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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생일와인 이야기, 샤또 무사르 2016, 토마시 아마로네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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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06:58:07

 

최근에 생일이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생일같이 사는 것이 제일 좋겠죠. 아내가 생일선물이라며 특대형 백패킹 배낭을 주문했습니다. 

이거슨 근육을 키우기도 전에 할당을 증량하는 폭거 아니겠습니까.

 

핑계를 대고 특별한 와인을 먹을 기회가 생일이겠습니다.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생일 등 갖은 핑계를 대고 그 동안 와인을 마셨습니다.

 

이번에 제 생일을 위해 고른 와인은 레바논 와인입니다. 원래는 그리스 와인을 찾았는데요. 그리스 와인  코너에서 점수 높고 평 좋은 것을 집었는데 알고보니 레바논 와인이었네요. 집에 와서 레이블을 자세히 보고서 알았어요.

 

이 와인은 특이하게 와인 오프너까지 어떤 형태의 오프너로 열고 디캔팅해서 마시라고 써있네요.

처음 마셔보는 레바논 와인이라 느낌을 기록해둬야겠습니다.

 

오픈하고 바로 조금 딸쿼마셨습니다. 진로포도주처럼 무척 달콤합니다. 달콤한 그 한 모금의 중심에서 새콤한 옹달샘이 한줄기 길게 목젖을 넘어가는 궤적을 입속에서 그리며 쏘아오릅니다. 가늘고 길게 중간중간 울뚝불뚝 폭발적 느낌의 피니시가 이어집니다. 뭐 이런 게 있지?

 

하루 전에 세워놓고 기다렸다 땄는데 너무 일찍 땄네요. 코르크를 다시 끼워놓습니다.

 

한 시간 후에 다시 마셔봤습니다. 단 맛은 반으로 줄고 피니시는 그대로입니다.

두 시간 후에 다시 마셔봤습니다. 단 맛이 거의 사라지고 피니시는 그대로입니다. 디캔터에 모두 부었습니다.

 

오픈한 지 세 시간이 못되어서 저녁을 먹으며 마셨습니다.

혀끝부터 신맛이지만 버라이어티합니다. 

케잌이나 케잌 위의 포도, 딸기, 망고, 키위 등의 과일들과 곁들일 때 놀라운 단맛과 신맛의 상승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여기까지 타이핑하고 검색들어갔습니다.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테이스팅 노트 읽으며 만일 제가 와인 마시고 저렇게 표현했다면 저기 가 있겠지 여기서 쓰지 않고 ㅎㅎ 이러면서 가격을 보니 평행세계 가격이네요. 훨씬 저렴하게 사서 마셨네요. 사는 곳이 좀 외롭긴 해도 이럴 때는 위안이 됩니다. 

 

아래 링크의 1989, 2011 빈티지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를 읽으니 거의 제가 느낀 바와 비슷했습니다. 뭐 오래된 빈티지가 더 좋겠죠. 제가 마신 것은 2016이었습니다. 만일 드시게 된다면 각종 과일과 매치해서 드셔보세요. 물론 식사 후에요. 와인도 술이고 빈 속에 마시면 해롭습니다. 

 

그리스 와인 고르려다 점수 높아서 골라잡은 레바논 와인이라는 것만 알고 마신 것 치고는 반전이 있는 성공이었습니다. 지난 번 Gaudium에 이어서 흡족합니다.

