅시다.

 (변증2,3은 한자자체가 확 다릅니다. 이것만 보셔도 됩니다)

화면 캡처 2022-08-27 205819.png

 

자아...뭐라뭐라 막 써져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퀴즈 한번 나가 봅니다.

 

이 중에서 앞서의 '변증법'과 관련된 항목은 과연 몇번일까요?

 

① 1  ② 2  ③ 3  ④ 1,2  ⑤ 1,2,3  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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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답을 알고서 퀴즈 낸건 아닙니다. 단지 국내의 국어사전을 욕하려고 이글을 쓰는겁니다.

그래서 이후 글이 너무 길어지면 따분해 하실거 같아 중간에 한번 끊고 퀴즈를 내봅니다.

(반응이 넘 안 좋으면 글이 여기서 중단될수도 있습니다. ^^)

 

아울러 어떻게들 알고 계셨는지 그것도 궁금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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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파고비지철철
2022-08-27 12:41:36

6번 찍겠습니다. 답과 관련없이 연재 부탁드립니다.(지난글도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roc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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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8-29 18:36:45

정답은 해석의 자유를 얼마나 부여하느냐에 달렸고 사실 辨證 항목에서 사전의 의도는  3번은 논외로 치고, 

1.  διαλεκτική(dialektiki)와 2.ἀπολογία(apologia)를 설명하려 했다 봐야죠. 

 

애초에  διαλεκτική는  δια(둘)+λεκτικ-(대화~)로 둘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졌을 때 대화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인데, 최대한 선해해서 변증 항목 1의 정의인 "어떤 대상을 직관과 경험에 의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연구함"은 개인의 사고 발전과정을 일종의 내적 대화라고 선해한다면  διαλεκτική의 의미를 해설하려 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인지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아예 처음부터 인간의 사고 자체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진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의 경험주의 사조에서는 논리 자체도 경험적으로 학습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대 인지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논리체계는 신경계에 내장된 embedded system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경험이나 직관에 의하지 않고'라는 표현은 역시 의미하는 바는 알겠으나, 어느모로 봐도 잘못된 표현입니다. (거기다 예문은 뭐 이것도 선해하라면 선해해 줄 수 있지만 맥락상 분명히 변증론 혹은 호교론의 의미, 즉 apologetics에서 온 의미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아니라고 잡아 때면 어쩔 수 없지만 왜 유독 기독교 관련 예문을 따왔는지, 심증이 있습니다. 그냥 대충 두 의미를 구별 못하고 썼을 가능성이 크죠.) 

 

2번은 말할 것도 없죠. 소크라테스의 변명, 변론, (간혹)사과 등등으로 번역되는 ἀπολογία는 뭔가 남들에게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행위나 사실, 주장에 대해서 진짜 의미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런 원 뜻에서 원래 던져진 혐의나 질문의 의미를 확실히 한다는 의미와 청자로 하여금 혼동되는 의미들을 구별해줄 수 있게 해주는 행위라는 의미가 부가되었습니다. 이것이 다른 많은 개념어들이 그렇듯 라틴어를 거쳐 유럽 제어에 받아들여진 것이죠. 

 

헤겔의 변증법(dialektik)은 원래의 '대화'라는 의미는 약화 되고 두 대립되는 의견이 통일되어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는 의미가 강화되었지만 기본적으로 두(dia) 대립되는 의견이나 상태가 해소된다는 원래의 의미를 잘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죠. 

 

그런데 2번의 의미가 기독교를 거치면서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신의 존재에 대한 호교론(護敎論:apologetics)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이것이 하필 한자어로 변증론(辨/辯證論)이라 번역된 거죠. 사실 비슷한 의미가 동일한 어휘를 공유하여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있을 법 한 일입니다. dialektiki의 변증이나 apologia의 변증이나 둘 다 논변을 통해서 오해를 풀고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변증(辨/辯證: 변은 이 용례의 경우 다른 형태 같은 의미의 동자)'이란 어휘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dialektiki와 apologia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어미를 살짝 다르게 해서 변증법, 혹은 변증론으로 구분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이런 방식이 가능하긴 해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런 번역상의 문제로 dialektiki와 apologia의 원래 의미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쓰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애초에 더 쉽게 대화법과 호교론으로 번역어를 선택했다면 좀 더 명확한 구분이 가능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dialekitke나 apologia를 실제 행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어휘를 선택하기가 곤란해집니다. 대화법은 '대화 하는 법'이고

호교론은 호교의 논리인데, 만약 dialektike를 실천하는 행위를 '대화' 라고 한다면 우리가 늘 일상에서 하는 타인과의 담화행위를 뜻하는 '대화'와 구별이 맥락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고 호교론의 호교도 글자 그대로 교리나 종교 자체를 수호한다는 의미의 '호교'와 구분이 애매해지죠. 때문에 이런 단어들을 기존에 있는 다른 의미들과 구별을 용이하게 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역어들 사이의 구별을 용이하게 할 것이냐하는 선택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가 알듯, 변증을 새롭게 번역된 두 단어, dialekitki와 apologia의 역어 공통으로 쓰고 어미만 변화시켜 변증법/변증론으로 구별하고 행위 자체를 의미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혼란스럽게 된 거죠. 

 

참고로 이 상황은 영어에서도 비슷합니다. apology에 변론이나 사과의 뜻이 모두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Άπολογία Σωκράτους(소크라테스의 변론)를  'Apology of Socrates'로 번역하기도 하고, 일상어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현대에 통용되는  법률용어를 사용하여 'Defence of Socrates'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원래 있었던 글자의 음과 뜻을 담당하는 형태소를 조합하는 형성자가 압도적인 한자어의 특징은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예를 들어 'room for excuse' 라는 말을 한자어로 번역한다고 해봅시다. 변명의 여지라고 대충 번역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것을 한자로 쓰면 '辨明의 餘地'로도 '辯明의 余地'로도, 혹은 적당히 이 둘을 섞어서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음가가 같고 부수가 같으면 다른 뜻이 온통 혼동되어 표기되어 온 한문 문헌의 역사를 보면 기가 막히죠. 심한 경우 글자 하나에 20개가 넘는, 그것도 다른 글자로 전부 구별할 수 있는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대략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가령 '소크라테스의 변명' 이라고 하면,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Apology인지 dialetic인지, 이 분야의 기초가 없는 일반인들은 의미의 구별 개념 자체가 없거나 구별을 어려워 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그게 바로 언어의 '역사성'의 한 측면인 것을.  

 

 

 

   

jin3
2022-08-27 23:31:44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대단해보여서 추천!

WR
해왕성
2022-08-28 00:14:20

우와....정말 제가 하려던 모든 말들이 몽땅 다 들어있습니다. 대단합니다.

단지, 저는 '국어사전 편집자는 어떤 의도라고 할것도 없이, 베껴썼을 것'이고

각 문항의 문구들의 원 출처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1번이 apology를, 2번이 dialectic을 겨냥해서 설명한 것이라 봅니다.

 

왜 그런지는....따로 본문으로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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