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글] 동유럽의 숨은 진주 크로아티아에서의 일주일
오늘 추억 속 앨범에서 꺼내볼 나라는 크로아티아입니다.
"꽃보다 누나"가 방영된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생각날 때 아주 가끔씩 티빙을 통해 정주행합니다.
크로아티아 여행에 대한 생각은 그 이전에도 막연하게 마음 한편에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실행을 결심하게 된 건 "꽃보다 누나"의 영향 탓일 겁니다.
"꽃보다 누나"도 마찬가지고 대개 크로아티아 여행은 자그레브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다가 이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두브로브니크까지 이어지게 되죠.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 갈 때는 우리나라 7번 국도처럼 바다(아드리아해)를 옆에 끼고 멋진 해안 도로를 달리게 됩니다. 크로아티아 본토(?)와 두브로브니크는 이어져 있지 않아서 육로 이동 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지나야 하는데 이때 두 번의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야 합니다.
■ 자그레브
여행 시기가 러시아 월드컵 때였습니다. 크로아티아가 16강에 오르고 매 경기 드라마틱하게 승리하며 결승까지 진출해 온 나라가 용광로처럼 축구 열기에 펄펄 끓어오르던 시기였죠.
자그레브에 머물던 때 16강전 크로아티아 vs 덴마크 경기가 있었는데 저도 숙소에서 TV 보며 크로아티아를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 후 온 동네방네 난리부르스도 아니었고 그날 불꽃놀이도 했었네요.
크로아티아 지폐에도 새겨져 있는 자그레브 대성당입니다. 높게 솟아있는 두 개의 쌍둥이 첨탑이 인상적인 곳으로 자그레브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문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입니다.
최근 사진을 봐도 첨탑은 아직도 계속 공사 중이더군요.
"꽃보다 누나"에서 김희애가 너무 아름답다며 눈물을 흘렸던 그 성당 내부입니다. 돌아가신 고 김자옥님도 눈물을 쏟았던... ㅠㅠ
성당의 규모가 엄청나다거나 웅장하다고 할 순 없지만 수많은 외침과 내전, 피지배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앙심의 원천이자 위로가 되었던 곳으로서의 의미가 크겠죠. 성당 내부 곳곳에 크로아티아 국보 10여 점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대성당 바로 앞 광장에는 금빛 성모상과 수호성인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대성당 밖 돌벽에 설치된 대형 시계는 단지 디스플레이용이 아니라 실제 움직이는 시계입니다.
자그레브 구시가지 언덕에 있는 성 마르크성당입니다.
모자이크 타일 문양이 마치 레고 블럭을 연상하게 합니다. 1200년대 건물로 자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동화 속 성당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성당 앞에서 중세 복장을 하고 관광객들과 기념 촬영을 해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공무원(?) 성격이라 따로 팁을 요구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
자그레브는 교통의 허브이자 크로아티아 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도시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이면서 기착지의 역할이죠.
■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1979년에 세계유산지역으로 등재된 곳입니다. 크로아티아의 대표 국립공원입니다.
"꽃보다 누나"에선 겨울에 가서 썰렁했지만 평소엔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라 사전 예매는 필수입니다. 성수기 때 입장권을 사려면 엄청난 줄을 각오해야 합니다.
크로아티아 북쪽은 대륙성 기후, 중부 내륙 고산지대는 고산 기후. 남쪽은 지중해성 기후를 보입니다. 따라서 크로아티아를 일주하려면 다양한 옷차림을 준비해야 합니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전형적인 고산 기후라서 한여름에도 서늘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자연의 신비는 이곳의 아름다운 호수와 동굴, 폭포를 만들어냈습니다. 천연의 댐도 만들었습니다. 수천 년 이상 변화를 가져온 지질학적 과정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거리와 시간에 따라 여러 코스로 나뉩니다. 몇 시간 코스도 있고 하루짜리 코스도 있고 며칠 걸리는 코스도 있습니다.