 

열리는 과정 체크한다고 홀짝댔더니 와인 한 병이 만족시켜야 할 시간보다 술이 먼저 동이 났습니다. 생일인데 흥이 깨져서야 되겠습니까? 호기를 부려 GO를 외치며 몇 병 남지도 않은 와인을 뒤져 먹고싶었던(아껴야 하는과 동의어) 와인을 꺼내왔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끼안티는 다음날 백패킹에 가져갈 와인이었습니다. 밖에서는 온도를 맞추기 어렵고 야외에서 마시면 아무리 맛없는 와인도 최상급의 맛으로 느껴집니다. 너무 좋은 와인을 야외로 들고갈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추울 때는요. 여름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두 번째 와인인 토마시 아마로네 2017을 오픈했습니다. 열릴 시간도 없이 바로 마시는 것은 위태한 발상인데 뭐 이미 한층 올랐기 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

 

애증의 아마로네, 신의 물방울 구라에 혹해서 10년 전에 처음 마시고 어 진짜네? 했다가 그 이후에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샤또 무샤르는 다이내믹하게 용틀임하는 느낌의 와인이었는데요. 아마로네를 한 모금 입에 담자 모두 잊혀졌습니다. 이태리와인임에도 그 첫 한 모금 느낌은 프렌치였습니다. 프렌치 와인의 추억이 모두 한 모금에 느껴지다니 오픈하자 마자 보여주는 이 퍼포먼스는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매 한 모금이 계속 달라집니다. 아쉽지만 호기롭게 진도를 뺄 수 없는 것은 이러다간 다음날 못 일어나기 때문인지라 공기를 빼고 잘 밀봉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검색했습니다. 특정 싸이트 광고 아임다. 제가 지불한 가격과는 정말 많이 차이나지만 맛으로 따지면 가격불문 최고수준입니다. 왜냐하면 더 비싼 아마로네 조차도 저는 많이 실패했었거든요. 와인은 선구안 플러스 운입니다. 핑계와 더불어 와인 마시기엔 ㅎㅎ 매일 생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링크를 올리려니 노골적으로 가격정보까지 나와 삭제했습니다.

검색어는 샤또 무사르하고 토마시 아마로네입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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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10-08 07:19:25

샤또 무사르, 토마시 아마로네 생일날 좋은 와인 드셨네요. ^^

샤또 무사르는 레이블과 이름보고 프랑스 와인인가 했는데, 레바논 와인이어서 놀랐고,

가격이 꽤 되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토마시 아마로네는 매번 같은 질을 보여주는 좋은 와인입니다. 제가 단 와인을 좋아하지 않지만. 

 

저도 지난 달 생일 기념으로 좋아하는 샴페인인 폴로저NV, 몬테스 폴리 쉬라를 마셨네요.^^

WR
2022-10-08 07:24:13

호주 쉬라를 예전엔 많이 좋아하고 자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요. 스페니시 그란리제르바하고 몬탈치노를 주로 편애하다 보니 멀어졌어요. 그리고 좋은 쉬라를 타협 가능한 가격에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본문에 썼듯이 운이 안 따르더라구요. 한국 와인 가격 보고 지금 놀란 상태입니다.

2022-10-08 08:04:05

제목만 보고 와인지리님 글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그랬군요님이 왜 여기서 나와요~
제가 요즘 이스라엘 지역 와인에 관심을 조금 가지고 있는데 레바논이면 가까운 지역이군요

WR
2022-10-08 08:09:37

레바논 하면 뉴스에서 '반군'이라는 어미가 항상 붙어나왔고 테러, 폭발이 단골 주제여서 미인대회에 나온 대표미인에 의아했던 기억이 나요. 레바논은 그렇게 낯설고 어두운 인상인데 이 와인은 욤욤공주가 허리를 비틀며 고혹적인 교태를 부리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씰룩거리는 것은 제 입꼬리지만요^^

Updated at 2022-10-08 08:37:39

아마로네도 종류가 다양하더라구요~
기대보다 못했던 것도 있고
꽤 맛있게 먹은것도 있었는데
이거였는지 잘 모르겠네요.

WR
2022-10-08 08:52:17

더 평가가 좋은 빈티지를 드셨네요^^

2022-10-08 10:24:59

와인 소개마저 깊이가 있으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WR
2022-10-08 10:35:36

과찬이세요, 바닥없는! 허당주의! 요즘 인기없는 사자성어로 감사인사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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