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제 한숨 돌립니다.
지난 7월에 어머니가 약한 뇌경색이 왔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시는데 말이 안 나오고 오른팔이 움직이질 않았다더군요.
아버지가 급하게 119를 부르고 병원으로 가셨다가
다행히 전원하는 앰뷸런스 안에서
다시 말도 하고 팔도 움직일 수 있게 되셨는데,
문제는 전원을 하고 정밀검사에서 나옵니다.
뇌동맥류가 2개 발견된 겁니다. 4밀리 하나, 1밀리 하나.
근데 위치와 모양이 참 애매하답니다. 중요한 혈관 여러개가 지나가는 자리.
코일 색전술은 힘들고 뇌동맥류 결찰술을 해야 하는데
약하다고는 해도 뇌경색이 왔기때문에 바로 수술도 못하는 상황.
뇌경색으로 충격을 받은 뇌가 안정되길 기다려야 하는데 그게 최소 3개월이라네요.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담당 교수님 일정 맞추고 하다 보니,
11월 24일에 수술을 받습니다.
아침 7시 반에 수술실로 내려가고 8시에 수술이 시작됐는데
짧으면 4시간, 길어도 6시간 정도라던 수술은 오후 3시가 넘어가도 끝날 줄을 모릅니다.
여기서 첫번째 낙담,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3시 반쯤 됐나 교수님 면담이라고 간호사가 급하게 찾습니다.
안내를 받아간 면담실은 가서 보니 수술실에 딸린 면담실.
아버지와 제가 들어가고 잠시 후 교수님이 들어오시는데
눈 아래, 마스크 위 핏자국이 장난이 아닙니다.
여기서 두번째 낙담과 함께 패닉이 찾아옵니다.
이건 정말 뭔가 크게 잘못됐구나......
교수님 설명이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이때 제가 넋이 나간게 않을까 싶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아버지가 저를 흔들고
교수님은 아드님, 아드님 하면서 저를 부르고 계시더군요.
다시 설명을 듣는데
예상했던 최악의 경우에 플러스 알파가 발생해서,
어머니가 몇 년 전 부터 혈압, 고지혈증 약을 드시고 계셨고
수술전 설명에서도 이 정도면 아마 머리를 열었을 때 동맥경화가 와 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뇌동맥을 클램프로 집을 수 없어 목을 절개하고 동맥을 집어놓고 수술을 해야 하는데
아마 이런 상황이면 6시간 정도 걸릴 수가 있다 였는데
막상 열고 보니, 애매한 위치고 중요한 혈관이 지나간다고 했던
그 혈관 중 2개가 동맥류 2개와 붙어서 4개가 똘똘 뭉쳐있었다더군요.
그래서 그걸 다 분리하고 원래 수술 목적이었던 동맥류 2개의 결찰까지 하니
시간이 이렇게 된거다. 지금은 수술 마무리 중이니 너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라고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나와 다시 대기실에서 기다립니다.
5시 반이었나 대기실 모니터에 어머니 상태가 회복실로 바뀝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회복실로 오라는 호출이 옵니다. 아니 또 왜.........?
회복실 앞에서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니 중무장한(?) 간호사 한 명이 나오더니
잠시 저를 바라보다 '오빠'(?)라네요. 이건 또 뭔가......... 하고
그 간호사를 자세히 보니 어릴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어머니 친구 딸이네요.
환자 정보에 나와 있는 어머니 주소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맞았다며
중환자실로 가면 보호자도 마음대로 면회가 안 되니 잠깐 얼굴 정도 보는 건
자기가 해 줄 수 있다면서 어머니를 보게 해주는데
아직 마취가 안 깬 각종 의료기기 줄이 달린 붕대 투성이의 어머니를 보는 건... 하아....
얼마 후 신경계 중환자실로 옮기고
중환자실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보호자가 구매해서 넣어줘야 하는 필요 물품을 사느라
병원 여기 저기를 정신없이 다니면서 물품을 사고 중환자실로 가는 도중에 담당 교수님을 만납니다.
아직 의식을 회복 못 하셨는데
연세도 있으시고 수술 시간도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마취 시간도 길어져서
의식 회복이 늦어지시는 것 같다.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시고
오늘 밤이나 늦어도 내일 오전 중에는 깨어나실거다 라는 말씀을 듣고
구매한 물품은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전달하고
(의료기기 판매점이 문을 닫아, 물품 중 하나 빠진 건 내일 아침 일찍 구매해서 넣어주기로 하고)
중환자실은 보호자가 들어가 있거나 대기할 수가 없어서
8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병원을 나섭니다.
네, 그날 밤은 우리나라 월드컵 첫 경기, 우루과이전이었죠.
아버지랑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축구고 나발이고 그날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날, 어제 못 산 물품도 있고,
아버지와 제가 병원에 있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만,
아침 일찍 병원을 들어서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오빠, 어머니 깨어나셨데요."
어제 회복실에서 호의를 베푼, 어머니 친구 딸내미인
그 간호사가 출근하자 마자 어머니 상태를 체크하고
보호자 동의서의 제 번호를 보고 연락을 준겁니다.
병원 로비를 들어서며 전화를 받은,
내년이면 나이가 50인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이 떠나가라 펑펑 웁니다.
부끄러움은 아버지의 몫......
그렇게 신경계 중환자실에서 며칠을 보내고
일반 병실로 옮기고 그리고 오늘 회진 때 교수님이
다음 주 초엔 퇴원해도 되겠다고 하셨다네요.
저녁 때 퇴근하고 어머니랑 통화하면서
이 얘기를 듣고는 전화 끊고 혼자 또 울었네요.
백세시대, 유병장수하는 시대라니
엄마, 아예 안 아플수는 없을 테니 이젠 아파도 좀 덜 아프십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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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잘 되신 거 같아서 천만다행입니다.