저는 입구 언저리 근처로 1~2시간 걷는 A코스로 돌고 왔는데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될 때 이곳 공원 내 숙소에 며칠 묵으며 느긋하게 한 번 둘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 삼림 지대는 곰, 늑대 그리고 수많은 희귀종 조류들의 서식지라고 합니다. 저는 겉핥기 식으로 입구 쪽만 살짝 둘러본 터라 희귀 동물들은 못 만나봤고 댕댕이들은 많이 봤습니다. ^^
■ 자다르
자다르는 아드리아해의 항구 도시입니다.
'Zadar'라는 이름은 '선물로 지어진 도시'라는 의미라네요.
이곳은 크로아티아 최고의 선셋, 일명 '노을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비록 일몰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ㅠㅠ
바다와 맞닿은 계단 아래에 파이프 35개를 연결해 설치했는데 이것이 바다 오르간입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불협화음인 듯하지만 아름다운 소리가 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바다 오르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시의 80%가 파괴된 아픈 역사를 지닌 자다르의 피해 복구 일환으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사람들은 해 질 무렵 서서히 계단 주위로 몰려들고 저물어가는 붉게 물든 저녁놀을 바라보며 바다의 멋진 화음을 듣습니다.
자다르 대성당, 성 아나스타샤 성당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해변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구시가지가 펼쳐집니다. 자다르 구시가지 곳곳에선 옛 로마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메인 광장 주변으로 운치 있는 건물들과 예쁜 카페들이 들어서 있어서 여행지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성 도나트 성당.
화려한 유럽의 여느 성당에 비해서는 소박하지만 크로아티아에서는 보기 드문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입니다.
종탑은 자다르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180계단을 오르면 자다르의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는데 올라가 보진 못했네요.
■ 트로기르
트로기르는 오래된 성곽도시입니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북문과 성 로렌스 성당.
구시가지에는 로마네스크 교회들과 베네치아 시대의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골목에 숨어있는 이름 모를 식당들.
이곳의 골목 골목을 구경하다 보면 길 잃기 딱 좋습니다.
물론 길을 잃는 것도 여행이죠.
트로기르에선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스플리트
트로기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스플리트입니다.
'황제의 도시'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로마 황제 디오클라티우스가 만든 도시이기도 합니다. 자그레브에 이은 크로아티아 제2의 도시이죠.
13세기부터 시작해서 총 300년에 걸쳐 완성된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
옥타고나 종탑은 스플리트의 랜드마크로 꼽힙니다. "꽃보다 누나"에서 김희애와 이미연이 이 종탑에 올라가는 에피소드가 있었죠.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입니다.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엄지발가락만 반들반들합니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만들어진 이 시계탑은 24등분된 로마 숫자를 따라 하루에 한 바퀴 돌아간다고 합니다. 시계탑 위에 작은 종탑이 얹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스플리트의 유명한 관광요소 중 하나는 바로 고대 로마시절의 유적입니다. 역사성 있는 여러 신전과 궁전을 비롯한 유적들이 구시가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 두브로브니크
드디어 크로아티아 여행의 종착지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습니다.
빨래 감성(?) 가득한 골목길.
평화로운 두브로브니크의 일상.
인상적인 주황색 지붕들.
점점 산 위로 올라가는 집들...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키키가 빗자루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때 붉은 지붕 가득한 마을이 보여지는데 그 배경이 됐던 곳이 바로 두브로브니크죠.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많이 마주치는 바로크와 고딕,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
올드타운을 감싸고 있는 성벽은 10~14세기에 만들어졌는데 두브로브니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2km 길이의 성벽 위를 걷는 성벽 트래킹은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기본적인 코스가 되었습니다.
성벽 트래킹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코스는 스르지산에 오르는 것입니다.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을 바라보는 최고의 뷰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네요.
관광 도시답게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투어용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볼 수도 있습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마지막으로 크로아티아 여행도 이렇게 마무리되어 갑니다.
※ 팬데믹 이전에 여행했던 내용이고 현재와는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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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장 한장이 모두 화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